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쌀과 핵(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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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제외하더라도 섬유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중국과도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이니까.
IT와 드론 산업도 어느 정도 투자만 해주면 가능성이 있었고, 북한의 수많은 해커를 고용해 인터넷 보안 회사를 세워도 가능성은 충분했다.
또한, 저격여단 출신과 연계해 온·오프라인 보안, 경호 회사나 용병 회사를 세워도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여간에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하여튼 모든 것이 잘 풀려서 북한 경제가 우리의 반만이라도 따라와 주기를 바라오.”
“제가 김정은으로 거듭난 이유가 그것 같다는 생각이 이즈음 들어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겁니다.”
“믿어보겠소.”
“믿어야죠. 그리고 미국부터 가셔야 할 것 같으니까 가서 협상 잘하시고, 돌아오시면 백두산에서 뵙죠. 그때는 우리가 공동으로 추진할 일을 더욱더 명확하게 정리해서 들려주십시오.”
“알았소. 그럼 그때 백두산에서 봅시다.”
민재인 대통령과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 다음에는 북으로 가져갈 선물 목록을 확인했다.
물론 이건 내 돈으로 구매한 것이었는데, 그중에는 북한에서 인기가 많은 말하는 전기밥솥 2,000개, 초코파이 12개들이 5만 상자와 내가 먹고 싶어 산 카스타드 12개들이 5만 상자, 라면 100만 봉, 소고기 2.5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선물을 실을 중고 트럭까지 몽땅 구매해 북으로 가져갈 요량으로 직접 확인까지 했다.
그리고는 드디어 평양으로 돌아가면서 개성 일대를 지키는 북한 2군단에 가장 먼저 들렸다.
“어서 오십시오. 위원장 동지!”
“수고가 많소. 김 동지!”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과찬이 아니라 진심이오. 그리고 저 트럭들에는 전기밥솥 200개, 초코파이 12개들이 5만 상자, 라면 10만 봉, 소고기 1톤이 들어 있소. 이는 내가 군단장에게 주는 선물이오.”
전기밥솥 2,000개 중에서 200개, 초코파이 12개들이 5만 상자는 모두, 내가 먹고 싶어 산 카스타드는 빼고, 라면은 100만 봉 중에서 10만 봉과 소고기는 1톤을 선물이라고 주자 2군단장 김갑수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가 되어서 그놈의 칭송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아. 됐소. 그리고 동지.”
“말씀하십시오.”
“요즘도 군단에 인민의 것을 도둑질하는 자, 보급품을 빼돌려 팔아먹는 자, 부하들을 두들겨 패는 자가 있소?”
“없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 말 믿겠소. 그리고 쌀은 지금도 계속 남조선에서 들어오니 더는 식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또 소도 1만 마리가 추가로 들어오고, 돼지도 들어오니 고기도 자주 먹을 수 있을 것이오. 해서 하는 말인데, 남조선에서 중장비가 들어오면 개풍에 목장을 만들 것이오. 그러니 동지가 신경을 좀 써주시오.”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남북통일이 기정사실로 되고, 그러므로 중국이 딴죽을 걸어 북한으로 진주하는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민재인 대통령과 내가 논의한 한국의 기갑세력이 북진할 통로를 맡은 것이 이 2군단이었다.
그래서 유사시 문을 즉각 열어주라고, 이렇게 다독여 놓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2군단과 전연 군단인 4군단, 5군단, 1군단의 병력을 확 줄여 후방으로 빼 중국군에 대비했으면 했으나 그건 아직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든 이렇게 2군단을 거쳐 개성으로 간 다음에는 김인식 당위원장에게 소고기 500kg을 선물로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동지, 남조선에서 오늘까지 올라온 중장비는 모두 몇 대요?”
“굴착기 50대, 불도저 10대, 25톤 덤프트럭 50대, 양수기 1,000대입니다. 위원장 동지!”
