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쌀과 핵(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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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불안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을 흐린 것은 인민무력부상 박영석이었다.
하여 그를 한번 노려본 다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적어도 50%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번 기회에 병사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지휘관, 지급된 생필품과 식량, 연료를 빼돌려 팔아먹는 지휘관, 부대 내에서 폭력과 가혹 행위 등을 일삼는 지휘관은 모두 전역시켜 집으로 돌려보내시오. 죄질이 무거운 자는 처벌하고 말이오. 그리고 병사 중에서 군에 온 이후 다친 병사,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병사, 신체 조건이 월등하게 열악한 병사,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병사도 모두 조기 전역시켜 집으로 돌려보내시오.”
“위원장 동지, 그러면 인민군대의 숫자가 100만이 무너져서······.”
“이보시오. 인민무력부상, 그럼 없는 것보다 못한 그런 병력으로 계속 100만 군을 유지하겠다. 일 년에 훈련도 몇 번 안 하고, 총도 몇 발 못 쏴본 그런 군대가 전시에 잘도 싸우겠소. 총소리만 나도 다 도망가고 항복하지 않으면 다행이게. 그러니 이참에 그런 병력을 줄여 우리 인민군대를 정예로 거듭나게 해야 하오. 오합지졸이 아닌 싸우면 이기는 군대로 말이오. 알겠소?”
내가 김정은이 된 이후 살펴본 북한군의 현실은 너무나 열악해서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호위사령부는 논외로 하고, 여타 군단의 병사들을 보면 참, 말이 안 나왔으니까.
거기다가 병사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지급된 생필품과 식량, 연료를 빼돌려 팔아먹고, 폭력과 가혹 행위를 일삼는 지휘관 놈들도 너무나 많았다.
그러니 이 기회에 그런 놈들을 모조리 쳐내고, 군대 와서 다친 병사,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병사, 신체조건이 월등하게 열악한 병사,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한 병사도 모두 전역시켜 병력을 좀 줄여놓아야 했다.
이왕이면 키 160㎝ 미만의 병사, 장기 근무 병사를 모두 전역시키라고 하려다가 그랬다가는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 일단 이 수준에서 우선 일을 처리해야 했다.
“위원장 동지, 그러나······.”
“두말하지 않겠소. 나는 오합지졸은 필요 없소. 그러니 그런 병력은 빼고, 반드시 싸우면 이기는 그런 군대를 만들 것이오. 그리고 내 이런 조처에 반대하면, 반공화국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두 분이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오. 또 지금이 어느 때인데, 머릿수로 싸우려고 하시오. 그것도 훈련도 제대로 안 된 오합지졸을 데리고 말이오.”
“......,”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니 내 말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겠소. 그러니 즉시 실행하시오. 아, 그리고 나가는 길에 39호실에 들려 각 50만 달러씩 받아 가시오. 일하려면 돈이 있어야 할 것이니 말이오.”
그렇게 둘은 각자 50만 달러씩을 받았으니 적어도 병력을 몇만은 줄여놓을 것이다.
한 20만 명은 줄여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니,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까 일단 그 정도라도 줄여야 했다.
***
이때 당 비서 오지용은 내가 준 친서를 민재인 대통령에게 전하고는 중간 크기 돼지 5만 마리를 팔라고 선전전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1,000만 달러도 함께 내놓고 말이다.
“인민들이 밥만 먹고는 살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돼지를 꼭 좀 팔아주십시오. 대통령님!”
“내가 알기로 북에도 한우와 육우가 약 60만 두, 돼지는 2,300만 두, 닭은 약 2억 마리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돼지 5만 두를 팔라고요?”
“그렇습니다.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고 싶다는 위원장 동지의 뜻이 너무나 강해서 말입니다. 그러니 돼지는 파시고, 소와 닭도 몇 마리 끼워주십시오.”
“허, 이것 참.”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 돈에 팔라는 것입니다. 중간 크기 돼지 마리당 20만 원으로 쳐서 5만 두 가격 1,000만 달러입니다. 그러니 덤으로 소와 닭을 좀 끼워줘도 남습니다. 하고 중국에서 사면 이것보다 훨씬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대통령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이번에도 남에 와서 이렇겠습니까. 다 위원장 동지께서 남의 축산농민들을 위한 대승적인 지시 때문이고, 북남 화합, 북남 교류와 친선을 목적으로 하기에 이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축산농민들을 위한 대승적인 지시, 북남 화합, 북남 교류와 친선을 목적으로 이러는 것이라는 오지용의 말에 민재인 대통령이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그 말을 받았다.
“진정으로 남북 화합을 하려면, 북이 가진 핵무기부터 완전히 없애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김 위원장께 전해나 주시오.”
“대통령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위원장 동지께서 이렇게 말씀드리라고 했습니다.”
“뭐라고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달라. 그리고 아직 공화국 내에서 이견이 조율되지 않았으니 이견을 조율한 다음 경평 축구를 같이 보면서 그때 쌀값으로 줄 것을 이야기하겠다.”
“그게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가 오면서 북 이산가족들이 남 이산가족에게 보내는 서신도 가져왔는데, 그것도 좀 부탁합니다.”
