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16화 (16/470)

〈 16화 〉 쌀과 핵(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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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나는 예전 그 강백호가 아니었기에 호들갑을 떠는 대신 민재인 대통령을 가만히 보면서 웃음을 더 이어갔다.

“지금 웃음이 나오시오?”

“가장 심각할 때 웃을 수 있는 배포가 있어야지요. 그러니 대통령님도 한번 웃어보십시오. 하하하!”

“......,”

“그러지 말고 한번 웃어보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제가 더 큰 일을 벌이려고 하는데, 벌써 이러시면 파트너를 트럼프로 바꾸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고, 퇴임할 때까지 저와 함께 달리시죠. 그러면 통일 한국의 주역에 저와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

이 말에 놀란 민재인 대통령 등은 또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서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 단단히 하시라니까요. 하고 이런 이야기는 이만하고, 밥 좀 주십시오. 아, 닭갈비 좀 주세요. 그게 얼마나 먹고 싶던지······.”

“허, 참!”

그렇게 김정은이 된 이후 처음으로 춘천 닭갈비를 마주 대하니 감개무량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감회가 남달랐다.

그것도 청와대에서 말이다.

그런 나와는 달리 민재인 대통령 등은 여전히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시고, 언젠가 술 한 잔 꼭 따라드리고 싶었으니 제 술 한잔 받으십시오. 그리고 저도 대통령님 찍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럼 대통령님이 당선되기를 기원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건 뭐······.”

“하하하! 그리고 저 대통령님 존경하고, 좋아하고, 꼭 성공한 대통령, 남북통일을 이뤄낸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또 사람이 먼저다. 이것도 진짜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저도 인민이 먼저다. 하하하! 이렇게 말하려니 좀 쑥스럽기는 하네요. 아, 그러고 이니 시계 하나만 주세요.”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두서없이 이렇게 떠든 다음 맥주 한잔을 따라주고, 한잔을 받았다.

그런데 북한 애들이 이 희한한 광경을 안 봤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임종식 실장 등의 표정을 보니 북한 애들이 이 장면을 보면 지을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참고로 북한에서 나를 수행해온 오지용 당 비서, 이용호 외무상 등은 모두 청와대 다른 곳에서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 등과 대담 중이었다.

그들이 들어서 좋을 말이 하나도 없었기에 따돌려 놓은 것이다.

“시계 없는데······.”

“그러지 말고 하나만 주시고, 제 제안 받으세요.”

“너무 뜻밖인 제안이라 그건 좀 상의를 해 봐야겠소.”

“북한 핵미사일을 단 1기라도 실제로 폐기하는 것이라 대한민국 국민은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 창고에서 썩어가는 쌀도 쌀이니 퍼준다고 야당이 반대하려나. 미국은 당연히 찬성할 것이고요.”

“북한 핵미사일을 폐기할 수만 있다면, 야당이라고 반대하겠소. 그러나 이 건은 나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그렇소.”

“결국, 미국이 문제라는 말이군요. 하여튼 알았습니다. 며칠 이 대한민국에서 기다릴 테니까 그사이에 결정해 주십시오. 그리고 좀 전에도 말했듯이 사실 저는 대통령님이 그 핵무기를 받아 폐기하지 않고,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즉 한국도 핵무장을 하라는 말입니다. 남북이 통일한다고 하면, 중국과 일본이 결사반대할 것이니 그때를 이용해서 핵 무장이라도 하라는 말입니다. 그 이후 중국은 모르겠지만, 한국이 핵무장을 했다고 일본 그놈들도 핵무장 하겠다고 까불면 제가 동경 등 일본 10개 도시에 화성-16형을 쏴 버리겠습니다.”

“뭐라고요?”

“뭘 그리 놀라십니까. 일본은 다시 핵을 얻어맞고, 재설계되어야 할 국가입니다. 그리고 그 일본 재설계의 이번 주체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 남북이 되어야죠. 해야 일제강점기와 그 이전 그들이 저지를 죄의 대가를 확실하게 갚아줄 수 있으니까.”

우리 할아버지는 일제 강제노동의 피해자였다.

그래서 나는 반일 주의자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일본을 혐오했으니 눈도 깜빡이지 않고, 일본 10개 도시를 바로 핵미사일로 타격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즈음 일본의 행태를 보면 더 그럴 것 같고 말이다.

하여 이렇게 말했으나 민재인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핵미사일로 일본을 공격하는 문제는······.”

“뭘 그리 놀라십니까?”

“일본을 핵 공격하겠다는데, 안 놀라게 생겼소. 그리고 그랬다가는 바로 3차 대전이오.”

“3차 대전이 일어나더라도 일본은 반드시 손봐줘야 합니다. 하여튼 일본은 그렇게 하면 되고, 중국이 문제군요. 문제야. 만약 그들이 남북통일을 반대해 친중파를 회유하거나 여타 방법으로 북에 쿠데타나 소요 사태를 일으켜 그 핑계로 군대를 진주하면 핵이 없는 일본과는 달리 핵 공격을 할 수도 없고, 그들이 북을 핵 공격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한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역시 핵 공격을 할 수 없을 것이니 하여튼 중국이 문제군요.”

“핵! 핵! 그놈의 핵 이야기는 그만하시오.”

“하하하! 알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중국이 북한으로 군대를 진주하면, 그때는 도와줄 거죠?”

충격에 충격을 더하고 또 충격을 받는 민재인 대통령의 표정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지만, 내 말에 두서가 없어서 저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때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물어왔다.

