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쌀과 핵(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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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서 기자들을 진정시켜야 했고, 민재인 대통령은 직접 기자들의 질문 몇 개를 받기로 해야 했다.
그에 KBC 이상엽 기자가 가장 먼저 이렇게 질문했다.
“대통령님, KBC 이상엽 기자입니다.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 대금으로 핵탄두 2기, 소 1만두, 굴착기 100대, 불도저 100대, 25톤 덤프트럭 100대, 양수기 1만 대에 핵탄두 2기를 북한이 더 주겠다고 방금 말씀하셨는데, 다른 것은 더 없습니까?”
“현재는 없지만, 곧 무슨 말이나 요구가 있겠죠. 하면 정부는 그에 맞춰 다시 협상할 것입니다. 다음.”
“대통령님, JBC 서보현 기자입니다. 그 제안을 정말 김정은 위원장이 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다음!”
“조성신문 최자원 기자입니다. 진짜 핵탄두가 맞습니까? 혹 가짜를 내놓고, 대한민국을 속이는 것은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서 막 퍼주면 됩니까? 미국이 정말 지원에 동의했습니까?”
“하나만 답변하겠습니다. 뭐로 할까요?”
“아무것이나요.”
“최자원 기자, 본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오. 그러니 당신네가 미국 대통령이나 일본 총리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보다도 더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이 사람이라는 말이오. 당신이 미국인이나 일본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시겠소? 그리고 미국이 동의했소. 이상!”
이렇게 기자 회견을 간단하게 끝낸 민재인 대통령은 그 즉시 안보실 2차장 이경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약 20여 분 후, 경의선 육로를 통해서 쌀과 소, 돼지고기 등이 북으로 올라갔고, 그것을 확인한 이만철 호위사령관의 지시로 핵탄두를 실은 북한 트럭은 이경호의 손으로 넘겨졌다.
이렇게 1차 물물교환은 끝이 났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때부터 술렁였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국제사회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김정은이 미쳤다.”
“그럼 우리도 핵 무장하는 거야?”
“아가야! 미국이 가만있겠니.”
“맞아. 당장 해체하라고 지랄할 거다. 아가야!”
“이럴 때는 미국 놈도 북한 놈도 다 싫다.”
“빨갱이가 더 싫다.”
“근데 핵미사일 탄두 주는 빨갱이는 뭐라고 불러야 해!”
“핵 빨갱이!”
나는 그때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런 글을 보면서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북에서는 잘 마시지 않던 술이지만, 여기 서울에 오니 갑자기 맥주가 자꾸 당겼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일이 너무나 잘 풀리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동지, 오늘부터 올라가는 쌀은 개성 인근 인민들부터 나누어주는데. 한 사람당 80kg이오. 일가족이 5명이면, 한집에 400kg을 주라는 말이오.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그런데 고기는?”
“고기는 그동안 군량미 다 나누어주고 전전긍긍했을 4, 2, 5, 1군단부터 나누어주시오. 군단별로 50톤이면 되겠네. 대신에 빼돌려 팔아먹는 자가 있으면 바로 총살이라고 엄중하게 통고하시오. 그리고 나머지는······.”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호위사령관 이만철에게 이렇게 전화로 지시까지 했으니 이제 개성부터 북한 주민들은 나 강백호가 아니라 김정은 만세를 다시 외칠 것이다.
한 사람당 쌀 80kg이면, 대한민국 국민의 연간 쌀 소비량 약 60kg을 웃도는 양이니 더 말해 무엇을 할까.
거기에 저번에 나누어준 시도 비축미와 군량미까지 있었으니 지난 수십 년간 그렇게나 모자라던 쌀이 별안간 남아돌아서 북한 주민들은 이제 쌀밥만이 아니라 떡도 해먹고, 술도 빚으면서 억울하지만, 나 강백호 만세가 아니라 김정은 만세를 외칠 것이다.
