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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10화 (10/470)

〈 10화 〉 변화(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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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비서 오지용은 그렇게 청와대에서 민재인 대통령을 만나 환담한 후 숙소로 향했고, 민재인 대통령은 임종식 비서실장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현금 주고 산다니 초코파이와 분유, 이유식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조처하세요.”

“예, 대통령님. 그런데 야당에서 딴죽을 걸지 않을까요?”

“현금 주고 산다는데, 무슨 딴죽을 걸겠어요.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더 많이 팔라고 해야지요. 기업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 아닙니까. 하고 통일부 장관에게도 민간의 인도적인 지원은 허락해주라고 하고, 정무수석에게는 즉시 여야에 연락해서 북한에 갈 대표단을 구성하라고 하세요. 홍보수석에게는 역시 언론사를 선발하도록 하고, 정부와 적십자 대표단 구성은 아무래도 비서실장이 맡아야겠네요.”

현금 주고 사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전쟁 물자로 전용될 염려도 없는 초코파이, 분유, 이유식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초코파이와 분유, 이유식을 현금으로 사는 것도 일종의 내가 꾸민 생쇼 중 일부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더는 구걸만 하지 않는다.

그러니 공공비축미와 시장 격리곡을 팔아라.

이런 것 말이다.

그리고 이래야 대한민국의 여론이 훨씬 유리하게 움직일 것이니까.

어떻든 그 결과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결정했고, 그에 따라서 대한민국 청와대와 정부는 바쁘게 움직였고, 오지용도 언론사를 돌아다니면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굶주리는 북한 인민과 어린아이들을 지원해달라고 연신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오지용이 묶는 시청 앞 호텔 로비에는 얼마 되지 않지만, 북한 어린이에게 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편지와 함께 초코파이 12개들이 10상자와 분유 1통이 놓여 있었다.

한데 이 모습이 촬영되어 SNS와 인터넷에 퍼졌고, 그 덕분인지 다음날에는 초코파이 85상자와 분유 10통이 놓여있어서 오지용의 선전전은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

하여간에 오지용이 그렇게 대한민국에 머물면서 선전전을 펼치는 사이 경평 축구는 2019년 2월 23일 서울에서 열리기로 합의가 됐고, 여자 배구와 농구, 축구 교류전, 태권도 교류,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많은 관심을 끈 여자 아이스하키도 친선 경기를 개최하기로 합의됐다.

문화교류 부분은 우선 북한의 모란봉 악단이 설 연휴인 2019년 2월 6일 서울에서 공연하기로 했으며, 샤이와 트와이스는 평양에서 공연한 이후 모란봉 악단과 합동 공연도 펼치기로 합의가 됐으니 2018년 조용필, 이선희, 백지영, 레드벨벳 등의 평양 공연에 이은 또 한 번의 문화교류 행사였다.

그리고 그 2018년이 레드 벨벳의 무대였다면, 이 2019년은 바로 이들의 무대가 될 것이었다.

‘동지, 트와이스와 샤이는 반드시 데려와야 하오. 알았소?’

문화교류와 체육 회담 실무를 책임진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은 내가 이렇게 지시한 것을 끝까지 관철해서 기어이 트와이스와 샤이의 평양 공연을 끌어냈다.

암, 트와이스와 샤이가 와야지.

그래야 북한 애들이 충격을 좀 받지.

아니다.

솔직히 그들은 내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지시한 것이다.

어떻든 남북 체육교류와 문화교류는 그 정도선에서 합의됐고, 이산가족 상봉은 500명 규모로 서울에서 2019년 3월 1일부터 5일까지 열기로 합의가 됐다.

그리고 남북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는 한국 국방부와 북한 총참모부 사이에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합의가 됐으며, 이산가족 상봉이 끝날 때까지 상호비방을 중지하기로도 합의됐다.

이러니 이제 남북 사이에 남은 것은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 유상 판매 건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국가 안전보위성 부상 오영재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위원장님의 이번 군량미 인민지원 조처에 불평불만을 공개적으로 늘어놓은 1군단 13사단 대좌 강진호, 21사단 상좌 김성우, 2군단 3사단 대좌 이평우, 8사단 상위 이공수, 3군단 본부의 상좌 공길수, 4군단 26사단 소장 이길우, 24연대 대좌 조성태, 5군단 25사단 소장 김진태, 대좌 손길성, 45사단 소좌 박봉수, 7군단 10사단 대좌 우병수, 상좌 김기청, 20사단 대위 염주상, 8군단 본부 상좌 소평호, 9군단 24사단 상좌 사진봉, 42사단 중좌 박해우······.”

“그래서 그놈들을 어찌 처리했소?”

“모두 10년간 노동 교화형에 처했습니다.”

“무의미한 노동 말고, 백두산 숲 가꾸기와 나무 심기에 동원하시오.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오영재의 이런 보고를 받다 보니 군량미 인민 지원에 불평불만이 없는 군단이 없었다.

그럴 것이다.

선군 정치니 뭐니 해서 인민보다는 군대였는데, 이제 군대보다는 인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기회에 반당 반동 즉 나에게 반기를 드는 군부 놈들은 모두 처단해야 했다.

그래야 내가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때 방해가 될 인물이 적을 것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오 동지, 지금까지 정말 수고 많았소.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 반동분자 색출에는 더욱더 매진해야 하오.”

“물론입니다. 위원장 동지.”

“그런데 오 동지는 내 이런 조처가 마음에 드시오?”

“위원장 동지. 지금 공화국 방방곡곡에 위원장 동지를 칭송하는 만세 소리가 그치지 않고, 더는 굶어 죽는 인민이 없어졌으며, 아울러 꽃제비도 모두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위원장 동지의 조처가 마음에 안 들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정말이지 위원장 동지의 이번 조처에 인민들처럼 쌍수를 들어 만세를 외치고 싶을 뿐입니다.”

