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시간벌기(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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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는 각 군단에 100대씩, 각 시도와 협동농장 등에는 골고루 배분됐으나 G4 렉스턴 여유분은 모두 호위사령부 몫으로 돌렸다.
“민은정 대위와 김은주 중위 수고했다. 해서 각 일 계급 특진시켜 소좌와 대위로 임명하고, 포상금으로 각 1만 달러를 내리니 앞으로도 충심을 다하도록. 알겠나?”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감사는, 아! 그리고 평화자동차에는 차 보냈어?”
“차종별로 각 2대씩 보내 역설계 하라고 했습니다. 위원장 동지.”
“잘했어. 그러나 디자인은 그 차들과는 달라야 해.”
“이미 그렇게 지시했으니 전혀 새로운 차가 나올 것입니다.”
“디자인만 살짝 다를 것이니 전혀 새로운 차는 아니지. 어떻든 그렇게 만들어서 시험해 보는 거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으니까.”
포드 F-150, 익스플로러, 쌍용 렉스턴 G4와 렉스턴 스포츠 각 2대는 이미 평화자동차로 옮겨져 역설계를 위해 차량 해체가 진행 중이었다.
그럼 그 역설계를 바탕으로 북한에서 만든 차가 나올 것이고, 그러면 테스터를 거치고 거쳐서 전혀 새로운 차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북한에 백호 자동차가 설 것이다.
내 이름을 건 자동차 회사가 말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좋아. 그리고 5일씩 휴가를 줄 것이니 고향으로 가서 가족들 만나고 와. 돌아오는 즉시 제주도 가야 하니까.”
“제주도요?”
“그래, 남조선 제주도다. 그러니 어서 휴가 가! 그런데 남조선에서 뭐 좀 사 왔어?”
“위원장 동지가 주신 용돈으로 선물 조금 사 왔습니다.”
“그건 잘했다. 그래도 더 필요한 것이 있을 것이니 이번에 호위사령부에 배당된 것 중에서 필요한 것 있으면 가져가.”
민은정 고향은 개성, 김은주 고향은 남포였으니 5일 휴가면 충분하리라.
그리고 그녀들 부모는 교사와 농장원이었으나 내 특별비서가 된 이후에는 각 개성시와 남포시에 자리를 만들어 주어 지금은 엄연한 노동당원으로서 각 시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감사는 인마. 그리고 운전 조심해.”
민은정과 김은주는 그렇게 휘파람을 불면서 선물로 받은 포드 익스플로러에 한가득 고향으로 가져갈 선물을 싣고, 각자의 고향으로 떠났다.
나는 그 길로 자모산 특각으로 가서 사격 연습도 하고, 승마장에서 말도 타면서 느긋하게 앞으로의 일을 궁리했다.
“뭐라고요?”
“왜 한번 말하면 못 알아듣소. 금강산 관광이 아니라 백두산 관광과 개성 공단 재가동을 남조선 정부에 요청하시오. 그럼 핵 감축 회담을 계속하겠소. 아니면 어떻게 할지 알죠?”
“참, 나. 한국에 슈퍼코브라를 무상으로 주라고 우기더니 이제는 백두산 관광과 개성 공단 재가동이라고요?”
“그렇소. 그러고 개성 공단 자금이 핵 개발 자금으로 유입된다는 그런 헛소리가 다시는 안 나오도록 할 것이고, 공단 운영도 예전과는 달리할 것이고, 백두산 관광도 마찬가지이니 귀국에서는 별 걱정하지 마시고. 아시겠소?”
“그 말을 어떻게 믿소?”
“개성 공단 임금은 예전처럼 그렇게 지급하지 않고, 업체에서 근로자에게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도록 할 것이오. 물론 근로소득세 10%는 업체에서 원천징수해야겠죠. 즉 10% 세금만 제하고, 근로자에게 모두 현금으로 월급을 주겠다는 말이오. 그리고 백두산 관광 수입도 직원들 월급으로 줄 것이고, 그래도 남는 관광 수입은 백두산 등 공화국의 자연보호기금으로 사용할 것이오. 정 못 믿겠으면, 남조선과 같이 각 자금에 대해 감시 감독을 해도 좋소.”