“그러지 말고 선 북한 핵폐기, 후 관계개선과 경제지원 나아가서 통일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소?”

“예, 그러시죠. 그런데 공화국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또 남북이 통일한다고 하면 중국이 그래, 너희 원래 한나라였으니 이제 그만 합쳐서 잘살아라. 이러겠습니까? 일본은? 아니, 진짜 미국은 우리가 통일한다면 어떻게 나올까요?”

“그건······.”

“제 생각이지만, 아마 그렇게 찬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찬성하게 하면 되오.”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대통령님,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중국과 어떤 식으로든 충돌을 빚지 않고는 통일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이 순간부터 남북은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되어 중국에 맞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더 완벽하게 권력을 잡고 있어야하니 북 식량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권력을 더 공고히 하게 해 주십시오. 그럼 제가 김정은이 되어서 이런 일 즉 남북통일을 위한 장도에 오르게 해준 하늘이 준 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살려 남북은 진정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내가 열변을 토하자 민재인 대통령은 아무 대답도 없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얼마나 그렇게 쳐다봤을까.

그 시선 사이에는 지난 70년 남북이 직면했던 세월의 틈이 마치 방벽처럼 자리하는 것 같았다.

“김 위원장의 진짜 진심이 그거요?”

“그 대답을 하기 전에 여기 계신 임 실장과 백 실장은 임기까지 함께 가실 거죠?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도 무덤까지 가지고 가실 수 있는 분들이죠? 그렇다면 제가 대답을 하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임종식 비서실장이 나서서 이렇게 말하는데, 약간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죽을 때까지 입도 벙긋하지 않을 테니까요.”

“목에 칼이 들어오고, 머리에 총구를 겨누어도 그래야 하오. 그리고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네 사람이 위대한 통일 한국의 주역이 될 수도 있으므로. 백 실장님도 아시겠죠? 그리고 대통령님, 이 두 분을 믿는다면 임기까지 함께 가시죠. 그래야 같이 위대한 일을 하죠.”

“알았으니까 진짜 진심이 뭐요?”

“솔직하게 제 소시민적인 진심은 총 맞아 안 뒈지고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큰 변화, 혼란 하여튼 그런 것을 겪는 바람에 지금은 거의 뭐 위대한 통일 한국, 핵 무장을 한 강성한 통일 한국 건설 그 정도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지 않습니까.”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무슨 큰 변화, 혼란 하여튼 그런 것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충격적인 이야기군요.”

“기쁜 이야기가 아니고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충격적이라는 말이오.”

이야.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강백호, 민재인 대통령도 들었다 놨다 하고 참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계속 이렇게 하는 거예요.

은행에서 고객 상대 하듯 이오.

그리고 신입 행원이 아니라 과장이나 된 노련한 행원이었어요.

“그러시다면 긍정적인 대답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통일로 나아가려면 핵탄두 받으시고, 쌀 등을 지원해 주십시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을 완전히 해결해주고, 그들의 환심을 사서 제 권력 기반을 더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일부 군부가 반대해도 통일로 한 발 더 다가갈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최선의 통일 방안일 것입니다. 아니면 통일 못 해요. 아시겠죠?”

“모르겠소.”

“민재인 대통령님, 저는 저번 초코파이, 분유, 이유식, 돼지 건과 체육, 문화 교류와 이산가족 상봉, 특사 파견 등등을 제외하고도 시도와 군이 보유한 식량을 주민들에게 다 나누어주고, 친중파 총참모장을 아오지탄광으로 보내고, 핵탄두 제공에 반대하는 세력은 부정부패 일소라는 명목으로 제거하고, 북한군 병력 5만 이상을 감축하는 등등 통일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는데, 대통령님이 이러시면 안 되죠.”

“그 모든 일이 다 김 위원장이 통일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요?”

“오, 그 일을 대통령님이 다 아신다. 역시 대한민국 국정원은 대단하군요.”

지난 1월부터 쏟아졌을 북한의 변화 소식이 다 내가 통일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하자 민재인 대통령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두서없고, 뜬금없이 쏟아낸 내 말이 모두 무엇을 의미했는지 정작 나도 잘 이해가 안 되고, 그래서 민재인 대통령도 이해가 안 되고,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여 임종식 실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임 실장, 내가 지금까지 두서없고, 뜬금없이 쏟아낸 말들을 요점 정리 좀 해주시오. 내 그래야 일을 더 완벽하게 추진할 것 같소.”

“김 위원장님께서 지금까지 한 말은 첫째 핵탄두를 받고 쌀과 소, 건설장비와 양수기 등을 지원해 달라. 둘째 합심하여 통일하자. 이렇게 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많은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렇게 간단하게 줄여주어 고맙소. 자. 그럼 민 대통령님 어쩌시겠습니까?”

“대뜸 서울로 내려와서 이렇게 물으면 김 위원장은 어쩌겠소. 그러니 우리가 위원장의 저의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시오. 그동안 북이 앞으로는 대화공세를 하고, 뒤로는 뒤통수를 얼마나 많이 쳤소. 그러니 시간을 좀 주시오.”

“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절대 뒤통수치지 않을 것이고, 만약에 그런 불상사가 또 일어나면 그건 내 명령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반동들이 저지른 일이니 즉시 핫라인으로 연락하십시오.”

“그건 그러겠소.”

“그런데 대통령님, 제가 좀 서두른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통일하고 싶은데, 그래서 일을 그렇게 추진하려고 하는데, 가만히 보면 전혀 그렇지 않고 너무 급속하게 통일을 추진한다는 그런 느낌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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