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시간벌기(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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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이 물음에 민재인 대통령은 차라리 그보다는 이즈음에는 김정은이 더 믿음이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모르나 공짜로 주리라는 것은 아오.”
“그러지 말고 대당 200만 달러 내시오.”
“2,000달러면 생각해 보겠소.”
“대당 190만 달러는 어떻소?”
“2,500달러까지 드리겠으니 그게 싫으면 아파치 등 무기 구매 이번에도 취소, 핵 감축 협상도 취소요. 그러니 결정해서 통보해주시오.”
AH-1W는 미 해병대가 1986년부터 1998년까지 도입해 주력 공격헬기로 운용한 기체로 기존의 코브라보다 성능이 대폭 강화되어 슈퍼코브라라고 불리는 기종이다.
우리 육군이 도입한 AH-1S/F 코브라와 같은 시기에 전력화된 기종이지만, AH-1S/F와는 다른 고성능 엔진 덕분에 출력은 2배 강화됐고, 토우 미사일은 물론 AGM-114 헬 파이어 미사일과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까지 탑재하며, 전방감시적외선장비, 야간 조준 시스템 등을 탑재해 악천후와 야간에도 작전할 수 있었다.
해서 민재인 대통령은 이 헬기를 무상으로 양도받아서 신설하는 해병 6기동여단에 배치해 아파치, 마린온 등 함께 작전하게 하려고 트럼프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런데 무상으로 준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이러니 분통이 터져서 이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그때 마침 내가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공화국 인민들의 배고픔을 단박에 해결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우습지도 않은 그런 농담 그만하고, 용건은?”
“한번 보죠.”
“어디서?”
“제주도!”
“제주도 좋지. 단, 김 위원장이 해줄 일이 있소.”
“뭡니까?”
민재인 대통령이 그 즉시 AH-1W 슈퍼코브라 헬기 이야기를 꺼내기에 한바탕 웃은 다음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이라면 도와 드려야죠. 그리고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왔으니 내가 한라산에 가는 것이 정상인 것 같으니까 제주도에서 보시죠.”
“고맙소. 그리고 그럽시다.”
“그건 그렇고 조성과 동앙 신문 폐간 등 때문에 한국이 좀 시끄럽던데 일은 잘되고 있습니까?”
“모두 잘 되고 있소.”
“그래야지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남북에서 친일파는 모두 척결해야죠.”
“우리보다 북한에 친일파가 더 많다던데······.”
“주석님과 장군님이 이용해 먹고, 살려놓은 자들을 이번에 제가 다 처리하고 있으니 남에서나 잘하세요.”
전화는 그렇게 끊었지만, 1차 재산몰수와 평생 강제노역에 처한 친일파와 그 후손 753명에 이어서 이번에 2차로 친일파와 그 후손 1,073명을 더 찾아내 역시 재산몰수와 평생 강제노역에 처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한국보다 더 가혹하게 친일파와 그 후손을 처단하는 것이니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핵 감축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는 채용해를 불러서 이렇게 당부했다.
“채 동지, 이번에도 1기당 10억 달러와 함께 개성 공단 재가동, 백두산 관광도 얻어내시오. 또 남조선에 AH-1W 슈퍼코브라 헬기를 무상으로 원조해주기 전에는 핵 감축 회담을 중단한다고 통보하는 등 미국 애들 약도 좀 올리시오. 그리고 또······.”
“개성 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이 아니라 백두산 관광에 남조선에 AH-1W 슈퍼코브라 헬기 무상원조 건을······.”
“바로 그렇소. 그리고 개성 공단 재가동 조건은 이렇게 거시오. 우선 노동자 임금은······.”
내 지시를 받은 채용해는 다음 날 미국으로 떠났고, 나는 그 즉시 특수작전군 군단장 이성대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지시했다.
“이 동지, 내가 이미 지시한 것처럼 두 달 안에 길 다 정비하고, 훼손된 나무도 새로 심어 말끔하게 복원하시오. 알겠소?”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내래 이 동지만 믿겠소.”
