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쌀과 핵(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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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과 분유라.
다 필요한 것은 맞다.
이 북한은 이렇듯 아직 필요한 것이 너무나 많은 거지 같은 나라였으니까.
그래서 어떤 존재가 나를 김정은으로 환생시켰나.
내가 이런 일을 할 줄 알고, 아니 이렇게 하라고 말이다.
“좋소. 의약품과 분유랑 교환해 오고, 인민들이 입을 패딩과 튼튼한 등산화도 좀 구해오시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것도 구해보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하하하! 나는 오 동지만 믿겠소.”
부위원장 오지용은 그렇게 다시 서울로 내려갔다.
핵탄두 4기를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말이다.
그러나 그의 방문으로 대한민국은 점점 더 시끄러워져서 핵탄두 처리에 관한 의견이 양분됐고, 결국 각자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서 연일 집회까지 벌였다.
“핵탄두 해체를 결사반대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인정하라!”
“주변이 모두 핵 강국이다. 우리도 살아남으려면 핵으로 무장해야 한다.”
한쪽에서 이렇게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렇게 주장했다.
“핵탄두 즉각 해체하라!”
“미국은 핵탄두 해체를 즉각 압박하라!”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일본도 핵무장을 한다.”
이렇게 양분된 한국의 여론을 보면서 오지용은 민재인 대통령과 마주앉아 다시 협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건 협상이 아니라 구걸이었으니 내가 큰소리만 치고 오라고 한 것과는 상반된 행동이었다.
“그러니까 의약품, 분유, 패딩, 등산화, 라면, 초코파이, 카스타드, 햄, 소시지 등을 지원해 달라. 지금 그 말이오?”
“생선 통조림도요. 대통령님도 아시듯 공화국 인민들이 낡은 목선 타고 바다로 나가 고기 잡다가 일본으로 떠내려가고, 남조선으로도 오지 않습니까. 그러니 통조림을 지원해주십시오. 그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대가로는 핵탄두 1기를 드리겠습니다.”
“도대체 북에 얼마나 많은 핵탄두가 있기에 이러시오. 그리고 그 핵탄두 다 이런 식으로 교환하다가는 대한민국이 파산하겠소.”
“한 해 예산을 450조나 쓰는 남조선에서 이러시면 안 되죠. 그리고 제가 지금 요구한 것을 다 합쳐봐야 100억도 안될 겁니다. 테러 단체에 핵탄두 팔아도 그 돈은 받겠으니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핵탄두는 정확하게 몇 기요?”
“특급기밀이라서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런데 대통령님이 이렇게 물으시면 위원장 동지께서 이렇게 말씀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뭐라고요?”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해도 견딜 수 있는 새로 만든 지하 요새에 최후의 반격용으로 남겨둔 것은 있다.”
함경북도 무산군 삼장면과 함경남도 혜산군 대진면에 걸쳐 있는 산이 있으니 바로 높이 2,435m의 남포태산(南胞胎山)이다.
북한은 아니 김정은은 작년 이곳에 새로 지하 요새를 만들고, 최후의 반격용으로 화성-16형을 숨겨두고 있었는데, 이곳은 위성이나 정찰기로 찾아낼 수 없는 정말 완벽하게 위장된 곳이었기에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북한 내에서도 특급기밀이라 몇몇만 아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이 어디요?”
“저도 위치는 모르니 괜히 찾아낸다고 힘 빼지 마시고 지원해 주실 거죠?”
“이미 소, 굴착기, 불도저, 덤프트럭 등을 지원해 준다고 남북협력기금이 거덜 난 상태요.”
“하하하! 대통령님도 참. 올해 남북협력기금으로 책정된 예산이 1조 1,735억 원이고, 이미 조성된 남북협력기금 총액이 약 15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아는데, 진짜 너무 하시네요.”
“그것도 인터넷에서 찾은 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이 이렇게 나오시면, 위원장님이 또 이렇게 해주라고 한 말씀이 있는데 할까요.”
“또 뭐요?”
“미국 가서 트럼프의 지원을 얻은 다음 국방 관련 추경예산을 편성하라.”
이 말을 들은 민재인 대통령은 그만 한숨을 토해내고 말았으니 그 말에 숨은 내 의도를 알아챘기 때문이다.
바로 추경을 편성해서 빨리 기갑여단을 만들라는 것 말이다.
“그런데 당신네 김 위원장은 왜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변했소?”
“위원장 동지가 변하니 좋지 않습니까. 북남 사이에 이런 거래도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주석님과 지도자 동지께는 누가 되는 말이지만, 지난 70년 이어진 공화국의 배고픔을 단박에 해결한 위대한 영도자이십니다. 그 때문에 온 인민이 위원장님 만세를 부르고 있으니 더 좋지 않습니까.”
“참 좋기도 하겠소!”
“좋죠. 이 남조선에서 대통령님 만세를 부르는 사람은 약 41%, 지지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약 69% 정도지만, 공화국에서는 온 인민이 위원장님 만세를 부르고 지지하니 좋아도 아주 좋죠.”
“많이 좋아하시고, 핵탄두는 즉시 넘기시오.”
그러나 오지용은 바로 핵탄두를 넘기지 않고, 끈질긴 노력 끝에 기초수액제인 5% 포도당 주사액, 항생제, 결핵 치료제, HIV 치료제, 독감백신 하다못해 감기약, 무좀약, 위장약, 두통약, 비타민, 종합영양제, 살충제, 소독제, 일회용 밴드 등등 기초 의약품과 의약외품 약 500억 원어치와 800g 분유 50만 통, 전지분유 1kg 50만 봉, 패딩 1만 벌, 등산화 1만 켤레, 라면 200만 봉, 초코파이 10만 상자, 카스타드 10만 상자, 소고기 햄 300g짜리 10만 개, 옛날 소시지 10만 개, 고등어와 꽁치 통조림 400g짜리 50만 개, 참치 통조림 100g짜리 50만 개 등등 약 730억 원어치를 얻어 아니 핵탄두와 물물 교환하고는 휘파람을 불면서 북으로 올라갔다.