“그 정도면, 이 개성과 개풍에 목장을 짓고, 홍수를 대비해서 제방을 축조하고, 가뭄에 대비해서 저수지를 파고, 양수기로 물을 끌어올리는 일은 대충 될 것 같은데, 동지 생각은 어떻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위원장 동지.”
“좋소. 그럼 그것만 개성에 남기고, 더 올라오는 것은 모두 평양으로 보내시오. 그리고 임한리 선전 마을에 목장 지을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그건 어떻게 됐소?”
개풍군 임한리는 남한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로 보이는 곳으로 그곳에 선전 마을과 농가 주택들이 일부 있었다.
그러나 선전 마을은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낙후한 실정을 그대로 선전하는 마을로 탈바꿈한 지 오래였기에 그곳을 선택해서 소 1만 두를 사육할 목장을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목장에서 근무할 동무들이 지금 주택 개량사업과 목장 터 고르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동지.”
“남조선에서도 바로 보이는 곳이니 시설 개량에 신경을 쓰고, 여타 시설도 깔끔하게 건설하시오. 그리고 반동들을 보내줄 것이니 목장 건설과 목장 운영에 동원하고, 관리도 잘하시오.”
“예, 위원장 동지!”
“그리고 여기 200만 달러가 있으니 전력 사정을 대비해서 태양광 발전 시설과 풍력발전기도 갖추고, 그 뒷산 다락 밭과 뙈기밭은 모두 없애고, 초지로 조성하시오. 또 목장 울타리를 따라서 나무도 심고, 여타 땅에도 나무를 심어 남조선에서 보면 목가적인 풍경으로 보이도록 하시오. 그래서 산림 불량화(땔감부족으로 인한 남벌)로 호우 때마다 산사태에 의한 토사유출로 하천이 범람하고, 다시 상습적으로 수해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이 기회에 끊어야 하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소?”
북한의 홍수는 황폐해진 산림이 중요한 원인이다.
농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이 식량 증산을 위해서 산림을 농경지로 전환하는 다락 밭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림을 훼손한 결과 홍수가 발생하면, 토양 침식이 일어나고 그렇게 강과 하천에 누적된 토사는 범람을 초래하여 홍수 피해가 가중된다.
하여 나는 이 기회에 그것도 막을 생각이었다.
핵탄두를 주고 쌀을 얻은 것으로 말미암아 이제 산림을 훼손해서 다락 밭과 뙈기밭을 조성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어떻든 이렇게 목장 건설에 관한 세부적인 지시를 하고, 평양으로 돌아와서는 당정군의 주요 인사들을 불러 한국에서 있었던 일 중 좋은 것만 장황하게 이야기한 다음 1,800개 남은 전기밥솥을 한 사람당 몇 개씩 나누어주고, 800개는 따로 남겼다.
그리고 그 800개 남은 전기밥솥은 호위사령관 이만철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동지가 알아서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고, 라면 90만 봉과 소고기 1톤도 알아서 하는데, 단 카스타드 1만 상자는 425기계화 군단에 보내시오. 그리고 남조선에서 가져온 화물차는 호위사령부가 사용하시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425 기계화군단은 전략 예비부대로서 평안북도 정주에 주둔해 있었으니 유사시 중국군을 저지할 수 있는 기계화 세력이었다.
그러니 만약 중국군이 침공하면 8군단과 이들, 대전차 사단, 대전차 연대, 특수작전군으로 우선 막고, 더 남하하면 3군단으로 막아야 했다.
물론 그전에 한국군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만철 다음으로 선물을 안긴 것은 내 동생이 아니라 김정은 동생 김여성이었다.
“남조선 화장품?”
“그래, 스킨로션, 로션, 에센스, 영양 크림, 향수, 마스크 팩 등으로 구성된 세트로 남조선 돈으로 20만 원 이상이나 주고 산 것이고, 총 500세트니 가져가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거나 알아서 사용해.”
“화장품 판매원도 아니고, 위원장 동지께서 어떻게 화장품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알까. 그것도 남조선 화장품에 대해서······.”
