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변화(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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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사령부는 3개 군단 약 12만 명 규모의 병력으로 편성되어 있었으며, 크게는 호위총국, 평양경비사령부, 평양방어사령부로 구분된다.
그리고 11개 대대로 구성된 경보병 여단 등 특수부대도 편성되어 있어서 내 말 한마디면 쿠데타 세력을 일시에 제압하고도 남았으니 뭐가 걱정인가.
호위사령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 어쩌느냐고?
그에 대한 대비는 내가 아니라 진짜 김정은이가 다 해놨더라.
즉 호위사령부와 국가 안전보위성 등에도 불순 세력을 단속하는 비밀경찰이 쫙 깔렸더라는 말이다.
그것도 교차 확인으로, 그러니 쿠데타 모의는 금방 발견되어 내게 보고될 것이었다.
하나 만사 불여튼튼,
나는 아직 완벽하게 김정은으로 적응하지 못했으니 변신 놀이를 하듯 그로 생활하면서 그래도 보이는 허점을 보완하고, 진짜 김정은이 아닌 나 강백호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자들로 각 부대 지휘관을 다 교체할 생각이었다.
그럼 북한은 김정은 왕국이 아니라 나 강백호 왕국이 되니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으하하!
어떻든 아침부터 그렇게 약간의 생쇼를 하면서 위급 군관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것을 뒤로하고, 옆 자모산 특각으로 갔다.
그곳에 진짜 생쇼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위대한 조선 노동당 위원장이시자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최고사령관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2019년 특별담화를 하시겠습니다.”
지금 남한에 있는 박철현 등을 제외하고, 북한 서열 30위 안에 드는 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이렇게 소개를 받고 연단으로 나가서 원고를 앞에 놓고 이렇게 운을 뗐다.
이게 바로 내가 벌인 그 모든 일을 순조롭게 풀어나가고자 하는 진짜 생쇼 특별담화였다.
“사랑하는 온 나라 인민과 영용한 인민군 장병, 동포 형제 여러분! 나는 희망의 새해를 맞으면서 온 나라 가정의 건강과 행복 성과와 번영을 축원하며, 우리 어린이들의 새해 소원과 우리 인민 모두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꿈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동지들!
수많은 난관과 시련 속에서도 우리 인민은(중략) 위대한 수령님께서 조선 인민 혁명군을 강화발전 시키신 71돌이 되는 올해 핵 무력은 이미 완성되었으며, 우리식의 위력한 전략 무기들과 무장 장비들이 각 곳에 배치되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악랄한 제재와 압박 소동과 광란적인 전쟁 도발 책동에도(중략) 나는 작년 남조선에서 벌어진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우리 선수단과 대표단 등을 파견해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했습니다. 지금처럼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하는 속에서는 북과 남이(중략) 진정한 모습에서 큰 힘을 얻으며 조국번영의 진군에 힘차게 달려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나는 얼마나 위대한 인민과 함께 혁명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 뜨거워집니다.”
여기서 잠깐 담화를 끊고, 물은 한 모금 마시면서 내 담화를 듣고 있는 북한 서열 30위 안에 드는 자들의 면면을 한번 살펴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 담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아직도 굶어 죽는 인민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서 이번에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을 국제사회에 호소했으나 일제와 미제는 거부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난색을 보였습니다. 하나 아직 남조선이 남아 있으니 일말의 기대감을 가집니다. (중략) 그리고 남조선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나는 우리의 어떤 피 같은 것을 내어주고라도 식량을 사들여 이 땅에서 다시는 굶어 죽는 인민이 없도록 반드시 그 사명을 완성하겠습니다. 이는 기필코 지킬 나의 사명으로 2019년 이 땅에서 다시는 굶어 죽는 인민이 없도록 그 사명을 완수하겠습니다.(중략) 그리고 조선인민군대 최고사령관으로 조선 노동당 위원장이자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명령합니다. 각 군과 시도는 보유한 식량 중 올 3월까지의 재고만 남기고 전량을 총정치국과 보위성의 감독 아래 내일부터 배고픈 인민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줍니다. 만약 이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인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처단할 것입니다. 하고 그 조처에 맞춰 나도 밥 반 그릇, 찌게 하나, 생선 반 토막, 김치로 식단을 줄일 것입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줄였습니다. 그 덕분에 살까지 빠지고 있으니 내 모습이 위대하신 수령님과는 다르게 변하더라도 인민과 동지들은 나를 배척하지 말아 주십시오.”
김정은이 김일성을 닮으려고 성형수술을 몇 번 했니.
일부러 살을 찌우느니 마느니 그런 언론 기사를 강백호로 살 때 나도 몇 번 봤다.
그러나 내가 김정은이 되고 보니 정권을 잡은 초기 그렇게 김일성을 닮아 그때까지 여전한 그의 후광으로 정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는 의도는 약간 있었으나 완벽하게 권력을 틀어쥔 이즈음에는 그런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즉 지금의 김정은은 체중이 50kg 나가도 김일성과 일점 닮지 않아도 완벽하게 권력을 쥐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 부분을 농담조로 엄숙한 담화를 통해서 이렇게 표현해버렸다.
그럼 인민들은 내가 식단을 그렇게 조정해서 살이 빠진 것이라 믿을 것이고, 김일성과의 외모 차이에 상관없이 나를 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에멘탈 치즈와 담배를 끊고, 술까지 잘 안 마신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었으니 더 그렇게 대할 것이 뻔했다.
