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북미협상(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하여튼 채용해와 이용호가 그런 막중한 임무를 안고, 내 친서와 함께 미국으로 간 것은 그 며칠 후였고, 나는 그날 남포 수산사업소를 현지 지도했다.
“내가 만들라고 한 어선은 어떻게 되고 있소?”
“50톤, 100톤, 150톤, 200톤급 어선들은 이미 90% 정도, 250톤과 300톤급 어선은 약 50% 정도, 1,000톤과 3,000톤급은 약 20% 정도 건조가 진행 중입니다.”
“빨리빨리 만들어서 인민들이 더는 목선 타고 바다로 나가서 어로 전투를 못 하게 제대로 지도하시오. 알겠소? 그리고 중국 애들 어선이 공화국 바다에 무단으로 들어오면 즉시 나포하오. 반항하면 기관총으로 갈겨버려도 좋소. 이것도 알겠소?”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내 지시에 남포조선소 소장과 북한 해군 서해함대 사령부 사령관 연철성이 즉각 대답하기에 새로 지은 수산물 어판장으로 가서 광어, 가자미, 삼치 등 어민들이 잡아온 고기도 보고, 마치 한국처럼 고기를 사면 회를 떠주고, 매운탕도 끓여주는 횟집에도 들러 광어회도 맛봤다.
“강 동지, 남포엔 수산물 전문 장마당이 몇 개나 있소?”
“18개가 있습니다. 위원장 동지.”
“제법 많군.”
“예, 그러나 3곳만 수산물 전문 장마당이고, 나머지 15개는 일반 장마당에 수산물도 같이 파는 그런 곳입니다.”
남포직할시 총인구는 약 78만 명이다.
그 정도 인구가 사는 동네에 시장이 총 18개가 있단다.
가만 내가 살던 춘천에는 장이 몇 개 있었지.
중앙, 남부, 서부, 동부, 풍물시장, 샘밭장, 기억나는 것은 이 정도였다.
그러나 대형할인점과 중소형 마트가 제법 있는 춘천과 이 남포를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제법 시장이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다 당에서 허가를 내주고 관리하는 곳이오?”
“그렇습니다. 모두 당에서 정식으로 장마당을 열어준 곳으로 소정의 사용료만 징수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그리고 또 말하지만, 장마당을 더욱 활성화해야 하오. 비록 남조선에서 쌀 430만 톤이 들어와서 앞으로 굶어 죽거나 배를 곪는 인민은 없겠지만, 어디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소. 안 그렇소?”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러니 강 동지가 이 남포에서라도 잘하시오. 그래야 남포 인민들이 잘 먹고 잘살 것이 아니요.”
남포직할시당위원장 강양모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는 그 남포시에서 가장 큰 장마당에도 들러 살펴보니 마치 춘천의 풍물시장 같았다.
이때 북한에는 공식적으로 허가를 내주고, 소정의 사용료만 징수하는 장마당이 약 500개였고, 대형 할인점도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에는 어김없이 들어서 있었으며, 공사 중인 곳도 여럿 있었다.
이처럼 북한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으니 여기서 토지 부분만 약간 개혁하면 북한 주민은 더 살기가 좋아질 것 같아서 평양으로 돌아오자마자 내각총리 박봉구를 불러 이렇게 지시했다.
“총리, 오늘부터 전국의 토지를 정확하게 다시 조사하세요.”
“위원장 동지, 토지 조사를 다시 하라고요?”
“그렇소. 정확하게 조사해서 정확한 토지대장을 만들고, 소유권도 명확하게 하시오. 그러면 내가 보고 다른 지시를 하겠소.”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39호실에서 예산을 받아가시오.”
통일 한국이 되면 북한 토지 문제는 제법 심각할 것이니 바로 월남 또는 탈북한 사람들이 북한 토지에 대한 원소유권을 주장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주민이 남한 토지의 소유권과 상속권을 주장 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를 대비한 토지 조사라기보다는 그전 단계인 토지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하고, 북한 주민에게 일정한 토지를 분배해 소유권을 인정해 주려는 취지로 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그래 놓으면 통일이 되었을 때도 원소유주가 명확하게 입증되는 토지에 한해서만 원소유를 인정해 보상해 주고, 나머지 토지는 현 소유주인 북한 주민과 북한 정부가 소유권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통일 조건으로 남한 주민 특히 투기꾼들의 북한 토지 매입을 한 50년간 금지해 버리면 북한은 부동산 광풍에서 벗어날 것도 분명했다.
“은정아, 차 한잔 줘.”
“예, 위원장 동지.”
민은정이 타온 인삼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궁리를 또 한동안 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서 올라온 보고서도 살펴보고, 결재서류에 결재도 하고 나니 벌써 오후 3시 이기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호위사령부 운동장으로 가서 내 호위들과 편을 나눠 축구를 했다.
참 좋은 직장 아니, 독재자는 참 좋았다.
내 마음대로 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민재인 대통령이 이랬으면, 아마 일각에서 탄핵해야 한다고 지랄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북한에서 누가 나를 탄핵하자고 하겠는가.
그런데 축구를 하고 나니 귀가 간지러운 것이 아닌가.
누가 이 시간에 내 욕을 하지.
***
그 시각 파주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내가 만든 개성 목장을 보던 1기갑사단 신병 서민재와 고용배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와아! 저게 북한이야. 어떻게 대관령목장보다 저기가 더 좋아 보여.”
“저 소들이 저번에 얻어간 그 1만 마리겠지?”
“그렇겠지. 그런데 가만히 보면 김정은 그 새끼 난 놈은 난 놈이야. 어떻게 핵탄두를 우리에게 주고 소와 쌀 등을 얻어갈 생각을 다 했을까.”
