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43화 (43/470)

〈 43화 〉 시간벌기(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그리고 그런 회담이 계속 이어졌으니 눈곱만큼의 성과도 없이 북미 핵 감축 협상은 시간만 질질 끌었다.

물론 그것이 채용해의 목적이었지만 말이다.

어떻든 그렇게 십여 차례 회담이 더 열렸지만, 역시 아무 성과가 없었고 다시 십여 차례 회담에서도 역시 아무 성과가 없자 채용해가 이렇게 일침을 날렸다.

“내일까지 답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공화국으로 돌아가서 위원장 동지께 그동안의 상황을 보고 드리고, 지금보다 더 가열차게 대륙간탄도로켓을 생산해 실전 배치하라고 건의할 것이오.”

“뭐라고요?”

“당신들 미국의 호전성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우리도 철저하게 준비해야지요. 그리고 최후의 순간이 오면, 당신들이 그렇게나 아끼는 일본부터 지옥 핵 불바다로 만들어 주겠으니 알아서 잘 막아보시오.”

북미 핵 감축 회담은 이렇게 결렬됐고, 채용해는 짐을 꾸렸다.

시간 벌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었으나 찜찜함은 남았다.

그러나 이런 회담과는 상관없이 신이 난 북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건 민은정과 김은주 그리고 김여성 등이었다.

페라리, BMW, 벤츠, 람보르기니, 레인지로버, 포르쉐, 포드 등등의 매장을 거치면서 정말 자동차를 실컷 보고, 내가 준 용돈으로 쇼핑도 하고, 서울 관광도 한 그들이 드디어 현대자동차 공장에 들러 자동차 생산 현장을 견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은정이 특히 관심을 가진 차는 SUV였고, 김은주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1톤 트럭이었다.

물론 내가 둘에게 각자 SUV와 1톤 트럭, 그리고 공동으로는 픽업트럭을 공부하라고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로와 여러 여건상 승용차보다는 SUV와 1톤 트럭, 픽업트럭이 훨씬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민은정 대위, 차 마음에 드나?”

“예, 부부장 동지.”

“그런데 위원장 동지와는 어떻게 되는 사이야?”

“비서일 뿐입니다. 부부장 동지.”

“정말이야?”

“예, 부부장 동지.”

“아, 이런 것 물었다고 위원장 동지께 일러바치지 마. 알았지?”

내가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인지 김여성은 남한에 온 이후 나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딱 한 번만 민은정에게 물었다.

그와는 반대로 서울에서 쇼핑할 때는 자기 돈으로 민은정의 화장품과 옷과 액세서리 등도 사주었고 말이다.

“물론입니다. 부부장 동지.”

“좋아. 그럼 열심히 봐. 장차 어떤 자동차 공장을 만들어서 어떤 자동차를 생산할지 나도 궁금하니까.”

그렇게 현대 자동차 생산 공장을 거쳐 기아자동차 이어서는 쌍용자동차로 간 김여성 등은 다시 차량 생산 견학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민은정은 쌍용차 상무 조관철에게 이런 것을 묻고 있었다.

“상무님, 이 렉스턴 스포츠 기본 사양이 남조선 돈으로 2,320만 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요?”

“예, 2,320만 원에서부터 3,058만 원까지 있습니다.”

“제원은 여기 적힌 그대로고요?”

“그래요. 그리고 북한 도로 사정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 이 차를 가져가면 아주 유용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어때요?”

“저도 농사용과 레저용, 일상용으로도 다 좋아 보여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죠?”

“예, 그리고 모든 일이 잘 풀려서 공화국에서도 이런 차를 생산할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그렇겠죠. 하여튼 감사해요. 상무님, 그리고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반드시.”

민은정의 이 말에 쌍용차 상무 조관철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즈음 가장 핫한 그녀의 얼굴을 말이다.

그러나 그건 그녀의 미모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이 의미하는바 때문이었다.

어떻든 김여성과 민은정 등이 그러는 동안 미국에서는 출국을 앞둔 채용해가 마지막으로 판스 부통령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미국의 입장은 귀국의 완전한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없으면, 평화협상도 상호불가침조약도 없다는 것이니 정 평화협상과 상호불가침조약을 맺고 싶다면, 비핵화부터 하시오.”

“우리도 다시 말하지만, 빈손으로는 죽어도 비핵화할 수 없소.”

“그럼 한국에 한 것처럼 핵무기를 우리에게 몽땅 파시오.”

“그 문제는 이미 이야기 끝난 것 아닌가요?”

“귀하가 선결 조건으로 꺼낸 미북 상호불가침조약 체결은 못 하지만, 양국이 거래는 할 수 있지 않소.”

“거래라니 좋소. 그러나 그전에 우리가 핵을 귀국에 몽땅 다 팔아버리고, 귀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공하면 그때는 어떻게 되오?”

“귀국이 어떤 식으로든 완전한 비핵화가 되면, 우리가 귀국을 침공할 일은 없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 장담할 수 없는 일. 그리고 정 우리 핵무기를 돈으로라도 사고 싶으면 1기에 남조선이 우리에게 치른 대가의 10배는 내놓아야 할 것이오. 그것도 아니면 1기당 적어도 10억 달러는 주거나. 그럼 다음에 다시 봅시다.”

아무 성과 없이 북미 핵 감축협상은 그렇게 종료됐고, 김여성과 민은정 등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북으로 귀환했다.

그녀들이 돌아오자마자 나는 민은정을 불러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은근히 이렇게 물었다.

“은정아, 남조선 어땠어?”

“사람들이 전부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바삐 움직이는 것이 여유도 없어 보였으며, 공기가 너무나 탁해서 사람 살기에는······.”

