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북미협상(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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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제 시간을 봐서 황해도 사리원에 있는 815기계화 군단, 그리고 820전차 군단을 역시 평양 이북 평안남도 안주, 개천, 덕천으로 옮겨 놓으면 어느 정도 준비가 될 것 같았다.
물론 더 많은 부대를 휴전선 인근에서 빼 평양 이북으로 옮겨놓으면 좋겠지만, 그건 당장 어려웠다.
“딩동!”
“누구세요?”
“나야 나 서한국!”
“네가 웬일이야?”
내 동생 수진을 찾아온 또 한 명의 내 동생 서한국은 외사촌으로 올해 20살, 수진과 나이는 같았지만, 생일은 3달이나 느려 동생이었다.
그러나 고작 그 3개월로 수진을 누나로 대우할 마음은 전혀 없는 녀석이었다.
“너 잘사나 보러왔지.”
“외삼촌은?”
“나 혼자 왔어.”
“이제 다 컸네. 원주에서 이 춘천까지 누나 보러 혼자서 다 오고. 기특하다.”
“누나는 무슨 누나. 배고파. 밥 줘!”
수진이 차려준 점심을 그렇게 먹은 서한국이 지나가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나 군대가. 그래서 보러 왔으니까 나 보고 싶으면 면회 와라. 알았지?”
“진짜야?”
“응, 곧 입대해.”
“학교는 어쩌고?”
“휴학했지.”
“졸업하고 가지.”
“졸업하면 취업해야지 왜 군대가. 하여튼 여자들은 이래서 안 돼. 그리고 이제는 여자들도 강제적으로 군대에 끌고 가야 하는데 말이야. 왜 남자들만 군대 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 남녀평등 남녀평등 외치지 말고, 이런 것부터 남녀 평등하면 얼마나 좋아.”
서한국이 이렇게 말하자 수진은 아직 철들려면 멀었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 철없는 아가야. 여자들은 군대 안 가는 대신 남자들이 못하는 숭고한 일을 한단다.”
“숭고한 일 좋아하네. 그리고 요즘 여자들은 애도 안 낳더라. 그러니 그런 주장을 하려면 애 낳는 여자는 군대 면제해 주고, 안 낳는 여자는 끌고 가야지 안 그래?”
“그건······.”
“또 요즘 여자애들은 나 같이 멋진 대한민국 남자 다 놔두고, 죄다 양놈들만 좋아해서 외국으로 팔려가는 애들이 태반인데, 그런 여자애들은 왜 군대를 면제해 줘야 하는데. 모조리 군대 끌고 가야지. 그러니 군대는 심각한 남성 역차별이야. 역차별!”
“야, 너 언제 군대 간다고?”
“왜?”
“당장 가라. 이 누나가 차비 보태주고, 용돈도 줄게. 당장 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백호 형 대신 술이나 사줘.”
그렇게 둘은 대낮부터 술을 마시면서 내 이야기를 했다.
그 덕분에 술 마시다가 울기도 하는 등 추태를 부리다가 어느 사이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눴다.
“나 1기갑사단 간다. 꼭 면회와라!”
“1기갑사단이라면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그곳.”
“그래, 꼭 그 부대로 가서 전쟁 나면 제일 먼저 평양 가서 김정은 그 돼지 새끼 목을 내 손으로 딸 거다.”
“참아라. 참아. 그리고 요즘 돌아가는 정세를 봐라. 북한하고 우리가 싸우겠는지. 하고 진짜 적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될 확률이 높다. 이 아가야.”
“몰라. 하여튼 그 부대로 갈 거야.”
“그런데 그 부대 지원자가 많아서 이미 인원이 다 찼다고 하던데, 너 같은 애가 갈 수 있겠니?”
“무조건 가니까 그런 소리하지 마.”
“네가 정 그 부대 가고 싶다면, 이 누나가 대통령에게 부탁해줄까?”