내가 의약품, 분유, 패딩, 등산화와는 바꾸어 오라고 했지만, 그는 이렇게 많은 양을 바꾼 것은 물론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를 얻어갔으니 그건 바로 티머시, 라이그래스, 레드 톱 등의 목초 씨앗이었다.
개성 목장을 건설하고, 전국적으로 점점 목장을 확대하면, 목초지를 반드시 조성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그 스스로 판단하고 말이다.
이렇게 오지용이 기대도 하지 않은 목초 씨앗까지 얻어왔기에 그 처리를 그와 내각총리 박봉구에게 일임하고, 금일봉까지 내려 그 공을 치하했다.
그러고 나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북측 가족 500명이 서울로 출발했고, 그렇게 이어진 이산가족 상봉은 2019년 3월 5일까지 이어졌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 후에도 서신과 선물 교환이 이루어지도록 합의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을 잘 이용해야 했고, 때를 봐서 남북 이산가족의 상호 방문도 추진하기로 했으니 지금보다는 더 진일보된 새로운 환경이 그들에게 열릴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 이산가족 상봉이 끝난 3월 15일 민재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국빈 초청을 받아 미국으로 갔고, 나는 개성 목장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
“동지, 목장이 총 몇 평이요?”
“이 앞 초지만 525만 평이고, 저 뒷산까지 합치면 총 1,050만 평입니다. 위원장 동지.”
개풍군 임한리는 남한 오두산 전망대에서도 바로 보이는 곳으로 앞은 넓은 평야 지대가 있었고, 그 끝에는 임진강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배산임수의 요지였다.
그런 곳에 건설 중인 개성 목장은 이처럼 총 1,050만 평이었다.
임진강을 따라서 건설된 군 초소도 모두 헐어버리고, 주민들이 농사짓는 논까지 전부 목장 용지로 편입했으면, 적어도 2,000만 평 이상은 될 것 같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하여 차선책으로 인민군 공병국 1여단 즉 특각 건설과 특수 건설만 책임지는 병력을 동원해 임한리 마을 주민을 이주시킬 마을을 새로 건설해서 그들을 이주시켜 농사를 계속 짓게 하고, 군 초소도 임진강 변에 새로 지어주었다.
그래서 목장 용지가 1,050만 평이 된 것이다.
“1,050만 평이라면 뭐 그리 적은 면적은 아니군요. 아, 그리고 저 소나무들은 목장 울타리를 따라서 옮겨 심으시고, 사과나무, 대추나무, 밤나무, 단감나무 등 유실수도 좀 심으시오.”
“예, 위원장 동지.”
“돈은 부족하지 않소?”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남길 필요 없으니까 그 돈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추고, 풍력발전기도 세워서 목장과 임한리 주민이 전기 걱정 없이 살도록 조처하시오. 가정마다 전기보일러를 설치했다고 했잖소.”
임한리 주민 마을 건설에 1여단을 동원했으니 인건비 나갈 일 없고, 목장 건설과 운영에는 친일파 후손들을 동원하니 역시 인건비 나갈 일 없고, 기껏해야 건축 재료비와 장비들 기름값만 들 것인데, 그것도 개성시에서 조달하니 더 재료비 나갈 일 없었다.
하여 태양광 발전시설과 풍력발전 시설을 건설하라고 한 것이다.
이참에 핵탄두를 하나 더 팔아서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도 사야 하나 하는 그 생각도 들었으나 북한 진흥 태양광전지공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자체 생산한다는 생각이 언뜻 들어 나를 수행해온 당 중앙위 위원 김창선에게 이렇게 물었다.
“김 동지, 진흥 태양광전지공장에서 태양광 패널 생산한다고 하지 않았소?”
“예, 위원장 동지. 10W부터 300W 이상 되는 태양 전지판은 과학원 자연에너지연구소에서 개발해 생산하고 있고, 평성자동화기구공장, 새날 전기공장, 전자기술제품연구소의 과학자, 기술자, 일꾼들이 합심해서는 10kW 풍력발전기를 600W 풍력발전기는 전자자동화설계연구소, 새날 전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당장 연락해서 이곳에 태양광과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라고 지시하시오.”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북한이 개발한 10kW 풍력발전기는 길이 3.8m, 날개는 3개, 영구자석발전기, 선회부, 탑, 조종판 등으로 구성되어있고, 시동 풍속 3m/s, 정격 풍속 10m/s로 날개 회전수가 1분에 150회 일 때 10kW 정격출력을 낼 수 있었다.
600W 풍력발전기는 건물 지붕 위 등에 설치할 수 있었고, 날개 지름은 1.2m, 시동 풍속은 3m/s, 정격 풍속은 8m/s로써 풍속이 5m/s일 때 510W, 8m/s일 때 630w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1여단장!”
“명령하십시오. 위원장 동지.”
“태양광과 풍력발전 단지 조성, 목장 건설, 여타 건설에 총 1달을 주겠으니 그전에 모두 완성하라. 단 완벽하게 하라. 알았어?”
졸속, 날림 공사가 안 되도록 이렇게 지시까지 했으나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 1여단은 내 직속 부대이자 북한 최고의 건설 기술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명령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여기 10만 달러가 있으니 여단장이 알아서 사용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개성시에 요청하라. 그러면 무엇이든 지원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감사는 무슨, 그리고 오늘은 작업 중지하고, 부대원과 임한리 주민, 목장 일꾼 다 모아서 소와 돼지 몇 마리 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