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변화(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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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쉽게 말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이곳이 아무리 생지옥 같은 북한이라도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다른 곳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마음 단단히 먹고, 뭔가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
될 수 있으면 남북통일 같은 것 말이다.
그러면 은행원으로 평안하게 살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삶을 살 수 있다.
남북통일. 남북통일. 그런데 잘 될까.
아침을 먹고 잠깐 졸다가 이런 내용의 꿈을 꾸었다.
이런 것을 보니 아직은 이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으나 그날 저녁부터는 러닝머신을 가져오라고 해서 천천히 걷는 운동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불현듯 한 생각이 들어서 국가 안전보위성 부상 오영재를 불렀다.
내 권력의 공고함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고,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것이라 잠시 고민하다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오영재 동지, 아직도 굶어 죽는 인민이 있네?”
인간으로서의 일말의 양심, 선함, 이타심, 측은지심 그런 것도 아직은 나에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러닝머신을 하다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오영재를 불러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절대 이런 것을 묻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김정은 그놈처럼 말이다.
“없습니다. 위원장 동지.”
“솔직하게 말해보라. 어젯밤 꿈에 주석님이 나를 꾸짖으면서 왜 아직도 인민을 굶겨 죽이느냐고 얼마나 야단을 치시는지. 그러다가 기어이는 발로 나를 걷어차시면서 계속 인민을 굶겨 죽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바람에 놀라 침대에서 떨어져 잠에서 깼어. 그런데 얼마나 꿈이 생생하던지······. 아, 믿기지 않으면 저 김영철이에게 물어보라. 내가 어제 침대에서 떨어졌는지 아닌지. 그리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권총을 빼앗아 쏜 것도 모자라 온통 난리를 쳤는지 아닌지.”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야 나는 인간으로서의 일말의 양심, 선함, 이타심, 측은지심 그런 것보다는 참 번지르르하게 거짓말을 잘하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런 줄 알았으면, 은행원이 아니라 진즉 사기꾼 특히 보이스피싱을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어떻든 김정은으로 환생해서 지랄발광한 것을 김일성에게 꿈에 야단맞고, 걷어차여서 그랬다는 것으로 교묘하게 꾸며냈다.
그러자 국가 안전보위성 부상 오영재가 눈이 동그래져서 이렇게 물었다.
“정말 그랬습니까?”
“그래, 저 김영철이에게 물어보라.”
오영재가 한쪽에 목석처럼 서 있던 김영철을 쳐다본 것은 그때였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여주기에 이때다 싶어서 못을 박았다.
“오 동지, 모레까지 시간을 주겠으니 그사이에 굶어 죽는 인민이 있는지 알아보고 보고하라. 거짓이 있으면 재미없을 것이니 사실대로 조사해서 보고하라. 알겠소?”
국가 안전보위성 부상 오영재는 그렇게 내 방을 나가더니 곧 김영철은 물론 호위사령부 호위들에게도 어제 내가 지랄발광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조리장 김임순 등에게는 에멘탈 치즈와 술에 관한 이야기도 들은 다음 조용히 특각을 벗어나 국가 안전보위성으로 갔다.
그때부터 국가 안전보위성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혼란에 빠져들었으나 곧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자모산 특각 집무실에 있던 글록, 베레타, 백두산 등 수많은 권총 중에서 스미스 웨슨 M360 J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가져와 요리조리 만지면서 총기를 익히기 시작했다.
백두산 권총만이 아니라 김정은이 이런 수많은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니 일단 웃겼지만, 그건 그거고 그중에서 가장 작고 가벼워서 휴대하기 좋을 것 같은 이것을 가지고 와서는 요리조리 만지면서 기능을 다 파악한 다음에는 실탄 5발을 장탄했다.
6발이 아니라 이 권총은 장탄 수가 5발이었기에 때문이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서 그때부터 사격 연습을 시작했다.
“탕탕! 다 죽었어.”