수진이 말에 서한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대통령을 어떻게 안다고 그런 헛소리야. 벌써 취했어?”
“그래 취했다.”
“그럼 술이나 더 마셔!”
“자식, 한잔 더 마시고, 이 누나가 이니 시계 보여줄까?”
“뭔 시계?”
그렇게 서한국은 이니 시계를 보자마자 놀라서 이렇게 소리쳤다.
“남자 시계는 나 줘. 응?”
“그건 인마. 오빠 거야.”
“백호 형 것?”
“그래, 그리고 대통령에게 이 누나가 이야기 주겠으니까 기다려봐. 그 대신 기대는 너무 하지 마라.”
“됐다. 됐어. 네가 어찌어찌해서 이니 시계 하나 얻었는지는 몰라도 대통령께 전화한다는 그런 헛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아. 대통령 전화번호 뭐야? 뭐야? 진짜 놀고 있네. 그리고 취했으면 집에나 가자. 또 나는 그런 부정한 청탁 없이 당당하게 내 힘으로 갈 거니까 면회나 와라.”
“어쭈! 이제 제법 어른스러운 소리도 다 하네.”
둘이 그렇게 술을 마시는 시간 워싱턴은 오후 10시 45분이었다.
그러나 마주 앉은 판스 미국 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조이제 주미 대사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벌써 5시간째 설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 그런 소리하지 마시고 거두절미하고 다시 말하겠소. 그딴 개수작은 집어치우고, 내가 처음 지시한 것처럼, F35 조립생산, 부품생산, 정비창 건설, 한국형 소형 무장 헬기 개발 기술지원, 절충교역 100%, 우리가 요청한 무기 판매 다 받아내기 전에는 어림도 없다고 내 말 토씨 하나 빼지 말고 그대로 전하시오. 알겠소? 두 분, 이게 내가 우리 대통령님께 받은 지시이니 더는 그런 억지 부리지 마시오.”
“개수작이오?”
“그렇소. 미국이 그동안 우리에게 한 짓에 비하면 아주 고상한 단어죠.”
“뭐라고요?”
“F35 조립생산, 부품생산, 정비창 건설, 한국형 소형 무장 헬기 개발 기술지원, 절충교역 100%, 우리가 요청한 무기 판매. 더 말해야 합니까?”
“이건 그런 억지를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오.”
“억지가 아니라 귀국이 주기로 약속한 기술 달라고 하는 것이고, 1대에 약 1,000억이나 주고 사는 전투기를 내 마음대로 뜯어보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귀국의 억지요. 고작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도 내 마음대로 다 뜯어보는데, 진짜 너무 한 것 아니요.”
썩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를 하는 조이제 대사를 바라보는 판스와 폼페이오는 점점 곤혹스러웠다.
민재인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 도입 협상과 도입 중단을 선언하는 바람에 F35 184대, EA-18G 그라울러 48대, AH-64 아파치 36대, 조기경보기 3대, 글로벌 호크 3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6대 등등과 암람, SM3 등 각종 미사일과 탄약, 거기에 은근히 내비친 사드 포대까지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또한, 북한 애들과의 비핵화 협상도 중단되고 말았으니 이건 무슨 특별한 조처를 하기는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날 협상은 단 한치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중단되고 말았고,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고, 그 다음 날은 한국 국방부 장관 서진성과 방위사업청장까지 날아와서 협상에 가담했으나 역시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 날 평양에서 이런 성명이 발표되어서 워싱턴과 동경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는 7월 1일 오전 9시에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7형 2발을 시험 발사한다.
한발은 하와이 앞 공해, 또 한발은 동경 앞 공해를 목표로 발사하니 이 항로를 지나는 여객기와 선박은 안전을 위해서 다른 길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당한 로켓 실험이니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하면서 개소리를 지껄일 이유가 하나도 없다.”
평양발 성명의 내용은 이렇게 간단했다.
