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국방개혁(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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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내가 그 단시간에 이렇게 변할 줄 알았을까.
내게 독재자의 자질이 있을 줄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
그래서 그인가.
“진짜 비핵화 할 마음은 있소?”
“우선 그것부터 드십시오. 백두산에서 캔 80년 묵은 산삼으로 특별히 대통령님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니 드시고, 저랑 달려보시죠. 남북통일의 그 날까지 말입니다.”
“이게 80년 묵은 백두산 산삼이라고?”
“예, 그러니 어서 드십시오.”
작년 가을에 백두산에서 캐 이 특각에 보관해 놓았던 산삼 중 한 뿌리는 그렇게 민재인 대통령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나도 그동안 두 뿌리를 먹었고 말이다.
그런데 김정은 그 돼지 새끼가 다 안 처먹고, 남겨놓은 것은 신기했다.
“어떻습니까?”
“산삼이 아니라 도라지 같은데······.”
“진짜 자연산 산삼이라니까요. 하하하!”
“그래도 도라지 같은데······.”
“은정아, 민재인 대통령님이 못 믿겠다니 가서 한 뿌리 더 가져와라!”
“예, 위원장님!”
수행 비서로 데려온 민은정에게 다시 산삼 한 뿌리 더 가져오라고 하자 민재인 대통령이 그녀를 힐끔 쳐다본 다음 이렇게 물었다.
“누구요? 혹 애인······.”
“제 비서입니다. 그것도 특별 수행비서! 그러니 잘 봐두십시오. 여차하면 김여성 대신 특사로 보낼 거니까.”
“아닌 것 같은데.”
“믿으세요. 그리고 태양광발전설비와 유실수 묘목은 꼭 지원해 주시고, 될 수 있으면 굴착기 몇 대도 끼워주십시오. 과수원 조성하려면 그게 참 필요하니까.”
“북에도 과일이 잘되오? 그리고 비핵화는?”
“북청 사과, 길주 배, 복숭아, 감 등 안되는 것이 없으니 지원해주시고, 비핵화 문제는 일단 미국과 접촉해 보겠습니다. 그래서 받아낼 것은 받아내야지요.”
“그래 보시오. 재주껏.”
당연히 재주껏 하지.
핵탄두 하나에 적어도 10억 달러는 받아내면서 말이다.
그때 민은정이 산삼 한 뿌리를 들고 나타났기에 이렇게 말했다.
“은정아, 인사드려라. 민재인 대통령님이시다.”
“안녕하십니까. 호위사령부 중위 민은정입니다.”
“그래요. 반가워요. 그런데 특별 수행비서가 아니라 호위사령부 소속 군인이셨구먼.”
“위원장님의 비서도 겸하고 있습니다.”
“은정아. 됐으니 나가 봐.”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민재인 대통령 때문에 민은정을 내보내고, 이렇게 화제를 전환했다.
“어서 산삼 드십시오. 대통령님이 건강해야 함께 손을 잡고 달리죠. 그리고 한국으로 가시자마자 금광을 개발할 기술자들을 보내 주십시오.”
“물론이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갑부대는 확실하게 준비해 주십시오.”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K2 흑표전차만 약 400대를 보유한 막강한 기갑사단을 만들 것이니까.”
“오! 기대됩니다. 거기에 K21 장갑차와 K9 자주포를 보태고, 아파치 공격헬기가 뒤를 받치면 정말 막강하겠군요.”
“그건 두고 보면 알 것이오. 주적에게 군사기밀을 너무 알려주면 안 되니까.”
“나 참, 또 주적이란다.”
“그럼 아직 주적이지. 아니요?”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하나씩 주고받죠.”
참 힘들다.
이건 뭐 남녀관계의 밀고 당기기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내가 강백호가 아니라 김정은이었으니까.
“좋소. 그럼 내가 먼저 하겠소. 핵탄두 몇 기요?”
“150기 이하입니다. 제가 묻습니다. 남북통일할 마음은 있습니까?”
“물론이오. 단 급속한 흡수통일이 아니라 점진적 통일.”
“그런데 저에게 주적이라고 하십니까.”
“비핵화할 마음은 진짜 있소?”
“어, 이건 반칙인데요.”
“있소? 없소?”
“솔직히 지금은 없습니다. 단 말했듯 일단 미국과는 접촉해 보겠습니다.”
이 정도 합의를 끌어낸 것도 성과인지 민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서 더 환하게 밝아지라고 이렇게 말했다.
“또 이산가족 상봉하고, 대통령님도 이모님 만나보시죠.”
“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또 무슨 억측이 난무할지 모르니 위원장이 우리 이모님 잘 좀 살펴주시오.”
“이미 특별 조처를 지시해 놓았습니다.”
“고맙소. 그런데 춘천의 그 강수진 양과는 어떻게 되는 사이요?”
“노코멘트. 그리고 감시 그만 하세요.”
민재인 대통령도 이산가족으로 북에 막내 이모가 있었기에 특별 관리를 이미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그래야 동생 수진을 잘 돌봐 줄 것이 아닌가.
어떻든 그렇게 또 한 번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축구 국가대항전 2차전까지 일사천리로 합의됐다.
이러니 민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북으로 북미 대화, 금광 개발, 이산가족 상봉, 축구 국가대항전 2차전까지 성과를 챙긴 것이 됐다.
그럼 나는 뭘 챙겼을까.
핵탄두 1기를 주고, 태양광발전설비와 묘목, 굴착기 몇 대, 아무래도 내가 손해인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님은 오늘 와서 북미 대화, 금광 개발, 이산가족 상봉, 축구 국가대항전 2차전까지 성과를 챙겼지만, 저는 아무것도 챙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관계의 신뢰를 위해서 한 가지 성과를 더 드리죠.”