“너 줄라고 남조선 화장품 판매원에게 물어봤다. 됐냐? 그러니 닥치고 가져가. 그 대신 빌어먹을 명품인지 뭔지 하는 수백 달러짜리 수천 달러짜리 화장품 그만 사용해. 알았어. 그리고 그 돈이면, 이 좋은 남조선 화장품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알아?”
“위대한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남조선 반동들처럼 이야기하시네.”
“이게 확!”
이러면서 손까지 들어 올리자 김여성이 움찔했다.
하여튼 겁은 많아서는, 그래서 손을 내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친일파와 그 후손은 어떻게 됐어?”
“흠흠! 현재까지 찾아낸 자는 총 753명입니다. 위원장 동지!”
“전 재산 몰수하고, 모두 개성 목장 건설현장으로 보내서 평생 강제 노동시켜!”
“애들도요?”
“그래, 민족 반역자와 그 후손은 3대, 4대까지 모조리 쪽박을 차고, 벌을 받아야 해. 그래야 다시는 민족을 반역하는 자가 나오지 않지. 알았어?”
한국 같으면 연좌제니 뭐니 지랄하겠지만, 여긴 북한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것은 어쩌면 한국보다 나은 점인지도 몰랐다.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나가 봐. 화장품 세트 가지고 가고.”
김여성을 내보낸 다음 부른 것은 내각총리 박봉구였다.
“동지, 내래 남조선에서 굴착기 100대, 불도저 100대, 25톤 덤프트럭 100대, 양수기 1만 대를 지원받기로 했소. 그래서 이미 들어온 굴착기 50대, 불도저 10대, 25톤 덤프트럭 50대, 양수기 1,000대는 개성에 배당해 주었소. 그러니 나머지가 들어오면, 함경남북도와 자강도에 우선 배당해주고 가장 먼저 저수지 퇴적토 준설작업부터 시작하시오. 안 그래도 겨울 가뭄이 심각한데,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도 가뭄에 고생하겠소. 그러니 미리 파내고, 물도 좀 받아 놓으시오. 그래야 농사를 짓지.”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좋소. 그리고 그 사업이 끝나면 강둑이나 하천 보강 공사도 시행하고, 그 일에 동원하는 인민에게는 남조선에서 오는 고기와 여타 식료품, 기초 의약품과 옷 등을 품삯으로 주시오. 내 남조선과 다시 협상해 더 많은 것을 받아낼 것이니 말이오.”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노파심에 또 말하지만, 쌀은 인민 한 사람당 80kg 그대로 공급해야 하오. 만약 이를 어기거나 착복하는 자가 있다면, 즉결처분하겠소. 아시겠소?”
내각 총리 박봉구에게 남한에서 오는 쌀과 모든 것의 관리와 배분 등을 맡긴 다음에는 느긋하게 당 비서에서 부위원장이 된 오지용을 불렀다.
“오 동지, 다시 남조선에 다녀와야겠소.”
“위원장님의 지시라면, 백번이라도 천 번이라도 다녀오겠습니다.”
“하하하! 고맙소. 그러나 이번에는 가서 선전적은 그만하고, 큰소리만 치고 오시오.”
“예?”
“핵탄두 4기를 가져가시오. 그러니 큰소리 좀 쳐도 되지 않겠소.”
“아주 많이 쳐도 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하하하!”
“그렇소. 아주 많이 쳐도 될 것이오. 그러나 3기는 이미 주기로 한 것이니 남조선이 공화국에 주기로 한 쌀, 소, 굴착기 등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주시고, 1기는 우리 공화국에 필요한 것을 더 받아내는 데 사용하시오. 그런데 오 동지가 생각하기에 공화국에 뭐가 더 필요할 것 같소?”
“아무래도 의약품이 가장 시급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쌀이 들어오고, 기존 공화국의 식량도 있으니 애들 이유식은 해결되겠지만, 젖먹이들이 먹는 분유는 아직도 부족하니 그것과 좀 더 큰애도 먹을 수 있는 전지분유가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