“그 말 믿겠소. 그리고 잡아들인 꽃제비들은 교육이 끝나는 즉시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고, 집이 없는 자들은 나이에 따라서 초등학원에 보내거나 기업소 동원 사업에도 투입하시오.”

지난 2009년 화폐 교환 조치 이후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빠지고, 그에 따라서 먹고살기 힘든 인민 가정이 점차 늘어났다.

그 바람에 며칠씩 굶다가 전 재산을 헐값에 팔아 쌀을 사 먹고는 더 팔 게 없어지면, 집마저 팔고 꽃제비가 되는 북한 인민이 많아졌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각 군단 군량미와 시도 보관미를 인민들에게 나누어주도록 조처하면서 꽃제비들도 모두 잡아들이라고 했다.

그렇게 잡아들인 꽃제비는 일단 구제소로 보내 먹을 것을 주고, 교육하고, 그 교육이 끝나면 나이에 따라서 이렇게 각 곳에 보내라고 한 것이다.

“예, 위원장 동지.”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남조선에는 흔하디흔한 꽃제비가 공화국에는 단 한 명도 없어야 하오. 그러니 각 시도 보안서, 검열대, 청년동맹 비사검열조, 질서유지대 등을 총동원하여 찾아내 구제소로 보내시오. 알았소?”

독재 국가의 독재자만이 내릴 수 있는 이런 명령으로 서울역에만 가도 쉽게 눈에 띄는 한국의 노숙자와는 달리 이제 북한에서 꽃제비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는 진짜 독재자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런 나와는 반대로 민재인 대통령은 이때 내가 보낸 친서를 읽고 또 읽으면서 내 동생 수진이 과연 나와 무슨 관계인지 생각하다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당연하지.

우리 둘 사이에 어떤 연관 관계도 없었으니 말이다.

민재인 대통령님.

보내주신 친서와 사진은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교통사고 후속 처리문제, 상속 문제, 거기에 비밀 경호까지 대통령님의 배려에 감사하면서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 건도 원만하게 잘 처리되어 배를 굶는 민족이 더는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 민족에게 더는 밥이 사상도 체제도 이념도 안 되기를 바라오며 제가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 대한민국에 대한 어떤 군사적인 조처도 취하지 않을 것이니 그 점 안심하십시오.

그리고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 건이 잘 처리되어 같이 경평 축구 보면서 치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권도 시범단과 모란봉 악단 공연, 경평 축구 등에 강수진 양도 초대해 주셨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추신: 존경하는 민재인 대통령님, 강수진 양 뒤를 캐봐야 아무것도 나올 것이 없으니 적당히 하시고, 하여튼 잘 좀 부탁합니다. 그리고 남북 관계가 거기에 달려 있음도 잊지 마시고요. 무슨 말인지 대충 아시겠죠.

평양에서 대통령님을 사모하는 김정은 드림.

내가 보낸 친서의 내용이 이랬으니 민재인 대통령은 진짜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

바로 어제 국정원장 서정훈의 보고도 수진과 나와의 관계에서 어떤 연관성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정말 아무 연관이 없었소?”

“예, 둘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통령님!”

“해외 즉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할 때 만났다거나 그런 것도 없었소?”

“강수진은 해외 출국 사실이 없습니다.”

“그럼 친척의 친척 뭐 그런 관계는?”

“그런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연유로 김정은이 강수진을 이렇게나 챙기는 것이오? 어디 속이 시원하게 말 좀 해보시오.”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물었으나 국정원장 서정훈이 내놓은 대답은 죄송합니다.

그 말이 다였다.

그러니 이 친서에 더 머리가 아플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때 내가 보낸 특사 오지용은 쌀 판매에 관한 대한민국의 여론을 거의 우호적으로 돌려놓은 것은 물론 민간단체에서 기부받은 것을 제외하고도, 개인적으로 기부받은 초코파이 12개들이 약 2만 상자, 분유 3,500여 통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정도면 위원장 동지도 만족하시겠지. 하하하!’

암.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

그리고 나는 이때 이만철 호위사령관을 불러 봉투 하나를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령관의 노고에 대한 보답이니 가져가서 알아서 사용하시오.”

“......,”

“뭘 그리 놀라서 말도 못하고 쳐다보시오?”

“아닙니다. 위원장 동지.”

“그 돈은 알아서 하시고, 사령관이 또 해줘야 할 일이 있소.”

“무엇입니까? 위원장 동지.”

“각 군단에서 잉여 인력을 빼 각 2,000명으로 구성하는 5개 연대 즉 1만 병력으로 대전차 사단을 만드는 일이오.”

각 2,000명으로 5개 연대를 만들어 이를 대전차 사단으로 하라는 내 지시에 이만철 호위사령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되물었다.

“정말 만듭니까?”

“그렇소. 그래서 호위사령부 직속으로 배치하시오.”

“잘 알겠습니다.”

“그런 부대를 만드는 이유는 안 묻소?”

“물어도 되겠습니까?”

“내 이 동지를 믿고 이야기하겠소. 남조선이나 미제는 이제 공화국을 침략하지 못하오. 그런데 중국 애새끼들은 공화국에 급변사태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연일 군사훈련에 열중이오. 이게 뭘 의미하겠소?”

“공화국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곧장 개입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그건 내가 방금 한 말에 다 포함된 의미요. 그것 말고 진정한 그들의 속내 말이오.”

이만철을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나거나 미국이 침공하면, 중국이 군사적인 대응을 하리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 말고, 내가 묻는 그들의 속내는 다른 것 같아 그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나를 몰아내고, 꼭두각시를 앉혀 공화국을 중국의 일개 성으로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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