“뭘 또 주시려고?”
“기대하십시오.”
“뭐기에?”
궁금해하는 민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속으로 고소를 한번 지은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번에 우리 애들 해킹 실력이 좋다고 했죠.”
“그래서?”
“그 애들이 이번에 중국 애들을 해킹하다가 한국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를 턴다는 계획을 입수했습니다. 흥미가 동 하십니까?”
“중국 애들이 우리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를 해킹할 것이다. 지금 그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러니 철저하게 대비하시고, 국방 개혁하는 김에 해킹 부대도 정비 좀 하십시오. 이상한 댓글이나 달게 하지 마시고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정찰총국 산하 121부대가 주도한다.
이 부대는 1998년 121소(所)에서 출발해 2012년 총참모부와 대외연락부 관련 부대까지 합쳤고, 공식 명칭은 기술 정찰국이다.
그리고 내가 김정은으로 환생한 이후 이 기술 정찰국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해주고, 인원과 장비도 보강해주어서 지금은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 다음가는 세계 2위의 능력을 갖춘 해킹 부대가 되어있었다.
“민재인 정부는 예전 정부처럼 이상한 댓글 달지 않고, 걱정해주지 않아도 이번 개혁에 국군 사이버 인원도 증원할 것이오.”
“확실하게 개편, 증원해서 사이버전에 대응하시고, 우리 애들이 알아내는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지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사이 신뢰가 더 쌓이겠군요. 그런데 해커부대원은 총 몇 명이오?”
“1만 명입니다.”
“뭐라고요?”
“그러니 잘 대비하시고 비밀 하나 더 알려드리면, 이번에 우리 애들이 일본 애들을 해킹해서 미화 약 1억 달러를 챙겼습니다. 하여 그 돈을 전부 그 애들 보너스, 장비 보강에 사용하라고 지시했으니 올해만 해도 내가 지원해 준 돈까지 합쳐서 한국 돈으로 약 1,100억 원이 그 부대에 투입된 겁니다. 자, 이제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그 애들 사기가 어떻겠습니까?”
민재인 대통령은 이 물음에 국군 사이버 사령부의 1년 예산이 얼마인지 가늠해봤으나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 북한에서 약 1,100억 원을 사이버전 부대에 투입했다니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돈의 반은 장비 구매에 사용하고, 반은 부대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었으면 한 사람당 한화로 약 550만 원이었으니 북한의 경제 사정을 생각했을 때 그 돈이면, 부대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해킹을 시도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건 모르겠고, 대한민국은 해킹하지 마시오.”
“물론이죠. 단 일본과 중국, 미국 등을 상대로는 계속할 것이고, 그 와중에 얻는 것이 있으면 알려드리죠.”
“말이라도 고맙소.”
“말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쉬시고, 내일은 백두산에 오르시죠.”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은 그렇게 이어졌고, 그 회담의 결정적 장면은 아무래도 다음날 두 정상이 백두산 장군봉 정상에서 악수하는 장면이었으리라.
“하하하! 활짝 웃으세요. 우리 사진이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덮을지도 모릅니다.”
“김 위원장이나 똑바로 웃으시오. 그리고 살도 좀 더 빼고.”
“왜 이러십니까. 벌써 23kg을 감량했는데요.”
“어떻든 잘해 봅시다. 그리고 미국과도 잘하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 웃으세요.”
백두산 장군봉 정상에서 그렇게 사진을 찍은 두 사람은 천지로 내려가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기야 일본 납북자 문제가 나왔다.
“그래서 일본 애들에게 뭐라고 해줬습니까?”
“북한의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대일청구권 등의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해주었소.”
“그건 잘했군요.”
“그런데 김 위원장, 일본은 몰라도 우리 국군 포로나 납북자 문제는 이 기회에 해결합시다.”
“실태 파악은 되어 있습니까?”
“2018년 통일백서에 따르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납북자는 3,835명으로 이 가운데, 516명이 아직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되어 있소. 그중에는 선원이 458명이고, 군인과 경찰 30명, 1969년 대한항공(KAL)기 공중납치사건 피해자 11명 등이오. 그 이외에도 한국전쟁 납북자까지 다 합치면······.”
“좋습니다. 인민무력성과 총참모부에 한국전쟁과 그 이후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파악해서 생사 확인, 생존자는 그 의사를 물어 한국으로 송환하고, 북에 체류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국 가족과 상봉하도록 조처하겠습니다. 됐죠?”
내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주자 민재인 대통령이 함박웃음을 터트리면서 이렇게 반응했다.
“하하하! 좋소, 좋아! 역시 김 위원장은 통이 남다르오!”
“그 말은 배가 튀어나왔다는 말이죠?”
“썰렁하기는!”
“뭐라고요?”
“아니요. 어서 갑시다. 천지가 우리를 부르는 것 같으니까.”
또 한 번의 남북정상회담은 그것으로 끝이 나고, 청와대로 돌아온 민재인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방부 장관과 국군 사이버 사령부를 통합해 사이버전 대응까지 맡은 국군 정보기무사령관을 불러서 거침없이 악담을 퍼부은 것이었다.
“내가 김정은 그 돼지 새끼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겠어. 응? 만약에 이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장관 당신과 사령관 당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땅에 묻어버리고, 사령부의 위관급 이상 장교란 새끼들은 모두 다 옷을 벗겨버리겠어. 알겠어?”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대통령의 이 악담을 둘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들어야 했다.
정강이를 걷어차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면서 말이다.
그랬으니 청와대를 나오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중국의 사이버전 대응에 나섰고, 그에는 국정원, 한국인터넷 진흥원, 경찰, 각 연구소 등이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