오지용은 이렇게 민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끝내자마자 다시 각 시민 단체, 정당, 언론사를 돌아다니면서 여론전을 펼쳐 2019년 2월 2일 설을 앞둔 날 1차로 중간 크기의 돼지 1만 마리를 가지고 북으로 향했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라 송아지 100두, 닭은 닭인데 생닭이 아닌 포장된 삼계탕용 닭 2만 봉지, 초코파이 12개들이 약 1만여 상자, 분유 2,500통과 이유식 3,500개도 덤으로 얻어갔으니 그는 진짜 북에서 보면 유능한 정치인이었다.
“비서 동지, 위원장 동지께서 송아지 100두와 돼지 5,000두는 저희 개성 협동농장에서 관리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그게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새끼를 놓으면 향후 인민들에게 무료로 분양하라고도 하셨습니다.”
내 지시에 송아지 100두와 돼지 5,000마리는 그렇게 개성에서 키우게 됐고, 나머지 돼지는 황해도 인민들에게 나누어졌으며, 삼계탕용 닭 2만 봉지와 초코파이 12개들이 약 1만여 상자는 호위사령관 이만철이 만들고 있는 대전차 사단과 연대에 우선 지급됐고, 분유와 이유식은 함경북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맞은 설 연휴인 2019년 2월 6일 서울에서는 모란봉 악단이 공연했고, 그 자리에는 민재인 대통령과 내가 서울로 보낸 북한 내각총리 박봉구가 나란히 앉아서 그 공연을 관람했다.
물론 체제 선전적인 내용은 뺀 공연이었고, 그 공연에 앞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시범 공연도 펼쳐져 잠실 체육관을 찾은 대한민국 국민은 남북 사이에 부는 또 한 번의 변화와 그 변화의 바람을 느껴야 했다.
“강수진 양, 불편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저는 청와대 행정관 오진철입니다.”
그랬다.
이 공연에는 내 동생 수진도 초대받아 친구 이은주와 함께 관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나는 드디어 실물로 본 이슬주와 함께 평양에서 샤이와 트와이스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이슬주,
매스컴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제법 살이 쪄서 약간 후덕해 보인다고나 할까.
하여튼 내 스타일은 아니었고, 그동안 온천리 즉 평양에서 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평안남도 온천군에 위치한 평남온천의 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데, 이번에 샤이와 트와이스 공연 관람차 온 것이다.
내 마누라가 아니라 김정은 그놈 마누라이기에 안 보고 살아야 하는데, 그건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김정은으로 환생했다지만, 그놈 여자와 같이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김정은인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아몰랑 그냥 안 보고 살고 싶었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나는 사나이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
그때 샤이의 강남 스타일이 동평양 대극장에 가득 울려 퍼지고, 그와 댄서들이 현란한 말 춤을 추자 극장을 가득 메운 북한 관객들은 지난해 4월 역시 이곳에서 벌어진 봄이 온다. 공연의 레드벨벳 무대 때처럼 멀뚱거리면서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한동안 쳤다.
그러자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극장은 금방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으니 역시 샤이였다.
그렇게 그가 강남스타일, 새, 연예인, 챔피언, 젠틀맨, 행 오버 등을 부르고 무대를 마치자 이번에는 기어이 트와이스가 나와서 이 노래를 불렀다.
매일 울리는 벨벨벨
이젠 나를 배려 해줘
배터리 낭비하긴 싫어
자꾸만 봐 자꾸 자꾸만 와
전화가 펑 터질 것만 같아
몰라 몰라 숨도 못 쉰대
나 때문에 힘들어
쿵 심장이 떨어진대 왜
걔 말은 나 너무 예쁘대
자랑하는건 아니고
배경으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멤버 9명이 폴짝폴짝 뛰면서 춤을 추자 이슬주는 물론 극장을 가득 메운 평양 주민들이 또다시 멀뚱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또다시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이렇게 외쳐야 했다.
“트와이스!”
“트와이스!”
내가 이렇게 연호하는데, 누가 그냥 있겠는가.
그 바람에 또 한 번의 공연은 대략 성공적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남북에서 모란봉 악단과 태권도 시범단, 샤이와 트와이스 공연은 무사히 끝났으나 그런 변화의 성과와는 달리 내가 직면해야 할 문제는 점점 더 눈앞으로 다가왔으니 그건 바로 쌀값으로 한국에 줄 현물에 관한 것이었다.
하여 호위사령관 이만철이 대전차 사단과 8군단, 특수작전군에도 대전차 연대를 만들어 중국이 침공하면, 주침공로로 이용할 것이 뻔한 지점 근처에 부대를 배치해서 훈련에 돌입하고, 총참모장 김진성과 인민무력부상 박영석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 약간 많은 5만 2,340명을 전역시켜 북한군 병력을 줄여놓은 2019년 2월 16일 토요일 오후 북한 서열 30위까지의 인사들을 자모산 특각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우선 각자에게 10만 달러가 든 돈 봉투부터 돌렸으니 일단 이렇게 기름을 쳐야 부드럽게 일이 잘 마무리될 것 같아서였다.
“동지들, 내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음식도 줄이는 바람에 이즈음 이만저만 힘들지 않소. 그러나 공화국을 위해서라면 이것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소. 그래서 그동안 제법 많은 일을 벌여 일부 성과도 거두었소. 하나 아직 멀었소. 쌀 430만 톤과 돼지 4만 마리가 공화국으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오. 이것만 오면 공화국은 2년 먹고 살 수 있소. 그럼 그 2년 동안 농사지은 쌀은 비축할 수 있어서 공화국은 영원히 식량난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오. 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