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행복(完)
어릴 적, 독후감 숙제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였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커가면서 점점 그 나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지에 그네를 만들고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인간과 나무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한데, 어느 날 인간은 열매를 요구한다.
그다음은 가지.
그다음은 줄기.
그다음은 몸통.
그리고 이네 지친 인간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앗아간 나무로 돌아와 친구행세를 하며 이제 밑동만 남은 나무 위에 앉아 소설이 끝난다.
‘참 이상적인 얘기야.’
동화라는 장르에 맞는 이상적인 이야기.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건 착한 게 아니라 호구니까.’
한데, 김서준이 간과한 게 있었다. 나무의 아낌없이 주는 모습은 ‘누구’를 향했는가.
‘단, 한 사람. 친구라 여겼던 소년만을 위해서였지.’
물론, 그런 조건을 달아도 김서준이 그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려우리라.
‘아마 며칠 전에 나라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겠지.’
그러나 있었다.
그렇게 모든 걸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 아버지···.’
사비오와 교감하던 날. 그러니까 정인선이 죽던 날. 신농의 계승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아직 전대 신농의 역할을 하는 불완전한 신농으로써 막혀있던 힘의 제약이 풀렸다.
‘덕분에 사비오와 교감할 수 있었지. 그리고 엄마의 기억을 이어받았고.’
정인선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정확하게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들이 행복한 세상에 살기를 바랐다.
신농의 책임이 없이 평범하게.
‘아버지가 신농이 아닌 농부를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었지.’
하지만 불가능했다. 포식자는 생각보다도 더 강했다. 가족도 행복도 일상도 포기하고 왔지만, 힘이 부쳤다.
‘그리고 그때 즘이겠지. 내가 세계수, 아리아와 만난 것도.’
운명처럼 김서준은 결국, 신농이 되어 조금씩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때 그녀는 생각을 바꿨다.
아들과 함께 막아내자고.
자기 아들을 믿어보자고.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차원을 돌며 포식자를 방해하고 시간을 끌었다. 좋은 동료들을 김서준에게로 보냈다.
차원을 넘나들고 힘을 쓸수록 수명은 다해갔지만, 그녀는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부질없는 의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다.
신뢰.
이렇게 하면 김서준이 위기를 극복하고 모든 걸 해결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그녀가 여태껏 주지 못한 사랑 대신 줄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아아···.”
어머니.
삶의 끝에 마지막 남은 행복과 일상은 물론 그 목숨까지 너무나 쉽게 줄 수 있는 사람. 아낌없는 나무와도 같은 사람은 어머니였다.
“...해야 해.”
그리고 자신은 그 어마어마한 사랑과 의지를 이어받은 후계자.
그러니까.
“절대로 내가 해내야 해.”
김서준은 이제는 말라버린 눈으로 반지와 약간의 액체가 남은 검은 성배를 보며 다짐했다.
“신뢰에 꼭 보답해야 해.”
김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반지를 손에 꼭 쥐었다.
*****
“일어나.”
김서준이 짧게 말하자 주변에 있던 푸른색 풀들이 가볍게 떨렸다. 이네 풀들은 넝쿨로 변하며 땅 위로 솟아올랐다.
“신기하네요.”
“그러게 말이오. 클클.”
갯지렁이처럼 목표를 찾지 못한 덩굴들이 살랑살랑 춤을 췄다.
“이제 사비오랑 많이 친해졌나 봐. 애들이 말 잘 듣네.”
김서준의 옆에 있던 아리아가 말했다.
“응. 그리고 이제 이것도 가능하지. 사격.”
김서준이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블루 페퍼 하나가 하늘로 고추 하나를 쏘아 올렸다. 고추는 하늘에서 흩날리던 잎사귀 하나와 부딪혀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진짜 신기하네요. 무슨 터렛도 아니고.”
“터렛 맞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개량한 거니까.”
놀라는 전소민에게 엘린이 말했다. 그러자 노을이 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언니들은 준비 다 했어?”
“물론이지.”
“저도 준비는 끝났어요.”
엘린의 손에는 지팡이가 전소민의 손에는 철선이 들려 있었다. 둘은 자신의 무기를 가볍게 흔들며 대답했다.
