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쌀과 핵(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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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김정일은 논할 가치도 없고, 김일성도 해결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두 달도 안 되어서 해결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아부하려고 그러는지 서열 30위 안에 드는 자들이 이구동성 이렇게 외쳤다.
“와아! 위원장 동지 만세!”
“위대한 원수님 만세!”
“아직 멀었다고 하지 않소. 그러니 그만. 그리고 동지들. 남조선에 쌀값으로 무얼 주어야겠소?”
“쌀만 받고 아무것도 주지 마십시오.”
“하하하!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으나 이미 약속했기에 그럴 수는 없소.”
“그럼 와서 석탄이나 철광석을 직접 캐 가라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공화국이 개발하지 못한 금광을 남조선에 대신 개발시키고, 그래서 나온 금으로 쌀값도 주고, 공화국의 재정도 늘리면 좋겠습니다.”
석탄과 철광석에 북한이 기술 부족으로 개발도 못 하는 금광, 기어이 우라늄, 희토류, 석유까지 나왔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대답이 아니었기에 총참모장 김진성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자. 그만하고, 총참모장. 실전 배치된 핵탄이 모두 몇 기요?”
“기밀사항이라 자세한 것은 여기서 말하기 좀 곤란하지만, 현재까지 배치된 핵탄은 모두 125기입니다. 위원장 동지.”
“올해 실전배치 목표는 몇 기요?”
“25기입니다. 그럼 공화국은 올해 총 150기를 실전 배치하게 됩니다.”
이때 북한의 대륙 간 탄도탄은 화성-15형과 작년 실전 배치한 화성-16형이 있었는데, 둘은 다 사거리가 최소 1만 3,000km였고, 이미 대기권 재돌입 기술은 물론 다탄두 기술까지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해 있는 물건이었다.
즉 올해 새로 배치될 신형 25기는 탄두가 최소 1개 이상이라는 말이다.
중국의 둥펑-41처럼 10발의 탄두를 실을 수는 없었지만, 미국의 미니트맨 3처럼 최대 3개의 핵탄두를 싣는다는 말이다.
이러면 막아낼 수 있을까.
핵탄두 3개만이 아니라 디코이까지 잔뜩 실은 탄도탄을 말이다.
거기다가 기밀사항이라 총참모장 김진성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잠수함 발사 북극성까지 있었으니까.
“150기라 좋소. 자, 여러 동지들! 다들 들었겠지만, 올해 공화국의 총 실전배치 핵탄의 목표는 150기요. 여기에 기밀사항이라 말 못한 북극성도 있소. 많소? 안 많소? 내가 보기에는 많소. 그리고 이 정도면 미제가 우리를 공습해도 최소 수십 기는 살아남아서 반격할 수 있소. 물론 이 핵탄이 모두 어디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공습도 하겠지만 말이오.”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미제가 아무리 인공위성에 정찰기를 동원해도 우리 강토 지하에 완벽하게 은폐된 모든 핵탄은 찾아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위원장 동지께서 말씀하신 북극성도 있으니 미제는 감히 우리 강토를 침입하지 못할 것입니다.”
“맞소. 미제가 우리 강토를 침입하려고 했으면 지난 1994년이 가장 좋았고, 그 이후에는 공화국이 수소탄을 시험한 날인 2016년 1월 6일 이전이 좋았지 거의 모든 핵탄이 완성된 지금은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소. 자, 동지들. 여기서 미제가 그때 우리를 침공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오?”
“남조선 때문입니까?”
“그렇소. 바로 남조선 때문이오. 남조선이 반대하는 전쟁을 미제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오. 그래서 1994년에는 김영삼이 막았고, 그 이후에도 남조선 대통령들이 반대했소. 국민 대다수도 전쟁을 반대하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말이오.”
내 말이 좀 과장된 점도 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누가 전쟁을 원하겠는가.
아무리 보수 강경파가 집권해도 전쟁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니 대화는 내팽개치고, 제재와 압박이라는 카드만 쓰고 있었지.
“그럼 위원장 동지, 지금처럼 남조선이 미제의 침략 전쟁을 막아 준다면, 우리는 더 위대한 공화국을 만들 수 있겠······.”
“맞소. 우리는 더 위대한 공화국을 만들 수 있소. 단,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온 공화국에 퍼져있는 부정부패를 뿌리 뽑으면 말이오. 하여 내가 남조선에 쌀을 팔라고 했고, 군에서 부정부패한 그런 자들을 찾아내어 전역시키라고 했소. 하고 이제부터는 검열위원회와 보안성을 동원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없앨 것이오. 들 아시겠소?”
“예, 위원장 동지.”
이구동성 이렇게 대답했지만, 모두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이른바 사정 광풍이 불 것이니 말이다.
남이든 북이든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사정 아니겠는가.
고로 나는 이렇게 사정 정국을 조성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했다.
이미 각 10만 달러의 기름칠도 해 놓았으니까.
그리고 보면 나 정치도 정말 잘하는 것 같아.
“자자, 그렇다고 다들 긴장할 필요 없소. 나는 동지들을 믿으니 말이오. 그리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남조선에 쌀값으로 무엇을 줄 것이냐 그것을 말하겠소. 그러니 모두 듣고 너무 놀라지는 마시고, 반대도 하지 마시오.”
“물론입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위원장 동지.”
“그럼 모두 들으시오. 나는 남조선에 쌀값으로 핵폭탄을 줄 것이오.”
“뭐라고요?”
“위원장 동지. 그 무슨 말도······.”
내 말을 들은 모두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되더니 이런 반응들을 내놓았다.
이미 예상한 반응이었기에 담담하게 이렇게 응대했다.
