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7화 (7/470)

〈 7화 〉 변화(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박철현의 너무나 파격적인 발언과 노회한 응대에 야당 대표 황무상은 그만 입을 닫고 말았다.

그러자 문준상 국회의장이 이렇게 말했다.

“아무쪼록 모든 것이 잘 해결되어서 민족이 공동 번영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러기를 바라지만, 인민이 굶어 죽고 있으니······.”

“그건······.”

“어떻든 꼭 좀 부탁합니다. 의장님.”

“뭐, 그런데 말이오. 이런 대화 제의와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 요청,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 판매 등등의 공세를 펴는 것이 혹 핵무기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가 아닌지 대한민국 국민은 여전히 의심합니다.”

“의장님, 우리 공화국의 핵 무력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핵 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을 더 벌려고 이러겠습니까.”

조용히 찌그러졌던 야당 대표 황무상이 그 순간 이러면서 다시 나섰다.

“공갈치지 마세요.”

“공갈이 아니라 현실이고, 우리의 핵을 실은 대륙 간 탄도 로켓은 언제든지 발사할 준비가 다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더 시간을 벌 필요도 없소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믿기 싫으면 믿지 마시오. 그러나 현실은 황 대표가 믿고 싶은 것과는 정 반대니까.”

국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그때 청와대 안가로 검은 선팅을 한 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강수진 양.”

“예, 대통령님.”

“자, 안으로 들어가요.”

내 동생 수진은 그렇게 민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어제 내 동생과 통화한 이후 민재인 대통령은 서정훈 국정원장에게 지시를 내렸으니 그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서 원장, 강원도 춘천에 있는 모 여대생을 비밀리에 경호 좀 해줘야겠어요. 국가 일급 기밀로 분류하고, 국회든 어디든 이 사항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세요. 또한, 어떤 자료도 남기지 말고, 관련 사항에 관한 보고는 서면이 아니라 원장이 구두로 하세요. 아시겠죠?”

“잘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럼 인적사항 보냅니다. 아. 그리고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국가 일급기밀입니다. 그러니 요원도 최고로 붙이세요.”

이렇게 내 동생 수진은 국정원의 일급 경호를 비밀리에 받게 되었으나 그것이 온전한 경호겠는가.

이른바 경호를 빙자한 감시겠지.

그래도 경호를 안 해주는 것보다는 그게 낫겠지.

그건 그렇고 수진은 강원도 지사 최무순의 방문 이후의 이 상황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전화 통화가 아니라 직접 대통령까지 만나자 더 믿을 수가 없었다.

“힘내세요. 강수진 양.”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무슨 일이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전화해요. 이건 내 번호이니 알았죠? 그럼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한 무슨 일이든 다 도와줄게요.”

“예, 그런데 이 모든 상황이 저는 믿기지 않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혹 북한에 아는 사람 있어요?”

“아뇨.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요. 그럼 편지 한 장을 보여 줄 테니까 영원히 비밀로 해야 해요. 아니면 수진 양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리고 혹시나 싶어 국정원에 수진 양의 비밀 경호를 지시해 놓았으니 그것도 알겠죠?”

“네, 그런데 무슨 일이 생긴다고?”

“그건 이 편지를 읽어보고 이야기하죠.”

그렇게 내가 자필로 보낸 편지는 수진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편지를 보는 순간 내 필체임을 알아본 수진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하나 민재인 대통령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편지를 보는 순간 정말 예사롭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김정은이 북한의 그 김정은 맞죠? 그런데 이 사람이 저를 어떻게 알고 이런 부탁을 대통령님께 한 것입니까?”

“나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강수진 양을 부른 거에요. 진짜 이 사람과는 모르는 사이에요?”

“제가 이 사람과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정말 이상하군요. 혹 짐작이 가는 일은 없어요?”

“없습니다. 대통령님.”

“그렇다면 김정은을 만나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겠군요. 어떻든 이 편지는 절대 비밀입니다. 수진 양도 보았듯이 이게 알려지면 좋을 일이 하나도 없을 테니까.”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그럼 김정은에게는 내가 통보하겠으니 수진 양은 평소처럼 행동하되 이 사실은 절대 비밀로 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즉각 아까 그 번호로 전화해요.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경호하고 있으니 그것도 명심하고요.”

수진이 내 필체임을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민재인 대통령은 편지에 대한 의문과 수진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없었다.

그리고 수진도 내 필체라는 것만 알았지 역시 편지에 대한 의문을 풀지는 못했으니 두 사람은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재인 대통령은 곧 국정원장이 수진에 관한 자세한 인적 사항, 간첩 여부 등을 조사해서 보고할 것이니 다르다고 해야 할까.

어떻든 그렇게 대통령을 만난 수진은 이어서 안가로 온 샤이니 민호도 만나 잠시지만 내 사후(?)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임종식 비서실장이 사진으로 촬영했고, 그 사진은 금방 출력되어 민재인 대통령의 친서와 함께 봉인되어 북한 특사 박철현에게 전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해주시오.”

“친서입니까?”

“그렇소. 그러니 뜯어보지 마시오.”

“물론입니다.”

박철현이 민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그 시점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공공 비축미 판매로 시끄러워지고 있었는데, 여론은 인도주의적 지원은 하지 않더라도 연간 2,000억이나 주고, 공공 비축미를 보관하느니 그걸 그 가격보다 약간 많이 받는 선에서 북한에 팔아야 한다는 쪽으로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연간 2,000억 혈세 낭비하지 말고 북한에 팔아라.”

“창고에서 썩는 쌀은 그냥 줘라. 애들이 굶어 죽는다잖아.”

