〈 50화 〉 시간벌기(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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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인 대통령이 동그래진 눈으로 이렇게 묻기에 바로 확답해주니 그는 물론 조명견 통일부 장관 등이 놀라서 쳐다보기에 한차례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민재인 대통령이 다시 이렇게 물어왔다.
“개성공단은 그렇고 백두산 관광은 뭐요?”
“백두산 관광이 백두산 관광이죠. 이미 관광 공사를 세워 놓았고, 그 관광 수입은 직원들 월급으로 줄 겁니다. 그래도 남는 수익은 백두산, 인근의 선오산, 간백산, 지남산 등의 자연보호기금으로 사용할 것이고, 역시 그 자금에 대해서는 추적, 감시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진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탁월하군요. 한데 백두산 관광을 하면 저번 김 위원장과 내가 한 것처럼 차량으로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그런 관광을 할 생각이오? 아니면 그 삭도를 이용할 생각이오?”
“삭도, 차량, 도보 등반, 이렇게 3가지 방법으로 진행할 겁니다. 대통령님은 도보 등반을 원하시죠? 그래서 등산로를 새로 정비하고, 대피소 등도 만들어 두었으니 천천히 걸어서 민족의 영산을 오를 수 있습니다.”
“그건 마음에 드는군.”
“그리고 또 백두산과 삼지연 절경을 따라서 도보여행 코스도 만들고 있으니 도보여행 관광객도 제법 좋아할 겁니다.”
“도보여행까지라······.”
민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끝을 흐리면서 지난 10·4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총괄책임을 지고, 백두산 관광도 합의문에 넣었는데 실현되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런데 이제 그때 이루지 못한 백두산 관광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했으나 쉽사리 결정할 수는 없었다.
“예, 도보여행에 야영장도 마련해 두었으니 내년 여름까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한번 오시죠.”
“언젠가 다시 백두산에 가볼 날이 오겠지요. 그건 그렇고 이 문제는 나 혼자서 결정한 문제가 아닌 것 같으니 정부 각 부처와 상의하고, 정치권과도 상의하고, 미국과도 협의한 다음 결과를 알려주겠소.”
“미국은 찬성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하하!”
“그 웃음은 뭐요? 또 핵 감축을 볼모로 벼랑 끝 협상을 하는 거요?”
“물론이죠. 그리고 우리에게 절대 필요한 시간을 끄는 작전이고요. 아, 그런데 얼마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왕양이 공화국으로 와서는······.”
“김 위원장, 여긴 듣는 사람이 많소.”
“그렇군요. 하면 그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고, 이제 고기 드시죠.”
그렇게 먹고 싶던 흑돼지도 먹고, 맥주도 두 잔 마시고,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농장 주인이 와서는 이렇게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김 위원장님, 사인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이죠. 비켜드려. 그리고 사장님, 이제부터 장사가 아주 잘 될 겁니다. 물론 다 제 덕인 것 아시죠? 그래서 말인데, 돼지는 좋은 것으로 보내주세요. 그러면 언젠가 평양으로 한번 초대하겠습니다.”
“예, 예, 감사합니다.”
경호원들의 제지를 만류하고, 농장 주인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이라고 크게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니 이번에는 민은정을 잡고 역시 사인 공세와 사진 촬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허락해주고 보니 민은정의 인기가 예전 조명애보다 더 하늘을 찌르는 것 같았다.
하여튼 그렇게 농장 식당을 나와 풀밭을 뛰어노는 흑돼지를 잠시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 즉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 가보고 싶다고 미리 준비시켜 놓은 승마장으로 갔다.
“말은 탈 줄 아십니까?”
“김 위원장보다는 내가 잘 탈 거요.”
“그럼 저 오름 정상까지 개성 공단과 백두산 관광을 걸고 경주하죠. 갑니다.”
“그런 법이 어딨소?”
“어디 있기는 여기 있죠.”
