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시간벌기(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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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때처럼 온 세상에 다 알려지는 일이 발생하면, 장길상은 물론 해외정보국 요원을 모두 총살해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는 것으로 대중국전쟁 대비 공작까지 지시하고 나니 김여성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위원장 동지, 저도 제주도 가도 되죠?”
“뭐하려고?”
“아니, 위원장 동지께서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여사님을 뒷방에 유폐시켰으니 저라도 따라가야지요.”
“내가 언제 네 새언니를 유폐시켰다고 그런 망발이야.”
“그게 유폐가 아니면 뭐에요?”
“자유를 준거다. 자유. 그리고 너도 까불면 그 꼴 나니 조심해라.”
수진이처럼 귀엽지도 않은 것이 귀여운 척을 하는데, 이건 진짜 못 봐줄 정도였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내가 김정은이고, 김여성은 동생이니 어쩌겠는가.
그러니 꾹 눌러 참으면서 아주 귀엽게 봐줘야지.
“흥!”
“까불지 말고 넌 평양에 있어. 우리 둘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면 반동세력이 준동할 수도 있으니까.”
“이 공화국에 더는 반동세력이 없네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거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감시 잘하고 있어. 하면 내가 다녀온 이후에 제주도 보내주마.”
“정말요?”
“그래, 가서 할 일이 제법 있을 거다.”
흑돼지 구매에 따른 후속 조처와 내가 구상하는 한라산 관광 등의 실무 회담 등 제법 일이 있을 것이니 그 단장으로 김여성을 보내면 딱 맞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니 그때는 배시시 웃더니 제 새언니 그러니까 김정은 마누라 이슬주 이야기를 또 한동안 하기에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김정은 마누라를 내가 왜 데리고 살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 잘 먹고 잘살면 되지.
그렇다고 내가 구박하는 것도 아니고,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고, 궁궐 같은 특각에서 잘 지내고 있는데, 솔직히 이게 내 심정이었다.
“네 새언니 이야기는 그만하고, 네 새언니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반동들이 있으면 그들이나 잘 단속해. 알았어?”
“이 공화국에서 누가 이슬주 여사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겠어요. 나니까 하지.”
“그럼 됐으니까 나가 봐!”
“예, 위원장 동지!”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제주도로 향하는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역사상 최초로 평양~제주 노선이 생기는 순간이었지만, 그것보다 강백호로 한번 가본 제주도를 김정은으로 다시 간다는 것이 나름대로 감회가 있었다.
그렇게 내린 제주 공항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가을은 깊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통일부 장관 조명견입니다.”
“하하하! 반갑소. 그런데 민 대통령님은?”
“곧 도착하실 겁니다.”
“그럼 공항에서 기다립시다. 그런데 흑돼지 농장과 축산진흥원 등에는 연락해 놓았소?”
“물론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특별실로 가시죠.”
“그럽시다. 그런데 민 대통령님은 언제?”
“10분 후 도착이시니 잠시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님께서 그 제주 토종 흑돼지 농장은 어떻게 아셨기에 식사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하신 것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통일부 장관 조명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기에 한차례 빙긋 웃은 다음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조 장관, 북에도 인터넷이 되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깜박······.”
“됐소. 그리고 또 한 번의 이산가족 상봉은 어디서 할까요?”
“그거라면, 서울에서 하는 것이······.”
“뭐 그럽시다. 내가 평양 올라가는 즉시 실무단을 보내겠소. 단, 그 실무 회담은 이 제주에서 하도록 합시다.”
“제주에서요?”
“내 동생 김여성이 올 것이오.”
2019년 즉 내가 환생한 이해 이산가족 상봉은 총 3차까지 진행됐고, 이제 4차 상봉을 눈앞에 두게 됐다.
“김여성 부부장이 온다면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애가 오면 4차 상봉에 이어서 5차 상봉까지 합의하시오. 또 향후 구체적으로 이산가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논의도 해보시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도출되면, 대승적으로 북 이산가족의 한국 이주도 허락하겠소.”
“정말이십니까?”
“나 두말하는 사람 아니오.”
“한국의 모든 이산가족을 대신해서 제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 위원장님!”
“별말을.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한 국군포로도 이번에 송환하겠으니 그것도 협의해보시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주공항 특별실에서 조명견 장관과 차를 마시면서 기다린 지 정확하게 10여 분 후, 민재인 대통령이 나타났다.
“하하하! 대통령님, 요즘도 격무에 시달리시는지 얼굴이 영 아니십니다.”
“이게 다 김 위원장이 던진 미끼 때문이오.”
“그러실 줄 알고, 산삼 가져왔으니 드십시오. 민 소좌, 가져와라!”
“오. 민은정 대위가 기어이 소좌가 된 것이오. 이러다가 내년이면 장군이 되겠소.”
“장군으로 되겠습니까. 당 중앙군사위원회 후보위원은 되어야죠. 그건 그렇고 어서 드십시오.”
이렇게 억지로 민재인 대통령에게 북에서 가져온 산삼을 먹인 다음 제주 토종 흑돼지 농장으로 직행했다.
“자자. 이용호 외무상 동지, 석유 탐사한다고 고생하는 오지용 부위원장 동지, 내래 호위한다고 고생하는 이만철 호위사령관 동지, 내각부총리 노주철 동지와 여러 동지들. 이거는 내가 사는 것이니까 많이들 드시오.”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나를 수행하고 온 이용호 외무상, 오지용 부위원장, 이만철 호위 사령관, 내각부총리 노주철 등이 앉은 제주 흑돼지 농장의 부속 식당 테이블로 가서 이렇게 말한 것은 제주 공항을 출발한 지 약 40분 후였다.
