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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4화 (4/470)

〈 4화 〉 변화(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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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국가안정보위성 부상 오영재가 나가기에 황병수 총정치국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는 지난해 뇌물 문제, 채용해와의 권력 다툼 등으로 6계급 강등돼 원산 인근 1군단에 보냈다가 이번에 다시 총정치국장으로 복귀시킨 인물이었다.

물론 내가 아닌 김정은이 말이다.

“황 동지는 인민이 굶어 죽는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위원장 동지께서 인민을 위하는 절절한 마음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요. 우리끼리 못할 말이 무에 있다고,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 보시오.”

내가 은근히 이렇게 말하자 황병수는 채용해 등 주위 인물을 한차례 둘러본 후 이렇게 말했다.

“공화국의 식량 생산량은 지난 2016년 485만 톤, 2017년 479만 톤, 2018년은 468만 톤입니다. 인민들이 굶어 죽지 않으려면, 최소 510만 톤이 필요한 상황인데, 미제와 더불어서 중국, 러시아, 남조선까지 공화국을 제재하니 수입도 할 수 없고, 원조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각 군단과 시도의 식량 재고를 조사해봐야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하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곡물 생산량 말고, 쌀 생산량은 2017년 219만 톤, 2018년 216만 톤 아니요?”

북한은 작년 옥수수 167만 톤, 감자류 53만 톤, 콩 및 기타 잡곡류 17만 톤, 보리류 15만 톤, 쌀 216만 톤, 총 468만 톤의 식량을 생산했다.

인구가 약 2,520만 명이었으니 그 전체 곡물 생산량 468만 톤으로는 사료용과 종자용을 빼고, 수확 후 손실까지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사료용과 종자용 곡물은 빼고, 수확 후 손실까지 계산하고, 인민들이 배를 든든하게 채우려면 적어도 쌀이 최소 100만 톤은 더 있어야겠구먼?”

“그럼 인민들이 위원장 동지를······.”

황병수가 그때부터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진짜 듣기 거북한 칭송을 늘어놓기에 한참 듣다가 채용해에게 물었다.

“채 동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쌀 100만 톤만 구할 수 있다면, 인민들만이 아니라 군도 모두 위원장 동지를 칭송하여 마지않을 것입니다.”

“좋소. 그럼 방법들을 말해보시오. 우선, 농업부!”

“지금이 겨울이라 당장 식량을 마련할 방도가 없으니······.”

“됐소. 그리고 지금이 겨울임을 모르는 동지가 여기 있소. 박철현 동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철현이 내 물음에 한동안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당장 식량을 구하는 방법은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원조뿐입니다. 그러니 우선 중국과 러시아, 유엔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요청하시고, 남조선에는 고위급 회담을 제안 등 하면서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것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원장 동지.”

“국제사회의 원조라······. 다 들 그 방법뿐이라고 생각하시오?”

곧 죽어도 자존심을 내세울 줄 알았던 자들이 이구동성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니 참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저 번지르르한 얼굴의 개기름들을 보니 인민들은 굶어 죽거나 말거나 평소에는 아무 관심도 없을 자들이 김정은의 한마디에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만 같았다.

‘이 빌어먹을 빨갱이 새끼들. 주민들은 굶어 죽거나 말거나 너희만 잘 처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 이 새끼들아!’

이렇게 속으로 욕을 하면서 한 놈씩 노려보니 다들 눈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하긴 이 북한에만 이런 놈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 남한에도 불우한 이웃이 굶어 죽거나 말거나 저만 잘 처먹고 잘살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았으니, 하여튼 이놈들이나 그놈들이나 싸잡아서 빌어먹을 새끼들!’

또 속으로 이렇게 욕을 하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원조를 요청해서 거절당하면 그때는 어쩔 것이오?”

“그래도 아니하는 것보다는······.”

“허 참. 그리고 남조선도 이제 바보가 아닌데, 우리가 그런다고 식량을 지원해 주겠소?”

“다른 곳은 몰라도 남조선은 장단만 좀 맞춰주면, 약간은 지원해 줄지도 모릅니다.”

놀고 있네.

당장 보수 야당과 언론과 국민이 들고일어나서 지랄하면, 인도주의고 지랄이고 다 헛방이 될 것인데, 내 참.

그런데 내가 왜 북한 인민들이 굶어 죽거나 말거나 이렇게 애를 태울까.

진짜 나에게 일말의 양심, 선함, 이타심, 측은지심 이런 것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그럴까.

아니면, 인민들이 폭동을 일으켜서 혹시라도 총 맞아 뒈질 것을 염려해서 이럴까.

하여간에 내 마음을 나도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이렇게 지시는 했다.

“여하튼 좋소. 그리고 들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우선 중국, 러시아, 미제, 일제, 유엔에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특사를 보내고, 남조선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위한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연락하시오.”

이것이 내가 김정은이 되어 오영재 국가 안전보위성 부상에게 내린 지시에 이은 또 한 번의 정식 지시였다.

내 권력의 공고함을 확인한 다음이었으니 뭐 그렇게 큰 모험은 아니었으나 내가 김정은으로 공식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지시를 마음대로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좀 더 확고한 판단이 서면 진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말이다.