“헌터 부대는 어때요?”
“모든 부대 훈련 마치고 오늘 휴식에 들어갔소. 상태는 최고요. 클클.”
빨간 교관 모자가 이제는 상징이 되어버린 우노가 대답했다.
“저희도 끝났습니다움!”
노움이 소리쳤다.
“클클. 방벽 쪽 준비도 완벽하게 끝났소.”
노움과 함께 온 트레스가 말했다. 둘이 맡은 임무는 타워와 방벽을 새우는 역할. 김서준의 사비오와 아쥴, 블루 페퍼가 공중을 막는다면 아래는 방벽과 타워로 몰려오는 몬스터를 막을 생각이었다.
“역시 우리 노움님과 움들의 솜씨는 대단하오. 덕분에 너무 쉽고 완벽하게 작업이 마무리되었소.”
“하하. 트레스 경의 설계도 훌룡했다움!”
서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 쪽은 완벽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다음은 그 타워 위에서 싸울 사람들.
“우리도 마지막 훈련을 마쳤네.”
“네. 모두 최후 채비까지 다 끝냈습니다.”
금산면의 마을 사람들이었다. 임종철과 박보현을 필두로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장인철과 길드의 힘으로 무장한 주민들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싸우기를 바랐다.
“여기는 우리의 보금자리 아닌가! 우리 손으로 직접 지키게 해주게!”
“우리도 돕고 싶습니다!”
“저희도 역할이 있다며 꼭 맡겨주세요!”
아니, 오히려 예상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너무 위험하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였지.’
김서준은 결국 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대신 절대 그들이 무리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더 철저히 훈련받는 조건을 전제로.
“훈련받다 죽는 줄 알았는데 결국 살았군.”
“그러게요. 우노님 덕에 다들 독기가 올랐어요. 실력 발휘하고 싶다고 난리입니다.”
박보현이 농담 섞인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자 정현민이 대답했다.
“그 쪽도 그렇습니까? 여기도 그렇습니다. 헌터들이 다들 살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적이 쫄아서 도망갈까 봐 걱정입니다.”
“클클. 그런 녀석이 있다면 내 망치부터 피해야 할 거야.”
훈련의 여파인지 하얀 피부가 검게 변한 정현민이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전부 준비는 끝난 건가요?”
“멍멍!”
리노가 소리쳤다.
그래. 우리 리노도 열심히 준비했지.
리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김서준은 말했다.
“그럼 우리 밥부터 먹을까요?”
“거기 불 조절 잘 하고!”
“네. 셰프!”
“얼른 서둘러! 오늘 대접해야 할 사람이 한 둘이 아니야!”
“네, 셰프!”
총괄 셰프로 주방에 자리를 잡은 엄민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온 길을 차린다고 나갔을 때만 해도 젊고 패기는 넘치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았던 녀석들이건만, 이제는 어디 하나 부족한 거 없는 어엿한 셰프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엄민호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게 있었다.
“살면서 이런 재료들을 요리할 수 있다니. 상황이 야속하군.”
축복받은 송이버섯. 이제는 억대를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 구하는 맛도 영양도 현존 최고의 송이버섯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미 그 진한 솔향에 주방은 소나무 숲이 된 건 물론, 가게 전체에서 기분 좋은 솔향이 감돌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이거야.’
한국 산양삼협회 수석 연구원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산양삼 전문가도 놀랄만한 산양삼. 이건 그야말로 물건이었다.
진한 삼 향이 이미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듯한 건 물론이고 크기도 박력 넘쳤다.
‘이게 고작 1년 차라니. 도대체 저 땅은 무슨 땅입니까?’
송기호가 그렇게 말한 건 과언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고급 재료는 다 다뤄본 자신에게도 이런 삼은 처음이었으니까.
‘김서준 덕에 이런 재료를 마음껏 다뤄보겠군.’
생각해보면 김서준 덕에 계속 요리의 신세계를 보고 있었다. 거기에 이제는 자신의 요리로 치유를 넘어 헌터들을 강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자신이 헌터가 된 기분. 이 나이에 이런 두근거림을 선물 받다니.