“핵폭탄을 다 주는 것이 아니라 10기만 줄 것이오. 그것도 최초로 실전에 배치한 구식을 줄 것이고, 신형은 단 1기도 주지 않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들 마시오. 또 이번 쌀값으로는 2기, 소와 돼지를 더 지원받고는 또 2기, 공화국에 필요한 건설 장비와 가뭄에 대비한 양수 장비 등을 지원받고는 또 2기. 이렇게 해서 구식 핵폭탄 10기를 남조선에 주겠소. 그럼 우리 공화국은 더는 식량 걱정을 할 필요가 없소. 그리고 남조선은 핵폭탄을 받아도 우리를 향해 쏠 수도 없고,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오. 왜냐하면, 미국과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물론 중국도 반발할 것이니 더 안심해도 되오. 그러니 그렇게들 아시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남조선이 우리를 향해 핵폭탄을 쓰면······.”
“내 말을 뭐로 들었소. 남조선은 미국과 일본, 중국 때문에 핵폭탄을 가지고 있지도 못할 것이라는 말. 그런데 무슨 공화국을 향해 쏜다는 말이오. 그리고 동지 같으면, 고작 10기로 공화국을 향해 쏘겠소. 공화국이 10기 줘도 115기를 가지고 있는데, 즉 115 대 10이란 말이오. 그것도 현재. 올해가 가면 140 대 10이오. 하면 동지는 그런 모험을 하겠소?”
“그렇지만······.”
“이보시오. 동지, 남조선은 핵폭탄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쏘지도 못하고, 전쟁을 일으키지도 못한다는 내 말을 뭐로 들었소. 그리고 국민 대다수도 전쟁을 반대하고, 국회도 전쟁을 반대하고, 대통령도 전쟁을 반대하오. 그런데 무슨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오. 그런 남조선과는 달리 공화국은 구식 핵폭탄 10기를 줌으로써 식량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국제 사회의 제재를 뚫을 수도 있소. 뒤로는 새로운 신형 다탄두 핵폭탄을 계속 만들면서 말이오. 그러니 이것이 바로 일거양득,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겠소?”
내가 아무리 말해도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라서 설왕설래하는 북한 서열 30위안에 드는 자들,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을 한동안 노려봤다.
어떻든 나는 이렇게 북한 핵무기 10기를 줄여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했다.
그리고 이 일이 잘 성사되면, 북한 주민은 더는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모인 저 빨갱이 새끼들과는 달리 북한 주민은 아무 죄가 없으니까.
그래서 북한에 필요한 건설 장비와 가뭄에 대비한 양수 장비 등도 지원받겠다고 한 것이다.
그것으로 가뭄에 대비한 저수지도 만들고, 소를 들여오면 초지를 조성해서 목장도 만들고, 주민이 무더기로 동원되는 사업에 대신 쓰려고 말이다.
‘반대하는 새끼만 나와 봐 쏴 죽이고 말겠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머니에 든 리볼버를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설왕설래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북한의 핵무기를 무조건 폐기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그것이었다.
즉 이건 북한의 핵무기가 아니라 잘하면 통일 한국의 핵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말이다.
물론 이건 내가 김정은이 되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지 강백호였을 때는 북의 비핵화를 바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으니 통일 한국도 핵무장을 해서 주변국 특히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김정은이니 잘만하면 미국과 중국의 반대도 별로 받지 않고, 통일 한국은 핵보유국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아주 정치를 잘해야 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래야 한다. 밑밥으로 10기가 아니라 20기를 뿌려도 나머지는 통일 한국의 핵무기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중국 애새끼들도 더는 통일 한국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만약 일본 애새끼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고, 저희도 핵무장에 나서겠다면, 그때는 미국에 통고하자마자 바로 핵 폭격을 해버리면. 흐흐흐!’
내가 이런 생각마저 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찬성하고 나선 것은 총정치국장 황병수였다.
내 눈 밖에 나서 다시 계급이 강등되어 개고생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남조선에 핵을 주어도 쏘지도 못하고, 전쟁을 일으키지도 못한다는 위원장 동지의 말씀에 저도 동감합니다. 그리고 남조선 국민 대다수도 전쟁을 반대하고, 국회도 전쟁을 반대하고, 대통령도 전쟁을 반대한다는 말에도 동감합니다. 또 구식 핵폭탄 10기를 주고, 공화국은 영원히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국제 사회의 제재를 뚫을 수도 있다는 말에도 동감합니다. 또 뒤로는 새로운 신형 다탄두 핵폭탄을 만들면서 앞으로는 실리를 챙기는 절묘한 방안에도 동감합니다. 그리고 이 절묘한 방안은 그동안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이므로 위원장 동지는 제갈공명보다 더 뛰어난 계책을 낸 것입니다.”
이 사람이 아무리 그래도 제갈공명보다 뛰어난 계책이라니 아부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그러나 그에 뒤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북한의 이인자 채용해였다.
아마도 서열 3위인 황병수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심보이리라.
“맞습니다. 위원장 동지가 내어놓은 계책은 정말 제갈공명을 능가하는 절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위원장 동지를 태양처럼 떠받들고 만리마 정신으로 강성대국 건설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채용해가 이러자 나에게 돈을 더 많이 받아먹은 총참모장 김진성과 인민무력부상 박영석도 동조하고 나섰다.
이어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철현과 당 비서 오지용 등도 동조하고 나섰으나 차마 나서서 반대는 못 하지만, 반대하는 자들도 제법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처지에서는 당연하겠지만, 나는 그런 자들의 눈빛을 잊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 두고 있었다.
‘너희는 사정 일 순위다. 이 빨갱이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