그러나 그 내용의 의미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으니 첫째 난생처음 듣는 화성-17형을 발사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역시 하와이와 동경 앞 공해가 목표라는 것이었다.
이 바람에 일본 총리 이시바는 길길이 날뛰면서 자신들도 당장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짖었으나 그건 처음부터 될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한국 외무부 장관 강영화가 이시바의 그 말을 듣고 이런 성명으로 맞대응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자인하고, 주제를 알며, 품격있는 말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무모한 주장을 하지 마라.”
얼핏 들으면 내용이 없는 성명 같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서 이를 들은 일본 총리 이시바는 속이 뒤집혔으나 북한이 다시 이런 성명을 내는 바람에 이번에는 까무러쳐야 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는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일본이 핵 개발에 나서는 순간 선제 핵 공격으로 일본의 야욕을 일시에 초토화할 것이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여러 핵 개발 국가에 해오던 일이고, 일본도 그에 동조한 미국의 동맹국이니 공화국에 뭐라고 할 일점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점입가경, 사태가 점점 점입가경으로 치달아 한국과 북한이 일본과 연일 성명전을 주고받자 기어이 일본이 핵 개발을 시도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성명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일본이 자중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본분을 잊고 경거망동하여 무모한 핵 개발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이어서 러시아와 EU까지 이 비슷한 성명을 발표하고, 유엔까지 나서자 국제사회는 다시 한 번 시끄러워졌다.
그러자 사태를 보다 못한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올렸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유엔의 대북 추가 제재안이 그렇게 부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불같이 화를 냈지만, 결국에는 민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돌려야만 했다.
“민 대통령, 로켓맨 그 자식과 도대체 무슨 거래를 했는지는 몰라도 이거 너무 한 것 아니오?”
“너무 한 것은 트럼프 당신이고, 미국이오.”
“뭐라고요?”
“내 분명 이야기했을 텐데요. 대한민국이 전범 국가 일본보다 못한 차별 대우를 받을 수 없고, 전범 기업 미쓰비시에서 우리 전투기를 수리 받을 수 없다고.”
“그건, 그동안 일본이 우리 미국에게······.”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것이 일본이라는 사실을 벌써 잊은 거요? 그리고 그 쪽발이들의 근성은 아시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그 더러운 근성을 말이오.”
“무슨 소리요?”
“지난 오천 년 역사에서 우리 한민족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은혜를 베풀었는지 아느냐는 소리요. 그러나 그들은 그 은혜를 왜구, 임진왜란, 정유재란 그리고 국권침탈로 갚았소. 그건 아시고 내 앞에서 아니 우리 한민족 앞에서 일본 편을 드시오.”
한국과 일본의 지난 역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 못했기에 트럼프는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는 해야 했기에 이렇게 말했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지시키시고, 다시 대화해 봅시다.”
“북한은 유엔에도 가입한 자주 국가인데, 내가 무슨 권한으로 미사일 발사를 중지시킨다는 말이오. 그리고 그들이 언제 우리말을 들은 적이 있소?”
“억지 그만 부리고 중지시키고, 다시 대화해 봅시다. 그럼 좋은 결과가 있을지 누가 알고, 중국과 문제가 생기면 우리 미국이 도와줄지 누가 알겠소.”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 들어봤소? 결국, 미국은 중국과 일전을 겨룰 수밖에 없을 것이오. 경제로 겨룬 일전은 미국이 이미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이제 남은 것은 뭐겠소. 그러니 우리를 도와주시오. 그럼 지금처럼 계속 무기 팔아먹고, 그에 따라서 미국 내 일자리도 생기고, 전범 국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든든한 혈맹도 그대로 유지하고, 미국이 100년은 더 세계 최강국 지위를 누리고, 얼마나 좋소.”
“막말로 까놓고 이야기해서 우리 기술 다 이전해주면 한국이 다시는 우리 전투기 사지 않을 것인데, 무슨 일자리가 생긴다는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