‘그때의 만남이 이렇게 귀중한 인연이 될 줄은 몰랐군.’
엄민호는 칼을 꺼내고 소매를 걷었다. 이제 그 소중한 인연에 보답하기 위해 모든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었다.
“속이 든든하니 오늘은 망치가 한결 가볍군!”
“인간들의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술 다음에는 요릴 연구해야겠어.”
“클클. 트레스 그거참 좋은 생각이야.”
드워프 삼형제가 울룩불룩 근육을 과시하며 클클 웃었다. 그러자 엘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맛있긴 했어. 이제 생식은 못 할 거 같아.”
“맛만 좋았던 게 아니죠. 올라간 능력치가 엄청나네요. 어제랑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거 같아요.”
전소민이 감탄하자 노을이 덧붙였다.
“산의 기운을 모조리 흡수했다더니 설마 2배로 능력이 강해질 줄은 몰랐어. 이제 내가 언니를 이길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도 먹었는데?”
“언니 거에 삼 하나 빼고 줬는데.”
“뭐? 진짜?”
“응. 언니 술 취한 사이에 살짝.”
“너 진짜!”
자연스럽게 농담을 나누는 두 사람. 그리고 함께 웃는 엘린은 이제 너무나 편한 사이처럼 보였다.
“다들 전쟁이 아니라 무슨 소풍 나온 거 같네요. 어제 많이 재밌으셨나 봐요.”
정현민이 살짝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함께 선 박보현 역시 굳은 얼굴인 건 마찬가지. 그걸 본 임종철이 두 사람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이고 남자 새끼들이 뭐 이리 겁이 많은 거야. 여자들도 저렇게 여유로운디. 표정 풀고 걱정 말어. 다들 철저히 준비했잖여. 안 그려?”
임종철의 시전이 김서준을 향했다.
“물론이죠. 어르신.”
홍성필에게 받아 농사를 지었던 땅 위에는 수업이 많은 타워와 방벽이 길게 진을 쳤다. 블루 페퍼, 아쥴은 그 방벽 사이 적재적소에 위치했다.
그뿐일까.
예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세계를 지키겠다고 전국에서 몰려온 헌터들. 전 세계 랭커이자 각자의 전설을 쓴 이들이 모두 모여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힘을 빌려주고 있었다.
“준비는 완벽합니다.”
“그려. 서준이가 그렇다면 그런 거 아니여?”
그러자 박보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맞습니다. 이사님이 맞다면 그런 거죠.”
“믿겠습니다!”
정현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멍멍!”
“전투 준비 완료 입니다움!”
장난감 병정들처럼 무장한 움들 앞에 선 노움과 리노가 김서준의 앞에 늘어섰다. 그 옆에는 일호부터 칠호까지 모두 드워프의 무구로 무장한 채 늘어섰고 그 가장 뒤, 게임에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비주얼의 반달이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었다.
“멍!”
“구오!”
리노의 말 한 번에 다시 각을 잡는 반달이. 김서준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모두 준비가 끝났네.”
김서준은 손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 그리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은 성배를 꺼냈다.
“엘린 오차는요?”
“한국 전체에 서준 씨의 터전화가 끝났어요. 일부로 길을 터준 여기 말고 게이트가 열릴 가능성은 0%에요.”
“아리아 준비됐지?”
“응!”
검은 성배를 아리아의 마나를 활성화하는 순간, 포식자가 넘어온다. 이걸로 진짜 마지막 전쟁이었다.
“어제 제 마음을 모두 전했습니다만. 다시 한번 모두 감사합니다!”
김서준은 엘린의 마법을 이용해 모두에게 목소리를 전했다.
“오늘 여기서 지금까지 한 고생의 결실을 제대로 보고 모두 영웅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모두 꼭 다시 금산마을로 놀러 오시길 바랍니다. 꼭 여기서 다시 한번 농사를 짓고 맛있는 작물로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때는 노움 님의 감독은 안 받아도 되죠?”
“거기 너! 혼난다움!!!”
“하하하!!!”
누군가 외친 소리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김서준도 같이 웃고는 검은 성배를 들었다.