“심려하지 마십시오.”
지난번 민재인 대통령과 백두산을 차로 오를 때 그가 훼손된 곳을 복원하고, 길 때문에 잘려나간 나무도 다시 심으라는 바람에 그동안 특수작전군을 시켜서 일부 훼손된 백두산을 복원하고 있었다.
처음 이 일은 군량미 무상 배급 사건에 불평불만을 드러냈다가 노동교화형에 처한 자들에게 맡겼다가 그놈들보다는 특수작전군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것 같아 임무를 교대했고, 그 노동교화형에 처한 자들은 양강도 숲 가꾸기와 황폐해진 산에 나무 심기를 하고 있었다.
또한, 백두산 대피소 겸 산장은 증·개축, 필요 없는 인공구조물은 철거, 정상으로 올라가는 궤도식 삭도는 정비, 삼지연 공항은 단장, 대표적인 숙박 시설인 베개봉 호텔과 삼지연의 콘도, 방갈로, 여관 등도 단장, 온천과 야영장 등도 모두 새로 단장해 당장에라도 백두산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특수작전군 군단장 이성대에게 이렇게 전화를 하고 나서는 다시 양강도 위원장 이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동지, 백두산 관광공사는 어떻게 됐소?”
“삼지연 공항에 사무소를 마련하고, 지금은 관광안내원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동지.”
“차는 들어왔소?”
“미제 포드 F-150 10대, 익스플로러 10대, 남조선의 G4 렉스턴 10대, 렉스턴 스포츠 20대 이렇게 총 50대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럼 됐군. 아, 그리고 제설차와 우리 동무들이 탈 차는 평화자동차에서 보낼 줄 것이니 동지는 관광 안내원 교육 잘하고,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점검하시오. 하고 내 특별비서 둘을 보낼 테니까 자리를 만들어 관광 일을 좀 가르쳐 놓으시오. 알겠소?”
“빈틈없이 처리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양강도 위원장 이상원과의 통화도 끝내고, 내 특별비서 중 지금 한국에 가 있는 민은정과 김은주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을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백두산 관광공사를 이번에 설립했으니 이지영과 신문희 너희 둘이 가서 관광 일을 배워. 하면 적당한 시기에 다시 부르겠다. 그리고 윤선미와 김선옥 너희 둘은 평화자동차로 가서 역시 일을 배우고 있으면 적당한 시기에 부르겠다. 김경아와 조애경 너희 둘은 평양 방직공장으로 가서 역시 일을 배워. 이승희와 남병희 너희는 당 검열위원회로 가서 역시 일을 배워. 들 알았어?”
“예, 위원장 동지.”
가기 싫어도 어쩌겠는가.
내 명령이니 가야지.
이렇게 10명의 특별비서 중 민은정과 김은주만 곁에 남기고 모두 일을 배우도록 각지로 보냈으니 이도 다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미국 판스 부통령 등과 채용해가 다시 마주 앉아 핵 감축 협상에 들어갔으나 첫 회담은 30분도 넘기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으니 바로 채용해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남조선에 슈퍼코브라 헬기를 무상으로 원조하기 전에는 핵 감축 협상은 없소.”
“뭐라고요?”
“못 들었소. 남조선에 슈퍼코브라 헬기를 무상으로 원조하기 전에 핵 감축 협상은 없소.”
이렇게 첫 회담은 끝났고, 이를 전해 들은 트럼프는 불같이 화를 냈으나 이번에도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제는 남북이 합작으로 우리를 엿 먹이는데, 이 둘을 우리가 역으로 엿 먹일 뭔 방법이 없을까?”
“무역 보복은 어떻습니까?”
“지금껏 그 방법으로 제법 효과를 봤지만, 다시 그 방법을 또 쓰기에는······.”
