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6)

기절하듯 잠이 든 녀석을 내려다본다. 어둠이 내려앉은 방안은 적막으로 가득했다. 녀석의 하얀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멀건 정액에 애써 가라앉힌 욕구가 다시금 나를 들쑤신다.

 억지로 벌려놨던 구멍은 다시 꽉 다물려 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억지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본다. 그러자 녀석은 눈물 섞인 신음을 나지막이 내뱉으며 거부했다.

 탁자 위에 있던 담배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욕구는 욕구로 달래는 게 제일 좋았다. 연기를 허공에 내뱉으며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을 반추했다.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 말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녀석은 다리 한 쪽이 망가져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도 발목을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다만 참고 있을 뿐이다. 언제 그 충동이 나를 사로잡을지 모른다.

 손으로 녀석의 발목을 어루만지다 다리 사이를 벌리게 했다. 허리를 숙여 정액을 흘려대는 구멍을 혀로 핥았다. 녀석이 움찔 반응을 보였다. 내 쪽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다시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바짝 일어선 성기를 갖다 대고 그대로 안을 뚫었다. 구멍은 저항 없이 내 것을 받아들였다.

 "아... 아으...."

 녀석이 괴로워하면서도 어깨에 손을 두른다. 피가 날 정도로 짓씹는 입술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물지 않고 촉촉한 혀로 빨기 시작했다. 무의식중에도 반응을 보이는 게 마음이 들었다.

 습윤하게 젖은 내부를 즐기며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깊게 들어갔다 빠져나올 때마다 정액이 실처럼 연결되고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그 꼴이 제법 야해서 흥분을 부추겼다.

 느긋하게 녀석의 안을 즐기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반갑지 않은 소리가 끼어들었다. 핸드폰 진동소리였다.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다시 난리였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는 뻔했다. 성가셨다. 그렇지만 어차피 한 번은 받아줘야 했다. 

 움직임을 멈추고 녀석을 살폈다. 흐릿한 시선을 아무데나 던져두고 있는 꼴이 정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억지로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반쯤 뺐던 성기를 깊숙이 집어넣고 허리를 숙였다. 그 상태에서 손을 뻗자 핸드폰이 닿았다. 엉덩이에 닿은 고환이 짓뭉개질 정도의 깊은 결합에 녀석이 비음 섞인 신음과 함께 밭은 숨을 내쉬었다.

 달래 듯 녀석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전화를 받았다.

 -저예요.

 다급한 목소리는 역시나 익숙했다.

 "알아."

 -.....그 애. 거기 갔어요?"

 "그래."

 아쉽게도 여기 있지.

 약에 절여 놓을까. 발목을 부러뜨릴까. 어떤 형태로 박제를 해놓는 게 좋을까 고민했던 게 소용없어졌으니 아쉬울 수밖에. 물론. 녀석에겐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럼.

 "더는 그 집에 불미스러운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 돈도 원하는 대로 줄 테니 필요하면 말해. 대신 소유권은 확실히 해뒀으면 좋겠군.

 -.....

 "일주일 줄 테니 떠나. 필요한 건 이쪽에서 다 줄테니까."

 -...부모님이.

 "찾는 일 없게 해. 보낼 일 없으니까."

 용건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을 확인시켜줬고, 내가 원하는 바를 확실히 알려줬다. 이 이상 서로 간에 오고 갈 말은 남아있지 않았다.

 필요에 의해 맺었던 결혼이란 형태의 계약은 끝이 났다. 내 실수로 인해 먼저 떠나버린 혈육에 대한 의리와 책임 때문에 시작한 계약이니만큼 사실 이 계약은 내 의지로 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어이 깨버리고 만 것은 순전히 녀석 때문이었다.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 한다. 나는 내 욕구가 우선인 사람이었다. 혈육과의 의리나 책임은 그 다음의 문제다. 그러니 녀석을 갖는데 계약이 문제가 된다면 깨는 게 당연했다.

 물론 여자가 계약을 끝내는데 동의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가 녀석을 갖는데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어떤 식이 되었든 녀석의 소유권은 내게로 오게끔 되어있었다. 다만 제 발로 오느냐 아니면 강제로 오느냐의 차이일 뿐. 사람 하나 망가뜨리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처음에는 육체를 그 다음에는 정신을 무너뜨린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녀석의 고집을 애원으로 바꿔 줄 생각이었다. 나를 찾게 만들고, 나 없이는 살 수 없도록 길들일 자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자의 어머니를 이용해 스스로 계약을 깨도록 만든 것은 녀석에게 제 발로 돌아 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녀석은 내가 준 기회를 잡았다. 운이 좋았다. 스스로 오지 않았다면 망가져서 잡혔을 테니까.

 붉게 달아오른 녀석의 입술 사이를 혀로 훑었다. 지나치게 달고 음욕적인 입술이었다. 맛보지 못한 시간 동안 심각한 갈증에 시달려야했다. 무엇으로도 충족되지 않는 갈증에 머릿속으로 녀석을 떠올릴 때마다 살심에 가까운 욕구가 치달았다. 그 시간을 떠올리자 느닷없이 녀석을 찢어발기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아ㅡ!"

 깨물린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 피를 혀로 핥으며 바짝 선 젖꼭지를 움켜쥐었다.

 거친 생동에 녀석이 일순간 의식을 되찾고 나를 쳐다본다. 순한 척 음욕을 감춘 검은 눈동자였다. 녀석은 처음부터 그랬다. 발정 난 고양이처럼 조심스레 나를 살피고 무의식적으로 나를 유혹했다. 기꺼이 넘어가주려 했지만 녀석은 두려워하며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얄팍한 벽을 세워두고 그것을 넘지 못하는 녀석을 기다리다 결국 내가 먼저 다가갔다. 그러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내게 달라붙었다.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흥분과 기대 그리고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희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녀석을 구속하고자 하는 소유욕을 느꼈다. 쓸모없는 죄책감에 빠져 도망치는 일이 없도록 길들이려 했지만 방법을 찾는 사이 녀석이 빠져나가버렸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됐다. 되찾은 이상 죄책감이든 불안감이든 모두 떼어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몽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녀석이 진한 숨을 토해내며 다시 눈을 감았다. 느슨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녀석이 괴로운 듯 고개를 비틀며 빠져나갔다. 다시 집어넣는 대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으로 휘감으며 녀석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음란한 살 내음을 코로 들이마시며 속삭였다.

 "보고 싶어서 죽겠다고 말했던가?"

 나는 네가 내게서 도망쳤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줄곧 너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나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거든. 그래서 지금도 나는 네가 다시 한 번 내게서 벗어나려 한다면 차라리 죽여 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그리고 평생 내 영역 안에서 나갈 수 없도록 박제를 해두면 더 좋겠지.

 내가 너무 잔인한가? 그렇게 생각 할 필요 없어.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너니까. 기꺼이 너에게 휘둘려주고 있는 만큼 너 역시 내게 구속되어줘야지. 그게 공평하니까. 

 나는 공평한 걸 좋아하거든.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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