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시간벌기(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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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식량난은 이미 해결되었으니 그만큼의 사료 작물이 더 생겨서 북한의 축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양원복 동지, 언제쯤 다 되겠네?”
“한 달이면 됩니다. 위원장 동지.”
“그 안에 남조선에서 태양광 패널, 단열재, 단열창문, 단열 벽지 등이 와야 하는데 말이야.”
“국가건설감독성 권성호 동지가 반드시 그 전에 가져올 것입니다.”
“그래야지. 그래서 보냈으니까. 그런데 방은 몇 개요?”
“태양 1형, 2형 모두 방 5개, 욕실 2개입니다.”
“55평에 방 5개, 욕실 2개라······.”
북한 전역에서 벌어지는 주택 개량사업은 이처럼 태양 1형 주택과 2형 주택이 있었는데, 각 형은 외형과 시공 자재가 달랐으나 방 5개, 욕실 2개는 똑같았다.
북한이 보통 4인~6인 가족이었으니 뭐 그러면 방은 적당할 것 같았다.
어떻든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중에서 의(衣)는 아직 해결해 주지 못했지만, 식(食)은 한국에서 쌀 430만 톤을 가져와서 해결해주었고, 이제 주(住) 즉 주민들의 집을 해결해 주려고 이렇게 주택 개량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것처럼 국가건설감독성 권성호를 한국으로 보내 태양광 패널, 단열재, 단열창문, 단열 벽지 등 건축자재를 구매해 오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 태양 1형과 2형 주택 모두 벽두께 50cm에 단열재와 단열 벽지로 마감하고, 3중 단열창도 끼우고, 지붕 전체를 태양광 패널로 덮으면 자체 발전만으로도 다가올 겨울을 따뜻하게는 보낼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양 동지, 상하수도 시설도 완벽하게 갖추고, 마을이 완성되면 저기 공터에 태양광발전시설도 세워서 옆 동네까지 전기를 마음대로 쓰도록 하시오. 아, 그리고 마을에 조경도 좀 해서 남조선의 전원 주택단지보다 여기가 더 멋지게도 꾸미시오. 내 목표가 그것이오. 아름다운 공화국 자연환경에 묻힌 아름다운 전원주택에서 배부르고 등 따시게 사는 행복한 공화국 인민들 말이오.”
“위원장 동지의 그 마음에 전 인민이 감동하여 위원장 동지께 천배 만배의 감사를 올려 드리······.”
주택 건설을 총 책임진 1여단장 양원복과 나를 수행하고 온 국가건설감독성 관리들과 노동당 간부들까지 그때부터 칭송인지 놀림인지 아직도 적응 안 되는 그런 이상한 멘트를 늘어놓기에 먼 산만 쳐다보다가 마을 건설 현장을 한 바퀴 더 돌아봤다.
그리고 가져온 돼지 100마리와 미화 10만 달러를 1여단 장병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돼지는 주민들과 같이 잡아먹어도 되니 주택은 한 달 안에 모두 완성하라.”
그 주택 개량 현장에서 곧장 평양으로 가지 않고, 개성 공단으로 간 다음 녹슬어가는 공장과 기계들을 돌아보면서 참 남북관계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이 공장들도 가동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 북한 인민들의 의식주 중의 의(衣) 즉 옷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것만 같았으니까.
하여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민은정이 구매한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줄줄이 운반차량에 실려 개성공단으로 들어온다는 연락이 왔기에 지원 센터로 쓰이던 건물로 가서 보니 차는 이미 운반차량에서 내려져 수량 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서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다가 남에서 온 운반차량이 모두 돌아간 다음 나가보니 모두 빨간색 렉스턴 스포츠가 줄줄이 서 있기에 인수 총 책임을 진 개성시당위원장 김인식에게 가서 이렇게 물었다.
“김 동지, 모두 몇 대요?”
“300대입니다. 위원장 동지.”