핵 감축 협상을 위해 다시 마주 앉은 채용해가 이번에는 이렇게 나오자 판스 부통령은 물론 국무부 장관 폼페이오도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물을 것은 물어야 했다.
“개성 공단 운영을 예전과 달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요?”
“예전 우리 근로자 최저 임금은 70달러, 평균 임금은 141달러였소. 거기에 사회 보험료를 포함하면 155달러, 간식비 20달러, 버스 이용료 12달러, 국값과 피복비 30달러, 탁아소 비용 20달러 등 간접비까지 합치면 1인당 230달러 정도였소. 하나 다시 개성 공단을 열면, 우리 근로자 임금을 최소 500달러에서 최고 1,000달러까지 올릴 것이오. 물론 간접비용은 모두 업체가 부담해야 하고, 근무 조건은 남조선과 똑같이 주 40시간, 일일 8시간으로 해야 하오.”
근로자 임금 최소 500달러에서 최고 1,000달러, 근무 조건은 주 40시간, 일일 8시간으로 해야 한다는 채용해의 말에 판스 부통령이 이렇게 대꾸했다.
“그러면 한국 기업 아무도 입주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운영을 예전과 달리한다는 것이오. 임금을 그렇게 올리면 오지 않을 기업이 많겠지만, 임금 1,000달러라고 해봐야 남조선 돈 100만 원 안팎이오. 남조선 최저임금이 얼마인데, 그것도 못 주는 기업을 우리가 굳이 받을 필요가 있겠소. 안 그렇소?”
“......,”
“지금 단천광산과 석유 탐사에서 일하는 우리 근로자 임금이 남조선 돈 150만 원이오. 그리고 그 돈은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되기에 귀국도 오케이 한 것 아니요. 또 유엔 안보리에서도 근로자 임금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낸 것이고.”
“그건 우리 미국 정부가 귀국과 한국 정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떻든 새로 개성 공단을 열면 그렇게 운영할 것이고, 남조선 기업이 복귀하지 않는 공장은 우리 공화국에서 대신 운영하겠으니 귀국이 하루 속히 이 문제와 백두산 관광에 대한 결론을 내주시오. 그래야 핵 감축 협상을 계속 이어가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이 바람에 다시 회담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 판스 등은 트럼프와 머리를 맞대고 몇 날을 그 문제로 토론해야 했다.
“빌어먹을 로켓맨 자식! 그 자식을 죽여 버리면 진짜 소원이 없겠는데.”
“저도 그런 마음이지만, 죽일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죽였다가는 일본이 핵미사일을 맞아 불바다가 될 것도 문제고요. 어떻게 보면 일본이 남북의 인질로 잡힌 기분입니다.”
“일본을 핵 무장시키면 어떨까?”
“그랬다가는 당장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것이고, 대만과 이란, 사우디도 할 겁니다.”
“그들은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되지.”
“그럼 진짜 남북을 잃을 수도 있고, 우리는 또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서 러시아와 중국이 그 기회를 노리고, 뭔 일을 벌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럼 또 백두산 관광과 개성 공단을 양보해야 하는 건가?”
“양보가 아니죠. 멀쩡하던 공단을 박근애가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유용된 증거도 없이 제 마음대로 닫고,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니까요.”
백악관의 회의는 그렇게 이어졌다.
그때 나는 느긋하게 제주도 관광지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있었다.
정상 회담은 회담이고, 볼 것과 놀 것과 먹을 것은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제주 토종 흑돼지를 방목해서 키우는 농장과 그 농장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소개한 영상을 보게 됐다.
“그래, 이거야. 이거. 이게 진짜야. 내가 춘천이나 육지에서 먹었던 흑돼지는 모두 교잡종 흑돼지였어. 그래서 맛이 다른 돼지랑 크게 차이가 없었던 거야. 그리고 예전 제주도에 여름 휴가 갔을 때 그 제주지점 양지성에게서 얻어먹었던 그 흑돼지가 바로 이 토종 흑돼지였겠지.”
