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국방개혁(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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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민재인 대통령이었다.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런 말을 꺼내 평지풍파를 일으켜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그 작태에 말이다.
‘하여튼 저 인간은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지.’
민재인 대통령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그때 주한미군 철수 소리를 들은 대한민국 수구 세력은 뒤집혔고, 보수 세력도 즉각 그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들만이 아니라 중도적 태도를 보이나 실상은 보수 세력인 2야당과 집권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철수라는 아수라장으로 들어가는 그때 민재인 대통령은 F35 전투기를 생산하는 미 록히드마틴사를 찾아 이렇게 엄포를 놓고 있었다.
“한 번만 더 대한민국을 물 먹이거나 속이거나 호구로 생각하면, 절대 다시는 결단코 록히드마틴의 어떤 무기도 사지 않겠다.”
그런데 그곳만이 아니라 보잉까지 찾아가서는 또 같은 말을 되풀이함으로써 다시는 미국의 호구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만천하에 천명했다.
그러자 대한민국 군사 마니아들은 이구동성 민재인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고, 그중에는 나 강백호도 있었다.
“좋다. 잘하고 있어. 어, 그리고 민은정 너는 어깨 주무르고, 김은주, 너는 다리 좀 주물러라.”
“예, 위원장 동지.”
민은정과 김은주는 기쁨조 중 만족조였다가 내 비서 그중에서도 특별수행 비서가 되었지만, 이렇게 어깨도 주물러 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었다.
이 몸이 연일 잔머리 굴리는 격무에 시달린다고 좀 많이 피곤하거든.
그건 그렇고 민은정은 나이 20살에 꽃보다 더 예쁜 아이로 딱 내 스타일이었다.
키는 168cm, 몸무게는 48kg, 가슴은 B컵, 피부는 우유 빛깔, 진짜 모든 것이 완벽한 내 스타일이라서 특별수행 비서로 뽑아 이렇게 옆에 붙여 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뭐해.
그림의 떡인걸.
확 이슬주와 이혼하고 같이 살아버려.
이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라 이혼을 할 수 있었는데, 주된 이혼 사유를 보면 출신 성분이 나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약 29%로 가장 많았고, 신념과 가치관 불일치가 21%, 바람을 피울 때가 19%, 애정과 성관계 불만족이 11%, 폭력이 10%, 자녀가 없을 때가 9%였다.
그러니 나도 이슬주와 이혼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입맛을 다시면서 민은정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 시원하다. 그리고 은정아! 일식집은 가봤어?”
“못 가봤어요.”
“그런데도 안 가보고, 그동안 뭐했어?”
“고등학교에서 기쁨조로 뽑혔고, 그 이후에는 교육을 받는다고, 그리고 제 고향 개성에는 일식집도 없었습니다.”
“그럼 지금 가자. 은주야, 너도 준비해라!”
그렇게 준비를 하고, 평양 낙원 백화점 후지모토 겐죠가 운영하는 라면집으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위원장 동지!”
“그래, 장사는 잘 되시오?”
“보살펴 주신 덕분에 그럭저럭 됩니다.”
후지모토 겐죠, 북한 이름으로 박철은 김정일의 요리사였고, 김정은과는 7살 그의 생일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그 이후 김정은과 자주 어울려서 놀아주었고, 이후에도 관계를 유지했다.
그랬으니 이곳에 라면집을 열도록 김정은이 도와준 것이다.
왜냐하면, 이 평양 낙원 백화점은 김정은의 비자금과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소유였으니까.
고로 이곳에서 초밥, 라면, 생선회 등을 먹으면 먹을수록 39호실에는 돈이 쌓이게 되는 그런 구조였다.
“그럭저럭 되면 되겠소. 잘 되어야지. 안 그렇소?”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말만이 아니니 어서 라면부터 주시고 모둠 초밥에 저 코스 요리도 주시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러세요. 그리고 이만철 동지와 김영철 동지도 이리 앉으시오.”
그렇게 우측에는 민은정과 김은주를 앉히고, 좌측에는 호위사령관 이만철과 김영철을 앉힌 다음 간장 라면을 간단하게 먹고, 모둠 초밥과 코스 요리도 먹었다.
물론 나를 호위해온 병력 중 일부도 같이 식사를 했으며, 모둠 초밥의 가격은 3유로였고, 코스 요리는 150달러까지 했다.
“어때?”
“맛이 아주 좋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됐네. 이제 맥주 마시러 갈까? 아니면 커피 마시러 갈까?”
“위원장 동지께서 가고 싶은 곳으로······.”
“하면 두 곳 다 가자.”
민은정과 김은주를 끼고 그렇게 창천 거리 커피숍 해맞이로 간 다음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두 여자에게는 카페라테를 시켜주었다.
그렇게 평양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이렇게 생각했으니 바로 오늘 나의 이 행보가 북한 부자들의 귀에도 들어가서 그들이 나처럼 각 곳에서 가진 달러화, 위안화, 유로화를 토해내기를, 그리고 그것이 바로 박근애가 말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북한판일 것이라는 것을.
‘그런데 부자 놈들이 소비하도록 이런 수를 쓸 것이 아니라 몇 놈을 찍어서 한국판 특별 세무조사를 한번 벌여볼까. 그럼 어떻게 될까. 돈 있는 다른 놈들은 겁을 먹고 절대 돈을 쓰지 않고 더 꼭꼭 숨길까. 그러면 빈대 잡으려다 초간 삼간 태우는 꼴이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날의 계산된 행보는 마쳤으나 민은정과 데이트하는 기분은 들어서 그건 참 좋았다.