“300대면, 개성 목장에 30대 주고, 지금 건설 중인 개성 2목장에도 30대를 주시오. 그리고 개성시는 50대, 개풍군, 장풍군, 금천군 등에는 각 20대, 2군단에는 100대를 주고, 나머지는 다시 오는 것과 함께 각 군단에 100대씩, 각 시도는 정해진 그대로 배분하시오.”
“그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리고 도색은 따로 하지 마시고, 그냥 저 색깔 그대로 타고 다니고, 용도는 업무용이니 2군단장에게도 그대로 전하시오. 괜히 다른 색으로 위장해서 군사용으로 쓴다는 소리 안 듣게.”
괜히 꼬투리 잡힐 일이 없었기에 이렇게 지시했으나 각 군단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 그것도 군사용이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어떻든 북한은 도로 사정도 열악했고, 생산하는 차량도 영 아니었으나 이제 렉스턴 스포츠 5,000대와 포드 F-150 1,000대가 북의 온 산천을 누빌 것이니 좀 나아지려나.
“명심하여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좋소. 하면 차 한번 타봅시다. 그런데 남조선 애들이 기름은 꽉 채워 보냈나?”
차 외관을 한번 둘러본 다음 트렁크를 여니 차량용 먼지떨이와 엔진오일 뭐 그런 사은품이 들어있었다.
북한에도 이런 사은품 주는 것을 보니 참 우스웠지만 그래도 받을 것은 받아야지.
그런데 차 운전석 문을 열자 목 베게, 무릎 담요, 차량용 방향제, 300매 물티슈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민은정 그 애가 생각났다.
이런 사은품은 아마도 그 애가 받아낸 것이 확실할 것이니 말이다.
“부르릉~”
차 시동을 걸자 이런 소리와 함께 연료 게이지가 올라가서 절반에 멈추기에 실없는 웃음도 나왔다.
이왕이면 가득 채워 줄 것이지 절반이라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강백호로 차 샀을 때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 받았나.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아닌 것 같았다.
하여튼 그렇게 운전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차가 훨씬 좋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개성시당위원장 김인식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동지, 호위사령부 몫 30대와 개성 2목장으로 갈 30대도 내가 가져가겠으니 그렇게 아시오.”
“예, 위원장 동지.”
“김영철 상장, 운전할 수 있는 애들 뽑아 차 60대 인수 하라! 호위사령부 제 1호위국 제 2호위부 몫은 30대다.”
나를 호위하고 온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자 제 1호위국을 맡은 김영철이 그 즉시 운전할 수 있는 60명을 뽑아 차를 맡기자 그 차에는 또 3명씩의 호위병이 탔다.
그러니 너나없이 병력수송용 트럭을 타는 것보다 좋았는지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렇게 개성공단을 출발해서 제 2개성 목장 건설 공사현장이 있는 하조강리로 출발했다.
이 하조강리는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보면 바로 보이는 그 북한 땅이다.
개성 제 1목장은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바로 보이는 임한리, 제 2목장은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로 보이는 하조강리에 세우는 내 의도를 한국인들이 이제는 알았겠지.
하여튼 그렇게 제 2개성 목장 건설 현장으로 가니 불도저들은 연신 땅을 고르고 있었고, 굴착기들은 낮은 구릉에 올라 평탄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덤프트럭들은 그 흙을 저지대 즉 한강 변으로 나르고 있었다.
이 하조강리 역시 사람이 살지 않는 선전 마을과 일부 주민이 사는 마을, 군 초소 등이 있었기에 그 선전 마을은 단장하여 목장용, 주민들 마을 주택은 증·개축, 군 초소는 한강 변 즉 목장 울타리밖에 신축하는 공사도 함께 진행 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위원장 동지. 목장을 맡은 조철현입니다.”
“수고 많소. 그런데 저 구릉들과 산에는 원래 저렇게 나무가 없었소?”
“그것이······.”
안 봐도 뻔했다.
모두 땔감이나 밭을 만든다고 잘라냈을 것이다.
