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북미협상(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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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의 촛불시위대가 조성신문을 에워 쌓고 폐간을 외치는 것으로 촛불시위는 절정에 달하는 듯했으나 다음날은 50만, 그 다음 날인 토요일에는 100만, 일요일에는 150만이 모여 조성신문 폐간과 야당 해산을 외쳤으니 정국은 한마디로 요동을 쳤다.
그러자 조성신문과 뜻을 같이하던 야당은 지난 촛불시위의 기억 때문인지 다가오는 선거 때문인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슬그머니 뒤로 빠져서 일언반구 말도 하지 않았고, 의원 대부분은 외유를 떠나버렸다.
그래도 촛불시위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야당 대신 조성신문의 아류인 동앙신문과 여타 수구 언론이 나서서 연일 시위대를 비난하고,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으니 그들도 이 심상치 않은 시위를 계속 내버려두다가는 큰 위기가 올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분위기도 고조됐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기어이 이런 사건도 터지고 말았다.
“YBN 긴급 뉴스 속보입니다. 오늘 아침 7시 39분 박정훈 조성신문 대표이사 집에 괴한이 화염병을 던져 박 사장 자택이 화재 피해를 당하였습니다. 자세한 것은 이주명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주명 기자!”
“예, 현장에 나와 있는 이주명입니다.”
“이 기자, 소식 전해주시죠.”
“오늘 아침을 같이 먹기로 하고, 박정훈 사장 가족이 자택에 모인 틈을 노리고 범인이 화염병을 던졌으나 다행으로 다친 사람은 없고, 집 일부만 불에 탔습니다.”
“범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범인은 화염병을 던지자마자 준비해간 유인물을 뿌렸는데, 그 내용을 보면 자신은 특수부대를 지난 5월에 전역한 예비역 군인이자 독립투사의 후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소 조성신문의 보도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이번 촛불 시위의 발단이 된 그 보도와 계속 이어진 조성신문의 성명에 분개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숭미 사대세력 척결과 친일민족반역자 처단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 속보가 나가자마자 여기저기서 또 속보가 나오고, 그 바람에 대한민국은 더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언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화염병이 또다시 등장해 조성신문을 인쇄하는 인쇄소와 동앙신문 인쇄소가 불타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그 바람에 조성신문과 동앙신문 종이 신문은 발행이 중단됐고, 인터넷판만 나왔으나 촛불 시위대의 계속된 공격에 불안감을 느낀 기자 등 직원들이 너나없이 사표를 제출하는 바람에 조성신문 사장 박정훈은 기어이 이런 대국민 약속을 내놓아야 했다.
“우리 신문의 지난 보도를 돌이켜보면서 앞으로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공정한 보도를 약속합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이 대국민 약속이 있었던 그 다음 날 조성신문 박정훈 사장 집에 화염병을 던진 범인에 대한 그동안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범인은 평소 조성신문의 보도에 반감을 품고 있다가‘한미일 동맹을 파기하려는 민재인 정부는 김정은과 무슨 거래를 했기에 북괴가 일본에 핵미사일 공격을 운운하게 했는가? 그리고 도대체 왜 F35는 도입 중단했는가?’하는 보도에 극도의 적개심이 끓어올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계속 그런 보도와 성명이 이어지고, 동앙신문까지 가세하자 스스로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생각하고, 박 사장 주변을 탐문 탐색한 이후 그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단독범행이고, 배후는 없습니다. 아울러 범인은 독립투사의 후손도 맞습니다. 이상입니다.”
“정말 배후가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데, 그 독립투사는 누굽니까?”
“그건 그분의 명예를 위해서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만주에서 일본군과 싸우신 분이라고만 알아주십시오.”
“인쇄소에 불을 지른 범인은 안 잡습니까? 못 잡습니까?”
“지금 수사 중입니다.”
경찰의 이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여론은 오히려 범인의 행위에 동조하는 쪽으로 기울더니 급기야는 친일민족반역자를 다 처단하자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바람에 전국의 분위기가 더 흉흉해졌고, 몇몇 이름난 친일파들이 외국으로 도망치려고 공항으로 갔다가 어느 열혈 청년에 의해 구타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폭력은 전염되는 것일까.
그렇게 들불처럼 번진 폭력 때문에 그 질서정연하고 민주적인 시민의식이 살아 있던 촛불 시위는 이제 촛불 시위가 아니라 폭력 시위로 변질해서 조성신문과 동앙신문을 점점 옥죄여서 안 그래도 초상집에 된 조성신문과 동앙신문 사옥에 화염병이 날아들어 화재가 발생하는 사태도 그 이후 벌어졌다.
그런데 그 화재에 놀라서 뛰어나오던 조성신문과 동앙신문 기자들을 기다린 것은 구급차가 아니라 촛불 시위대의 돌팔매였다.
그 바람에 평소 편파 왜곡 보도를 일삼던 기자 십여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랬으니 박근애를 탄핵할 때의 그 평화롭던 촛불 시위는 이제 완전한 폭력으로 얼룩졌고, 결국 민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했다.
“국민 여러분, 작금에 벌어지는 폭력 시위는 대한민국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즉각 중단해 주십시오. 그리고 폭력에 대해서는 엄단할 것이니 이점 명심하시고, 즉각 폭력을 멈추어주십시오.”