어떻든 그렇게 각 군단과 시도의 식량 재고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북한이 보낸 특사를 가장 먼저 문전박대한 것은 일본이었다.

그다음은 미국이었고, 러시아와 중국은 단박에 거절하지 않는 대신 난색을 보였다.

그리고 유엔은 아동기금(UNICEF)을 통해서 쌀과 옥수수 등 식량이 아니라 어린이용 분유와 이유식을 미화 100만 달러어치 지원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으나 그것으로는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때 청와대에서는 대한민국 민재인 대통령이 북한 특사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철현, 작년에도 남한을 방문한 원길우 체육성 부상 등의 예방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대통령님을 다시 뵈오니 정말 제가 남조선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군요. 하하하!”

“하하하! 그런가요.”

“예, 대통령님. 그리고 이건 위원장 동지의 친서입니다. 나중 혼자서 조용히 읽으시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그 결과에 따라서는 더 파격적인 제안을 하시겠다고 하셨으니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알았소. 자들 앉으시오.”

그러나 모두는 바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바로 기자들의 성화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사진 촬영 시간까지 가지고 나서야 예방은 비공개로 전환되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고, 대한민국에서는 임종식 비서실장, 백종규 안보실장, 조명견 통일부 장관, 서진성 국방부 장관, 조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대통령님, 제가 특사로 온 것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으니 빼지 않고 거두절미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해보시오.”

“우리 인민들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그들을 좀 살려주십시오.”

“식량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오?”

“거두절미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당장 이산가족 상봉, 서신 교환, 남북 군사회담, 체육 교류, 문화교류에 위원장 동지께서는 경평 축구도 서울에서 개최하자고도 하셨습니다. 그러면 서울에 직접 오셔서 대통령님과 정상회담을 다시 할 수도 있다고 했으니······.”

제법 파격적인 제안에 민재인 대통령 등은 눈이 동그래져서 박철현과 북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피면서 그 진위를 파악하려고 했다.

“아까 말한 더 파격적인 제안이 그것이오? 서울에서의 남북정상회담!”

“아닙니다. 그러니 그 친서를 읽어보시고, 말씀을 주십시오. 그럼 제가 위원장 동지의 제안을 받아 다시 오겠습니다.”

박철현은 이렇게 말하면서 서울에 오기 전 김정은 즉 내가 직접 불러서 한 말을 되새겼다.

“무엇보다 이 친서가 우선이니 잘 처리하시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그쪽의 요구는 다 들어주고, 알았소?”

“예, 위원장 동지.”

“아, 그리고 남조선의 보수 괴뢰도당과 언론이 식량 지원을 문제 삼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니 대통령을 예방한 다음에는 남조선 국회에도 가고, 언론에도 출연하는 등 해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서 반드시 식량 지원을 끌어내시오.”

김정은 즉 내 특별 지시를 되새기는 박철현을 한동안 바라보면서 민재인 대통령은 당장 친서를 뜯어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나중 혼자서 조용히 읽어보라고 한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일단 궁금증을 꾹 눌렀다.

“어떤 파격적인 제안을 할지 심히 궁금하군요.”

“기대하셔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럼 일단 한번 믿어보죠. 그리고 식량 지원 문제는 바로 결정할 수 없으니 미국 등 국제사회는 물론 정치권과도 상의한 다음 결과를 알려주겠소. 그러니 우선은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 교환 등의 문제부터 논의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식량 지원 문제는 당국자들과 잘 협의하셔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은 남쪽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인원이 원하는 만큼 하자고 위원장 동지께서 말씀하셨으니 요구 사항을 말씀해 주십시오.”

남한이 원하는 장소, 원하는 인원, 원하는 기간 동안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다.

이것만 해도 또 하나의 파격적인 조건이었기에 민재인 대통령은 물론 통일부 장관 조명견도 놀라서 박철현을 쳐다봤다.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그러니 장소, 인원, 기간을 알려주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소. 그럼 일단 서울에서 합시다. 그리고 인원과 기간 등은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바로 알려주겠소. 그리고 서신 교환은?”

“북쪽 가족에게 전달할 남쪽 가족의 서신은 물론 선물 등도 주시면, 즉각 각 가족에게 책임지고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것도 좋소. 좋아. 그리고 진작 이렇게 나왔으면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 아니요?”

“앞으로 잘 해결해 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도 좋소. 그리고 또 한 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믿어 보겠소. 하나 이번에도 실망하게 하면 그때는 각오하시오. 그러고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 교환 문제는 그 정도면 해결된 것 같으니까 우발적 충동방지를 위한 남북 국방부 장관 회담도 받으시오.”

민재인 대통령 예방은 그렇게 각 분야의 굵직굵직한 주제를 합의하는 성과를 내고 있었다.

“받겠습니다. 그리고 체육교류, 문화교류 회담도 받겠으니 실무 회담부터 하시죠.”

“그것도 좋소. 그럼 이제 남은 것은 하나네요. 완전한 비핵화 약속 이행!”

“대통령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이렇게 답하라고 위원장 동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뭐라고?”

“그 문제는 친서의 결과를 보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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