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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1화 (1/470)

〈 1화 〉 내가 김정은(1)

2019년 1월이 되었지만, 남북과 북미 관계는 지난 2018년에 있었던 정상회담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조금은 냉랭했고, 북한의 비핵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니, 북한 핵무기는 더 고도화되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에 이어서 화성-16형까지 실전 배치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난 상태였다.

그때 빌어먹을 일이 일어났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이런 개 같은 일이! 으악! 이게 실화냐? 정말 실화냐?”

내 이름은 강백호.

대한민국 강원도 춘천에서 잘살고 있었다.

아니, 잘 산다고 나름 자위하면서 35살까지 무탈하게 살았다.

비록 결혼은 하지 못했고, 부모님은 작년에 모두 돌아가셨지만, 말 잘 듣는 착한 딸 같은 여동생도 있었고, 은행원이라는 번듯한 직업도 있었으며, 부모님이 남기신 약 13억 원의 유산과 내 명의의 50평 아파트와 내가 모은 약 1.5억 원의 돈도 있었다.

그런데 2019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9년 1월 8일 아침, 그러니까 내가 정식으로 36살이 되던 그 날, 이제 막 20살이 된 딸 같은 여동생 수진이 끓여준 미역국을 먹으면서 나름 조촐한 생일 아침을 맞은 그때부터 이 빌어먹을 일이 시작된 것 같았다.

“고맙다. 미역국도 다 끓이고, 그런데 오늘 어디 간다고?”

“친구들 만나서 영화 보고, 밥 먹기로 했어.”

“좋을 때다. 어떻든 잘 놀아. 그리고 이건 용돈!”

“고마워요. 아빠 같은 오라버니. 그리고 생일 축하해용!”

매달 주는 용돈 50만 원과는 따로 10만 원의 특별 용돈까지 주자 여동생 수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이런 코맹맹이 소리까지 했다.

“자식, 내가 더 고맙다. 현실 여동생 안 같고, 딸 같은 너 때문에······.”

“무슨 그런 말을, 그리고 이제 이 세상에 오빠와 나밖에 없는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해야지 안 그래? 그러고 다음 달부터는 내가 아르바이트해서 내 용돈은 내가 벌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오라버니.”

“인마, 대학생된다고 아르바이트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말고, 공부나 죽도록 해. 안 그럼 졸업하자마자 죽도 밥도 안 된다.”

“걱정하지 마셔. 나도 오빠처럼 취업은 단박에 할 테니까.”

“하여튼 큰소리는, 그리고 미역국 잘 먹었고, 오빠 출근한다.”

여동생 수진의 배웅을 받으면서 내가 사는 롯데 아파트를 나와 승용차에 올랐다.

그리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영서로라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도로를 타려고,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면서 느긋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보고 있었다.

그때 직진할 것 같던 차 한 대가 앞으로 파고들더니 좌회전 깜빡이를 넣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순간 굉음을 울리면서 좌측 영서로에서 차 한 대가 미친 듯이 달려왔다.

“미친! 아침부터 술 처먹었나. 으으!”

아침부터 음주 운전하는 미친놈인가 싶어서 보는데, 이러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여 차를 빼려고 하니 끼어든 앞차에 막히고, 뒤로 빼려니 뒤차에 막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 굉음을 내면서 돌진해오는 차는 약 5m까지 접근해 있었기에 살려면 앞차를 밀어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들이박았다.

하나 앞차는 내 승용차보다 큰 대형 SUV라 그런지 밀리지도 않았고, 운전사는 뭘 하고 있는지 선팅 때문에 보이지도 않아 경적을 울리면서 또 밀다가 도무지 안 될 것 같아 후진하면서 뒤차를 들이박았다.

그래야 저 미친 굉음을 내면서 앞차가 아니라 내 차로 돌진해오는 차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쾅!”

그러나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순간 이런 소리와 함께 그 차가 정확하게 내가 탄 운전석을 들이박았다.