하여간에 내가 이렇게 놀고 있을 때, 미국에서 귀국한 민재인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의 구체적인 성과인 남북통일을 위한 기반과 분위기 조성에 미국이 협력해주기로 한 것과 대한민국의 북한 지하자원 개발에도 미국이 적극 지지해 준다는 성과는 다 어디로 가고,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으로 사분오열된 국론을 들으면서 긴 한숨부터 토해냈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 서진성을 불러서는 이렇게 지시했다.
“장관, 그동안 내가 생각해서 마련한 국방개혁에 관한 세부사항과 국군조직법 개정안이 여기 있으니 검토해보시고, 당장 의견수렴, 공청회, 토론회 등을 진행한 다음 보고하시오. 그럼 국회에 안보 분야 추경예산 편성안과 함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낼 것이오.”
“잘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빈틈없이 처리해야 하오.”
서진성 국방부 장관이 알았다며 국방부로 돌아갔으나 당장 그날부터 국방부 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육해공 각 군 본부를 없애다니요. 이게 무슨 개혁입니까. 개악이지. 거기다가 육군은 1군사령부, 2작전사령부, 3군사령부 해체, 1군단과 5군단과 6군단을 합쳐서 1군단, 2군단과 3군단과 8군단을 합쳐서 2군단, 수도방위사령부는 3군단으로 부대 명칭을 바꾸고, 7군단은 부대 명칭을 5군단으로 바꾸어서 그대로 유지. 수도군단은 6군단으로 부대 명칭을 바꾸어서 기존 부대와 후방의 모든 부대를 지휘한다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국방 개혁안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했다.
그랬기에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터졌으나 시류에 밝은 자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다 우리의 자업자득이야.”
“자업자득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작년에 1군과 3군을 병합하여 설립할 예정이었던 지상작전사령부라도 제대로 출범시켰더라면, 이런 일이 있었겠나. 그런데 말로만 지상작전사령부를 출범시킨다고 하다가 결국은 무산되고 말았지. 그러니 전 국민이 우리 보고 뭐라고 했나.”
“......,”
“국방 개혁을 국방부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아마 그랬을걸. 아니, 군발이 새끼들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는다. 그랬지. 아닌가?”
작년 출범하려던 지상작전사령부는 결국 무산됐고, 그 무산 결과 국민은 군을 일러 이런 성토를 해댔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별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개혁하면, 육군에서만도 국방부와 합참의 다른 보직 중장은 빼고, 군단장 자리만도 당장 9개에서 5개로 줄어들고, 1군사령부, 2작전사령부, 3군사령부 해체에 따른 중장 보직 3개도 없어진다.
그리고 그 사령관 즉 대장 자리는 모두 없어지니 어찌 개혁에 동참하겠는가.
국방부는 2018년 장군을 436명에서 100여 명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는 민재인 정부 출범 직후 추진하던 4년 내 80여 명 감축에서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이었다.
그중에서 육군은 장군 90여 명을 감축할 방침이었는데, 그러면 313명이던 육군 장군은 30%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역시 개혁에 실패했다.
비대하고 방만한 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장군 감축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기어이 이런 사태를 맞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개혁이 이루어지면 국방부와 합참, 1군사령부, 2작전사령부, 3군사령부 등 주요 사령부와 부대도 모두 통폐합되어서 육군에서만도 대장 보직 3개, 중장 보직 근 20여 개, 소장과 준장 보직도 수십 개 이상이 날아가서 2018년 계획 90여 명을 월등히 웃도는 100여 명 이상의 별이 옷을 벗어야 할 판이었다.
그 바람에 국방부와 각 군 특히 육군에서 반발이 극심하게 나왔고, 군사 마니아와 군 개혁을 바라는 국민 일반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거기에 여당이 힘을 보태고, 군 개혁을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의 엄포에 일부 야당까지 가세하자 분위기는 점차 개혁 쪽으로 기울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군에서 호락호락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더니 기어이 군 장성 출신 모임이 군 개혁을 반대하는 집회를 광화문에서 열기에 이르렀다.
“나라에 충성한 장군들을 자르고 김정은에게 충성하려는 민재인은 물러가라!”
“군의 근간을 흔드는 빨갱이를 쳐 죽이자.”
“빨갱이 민재인을 탄핵하자!”
“탄핵하자!”
“탄핵하자!”
수십 명의 전직 장군과 그들에 동조하는 수백 명이 그렇게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곧장 청와대로 향하려다가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그런데 거기서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졌으니 그건 바로 그들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던 어느 시민이 이렇게 외치면서 달걀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 수구 꼴통 새끼들아! 진짜 빨갱이는 대통령이 아니라 네놈들이다. 그러니 군 개혁을 반대하여 적을 이롭게 하지. 이 똥물에 튀겨 죽을 놈들아!”
이렇게 말하면서 그 시민이 던진 달걀은 하나였지만, 이내 다른 시민이 가세해 달걀은 곧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어 그들에게 날아갔고, 그에 동조한 다른 시민들은 밀가루 세례까지 퍼부었다.
그러니 어찌 되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국방부로 몰려간 일부 시민들이 국방개혁을 반대하는 국방부를 해체하라고 집회를 벌이기에 이르렀고, 그 집회는 날이 갈수록 격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