또한, 이미 돈 주고 산 돼지 4만 마리도 주민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고, 소 1만 마리는 우선 개성 인근에 목장을 만들어 키운 다음 새끼를 생산하면 주민에게 또 나누어 줄 것이니 만세 소리는 좀처럼 그치지 않을 것이다.
어떻든 다음 날 아침에는 청와대에서 조찬을 하고, 민재인 대통령과 찻잔을 앞에 놓고 다시 마주 앉았다.
“여긴 도청이 안 됩니까? 영화에서 보니 미국 애들이 청와대도 도청하던데요.”
“도청 안 되니 말하세요.”
“아뇨. 이거 영 불안해서 그러니 대통령님, 밖에 나가서 좀 걸으면서 이야기하죠. 소화도 좀 시킬 겸. 그리고 걷는 것 좋아하잖아요.”
나와 민재인 대통령의 이 만남에 제목을 단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이 시각 전 세계의 눈은 이곳 청와대에 쏠려있을 것이다.
영화처럼 첩보위성이 동원되어 이곳을 감시할지도 몰랐다.
그만큼 내가 건넨 핵탄두 하나의 위력은 대단했다.
내가 처음 북한 애들에게 공언한 것처럼,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 대가로 2기, 소와 돼지를 더 지원받는 대가로 또 2기, 북한에 필요한 건설 장비와 가뭄에 대비한 양수 장비 등을 지원받는 대가로 또 2기 등등해서 총 핵탄두 10기를 다 주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나는 민재인 대통령을 만나 쌀값으로 2기, 소 1만두, 굴착기 100대, 불도저 100대, 25톤 덤프트럭 100대, 양수기 1만 대에 핵탄두 2기를 준다고 했으니 2기를 아낀 것이 됐지만, 1기의 반응이 이 정도이니 약속한 4기를 다 주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어떻든 민재인 대통령과는 그렇게 청와대 녹지원을 걸었다.
임종식 실장과 백종규 실장도 저 멀리 떼어버리고, 단둘이 거닐면서 이 겨울은 곧 가고 봄이 온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마도 남북에 불고 있는 훈풍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겨울은 가고 있었고, 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평양보다는 날씨가 포근하군요. 곧 봄이 오겠습니다.”
“그런가요?”
“예, 그리고 그 봄이 오면 백두산에 같이 한번 오르죠. 히말라야보다는 못할지 몰라도 우리 민족의 영산 아닙니까. 그러니 남북의 지도자가 함께 백두산을 오르면서 평화를 이야기해보죠.”
“평화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언제든 초청하시오. 나도 백두산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으니까.”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그전에 저는 북한 내의 반통일세력을 제거하는데,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쏟을 겁니다. 하나 앞날이 걱정입니다. 혹 군부가 쿠데타나 일으키지 않을지. 중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지. 미국은 또 딴죽을 걸지 않을지. 하여 부탁합니다. 북한 내부는 제가 청소해 보겠으니 한국 내부와 미국은 대통령님이 책임지십시오. 그리고 중국에는 공동으로 대응하죠.”
내가 김정은이 된 이후 이때까지 제거한 북한 내 반통일 세력 즉 나에게 반기를 들 것 같은 세력의 최고 정점에 있었던 이가 총참모장 이명수였다.
하여 그는 꼬투리를 잡아 김진성으로 교체해버렸다.
두 번째 인물은 노동당 부위원장이자 천안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로 그는 내 말이라면 이즈음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는 당비서 오지용으로 교체했다.
세 번째는 보위국장 김성태로 그는 장차성으로 교체했고, 네 번째는 평양방어사령관 김명남으로 그는 김도운으로 교체했으며, 북한 내 쿠데타가 벌어지면 바로 출동해 진압할 820전차군단장은 황금산에서 이봉춘으로 교체했다.
이로 말미암아 북한군에서 표면적으로 나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더 없었다.