그때 그 차 운전석에 앉은 여자와 운명처럼 눈이 마주쳤다.

‘음주 운전이 아니라 빌어먹을 급발진이냐?’

이런 생각이 순간 뇌리를 강타했다.

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이 이어졌다.

‘설마 저 여자 브레이크가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으으윽!’

운전 미숙인지 급발진인지 모를 그 여자의 눈동자는 그렇게 멀어져갔고, 나는 짙은 암흑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재수 없게 출근길에 허무하게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그 암흑을 한동안 부유하다가 알게 되자 그때부터는 울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이런 개 같은 생일이 제삿날이라니!!!’

하나 그것보다 이제 혼자 남겨질 여동생 수진이 걱정되어 미칠 것 같았다.

19살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20살이 되자마자 하나뿐인 오빠까지 죽으면 혼자 남겨진 그 아이가 어떻게 살지.

그러나 이제 내가 그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환하게 빛이 점등하더니 나를 빨아들였다.

끝도 없는 백색의 미로 같은 공간을 그렇게 빨려 들어갔다.

고통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올 만큼 고통스러웠다.

“으악!”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기어이 이렇게 비명을 지르다가 벌떡 일어난 것 같았다.

그런데 쉽게 일어날 수가 없어서 옆으로 굴렀다.

“쿵!”

그러자 이런 소리와 함께 몸이 아래로 굴러서 떨어졌고, 그 순간 고통은 사라지고, 굴러서 떨어진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적처럼 약 20여 초의 시간이 흘렀다.

“위원장 동지,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

20여 초처럼 흐른 정적, 그 정적 사이로 나는 내가 새로 맞닥뜨린 이 현실을 온전히는 아니지만, 아주 약간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여 정적에 휩싸일 만큼 침묵으로 이 새로운 현실을 자각하고, 직시하려고 했으나 계속 그러고 있을 수는 도무지 없었다.

아니, 미칠 것 같았다.

내가 떨어진 침대 곁에 놓인 저 고급스러운 전신거울에 비친 내 얼굴, 이 황당무계하고 말도 안 되는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말이다.

해서 이렇게 소리치면서 발악했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이런 개 같은 일이! 내가 김정은이라고? 으악! 이게 실화냐? 이게 정말 실화냐?”

내가 이렇게 발악하자 방으로 제멋대로 들어온 어깨 견장에 큰 별 세 개가 박힌 군복을 입은 사십 대 중반의 사내가 다시 이렇게 물어왔다.

“위원장 동지, 왜 이러십니까?”

“나가! 이 새끼야!”

“위원장 동지!”

“뒈지기 싫으면 나가!”

내가 이렇게 고함을 치면서 옆으로 굴러 일어난 다음 전신거울을 깨버리자 그 사십 대 중반의 사내는 두말도 하지 않고,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죽었다가 다시 깨어난 이 방은 내가 산 춘천 롯데 아파트보다 큰 족히 100평은 될 것 같은 고급스럽기 그지없는 방이었다.

온천지가 하얀 대리석이었고, 가구며 장식품이며 모두가 척 봐도 최고급품이었다.

하다못해 내가 깨버린 전신거울조차 금으로 장식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김정은이라는 황당무계하고,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으니까 말이다.

“으아악!”

도저히 이해도 안 되고, 이해할 수도 없고,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하여 두 번 다시는 못할 지랄발광을 한동안 하면서 방안의 모든 물건을 모조리 박살을 내버렸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곧 지쳐서 침대에 쓰러지듯 드러눕고 말았다.

저주받은 것 같은 똥배와 축 늘어진 가슴팍 비계들이 가파른 심장 박동에 출렁거리는 꼴을 보니 그 지랄발광 조금 했다고 벌써 체력이 달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 더 울화가 치밀어서 고개를 약간 들어 몸매를 보니 팬티만 입고 있는 몸 자체가 사람이 아니라 아예 돼지 그 자체였다.

나는 키 181cm, 체중 75kg의 근육질 몸매로 조기 축구와 헬스로 단련된 몸이었다.