“모두 무운을 빕니다.”
김서준은 힘껏 검은 성배를 던졌다. 하얀 장발을 늘어뜨린 도리가 손을 휘저었다. 도리가 일으킨 바람을 타고 성배는 더 멀리 날아가더니 이내 폭탄처럼 검은 마기를 하늘 위로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파지직!!
마기는 공중에서 모여 균열을 일으켰다.
“칵!”
“쿠오오오!”
균열이 하나둘 늘어가더니 게이트로 변모한다. 동시에 많은 몬스터들이 뛰쳐나왔다.
“키아악!”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게이트.
“드디어 찾은 건가.”
중압감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검은 용이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식자, 흑룡, 블랙 드래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흑룡은 탐욕스러운 눈으로 아래를 바라봤다.
“드디어 세계수를 이 크로노스의 손에 넘어오는 건가?”
언제나 누구보다도 강자의 위치에서 아래를 내려본 용의 황금빛 눈이 흔들렸다.
“이건···.”
거대한 농촌 가운데 자리를 잡은 인간들이 너무나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특히, 그 가운데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는 인간. 신농임이 틀림없는 그 인간은 기세를 넘어 특별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듯했다.
‘뭔가 이상하다.’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감각. 그게 기선을 제압당한 거라는 걸, 미약하지만 공포라는 걸 모르는 채 크로노스는 남자와 눈을 마주했다.
그 순간 남자가 말했다.
“지구에 온 걸 환영 한다. 개자식아.”
*****
[대통령에 당선된 홍성필은 한국의 농업이 이제 세계로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농림부 장관으로 ‘박보현’ 박사를 임명했습니다. 박보현 박사는 헌터관리국 국장 노을의 배우자로서···.]
“다들 열심히 네. 근데 저렇게 취임하자마자 이런 시골까지 놀러 와도 되는 건가?”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김서준은 손을 바삐 움직였다. 도마 위에서 칼을 움직이면서도 눈은 끓고 있는 육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역시 모임에는 전골이지.”
손은 좀 많이 가지만 이만한 요리가 없었다. 특히나 전골은 엘린이 좋아하는 요리. 최근 지구의 지식을 라이너스 대륙에 전파하느라 바쁜 엘린이 오랜만에 지구로 와서 먹는 식사니 이보다 좋은 식사가 없었다.
“신농님! 가져왔습니다움!”
노움이 김서준이 주문한 물건을 한 바구니 가져왔다. 김서준은 그 바구니를 놓고 다시 노움에게 말했다.
“밭에서 배추 좀 가져다줄래?”
“알겠습니다움!”
노움은 경례와 함께 다시 부엌을 빠져나간다. 그때였다.
-띠리링.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왔나. 하긴 오늘은 모임 준비 돕는다고 일찍 퇴근한다고 했지.
김서준은 가볍게 손을 씻고 현관문으로 나갔다. 그러자 옆으로 문이 열리며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왔다.
“다녀왔어!”
밖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애교를 부리며 안기는 여자를 김서준은 가볍게 안아줬다. 그리곤 이내 몸을 떼어내며 말했다.
“소민아. 미안한데 시간이 없다. 빨리 준비해야지.”
“헤헤. 알겠어!”
전소민은 애교스럽게 대답하며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김서준의 옆에서 조수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술 가져올까?”
“아니. 드워프 님들이 오늘 새로 만든 술 가져온다고 했어.”
“아, 그래? 그러면 쌈 채소만 뽑아 올게.”
“쌈도 괜찮을 거야. 아리아가 돌아올 때 가져온다고 했어.”
“그래? 그럼 이제 상만 차리면 되겠다. 노움! 리노! 이제 다들 올 때 됐으니까 마중 좀 나가줄래?”
“알겠습니다움!”
“멍!”
전소민의 명령에 익숙해진 노움이 리노와 함께 밖으로 뛰어나갔다. 여느 때처럼 노움은 솜뭉치 같은 리노의 등에 올라탄 모습이었다.
“진짜 둘은 늙지도 않고 너무 귀엽다. 그치?”
“자기도 안 늙는데 뭐.”
“많이 뻔뻔 해졌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