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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9화 (9/470)

〈 9화 〉 변화(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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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성은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내 집무실을 나갔고, 곧이어 김정은 통치자금이자 비자금을 관리하는 39실 실장 심용만이 들어왔다.

“위원장 동지 부르셨습니까?”

“그렇소. 지시한 일은 잘 처리하고 있소?”

“물론입니다. 위원장 동지, 지시하신 모든 사치품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좋아. 좋아. 그리고 그건 어떻게 됐소?”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네덜란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바하마, 버뮤다 등에 흩어져 있던 18억 5,700만 달러를 모두 회수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마카오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 자산 동결 사건 이후 해외 자산 대부분을 차명계좌로 바꾸거나 회수했다.

그래서 그 차명계좌로 바꾸어 놓은 비자금을 내가 회수하라고 한 것이다.

내가 은행원 아니었는가.

무엇보다 이런 돈 문제에는 전문가였기에 그 비자금부터 회수한 것이다.

“수고했소. 그리고 그럼 39호실에 관리하는 자금과 합치면 모두 51억 달러가 좀 넘겠네?”

“총 51억 1,230만 달러입니다.”

“51억 1,230만 달러면, 50억 달러는 남기고, 잔돈 1억 1,230만 달러로는 애들 먹일 분유와 이유식을 사고, 인민들 줄 설 선물도 좀 사면 되겠군. 그런데 뭘 사지······.”

강백호에서 김정은이 되자마자 내 재산이 한화 약 20억 원에서 미화 50억 달러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 돈은 사실상 내 돈이었지만, 내 돈 같지가 않았다.

이 돈으로 북한에서 내가 뭘 하겠는가.

페라리 사서 타고 평양 도로를 달릴까.

주지육림에 빠져 엉망진창으로 살아볼까.

좋다고 소문난 해외 모든 곳을 놀러나 다닐까.

아니면 원판 김정은처럼 온갖 치적 쌓기에 쓸까.

그러니 내 돈이었지만, 내 돈 같지가 않고, 마치 고객이 맡겨놓은 은행의 예탁금 같아서 이렇게 50억 달러는 더욱더 큰 그림을 위해서 남겨두고, 1억 1,230만 달러로는 북한 아이들 줄 분유와 이유식 그리고 북한 인민들에게 설 선물을 사주려고 큰마음 먹고 당 비서 오지용을 불러서는 이렇게 말했다.

“오지용 동지, 이 돈 가지고 남조선에 특사로 가시오.”

“예, 위원장 동지. 그런데 무슨 일로?”

“그 돈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줄 분유와 이유식을 좀 사 오시오. 그리고 인민들의 설 선물도 사오는데······.”

당 비서 오지용에게 뭘 사와야 할지 가르쳐주고는 한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기에 이렇게 말을 보탰다.

“오 동지, 남조선에 가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수모를 겪더라도 이 일을 반드시 성공시켜주시오. 그럼 나 김정은 절대 오 동지의 노고를 잊지 않겠소.”

“위원장 동지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은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나는 오 동지만 믿겠소.”

북한 노동당 비서 오지용은 내 이 말에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찬양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진짜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이것이었다.

진심으로 이럴까.

모를 일이다.

어떻든 그는 남북 연락 채널을 통해서 연락한 다음 내 특사로 서울로 내려갔다.

간단하게 중국에서 분유와 이유식을 사면되겠지만, 아무래도 중국산 분유와 이유식보다는 한국산 분유와 이유식이 더 아이들에게 안전할 것 같아서 그를 서울로 보낸 것이다.

그리고 돈 준다는데, 한국이 안 팔고 되겠는가.

그것도 애들 먹일 분유와 이유식인데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청와대 안보실 2차장 이경호입니다.”

“반갑습니다. 조선노동당 비서 오지용입네다.”

판문점에서 청와대 국가 안보실 2차장 이경호의 영접을 받은 오지용은 그와 간단하게 인사한 다음 서울로 향했다.

그런데 그를 태운 차가 곧장 청와대로 간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오리언 제과 본사로 직행했다.

청와대 안보실 2차장 이경호가 급히 만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의 명령을 받고 북에서 왔으니 당장 이 회사 회장 동무래 좀 만나야겠소.”

오리언 제과 본사로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 오지용은 직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회장실로 올라갔다.

그 바람에 이경호는 오리언 제과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그런 난리도 잠시 기어이 오리언 회장 담정곤과 오지용, 이경호가 마주 앉았다.

“담 회장 동무, 내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의 명령을 받고 북에서 왔소. 온 이유는 거두절미 말하겠소. 초코파이 파시오. 단 개성까지 배달은 좀 해주어야 하겠소.”

“정부와 이야기가 된 것입니까?”

“현금 500만 달러를 선금으로 주겠소. 그리고 잔금은 개성에서 물건을 인수하고 또 바로 주겠소. 그럼 되지 않갔소.”

오지용이 이 말을 하자마자 그를 수행해온 북한 요원들이 커다란 가방 두 개를 가져와서 열었다.

그러자 미화 100달러짜리 뭉치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각 250만 달러, 총 500만 달러요. 우리 위원장 동지께서 33개 든 초코파이 1상자를 대한민국 돈으로 약 7,200원에 가게에서 판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오?”

“특별 할인 상품으로 나온 것은 그 정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일은 정부와 상의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내가 민재인 대통령에게 무슨 수를 쓰든 허락을 받을 것이니 물건이나 준비해주시오.”