당과 정에서도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이십여 명을 숙청했으니 더 말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러나 반대하는 세력은 어디에 어떻게 숨어 있을지 모르니 늘 국가안전보위성과 보위국을 동원해 감시하고 있었고, 나머지 인사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당근을 주면서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 말 진심이오?”
“핵탄두 받으시고도 못 믿습니까?”
“핵탄두가 아니라 핵탄두 할아버지를 받아도 믿기겠소. 그리고 진짜 김 위원장 본인 맞소? 맞는다면 더 믿음이 안 가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이러니 말이오.”
나도 안 믿긴다.
내가 강백호에서 김정은으로 변한 것도 안 믿기고, 왜 편안하게 잘 먹고, 잘살 수 있는데, 통일한답시고 이 지랄을 하는지도 안 믿긴다.
그냥 모든 것을 다 원점으로 돌려버리고, 북한의 왕으로 편안하게 살까 보다.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하나 지난 1월 주민 754명이 굶어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는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뭐 이렇게 변했다. 대충 그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는 북한 주민 300만을 굶겨 죽였는데, 위원장은 고작 754명이 굶어 죽었다고 이렇게 변했다.”
“300만 명이 아니라 약 40만 명이고, 754명이 아니라 1명이라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야죠. 안 그렇습니까?”
고난의 행군 시기 황장엽의 회고록을 근거로 북한에서 300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 외무성은 22만 명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지난 2008년 UN이 조사단을 파견해 직접 북한 인구를 조사한 결과 예상보다 총인구 숫자가 많았다.
그 결과로 추정한 고난의 행군 시기 아사자는 북한의 주장에 가까운 약 30~40만 명이었다.
“그건 맞소.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닌데, 굶어 죽는 사람이 있어서야.”
“그래서 제가 변한 겁니다. 편안하게 잘 먹고 잘살 수 있는데, 지금 이러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확실하게 해두죠. 통일하는 겁니다. 단박에 흡수통일은 안 될 것이니 천천히 북이라는 파이를 키워서 어느 순간 합치는 방향으로요.”
“그건 내가 바라는 바요.”
“그럼 오늘로 저는 북으로 가서 통일을 위한 기반을 더 확고하게 다지겠으니 대통령님께서도 미국을 잘 좀 설득해 확실하게 우리 편이 되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한국 내부의 반통일 세력도 이 기회에 좀 정리하십시오.”
“여긴 북한이 아니라서 국민이 나선다면 모를까 그건 내 힘으로는 힘들겠소. 그리고 미국은 중국 때문에?”
“참 이럴 때는 독재가 좋긴 좋아요. 그런 놈들 한방에 싹 정리하고. 그렇죠?”
내가 이렇게 묻자 민재인 대통령의 표정이 기기묘묘하게 변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서 참 좋겠소.”
“좋죠. 그러니 대통령님도 여론을 잘 조종해서 그런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미국은 중국 때문이오?”
“흠흠! 공화국의 전력만으로는 중국을 막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죠.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대전차사단까지 만들어 중국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요소요소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한국의 K2 흑표전차나 현궁 대전차미사일이라도 수입하면 좋겠지만, 그건 꿈같은 이야기니······.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그 전차와 미사일 생산을 늘려 재고를 좀 비축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 추측처럼 진짜 일이 터지면 그때 빌려주시거나 북으로 진격하여 도와주십시오. 꼭 좀 부탁합니다.”
k2 흑표전차는 파워팩 문제 때문에 2차 양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금 2차 양산 분 100여 대를 생산하고 있어 곧 전력화될 것이다.
그럼 우리 군의 k2 흑표전차는 총 200여 대가 된다.
3차 양산분 100여 대는 일찍 전력화하려다가 군의 작전개념이 공세적으로 전환되면서 도입 계획을 줄이고, 그 대신 아파치 공격 헬기를 추가 구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그러나 아파치를 추가 도입하더라도 기존 계획했던 k2 흑표전차는 그대로 추가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서 아직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