이렇게 말하고는 고삐를 잡고 말 배를 걷어차자 제주마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에 승마장 직원과 경호원들이 따라붙었으나 민재인 대통령에게 보내 버리고는 홀로 안내받은 코스를 따라서 승마장 옆 오름으로 올라갔다.
그때 민재인 대통령은 승마장 직원과 경호원들이 잡은 말에 올라타서는 내 뒤를 따라오는데, 보니 이런 관광 승마 이외에는 한 번도 말을 타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강백호로 살 때도 춘천 승마장에서 말을 제법 타봤고, 김정은으로 환생해서는 살이 어느 정도 빠진 여름 이후부터 지속해서 말을 타면서 체중관리를 했기에 한마디로 능숙한 기수였다.
“김 위원장!”
“내가 이기면, 개성 공단 재가동과 백두산 관광하는 겁니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니까.”
어디 있기는 여기 있지.
그렇게 민재인 대통령보다 5분은 앞서 오름 정상에 오르니 저 멀리 성산 앞바다가 보이고, 옆으로는 제주 오름들이 늘어서 있는 장관이 눈에 들어왔다.
하여 말을 멈추고 한동안 그 광경을 보노라니 민재인 대통령은 물론 남북의 인사들이 다들 말 위에 타고 올라온 것이 아닌가.
“들 여기 있어라.”
“예, 위원장 동지.”
북측과 남측 인사들까지 그렇게 떼어버리고, 민재인 대통령이 탄 말 고삐를 넘겨받아 오름 한쪽으로 끌고 갔다.
당연히 말에 탄 채 말이다.
“역시 우리 민족은 기마 민족의 후예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
“왜 대답이 없습니까?”
“하고 싶은 말부터 하시오.”
“대통령님과 내가 100년 전에만 태어났어도 만주벌판을 같이 달리면서 독립운동을 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우리가 힘을 합쳐서 잃어버린 만주벌판을 회복해야 하는 처지이니······. 하여튼 우리는 동지입니다. 맞죠?”
말 등에 타서 이렇게 말하는 나를 한동안 바라보던 민재인 대통령이 대답 대신 이렇게 물어왔다.
“동지가 아니라 주적이라고 하면 화낼 거요?”
“또 그 소리. 그리고 이런 주적 봤습니까?”
“못 봤소. 그런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왕양이 와서는 뭐라고 합디까?”
“격 떨어지게 내가 그런 놈을 왜 만납니까. 저기 우리 외무상 이용호 동지가 만났지.”
“그 사람 중국 서열 4위 아니오?”
중국 사열 4위라도 나보다는 격이 떨어지지.
그래서 만나지 않고, 이후 보고만 받았다.
“맞습니다만, 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대한 영도자인데, 그런 자와 격이 맞습니까. 그리고 공화국의 군비 증강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아무 소리 하지 않다가 이제야?”
“그때도 우려는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곧 한국에도 갈 모양이라고 우리 외무상이 그러더군요. 그러니 잘 대비하십시오.”
“격 떨어지게 나보고는 왜 대비하라 하시오. 우리도 저기 외무부 장관이 있는데.”
“그건 그러네요. 하하하! 그러나 잘 준비시킨 다음에 만나게 하세요. 괜히 꼬투리 잡히지 마시고요.”
“모든 것은 다 북한 때문이다. 그래서 군비를 증강한다. 앵무새처럼 이렇게만 말하면 되지 뭔 준비할 게 있다고 그러시오.”
“우리 이용호 외무상도 남한 때문에 군비를 증강한다고 했으니 남북이 서로 때문이라고 도돌이표처럼 계속 그렇게 떠들면 참 재미는 있겠네요. 그렇죠?”
남북이 서로 때문에 군비를 증강한다고 중국에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면, 중국은 과연 그 말을 믿을까.