그리고 나는 민재인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이제 보니 김 위원장은 쇼맨십도 능하군요.”
“대통령님은 그 분야에 약하지만, 저야 능하죠. 그런데 야당에서 쇼통한다고 매일 공격하더니만 이제 그런 일은 없어지겠군요.”
“한국 내정 말고, 다른 이야기하기 위해서 보자고 한 것 아니오?”
“맞습니다. 그런데 궁금해서요. 하나 대통령님이 싫어하시니 오겹살부터 드시죠.”
“많이 드시오.”
민재인 대통령의 이 말을 뒤로하고, 식당 종업원이 능숙하게 잘라 놓은 제주 토종 흑돼지 오겹살 한 점을 멸치 젓갈에 찍어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육즙이 터져 나오면서 입안을 가득 채우는데, 그 맛이 내가 찾던 바로 그 맛이었다.
하여 한바탕 웃은 다음 연이어 고기를 집어 먹으니 민재인 대통령이 마치 돼지라도 보듯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살을 많이 빼서 이제 95kg 간당간당하는 별로 뚱뚱한 돼지도 아닌데 말이다.
“먹는 사람 민망하게 뭘 그렇게 보십니까?”
“아니요. 많이 드시오.”
“대통령님도 드십시오. 곧이어 제가 한 말에 놀라서 못 드시지 마시고요.”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바람까지 잡을까.”
“좋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그전에 농장주 선생!”
“예, 예, 말씀하십시오.”
“농장에 있는 토종 흑돼지 모두 나에게 파시오.”
돼지를 팔라는 내 말에 농장주는 물론 민재인 대통령, 통일부 장관 조명견, 외교부 장관 강영화, 제주도 지사 이정기 등 한국 측 인사들이 놀라서 쳐다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건 좀······.”
“그럼 전부가 아니라 반을 파시오.”
“김 위원장이 하고자 한 이야기가 이거요?”
“아뇨. 그러나 이것도 내가 제주에 온 목적 중 하나이니 대통령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허 참. 이 지사 뭔 방법이 없겠소?”
“대통령님, 이 농장과 여타 농장에서 구해보면 적어도 200마리는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구해볼까요?”
“그러시오. 김 위원장이 산다니까. 아, 그러고 축산진흥원장, 진흥원에 토종 흑돼지 몇 마리나 있소?”
“지금 당장 50두는 분양할 수 있고, 내년에는 215두 분양 계획이 서 있습니다.”
제주도 지사 이정기와 제주 축산 진흥원장 임경수가 이렇게 말하기에 끼어들어서 그들과 한동안 이야기를 해보니 토종 흑돼지 200마리는 당장 구할 수 있고, 내년에는 300두 정도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민은정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민 소좌, 남포까지의 배달 비용을 포함해서 한 마리당 60만 원 쳐서 300마리 가격 1억 8,000만 원과 유채 씨앗 가격 2,000만 원 합쳐 총 2억 원을 여기 이정기 제주도지사에게 드려.”
“예, 위원장 동지!”
민은정이 그 즉시 김은주와 가져온 가방을 열어 20만 달러를 꺼내 제주도지사 이정기에게 주자 민재인 대통령 등이 놀라서 쳐다보기에 이렇게 말했다.
“환차익은 여기 고깃값이오. 하하하!”
“김 위원장, 여기 고깃값은 통일부 장관이 낼 것이니 그렇게 큰소리치지 말고, 돼지와 유채 씨앗을 사려고 온 것은 아닐 것이니 이제 본론을 꺼내놓으시오.”
“그전에 돼지는 대통령님이 책임지고 남포까지 배달해 주시고, 혹 비용이 더 들면 나중에 청구하세요.”
“그건 여기 이정기 지사가 알아서 할 것이고, 제주도도 남북 협력기금이 있소.”
“그럼 10만 달러 더 드릴 테니까 제주 흑우도 몇 마리 보내주세요. 이 지사, 알겠죠?”
“그러겠습니다.”
“민 소좌, 10만 달러 더 드려라!”
이렇게 제주 토종 흑돼지와 토종 흑우에 유채 씨앗까지 구매한 다음 고기 몇 점을 더 먹고, 시원한 맥주도 한잔 마셨다.
하여튼 그렇게 들일 뜸은 다 들인 다음 내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하는 민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개성공단을 다시 열고, 백두산 관광을 시작하려고 우리 채용해 부위원장이 지금 미국에서 협상 중이니 미국이 오케이 하면 둘 다 하시죠.”
“뭐라고요?”
“말 그대로입니다. 단, 개성공단 임금은 최소 50만 원에서 최고 150만 원까지 올려 받고, 주 40시간 근무가 조건입니다. 그리고 제반 비용, 세금 등은 모두 업체가 내고, 북 노동자 임금은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여 예전처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된다는 그런 헛소리가 다시는 나오지 안 토록 할 것입니다. 그래도 못 믿는 족속들을 위해서는 노동자 임금에 관해서 한국 정부가 자금 추적과 감시 감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할 것입니다. 됐죠?”
“그러니까 지금 북 근로자 임금을 최소 50만 원에서 최고 150만 원까지 올리고, 근무 조건은 주 40시간에 세금 등 제반 비용은 우리 업체가 내는 조건으로 개성공단을 다시 열자. 그리고 북 노동자 임금은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고, 혹시라도 모를 북 당국의 착취에 대해서는 우리가 자금 추적과 감시 감독을 할 수도 있다. 그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