“지금 비축한 공공 비축미는 북한에 팔고, 공공 비축미를 다시 수매하라. 그래야 안 그래도 어려운 농민도 먹고산다.”

“쌀 팔지 마라. 빨갱이는 다 죽어야 한다.”

“병신아. 돈 준다잖아.”

“돈이 아니라 현물.”

“시장 격리곡과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도 창고에서 그냥 썩는다던데, 그것도 저렴하게 팔아버려라!”

대한민국 여론이 이런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북한도 그때 난리였으니 바로 각 시도와 군이 보유한 쌀을 가난한 인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기 시작한 때문이었다.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쌀을 인민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시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간나 새끼, 쥐도 새도 모르게 죽기 싫으면 말조심하라!”

9군단 본부에서 나와 인근 가난한 인민들에게 20kg 쌀 포대를 나누어 주던 이철우 소좌의 이런 푸념에 중좌 장성호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다시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실 아닙니까. 다 나누어주면 우리는 뭐 먹고 삽니까?”

“3월까지 먹을 것 있지 않네. 그리고 그 이후 우리와 인민이 먹을 것은 원수님께서 수입한다고 하지 않네. 그러니 아가리 닥치고, 나누어줘. 하고 간나야. 입조심 좀 해라. 저기 보위성과 검열위원회는 물론 총정치국에서 나온 동무들 안 보이네. 그러니까 말조심하라. 안 그러면 바로······.”

장성호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이철우는 그만 입을 닫고 말았다.

이렇게 시도와 군의 쌀 무상 배급에 일선 부대 일부에서는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북한 인민들 특히 가난한 북한 인민들은 목이 터지라고 김정은 만세. 원수님 만세를 외치고 있었으니 그 소리가 금강산 방방곡곡은 물론 백두산 꼭대기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김정은 돼지 새끼가 아니라 나 강백호가 한 조처라고. 그러니 강백호 만세를 외쳐야지. 왜 그 돼지 새끼 만세를 외쳐!’

그 환호성을 듣고 이러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진짜 총 맞아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조선 중앙 TV에서는 매시간 내 특별 담화를 내보내고 있는 것은 물론 에멘탈 치즈와 내가 마시는 술 수입을 금지한 것, 그리고 그 재고들을 다 나누어 준 것, 밥상에 찌개 하나와 생선 반 토막, 김치 하나만 올리라고 한 것, 담배를 끊은 것 등등 별의별 것을 다 선전 선동하면서 내 조처를 뒷받침해주는 우상화 방송을 여전히 계속하고 있었다.

‘참 기가 막힌다. 이래서 독재자가 생기는 걸까?’

***

민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박철현은 그날 곧장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각 시민사회 단체를 찾아다니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끝없이 요청하는 여론전에 또 나섰다.

그러자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분유와 이유식을 지원해주겠다고 나서는 민간단체도 있었으니 그는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민재인 정부는 여전히 인도주의적 지원은 물론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 판매도 결정하지 못하고, 미국, 정치권과 논의 중이었다.

“다시 한 번 더 대한민국 정부에 인도주의적 지원은 물론 공공 비축미, 시장 격리곡 판매를 건의하면서 저는 돌아가지만, 곧 다시 오겠으니 같은 민족으로써 잘 좀 부탁합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 선 박철현이 이렇게 내외신 기자들에게 말하고, 북으로 복귀해 나에게 민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내놓은 것은 그날 오후 3시경이었다.

“위원장 동지, 민재인 대통령의 친서입니다.”

박철현이 내미는 친서를 받아 바로 뜯어보려다가 먼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지, 정말 수고 많았으니 가서 좀 쉬십시오. 다시 남조선에 가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예, 위원장 동지.”

그가 집무실을 나가기에 문을 걸어 잠근 다음 친서를 뜯어보니 제일 먼저 수진의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나오기에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딸 같은 동생이었지만, 졸지에 이렇게 되는 바람에 사진 한 장 없었는데, 이제 사진이라도 생긴 것이다.

“자식, 대통령과 사진도 다 찍고, 샤이니 민호도 만나고. 그래, 이렇게 웃으면서 살아. 이 오빠는 여기서 아주 지랄발광을 한다고 아슬아슬한 일을 벌이고 있지만, 너라도 웃으면서 살아야지. 그리고 인마, 이게 어쩌면 다 너를 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잘하면 통일도 할 수 있을 것이니까. 그러고 인마, 오빠 필체는 알아봤어?”

민재인 대통령의 친서에 든 여러 장의 수진이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혼잣말을 한 다음 친서 내용을 읽어봤다.

김정은 위원장께.

대한민국 대통령 민재인입니다.

위원장이 보낸 주신 친서 잘 받았고, 강수진 양의 여러 가지 일 즉 보험금 청구와 상속 문제 등은 다 신속하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비밀 경호까지 붙여두었으니 신변문제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제 말씀하신 파격적인 제안이 무엇인지 기대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하고 그에 따라서 인도주의적 지원과 공공 비축미, 시장 격리곡 판매를 결정하겠으니 속히 답을 주십시오.

대한민국 대통령 민재인.

대통령의 친서 내용은 이렇게 간단했으나 그걸 읽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진에게 경호를 붙였다는 것은 혹 나와 내통하는 간첩인지 알아보려고 감시를 붙였다는 것이겠지. 하하하! 민재인 대통령님, 아무리 그래 봐야 나오는 것은 일점 없을 겁니다. 그러니 헛수고하지 마세요. 그리고 여차하면 모든 것을 확 틀어버리고, 일본 동경 앞바다로 미사일 쏴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으하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