“얼마나 사시려고요?”

“미화 3,000만 달러, 그럼 33개들이 444만 상자 정도 되겠소?”

“대충 그 정도 될 것 같군요.”

“그럼 회장 동무가 도매가로 쳐서 몇 상자 보태 450만 상자 맞춰 개성까지 배달 좀 해주기요.”

오리언 회장 담정곤도 청와대 안보실 2차장 이경호도 이 상황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아 오지용을 쳐다보는데, 그 순간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사정하기 시작했다.

“내래 위원장 동지의 특명으로 조선 인민들에게 줄 설 선물로 초코파이를 사러 왔소. 그러니 제발 좀 팔아주시오. 안 그러면 나와 저기 같이 온 동무들은 모두 아오지 탄광행······. 그리고 배고픈 북의 동포들을 위해서라도······.”

오지용이 이러는 바람에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이 급히 그를 만류했으나 소동은 어느 정도 이어졌다.

그리고 오리언 제과 본사 회장실을 나온 오지용이 사옥 앞에 진을 친 기자들을 보자마자 다시 무릎을 꿇고 앉더니 제발 초코파이를 팔아달라고 생쇼를 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소동은 다시 시작됐다.

“북의 굶주리는 동포들을 위해서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 판매를 거듭 요청합니다. 그리고 설 선물로 줄 초코파이와 애들에게 줄 분유, 이유식도 제발 좀 팔아주십시오. 간곡한 부탁입네다.”

무릎까지 꿇고 오지용이 이러는 모습은 기자들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타는 바람에 그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민재인 대통령과 마주 앉기도 전에 이미 인터넷과 SNS에는 이 소식이 도배됐다.

“대통령님, 위원장 동지의 친서입니다.”

“그래요. 아, 그리고 온다고 수고 많았어요.”

“수고라니요. 저는 공화국 인민들의 먹을거리 걱정만 들 수 있다면 만 리 길이라도 쉬지 않고 달려갈 겁니다. 하고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이곳으로 오기 전 오리언 제과에서 담 회장에게 초코파이를 팔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니 그 일은 꼭 좀 해결해 주십시오. 현금 주고 사는 것이니까요. 하고 중국 것을 사려다가 위원장 동지께서 꼭 대한민국 것을 사라고 하셨으니 더 잘 좀 부탁합니다. 동포끼리 돕고 살아야 하잖습니까. 또 저에게 아직 8,230만 달러가 있으니 이 돈만큼 아이들 분유와 이유식도 팔아주십시오. 대통령님!”

“진심이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순수한 지원은 이미 틀린 것 같으니까 이렇게 현금이라도 주고 사야죠. 그러니 꼭 좀 부탁합니다. 그러고 민간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해 준다고 하는 것만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막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또 부탁이 있습니다.”

“뭡니까?”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도 꼭 좀 판매해 주십시오. 그러면 경평축구가 서울에서 열리는 날 위원장 동지께서 파격적인 제안을 가지시고 방남하여 대통령님과 다시 정상회담을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정은의 서울 방남과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민재인 대통령과 배석한 임종식 비서실장, 백종규 안보실장, 조명견 통일부 장관 등의 눈초리가 가늘게 떨렸다.

“서울에서의 남북 정상회담보다 더 파격적인 제안이 도대체 뭐요? 혹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행?”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그리고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도 공짜가 아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현물로 사시겠다고 했으니 꼭 좀 부탁합니다.”

“설마 그 쌀을 군량미로 전용하려고 이러는 것은 아니죠?”

“대통령님,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금 각 시도와 군이 보유한 식량을 3월까지의 재고만 남기고, 모두 인민에게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군량미로 전용하겠습니까.”

“그 보도와 정보는 이미 들었소. 그러나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그렇다면 정부에서 10명, 국회에서 10명, 언론에서 10명, 적십자에서 10명 이렇게 대표단을 꾸려주십시오. 그럼 저와 함께 이번에 올라가서 확인을 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확인부터 시켜주시오. 하면 쌀 판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분유와 이유식, 초코파이는 현금을 받는 조건으로 판매토록 관련 허가가 있으면 허가하겠소.”

파격적인 제안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 제안도 파격적이라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이때 대한민국에는 김정은이 각 시도와 군이 보유한 식량을 3월까지의 재고만 남기고, 모두 인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는 소식, 경평 축구 등 남북 체육교류에 관한 실무 회담과 문화교류에 관한 실무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간 실무 회담 그리고 남북 국방부 장관 회담까지 연이어 벌어진다는 소식이 들리자 2018년 정상회담에 이어서 다시 한 번 북한에 대한 한 가닥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확인부터 시켜달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좋습니다. 당장 대표단을 꾸려주십시오. 그리고 쌀은 꼭 판매하시고, 분유와 이유식, 초코파이는 저와 함께 북으로 올라가도록 조처해주십시오.”

“관련 부처에 해당 기업과 상의토록 지시하겠소.”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민재인 대통령은 이 말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묵례까지 하는 오지용을 보면서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국정원에서 올라오는 정보, 조선 중앙 TV와 노동신문, 중국 매체, 평양에서 체류하는 일부 외신의 보도 등을 종합했을 때 지금 북한에서는 지난 70년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모든 변화의 정점은 바로 김정은 그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지난번 그런 친서에 이어서 오늘 또 친서를 보내고, 이런 제안을 했으리라.

그런데 이런 제안도 모자라서 파격적인 제안은 또 무엇일지 자못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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