100여 발을 쏴도 어느 놈 하나 뭐라는 놈도 없고, 째깍째깍 탄환도 장전해 주는데, 정말 김정은은 세종대왕보다 더 확고하게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은연중에 느끼고, 또 은연중에 그 권력을 누리면서 즐기고 있었으니 이거 혹시 나에게도 독재자의 피가 흐르나.
아니면 너무 쉽게 이 상황에 적응을 하나.
그도 아니면 나도 전생에 조선의 어느 왕이었나.
또 그도 아니면 자연스럽게 갑질을 하는 건가.
하여튼 그렇게 주머니에 쏙 들어가서 휴대하기 편리한 리볼버로 사격 연습을 했으니 이유는 당연히 호신 때문이었다.
어떤 놈이 등 뒤에서 총을 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래서 그 어떤 놈이 총을 뽑으면 내가 먼저 쏴버리겠다는 일념, 마치 미 서부 개척시대의 총잡이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사격 연습, 살을 빼기 위한 운동, 침대에서 뒹굴면서 내 위치와 권력을 확고함을 완벽하게 확인하고, 앞으로 살아갈 일, 하고 싶은 일 등도 궁리하면서 생일이 제삿날이 된 기념으로 얻은 휴가 아닌 이상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국가 안전보위성 부상 오영재가 서류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그래, 굶어 죽은 인민은 몇이네?”
“시간이 부족하여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겨울에 굶어 죽은 인민은 총 754명입니다. 위원장 동지.”
“뭐! 754명이나 굶어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세상에 이제 고작 1월인데, 벌써 754명이나 굶어 죽었단다.
그럼 춘궁기가 되면 또 얼마나 굶어 죽을까.
그리고 이것도 정확한 숫자가 아닐 것이다.
이를 어쩐다.
김정은 그 돼지 같으면 눈도 끔벅 안 하겠지만, 나는 그놈이 아니라 강백호였다.
강백호 말이다.
그러니 이건 도무지 더 두고 볼 수가 없는 문제로 무슨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직도 이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동포라는 사실에 말이다.
“어디서 가장 많이 죽었네?”
“함경북도로 총 378명입니다.”
“당장 9군단장 조성식과 함경북도에 연락하라. 그래서 오늘부터 굶어 죽는 인민이 있으면 모조리 껍질을 벗겨버리겠다고 해. 인민이 굶어 죽은 다른 지역의 군단과 시도에도 그렇게 전해. 알았어?”
“예, 위원장 동지.”
“분명하게 전해. 오늘부터 굶어 죽는 인민이 있으면 모조리 껍질을 벗겨버리겠다고.”
아무리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하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내 이런 행동은 참 대찼다.
어디서 용기가 나서 이럴까.
아니다.
내 이런 대찬 행동은 내 권력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었고, 김정은의 육체와 기억만이 아니라 그의 정신도 내게 아주 조금은 빙의해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이러다가 총 맞아 죽는 것 아냐.
그러나 754명이나 굶어 죽었다니 솔직히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나에게 아직 일말의 양심, 선함, 이타심, 측은지심 그런 것이 남아있을 때 뭐라도 해야지.
아냐.
이참에 진짜 남북통일이나 할까.
그럼 진짜 총 맞아 죽을까.
‘그래도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루비콘 강도 건넜으며, 김정은으로 환생했을 때부터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니 못 먹어도 고(go)다! 진짜 총 맞아 죽겠는데. 아니야. 그래도 할 건 해야겠지. 아냐. 아냐. 서두르다가는 죽도 밥도 안 돼. 그러니 릴렉스(Relax)! 릴렉스(Relax)한 다음 해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해야 해. 그래야 나도 살고, 진짜 통일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 서두르다가는 진짜 아무것도 안 돼. 근데 중국과 일본놈들은 남북 통일한다고 하면 분명히 극렬히 반대하겠지. 러시아 놈들은? 아니, 미국은 찬성할까?’