“그러니 인마, 그 나이에 북한에서 왕 노릇 하면서 잘 처먹고 잘살겠지. 안 그래?”
“그건 그러네. 하여튼 돼지 새끼 중에서 최고 난 놈은 그놈이다.”
“야, 요즘은 살도 많이 빠져서 그렇게 돼지로도 안 보이던데.”
“그래도 그 새끼 때문에 너와 내가 부산에서 여기까지 끌려와서 빡세게 구르는 거야. 인마!”
“우리가 땅개냐. 구르게.”
“맞다. 우리는 위대한 기갑이지. 크크크. 그리고 더 늦기 전에 헤이리 가자. 첫 외박 나와서 여기는 왜 와서. 어서 가자!”
드넓은 초지만 해도 525만 평, 뒷산까지 합치면 총 1,050만 평의 푸른 초지가 펼쳐지고, 그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을 멀리서 보면 정말 목가적으로 보였다.
그러니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개성 목장을 보는 한국인들의 눈은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풍력발전기가 한가로이 돌고, 태양광발전시설도 햇살을 받아 반짝이면 더 이국적으로 보여서 마치 유럽의 어느 선진 낙농국가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전국적으로 퍼져 군에 와서 첫 외박을 나온 서민재와 고용배도 개성 목장 구경을 왔을 것이다.
어떻든 친구로 동반 입대해 같은 부대에서 그것도 같은 전차의 조종수와 포수가 된 둘은 헤이리로 젊음을 만끽하러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때 워싱턴에 도착한 북한 채용해와 이용호는 머리를 맞대고 북미대화 전략을 가다듬다가 새벽 2시가 넘어 숙소 호텔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오전 11시 드디어 미국 판스 부통령, 국무장관 폼페이오와 마주 앉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소.”
“그래도 반겨주니 반갑소.”
간을 보는 것도 아니라 이렇게 짧게 인사한 넷은 서로를 노려봤다.
그래도 명목상 북미 핵 협상인데, 초반부터 분위기는 싸늘했다.
하긴 지난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를 주제로 다시 마주 앉았으니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그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핵은 더 고도화되어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화성-16형으로 이미 실전에 배치되어 언제든지 미 본토를 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어떻든 오늘 이 자리는 핵보유국끼리 하는 한쪽만의 비핵화 협상이라는 어찌 보면 다소 이상한 협상자리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이 회담은 북한 비핵화 회담이 아니라 북미 핵 감축협상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었다.
“이곳까지 왔으니 선물은 가져왔겠지요?”
“물론이나 오늘은 위원장 동지의 친서를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준 다음 다시 이야기합시다.”
“친서부터 전해라. 그 말이오.”
“그렇소. 아주 중요한 내용이니 친서부터 전하고, 다시 이야기합시다. 시간은 아주 아주 많으니까 말이오.”
시간이 아주 아주 많다는 채용해가 품에서 김정은 즉 내 친서를 꺼내 주자 판스 부통령은 일단 받아 간직한 다음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위원장 동지의 친서를 그렇게 취급하는 것은 공화국을 무시하는 것이니 즉시 트럼프에게 가져가서 뜯어보고 오시오. 우린 여기서 밥이나 먹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알았소?”
“뭐라고요?”
판스 미국 부통령이 이렇게 말하면서 채용해를 노려봤지만, 그는 희미하게 웃을 뿐 뭐라고 더 대꾸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판스 부통령은 이 회담이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불현듯 들었다.
그런데 그때 채용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재촉하는 바람에 폼페이오와 잠시 의견을 나눈 다음 곧바로 백악관으로 가서 트럼프에게 친서를 내놓았다.
“이게 로켓맨이 보낸 친서라고?”
“예, 그리고 그것을 읽어보기 전에는 회담할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그럼 읽어보지 뭐.”
그렇게 한국어에 능통한 비서관을 부른 트럼프는 편지를 그에게 넘겨주었고, 그가 그 자리에서 친서 내용을 이렇게 알려주었다.
친애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이오.
또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으니 어쩌겠소.
그러나 이렇게 서한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되었어도 무척이나 흥분되고, 설레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오.
그런데 조선과 미국 간 핵 감축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대통령이 먼저 들어주어야 할 일이 하나 있소.
그것이 무엇이냐면, 바로 남조선 민재인 대통령이 귀국에 요구한 것, 즉 F35 기술이전과 남조선에서의 조립생산, 부품생산, 정비창 건설, 거기에 더해서 AH-64 아파치 공격헬기 구매에 따른 한국형 소형 무장 헬기 개발 지원, 그리고 남조선에서 요구한 모든 무기의 판매요.
만약 이것부터 들어주지 않으면 우리 대표단은 즉시 철수할 것이고, 핵 감축 협상은 없소.
그러니 정세를 잘 판단하여 민재인 대통령에게 답을 주시오.
이 핵 감축 협상도 그분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니까 말이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이 친서 내용을 들은 트럼프는 그 즉시 책상을 내리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로켓맨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한 건가? 한국은 그들에게 적이고, 한국도 그들이 주적인데, 어떻게 적을 이롭게 하는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느냐 이 말이야!”
“아무래도 한국의 민재인 대통령과 협의를 한 모양입니다.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하겠습니까.”
“정말 남북이 통일이라도 할 모양인가?”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전 단계까지는 합의된 것이 아닐까요.”
“우리도 모르는 그전 단계라면?”
“일국이체제. 그도 아니면 연방이나 완전한 자유왕래, 전면적인 경제, 인적, 물적 교류 정도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