“그런 것 말고, 높은 빌딩, 화려한 네온사인, 수많은 차량,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물건, 끝도 없이 늘어선 먹을거리, 또 젊은 애들의 패션 등등 그런 것 말이다. 너도 부부장이 사준 화장품과 옷과 액세서리 등이 있잖아.”

“당장 버리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럴 필요 없고, 그랬다가는 나 없을 때 부부장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몰라. 그건 그렇고 차는 많이 봤어?”

“예, 위원장 동지. 특히 남조선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라는 차에 흥미가 느껴졌습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가 아니라 렉스턴 스포츠에?”

민은정이 렉스턴 스포츠에 흥미가 느껴졌다니 신기했다.

내가 SUV, 픽업트럭, 1톤 트럭에 관심을 가지라고 한 때문은 아니겠지.

“예, 그런 차가 있다면 공화국에 아주 유용할 것 같았습니다.”

“그 차보다는 포드의 픽업트럭이 더 좋지 않았어?”

“그렇지만 그건 미제의 차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 공화국 실정에는 맞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건 그러네. 그럼 이제 묻겠다. 우리가 그런 차 만들 수 있겠어?”

“지금도 평화자동차에서 비슷한 차를 만들고 있으니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 동지.”

“평화자동차라······.”

평화자동차는 북한 자동차 생산 공장으로 설립 당시에는 주식의 70%를 한국 평화자동차(신한국가정연합)가 30%는 조선 민흥 총회사가 소유했고, 피아트에서 라이선스받은 소형차, 중국에서 라이선스받은 픽업트럭과 SUV를 조립 판매했다.

그러나 지금은 평화자동차(신한국가정연합)가 보유하고 있던 70% 주식도 북한이 모두 넘겨받았으니 사실상 북한의 국영기업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산해서 2006~2011년까지 판매한 준마(쌍용 체어맨 기반), 2002년부터 판매하는 피아트 도브로 기반으로 한 겉모습만 보면 닛산 큐브와 유사한 뻐꾸기, 겉모습이 현대 테라칸과 유사한 뻐꾸기 2, 겉모습이 뉴 SM 5와 유사한 뻐꾸기 3, 앞모습은 싼타페 2세대랑 유사하고, 겉모습은 뉴 쏘렌토와 유사한 뻐꾸기 4WD-A 등등도 내가 유심히 살펴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나 그 모든 차가 내가 강백호로 죽기 전에 타던 제네시스 G70 3.0도 아닌 2.0 터보에 비하면 영 아니었고, 그전에 타던 그랜저, 소나타와도 품질에 차이가 있었다.

“예, 평화자동차에서도 뻐꾸기 4WD-A가 나오니 금방 비슷한 차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위원장 동지.”

“비슷한 차는 만들 수 있겠지. 그러나 차는 비슷하다고 다가 아니야. 그 차만의 고유한 영혼이 있어야 하는 거야.”

“차에 영혼이 있다고요?”

“그래, 영혼이 있지. 나는 타보지 않았지만, 페라리 타본 친구의 말에 의하면 분명히 영혼이 있어서 자신과 끊임없이 교감한다고 하더라고. 내가 만들고 싶은 차가 그런 차야.”

민은정의 눈이 그 순간 동그래졌다.

내 친구가 어디 있으며, 그가 페라리를 탔다는 말에 대한 의심이 가득한 그런 눈으로 그러나 영혼이라는 단어에는 약간 동조하는 듯하기에 이렇게 덧붙였다.

“하여튼 나는 그런 차를 만들고 싶으니 너는 열심히 차를 공부해. 알았지?”

“예, 위원장 동지.”

“좋아. 그러면 단천광산 현지 지도나 가자.”

그렇게 단천광산 현지 지도에 이어서 함경북도 부령군 어느 산골 마을에 들러 태양광 발전시설을 점검하는 현지 지도도 했다.

“총면적 1만 평에 단결정모듈(솔라170W급) 6,000장이 들어간 이 태양광 발전시설은 연간 1,350MW 전력 생산이 예상되어 최소 약 800가구분의 전기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다른 태양광 발전시설을 세운 마을과 거의 비슷하지만, 이 마을의 전기는 부족하지 않겠군.”

“이 마을만이 아니라 아랫마을까지 넉넉할 것입니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곧 겨울이 오면 당연히 그래야지.”

이 산골 마을은 산양과 면양을 주로 사육해서 그 특화마을로 지정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주고, 면양과 산양도 지원해주었으며, 사육시설과 착유 시설 등도 현대화시켜 주었으니 어느 정도 자립해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긴 아직 2년은 먹을 쌀이 있고, 올해 농사도 어느 정도 풍년이었으니 고기반찬만 있으면, 북한에서 더는 배를 곪는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그런 소리는 안 나왔다.

다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

***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평양을 찾아 채용해와 다시 마주 앉은 것은 가을바람이 부는 9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은 유엔에서 성명전을 주고받으면서 쌍방을 비난했지만, 뒤로는 이렇게 만나서 다시 핵 감축 논의를 개시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귀국의 비핵화가 먼저요.”

“당신네는 비핵화하지도 않고, 우리만 비핵화하라는 것은 도리에도 상호주의에도 맞지 않으니 그딴 소리 그만하시오. 그리고 귀국이 정 다른 나라들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우리에게 말고, 당신네 다음으로 핵무기를 많이 가진 러시아 또는 중국에 비핵화를 요구해 보시오.”

“뭐라고?”

“내 말이 틀렸소. 당신네만 가지고 우리는 없애라. 이게 말이요. 방귀요.”

“핵확산 금지조약에 따라서······.”

“우리 공화국은 그런 조약 모르고, 정 그 조약을 들먹일 것이면 러시아와 중국이 아니라 이스라엘부터 비핵화하라고 하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