대통령의 이런 대국민 담화에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고, 그에 여당과 법무부, 검찰, 경찰까지 나서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폭력은 서서히 줄어들었으나 시위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시위는 이제 온라인으로도 번져서 안 그래도 화재로 말미암아 1면을 비우고 겨우 신문을 발행하고 있던 조성신문의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동앙신문 홈페이지도 마비됐다.
한국이 이런 혼란한 와중에도 워싱턴에서는 다시 채용해와 판스 부통령 등이 마주 앉아 핵 감축협상에 임했다.
“귀국 김 위원장인 원한 것처럼 한국에 F35 조립 생산, 기술지원, 정비창 건설, 부품 생산, 거기에 더해서 AH-64 아파치 구매에 따른 한국형 소형 무장 헬기 개발 지원에 FA-50 성능 개량 사업, EA-18G 그라울러 등의 한국 판매까지 다 들어주었으니 이제 내실이 있는 대화를 해 봅시다.”
“진즉 그럴 것이지. 하여튼 좋소.”
“하면 즉시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시오.”
“그것도 좋소. 하면 미국도 즉시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시오. 그럼 우리도 즉각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겠소.”
“뭐라고요?”
“그게 상호주의 아니오. 우리가 폐기하면, 귀국도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안 그렇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오.”
“당연히 말이라고 하죠.”
채용해는 지지 않고, 미국은 왜 핵을 가져도 되고, 북한은 왜 가지면 안 되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거기에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끌어들여 북한 핵무장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는 예외로 한다고 쳐도 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예외고, 우리 공화국은 안 된다는 말이오. 어디 입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그들은 불량국가가 아니기 때문이오.”
“이스라엘이 불량국가가 아니라고요. 뻑 하면 옆 나라 공격하고, 옆 나라 사람 암살하고, 옆 나라 국토 강점하는 이스라엘이 불량국가가 아니라면 지나가는 소가 웃겠소.”
“말이 지나치오.”
“말이 지나치다는 그 말이 지나치오. 그리고 막말로 미국은 불량국가 아니오. 지난 70년 이후만 열거해도 이 세상 어느 나라보다 남의 나라 침공 많이 한 나라가 미국 말고 또 있소. 파나마, 그라나다, 이라크, 유고, 아프가니스탄 등등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진짜 말이 안 통하는군.”
“말이 진짜 안 통하는 것은 당신이오. 그러니 협상을 깨려면 깨시오. 우리는 답답한 것 하나도 없으니까. 그리고 올해 공화국이 다탄두 핵미사일 50기를 더 실전 배치하면, 미국은 더 답답할 것이오.”
채용해는 이렇게 말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버렸으니 정말 답답한 것은 미국이었다.
핵 시설과 핵 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도 없었고, 나를 암살할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반면 채용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간을 질질 끌면서 미국의 약을 올리고, 그래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술에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까.
***
나는 그때 느긋하게 금강산 온천에 다시 들렀다가 여름 금강산을 관광하고, 삼일포 와우도도 보고, 사선정(四仙亭)에서는 아무도 하지 못했을 낚시를 드리우고 있으니 내가 진짜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거기다가 나를 외곽에서 호위하고 있던 해상저격여단 애들이 장비를 갖추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잡아온 돌돔과 감성돔, 전복, 해삼으로 회 파티를 벌이고 보니 권력이란 참 좋은 것 같았다.
그러니 다들 권력을 잡으면 절대 놓으려고 하지 않겠지.
“자, 이 동지도 한점 하시고, 은정아, 너도 한점 해라! 은주, 너도.”
하여튼 내가 이렇게 멋지게 여름 휴가를 보내는 사이 민재인 대통령은 휴가도 못 가고, 한국항공우주 산업을 찾았다.
바로 현재 실전 배치된 FA-50 60대가 아니라 추가 생산을 지시한 AESA 레이더와 공중급유기능, 축소형 타우러스 탑재, AIM-120 암람에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까지 장착할 성능 개량형 FA-50 첫 기체의 생산 개시식에 참석한 것이다.
“김 사장,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레이시온이 개발한 AESA 레이더를 장착하지만, 미국에서 기술이전을 받으면 꼭 우리 손으로 개발한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전투기(KFX)가 창공을 누비는 것을 내 눈으로 반드시 보고 싶소. 알겠소?”
“예, 대통령님.”
“국방부 장관도 알겠소?”
“물론입니다. 대통령님.”
위상배열 AESA 레이더를 비롯해 전자파 방해장치(RF재머), 전자광학 추적장치(EOTGP), 적외선 탐색추적장치(IRST) 그 4가지 기술은 이번 미국과의 협상으로 이전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그 장비들이 탑재될 최초의 기체는 이 업그레이드 FA-50이 아니라 아마도 KFX가 될 것 같았다.
어떻든 민재인 대통령은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일전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레이시온이 개발한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이 FA-50 추가 생산을 지시했다.
AESA 레이더에 미티어, AIM-120 암람 공대공 미사일까지 장착하고, EA-18G 그라울러의 도움까지 받으면, 중국의 미들급 이상 전투기와도 싸워볼 수 있다는 계산 하에 60대를 더 생산해 총 기체보유 수를 120대로 늘리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