그런데 이제 키 170cm 정도에 체중 140kg은 될 것 같은 돼지가 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지랄발광 조금 했다고 체력이 달리는 저질 체력 돼지가 되어서 환생인지 뭔지 모를 것을 한 상태라는 것을 직감해야 했다.

그것도 김정은으로 말이다.

보통 대체역사 소설을 보면 조선 시대로 가서 왕으로 환생하더니 나는 김정은으로 환생했다.

김정은도 왕은 왕인가.

북한 김씨 왕조의 3번째 왕.

빌어먹을.

하여튼 그렇게 침대에 누워 숨을 헐떡이다 보니 그것이 내가 직시한 아니 마주한 현실이었다.

‘이제 어쩐다.’

한동안 누워서 현실을 직시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숨이 막히고,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아 일어나서 물을 찾았으나 정수기는 이미 내가 박살을 내버린 상태라 달리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하여 고급스러운 금장식으로 된 문을 열고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기 물을 틀고 그대로 받아마셨다.

그러자 이 현실이 조금 더 직시가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한다. 아니, 일단 살아야겠지. 살아남아야 다시 강백호로 돌아갈 어떤 방법도 찾을 수 있겠지.”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져 오더니 나 강백호의 기억이 아닌 이상한 기억이 뇌리에 새겨지는 것 같았다.

‘이건······.’

그건 바로 김정은의 기억이었다.

그것도 완전한 기억이 아닌 단편적인, 그러니까 내가 이곳에서 김정은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억, 그것이었다.

‘빌어먹을 새끼!’

그러자 욕설이 튀어나오면서 다시 이 현실, 직시한 이 현실에 울화가 치밀어서 욕실 안의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박살을 내버리고, 한동안 고성을 지르다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밖으로 나오면서 기어이 이런 말까지 쏟아내고야 말았다.

“물건도 안 보이도록 더럽게도 처먹고, 살만 쪘네. 빌어먹을 돼지 새끼. 그런데 서서 제 물건도 안 보이는 놈이 애는 어떻게 낳았을까.”

그렇게 다시 침대로 돌아와 벌러덩 누워 얼마나 이 빌어먹을 현실을 한탄했을까.

아까 나갔던 그 사십 대 큰 별 세 개를 어깨에 단 북한군 상장이 다시 안으로 들어야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위원장 동지, 옆방으로 옮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위원장 동지!”

“김영철이!”

김정은의 기억에서 찾아낸 그의 이름은 김영철로 호위사령부 제1호위국장이었다.

물론 호위사령부 사령관은 그가 아니라 이만철이었지만 말이다.

“예, 위원장 동지!”

“뒈지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지. 그런데 다시 들어와서 개수작이네. 총 내놔!”

“위원장 동지!”

“총 내놔. 이 간나 새끼야!”

차고 있던 권총을 반강제로 빼앗아 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정말 발사가 되는 것이 아닌가.

안전장치도 걸어놓지 않은 총구에서 총연이 피어오르는 것과 대리석 벽면이 터져 나가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일갈했다.

“물이나 가져다 놓고, 부를 때까지 들어오지 마. 안 그럼 동무 머리에 구멍을 내주겠어. 알갔어?”

“예, 위원장 동지.”

김영철이 대답하는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권총을 뽑아든 십여 명이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총소리에 놀라서 들어온 모양이었으나 김영철이 얼른 손짓하자 모두 다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김영철도 그들을 따라 나가더니 물과 음료수, 약간의 먹을 것을 가지고 온 다음 한쪽에 놓아두고는 두말없이 나가버렸다.

그런데 그의 눈빛을 보니 김정은이 자주 이렇게 지랄하는지 일체의 동요가 없었다.

어떻든 이렇게 내가 아닌 김정은으로서의 첫 일(?)을 하면서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던 가슴을 약간 진정했으나 그것도 잠시 다시 울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하여 벽면에다가 권총을 마구잡이로 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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