또 만약에 한국에서 쌀까지 사 와서 인민들의 배고픔을 완벽하게 해결해주면, 그때는 김일성 친손자가 아니라 그가 어디서 주워 와서 키운 애라도 관계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2019년 이 땅에서 다시는 굶어 죽는 인민이 없도록 그 사명을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중략) 이제부터 장엄한 진군길이 시작되겠지만, 인민의 지지 아래 우리의 진군은 필승불패라는 확신으로 나는 마음이 든든하며, 전력을 다하여 인민의 기대에 기어이 보답할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됩니다.”
조선 중앙 TV 카메라를 앞에 놓고 이런 일방적인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내려오자 배석해 있던 북한 서열 30위 안에 드는 자들의 눈이 순간 튀어나오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커지는 것이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각 군과 시도가 보유한 식량 중 올 3월까지의 재고만 남기고 전량을 내일부터 배고픈 인민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고, 이를 어기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처단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이렇게 선수를 쳤다.
“총정치국장, 보위성과 함께 이 일을 반드시 완수하시오. 알겠소?”
“알갔습니다. 위원장 동지.”
총정치국장 황병수가 이렇게 대답했지만, 표정은 약간 구겨진 것 같기에 그 옆에 서 있는 채용해에게 이렇게 못을 박듯 한마디를 던졌다.
“채용해 부위원장 동지도 관심을 가지고, 이 일이 잘 처리되도록 도와주시오. 알겠소?”
이인자 채용해에게 이렇게 말함으로써 삼인자 황병수를 견제하는 것은 물론 둘이 경쟁적으로 이 일을 추진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지 지금으로써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예, 위원장 동지.”
“좋소. 그리고 총참모장 이명수 동지도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군에서 불평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하시오. 역시 알겠소?”
“예,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런데 3월 이후에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이명수 동지는 내 담화 안 듣고 잤소?”
“아닙니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딴 것을 질문이라고 하시오. 내 분명 우리의 어떤 피 같은 것을 내어주고라도 식량을 사들여 이 땅에서 다시는 굶어 죽는 인민이 없도록 반드시 그 사명을 완성하겠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명수 동지는 내 말은 듣지 않고 잔 모양이오. 홍인법 검열위원장!”
내가 홍인법 검열위원장을 부르자 이명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진 것은 물론 그곳에 있던 모두의 표정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변했으나 나는 거기서 멈출 이유가 없어서 그가 대답하자마자 이렇게 명령했다.
“즉시 이명수 총참모장과 총참모부를 반당 혐의로 검열하여 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하시오. 알겠소?”
이 말 한마디에 북한군 총참모장 이명수 차수는 호위사령부 위급 군관들에게 그 자리에서 끌려서 나갔다.
‘잘 가. 너는 본보기로 아오지 탄광행이야!’
내가 벌이는 이 모든 일을 순조롭게 풀어 가려고 생쇼를 하고, 그 본보기로 이명수 총참모장도 검열하도록 하니 일단 내가 선언한 일에 대해서 더 반대하고 나서는 자는 없었다.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역시 세종대왕보다 더 확고하게 절대 권력을 쥔 군주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세종의 아버지 태종이나 그의 아들 세조와 비교하면 될까.
그리고 은연중에 나는 그런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었으니 내 피 속에 진짜 독재자의 피가 흐르거나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은행 과장으로 살면서 자연스레 몸에 밴 갑질을 이곳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발산하는지도 몰랐다.
그건 그렇고 3월까지 식량 지원을 못 받거나 수입하지 못하면, 이 모든 일이 말짱 황이 되고, 어떤 놈이 내 뒤통수에 몰래 총을 쏠지도 몰라서 그건 좀 불안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비장의 한 수가 남아 있었으니 대한민국과 미국은 절대 이 조건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나 대한민국 소시민 강백호 아니었어. 한데 왜 이렇게 됐지. 그리고 이게 뭐하는 짓이지. 이러다가 진짜 잘 못 되는 것 아냐. 그래도 갈 데까지 가보는 것이 답이겠지. 맞아. 이럴 때는 그냥 아몰랑하고 갈 데까지 가보는 거야. 못 먹어도 고다. 그러나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철현은 대한민국의 여론을 더 유리하게 조성하려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와 환담하고 있었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유엔제재와도 상관없으니 국회의장님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님들께서 어려운 동포를 돕는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신경을 좀 써주십시오. 그럼 우리 공화국도 그에 맞는 다른 여러 조처를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예, 의장님. 민재인 대통령님께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는 물론 정치권과도 상의한 다음 결과를 알려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잘 좀 부탁합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황 대표님께도 부탁합니다.”
“그쪽에서 핵무기를 완전하게 포기하면 생각해 보지요.”
보수 야당 대표 황무상의 말을 박철현이 이렇게 받았다.
“공화국의 핵은 미국의 공화국 압살 정책 때문에 자위적 차원에서 만든 것이지 남조선을 공격하려고 만든 것은 아니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그리고 미국은 우리의 혈맹입니다.”
“혈맹보다는 민족이 먼저지요. 그리고 공화국은 미국이 먼저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쓸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얼마입니까. 최소 2,000기 이상입니다. 그런데 공화국은 그 10분의 1도 안 됩니다. 황 대표님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공화국이 미국을 핵 선제공격하겠습니까. 그 순간 우리 공화국은 지도상에서 지워질 텐데요.”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미국이나 한국을 우리 공화국이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정 불안하면 한국도 핵무장을 하세요. 뭐가 문제입니까.”
“뭐라고요?”
“자자, 너무 그렇게 열 내지 마시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식량 지원을 좀 부탁합니다. 민족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 어렵겠다면, 공공 비축미와 시장 격리곡을 저렴한 가격에 파십시오. 그럼 공화국 핵무기를 대화의 탁자 위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