“하면 슈퍼코브라를 무상으로 주십시오. 한국에서 올해 사준 무기만 해도 얼마입니까. 그 덕분에 군산복합체에서 다음 선거에 약속한 선거자금은 또 얼마입니까. 그리고 바닥을 기던 대통령의 인기는 또 얼마나 올랐습니까. 그러고 아파치 20대와 기타 무기도 더 주문한다니 그냥 주십시오. 그래도 대통령에게 뭐라고 할 자 아무도 없고, 의회도 입을 닫을 겁니다.”
“부통령은 내 편이 아니라 그들 편인가?”
“그들 편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우리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러다가는 진짜 남북 모두를 다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중국에 한 방을 날릴 펀치 하나도 잃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일본 애들보다는 솔직히 한국인들이 훨씬 믿음도 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그들을 이용만 해 먹었으니······.”
판스 부통령의 이 말에 국무부 장관 폼페이오와 백악관 안보 보좌관 볼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트럼프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200만 달러 이상 받을 수 있는 헬기를 무상으로 주라니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고, 그리고 그건 장사가 아니야.”
“대통령은 장사꾼이 아니라 대통령이고, 국제 정치를 그렇게 장사하듯 하면 될 것도 안되는 수가 있습니다.”
“뭐가?”
“한국 민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처럼 장사꾼의 마음으로 아파치 대신 유럽이나 러시아 헬기를 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우리의 아파치와 무기를 삽니다.”
“그건······.”
“그게 국제 정치이고, 이제 남북은 우리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시기를 벗어났습니다. 그걸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당장 슈퍼코브라를 넘기지 않으면 핵 감축 협상도 없다고 나오는 북한을 보십시오. 자국을 공격할 무기를 한국에 공짜로 주라고 하는 이게 현실입니다. 현실. 그러니 무상으로 지원해 주십시오.”
트럼프와 판스가 이런 대화를 나눌 때 나는 김일성 광장으로 나가 내각 부총리 노주철, 보건성 강하국, 농업성 이철만, 건설감독성 권성호, 식료일용공업성 조영철과 민은정, 김은주가 남한에서 여기까지 가져온 수많은 것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반강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김일성 광장에 모인 평양 시민들도 남한에서 올라온 태양광 패널, 기초의약품과 의료장비, 분유, 기저귀, 생리대, 여자용 속옷, 소, 돼지, 면양, 산양, 토종닭, 각종 씨앗, 굴착기, 불도저, 덤프트럭과 단열재, 단열창문, 단열 벽지, 레미탈 등 건축자재, 소와 돼지고기, 부탄가스, 가스버너, 초코파이, 각종 라면과 통조림, 일회용 식품 등등을 보면서 만세를 불렀다.
물론 김정은 만세였지 나 강백호 만세는 아니었다.
“노주철 동지, 이게 다 남부 지방에 배당하고 이제 이 평양과 평양 이북 지역에 배당할 것들만이오?”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개성, 남포, 황해도, 강원도 등 평양 이남의 시도와 각 군단, 협동농장, 건설 현장 등에 보낸 나머지 것들입니다.”
“하하하! 수고 많았소. 수고 많았어.”
“수고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아니요. 수고했소. 그래서 말인데, 내 이번에 남조선에 갔다 온 모든 동지에게 포상금을 내리 갔소. 그리고 그 전에 노주철 동지, 보건성 강하국 동지, 농업성 이철만 동지, 건설감독성 권성호 동지, 식료일용공업성 조영철 동지와 내 특별비서 민은정 대위와 김은주 중위에게는 저 미제 포드 익스플로러 1대씩을 선물로 주겠소. 하하하!”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그렇게 미국 돈 10억 달러로 한국에서 쇼핑한 물건은 북한 전역에 배급됐고, 한국에 갔다 온 인사들에 대한 포상금은 물론 훈장까지 수여하는 환영 행사도 열었다.
그리고 북한 권력 서열 100위 안에 드는 자들은 포드 F-150 1대씩을 선물 받았고, 그 이외의 F-150과 포드 익스플로러는 대전차 사단, 특수작전군, 호위사령부 등에 배당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