그러니 송악산이 이어지는 곳까지의 낮은 구릉과 산이 온통 헐벗어 속살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겠지.
속히 북한 전국의 헐벗은 산을 모두 녹화해야겠지만, 묘목은 턱없이 부족하고, 아직도 일부에서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니 뭔가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 하기는 했다.
“됐소. 됐어. 그리고 겨우 남은 저기 나무들은 저쪽으로 옮겨 작은 숲이라도 만들고, 주민들 마을에도 옮겨 심고, 목장에도 일부 옮겨 심으시오. 하고 저기 남조선 픽업트럭 30대를 가져왔으니 목장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알겠소?”
“예, 예, 위원장 동지.”
“그런데 여긴 저렇게 정리하고 나면 총 몇 평이나 될 것 같소?”
“총 1,500만 평은 될 것입니다. 임한리 제 1목장과는 달리 여긴 논도 그렇게 많지 않고, 모두 저런 낮은 구릉과 산뿐이고, 한강 변을 따라서 군부대 유휴지도 많기에······.”
“1,500만 평이라면, 이번 남조선에서 올 소 1만 마리를 다 수용하고도 남겠소?”
“충분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럼 산양도 몇 마리 줄 것이니 산양유를 생산해서 목장 일꾼과 하조강리 주민, 저기 한강을 지키는 인민군 장병들에게 제공하시오.”
내가 이렇게 목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는 사이 판문각에서는 호위사령관 이만철과 2군단장 김갑수, 6사단장 박명수와 주한 미군 사령관 게리슨, 미 2사단장 데니스, CIA 한국지부장 마이클 등이 북에서 미군 측으로 넘겨주기로 한 핵탄두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핵폭탄은 남조선에서 모든 물건이 넘어오는 즉시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시오.”
“그 말을 어찌 믿소. 그러니 당장 넘기시오.”
“경애하는 위원장 동지께서 그렇게 명령하셨으니 본인은 따를 뿐이오. 그리고 경애하는 위원장 동지는 귀국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분이시니 역시 우리를 믿고 기다리시오.”
“뭐라고요?”
“경애하는 위원장 동지의 명령에 따라 남조선에서 모든 물건이 넘어오는 즉시 핵폭탄을 주겠다는 말이오. 됐소!”
이만철의 이 통고에 게리슨 등이 얼굴을 구겼지만, 여긴 북한 땅이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한미군 사령관인 자신이 북한 땅 판문각에 온 것도 어떻게 보면 아주 잘못된 일이었지만, 핵탄두를 받으려면 그 잘못된 일을 행할 수밖에는 없었으나 이만철이 이렇게 나오자 달리 방법도 없었다.
그 바람에 그날은 그렇게 말씨름을 하다가 논의가 중단되고 말았다.
그들의 논의와는 달리 그날 경의선 육로를 통해서는 수많은 것이 북으로 올라왔고, 개성시당위원장 김인식은 그것을 분배한다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즐거웠다.
미국 놈들 돈으로 남조선에서 구매한 물품이 끝없이 공화국으로 올라왔으니까 말이다.
거기다가 개성시에 떨어지는 떡고물도 만만치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민재인 대통령은 합참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중이었다.
“내 분명 해병 2사단에 K2 흑표전차나 배치해주라고 했는데, 해병대에 또 기동여단을 만들자니 이게 뭔 소리요?”
“유사시 1기갑사단의 뒤를 받치는 전력은 1군단의 1, 2, 5기갑여단과 30기계화보병사단, 19기동여단, 1, 5, 6포병여단 등과 기동 5군단입니다. 우리 군의 진격로가 둘이 되면 1군단과 5기동군단으로 나뉘어 북진해야 합니다. 그러면 1군단과는 달리 5기동군단에는 정예 기계화 보병 전력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래서 해병 기동여단을 만들어서 그 뒤를 받치거나 선봉으로 삼자는 의견이 나와 대통령님께 건의 드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