뒤죽박죽 아직 정리되지 않는 이런 생각들이 뇌리를 지배하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맞은 다음 날 아침, 오전 10시까지 자모산 특각으로 북한 권력 서열 30위를 다 모으라고 했다.
김정은 기억에 권력 서열 10위까지 모아서 하는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있었지만, 그냥 30위까지 자모산 특각으로 모으라고 한 것이었으니 벌써 내 권력에 대한 자신감이 이만큼이라고 보면 됐다.
그러니 이제 북한 권력 서열 30위들을 모아놓고, 그들 앞에서 또 그들로부터 내 권력의 확고함을 한 번 더 확인하고, 그 권력을 실행하는 단계까지를 이행하면 더욱더 내 지위의 확고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 북한 권력 서열 30위들을 막상 보자마자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이미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이제 정말 못 먹어도 고였다.
그래도 이러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머니에 넣어온 장탄된 리볼버를 한번 만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여차하면 빨갱이 한 마리 잡는 거지 뭐! 아니, 총알이 다섯 발이니 다섯 마리 잡는 거다.’
예전 GOP에서 군 생활할 때‘한 마리 잡자!’그러고서 초소에 투입한 기억 때문에 이렇게 말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여차하면 진짜 내가 먼저 쏴 죽이면 됐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어찌할 수는 자는 이 북한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곳의 왕이라는 것이 서서히 확실해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미 김영철과 호위사령관 이만철에게 철저하게 경계하라고 지시까지 해 놓았다.
그래도 환생한 지 며칠 만에 내 간이 너무 커진 것 같았다.
아니다.
예전 강백호로 살 때도 간을 무지하게 컸었다.
그런데 내 권력이 왕처럼 공고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간이 얼마나 더 커졌겠는가.
그래서 배에 힘을 주고 이렇게 말했다.
“자자! 다들 앉으시오. 그리고 내가 오늘 부른 이유는 이미 다들 들어서 대충 알 것이오. 채용해 동지는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오?”
북한 이인자 채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내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위원장 동지께서 저희를 부른 이유가 굶어 죽는 인민이 없도록 각 군단이 보유한 군량미까지 풀어라. 그래서 더는 굶어 죽는 인민이 없도록 하라. 혹시 그것이옵니까?”
“하하하! 그렇소. 주석님께서 꿈에 나타나 나를 야단치면서 발로 걷어차기까지 했소. 다시는 굶어 죽는 인민이 없도록 하시라고 하면서.”
“그래도 그 문제는 쉽사리 결정할 수가 없는······.”
“쉽사리 결정할 수가 없다니?”
“각 군단이 보유한 군량미도 넉넉하지 않아서 그런 조처를 내리면, 군에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습니다. 위원장 동지.”
“각 군단이 보유한 전시 군량미 1년 치가 있지 않소. 그런데 무슨 불평불만? 아니, 가만. 이 간나 새끼들이 다 빼돌린 것 아냐.”
전시 군량미 확보라는 핑계로 각 군단은 1년 치 군량미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재고가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 간부들이 빼돌린 것이다.
보급해준 회충약도 빼돌려 장마당에 팔아버리는 바람에 지난 2017년 남한으로 귀순한 임 모 병사 몸에서 회충이 무더기로 나와 전 세계에 얼마나 개 쪽을 팔았는가.
하여 에멘탈 치즈와 술 수입도 금지하고, 그 돈으로 회충약이라도 사 먹이라고 한 것이다.
“그것이······.”
“오영재 동무, 검열위원회 홍인법 동지와 함께 즉각 각 군단 군량미와 시도 비축 식량에 대해서 재고조사를 하시오. 그래서 재고가 틀리면, 각 군단장 간나 새끼와 시도 당위원장 놈들을 모조리 이리로 끌고 오시오. 알간?”
“예, 위원장 동지.”
국가 안전보위성 부상 오영재는 그렇게 특각을 나갔으니 이제 검열위원회와 함께 각 군단과 시도를 뒤집어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