나는 몇 년 전 여름 휴가에서 내가 다니던 은행 제주지점에서 근무하는 행원 교육 동기생 양지성을 만나 그에게 끌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시골 마을로 가게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토종 흑돼지 일명 똥돼지 고기를 먹게 되었는데, 그 맛이 가히 일품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흑돼지 간판이 달린 모든 고깃집을 가 봤으나 그 맛을 따라가는 고기는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이제 보니 흑돼지이지만, 토종 흑돼지가 아닌 교잡종 흑돼지를 먹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흐흐흐. 제주에 가자마자 이 토종 흑돼지를 사와 개성 2목장에서 소와 함께 방목해 키워야겠네. 그럼 북에서도 이 흑돼지를 먹을 수 있어.”
북한에도 피현, 북부 백색종, 인흥종, 혜산 돼지 등의 돼지가 있었으나 내가 먹어본바 그때 그 제주의 토종 흑돼지에는 맛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그 맛에 버금가는 것은 인흥종 돼지로 이 돼지는 함경남도 금야군 인흥노동자구에서 바쿠샤종 돼지와 금야지방의 바쿠샤형 돼지를 교잡하여 얻어낸 개량품종이기에 토종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2009년에 제주에서 오고, 평양 돼지 농장에서 키운 그 흑돼지는 토종이 아니었나 왜 그렇게 맛이 없었지.”
지난 2009년부터 평양 사동구역 덕동 평양 돼지농장에서는 제주도에서 온 흑돼지 100마리를 사육했는데, 그 돼지의 후손에 후손 돼지를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역시 맛이 그 맛이 아니어서 이런 의문을 가져야 했다.
어떻든 그 평양 돼지농장은 10만 마리를 사육하는 제법 큰 농장이었지만, 이참에 시설 개보수도 하고, 사육 두수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기어이 개성 2목장에 전화를 걸어서 흑돼지 키울 준비까지 하게 했으니 이럴 때 보면 나도 참 단순한 놈이었다.
그리고 그 단순함에 또 39호실 심용만을 불러서는 이렇게 지시했다.
“100만 달러 준비해 놓아. 남조선에 갈 때 가져가게.”
“예, 위원장 동지.”
“그런데 금은 어떻게 됐어?”
“국제시세에서 10% 손해를 보고 중국에 넘겼습니다.”
“대금은?”
“받았습니다.”
“하면 지금 잔금은 얼마?”
“100만 달러 가져가시면, 40억 7,785만 달러가 남습니다.”
여기저기 돈을 그렇게 많이 쓰고도 아직 잔액이 40억 달러가 넘는다기에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장마당이 합법적으로 활성화되고 북한 경제가 조금 나아지니 39호실로 들어오는 돈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거기에 단천 광산과 여타 광산에서 캔 금도 이번에 18톤이나 더 들어와 10톤을 중국에 밀수출했는데도 현재 재고는 165톤이었다.
하여 심용만에게 다시 이렇게 지시했다.
“10억 달러를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에게 주고, 사거리 5,000km 이내 중거리 미사일을 더 많이 생산하라고 해.”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이 바람에 사거리 3,500km에서 5,000km 사이인 화성 10형(3,500~4,000km)과 화성 12형(4,000~5,000km)을 생산하는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갔다.
장차 모두 중국 품에 떨어질 미사일들이 말이다.
그런데 민재인 대통령은 현무 개량형을 잘 생산하고 있나.
하여튼 이런 지시를 내린 다음에는 정찰총국장 장길상을 불렀다.
“중국 건은 어떻게 되고 있소?”
“현재도 요원들이 나가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동지.”
“공작하려면 돈이 필요할 것이니 39호실에서 3,000만 달러 받아가시오. 단 알려진 것 이외의 중국 비밀 핵 기지와 이동식발사대, 핵탄두 생산 시설 등등은 반드시 찾아내고, 대공 레이더 기지도 모두 찾아내시오. 또 위험한 핵 기술자는 흔적을 남기지 말고 모두 암살하고.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말, 절대 잊지 마시오. 안 그러면 골치 아파지니까.”
“잘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믿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