“물론. 그러니 중국에는 계속 한국 때문에 군비 증강한다고 하시오. 그럼 우리도 북한 때문에 군비 증강한다고 계속 이야기할 테니까. 그런데 진짜 준비는 잘하고 있소?”
“제주도에 오기 전 중국 품에 안겨줄 화성 10형과 화성 12형을 추가 생산하라고 내 돈 10억 달러나 주고, 대중국 공작을 위해서는 3,000만 달러 줬습니다. 이만하면 잘 준비하는 것 아닌가요.”
“대중국 공작이 뭐요?”
“저번에 내가 준 그 목표 이외에 우리가 선제 타격해야 할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핵 기지, 미사일 기지, 대공 레이더기지 등 군사시설을 찾아내고, 위험인물과 요인을 암살하는 거죠. 그러니 대통령님께서도 진짜 잘난 대한민국 국정원을 동원해서 그런 군사 시설을 찾으십시오. 하여 함께 타격 지점을 결정하게요.”
“저번에 김 위원장이 준 그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원과 국군 기무 정보사령부, 주중대사관 등에서 이미 하고 있소. 그런데 위험인물과 요인 암살 공작을 벌써 시작했소?”
“그래서 미화 3,000만 달러나 줬습니다.”
3,000만 달러나 지출했다고 자랑스레 이렇게 말하자 민재인 대통령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그럴 것이다.
북한에서 3,000만 달러와 미사일 개발에 준 10억 달러를 합치면 큰돈이기 때문이다.
“경제력 차이를 고려하면 우리가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35조 원보다 많은 돈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그런데 김 위원장 비자금이 얼마요?”
“고작 묻는 말이 그겁니까.”
“물을 수도 있지.”
“그런 것 묻지 말고, 저처럼 이런 것을 물으세요. 개발 중인 현무 개량형 사거리가 얼맙니까?”
“사거리 2,000km, 탄두 중량 3톤, 거의 개발 직전이요.”
사거리 2,000km면 중국 동부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었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민재인 대통령을 보니 뭐 묻었느냐는 듯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하여튼 멋대가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양반이었다.
“그렇다면 아주 많이 생산하세요. 그래야 미사일 비를 중국에 선물하죠. 그리고 언론 보도를 보니 안창호(3,000톤)급 잠수함 4번함 이봉창과 5번함 정기룡도 곧 진수한다면서요?”
“그것도 봤소.”
“안 보고 싶어도 아침마다 한국 언론 보도에 관한 보고서가 쌓이고, 읽기 싫어하면 저기 민은정 소좌가 다 읽어줍니다.”
“참 좋은 특별 비서를 뒀군.”
“그렇죠. 그리고 그 잠수함들이 진수되고, 이어서 6번함 곽재우에 원자력추진 잠수함 1번 함 단군왕검, 2번함 치우천왕, 3번함 해모수, 세종대왕급 이지스 방공구축함 4번함 강이식, 5번함 온사문, 6번함 대걸중상, 한국형 이지스 방공구축함 1번함 동명성왕, 2번함 유리명왕, 3번함 대무신왕, 4번함 태조대왕, 5번함 고국천왕, 6번함 을파소도 진수되면 해군으로도 중국과 겨뤄볼 수 있겠군요.”
“그게 걱정이요. 서해안을 따라서 적당한 곳에 자리 잡은 다음 적함이든 미사일이든 요격할 생각은 안 하고, 해군이 그런 무모한 객기를 부릴까 봐서.”
“객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랬다가 꽃 같은 젊은 목숨이 얼마나 사라지겠소. 그래서 그게 걱정이라는 말이오. 나는 아직도 중국과 전쟁 없이 평화롭게 통일이 되었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그리고 이즈음은 거의 나 혼자서 전쟁준비를 하다 보니 그걸 더 뼈저리게 느끼고.”
나도 전쟁 없이 평화롭게 통일도 되고, 만주는 회복 못 하더라도 간도라도 돌려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건 몽상가들이나 할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