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91화 (491/502)

00491  2020  =========================================================================

#491

[강지혁 깨어나다! 세계적인 스타로 지난 6월 2일부터 13일여동안 무의식 상태...... 포이보스 뮤직 측에 따르면 강지혁은 오늘 오후 6시 의식을 되찾았으며...... 중국 내 팬들에게 시위의 해산을 촉구했으며 팬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이보스 뮤직 측에 따르면 강지혁은 현재 기력을 되찾는 중이며..... 베를린으로 가겠다는 강지혁의 강렬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강지혁은 영양......]

음식을 먹는 게 굉장히 고역이었다. 내가 지난 13일 동안 무의식 상태였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엇인가를 섭취할 때마다 속이 말이 아니었다.

“죽이 입에 안 맞아요?”

“아니에요. 작은 엄마. 진짜 맛있어요. 그냥, 오랫동안 뭘 안 먹어서 속이 조금 찌릿찌릿? 한 것 뿐이에요. 죽 자체는 진짜 맛있어요.”

하지만 기사들을 보면 볼수록 내가 회복을 미룰 수가 없었다. 내 대신 고군분투했을 다이그 감독은 독일에서 생명을 잃을 뻔 했으며 나는 부모님의 사랑으로 그와 똑같은, 아니 오히려 더욱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강지혁이 입원한 병원에 톱스타 유지연이? 유지연으로 보이는...... 화장을 하지 않고 있는, 무척이나 수수한 옷차림에 일부 팬들은 유지연이 강지혁의 병문안을 온 것이며 이는 두 사람간의......]

듣기로는 10일 가까이 내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를 이곳 병원에서 목격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하긴, 나로 인해 이곳 병원은 수많은 기자들로 득실 거렸을 진데, 발견되지 않은 게 이상할 테지.

“오빠 찌릿찌릿이 뭐야? 찌릿찌릿?”

“바보야! 찌릿찌릿은 아픈 거야! 오빠 많이 아파?”

“열은 없는데!”

열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는 것은 또 언제 배운 것인지.

내 허리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동생들의 귀여운 모습에 이내 상념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오빠 이제 안 아파.”

“우와! 오빠 그럼 나랑 놀아줄 거야? 사랑이 인형 놀이 가져왔어! 오빠랑 같이 할래!”

“아니, 사랑이 말고 희망이랑 놀아 줄 거야. 그치 오빠?”

“아니야! 소망이랑만 놀아 줄 거야!”

엄마, 아빠가 사촌 동생들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고 보니, 엄마, 아빠와의 만남에서 삼촌과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하질 못해 아쉬워졌다. 흐음.

“사랑이, 소망이, 희망이. 이제 오빠 그만 괴롭히고 내려와요.”

“에? 엄마. 나 오빠 괴롭히는 거 아닌데.”

“맞아. 나 오빠 병문... 응! 병문 온 건데!”

“희망이 바보. 병문이 아니라! 병문안이야! 히히.”

“엄마! 소망이가 나 바보라고 또 놀려! 희망이 바보 아닌데!”

그런 내 표정을 불편함으로 느껴서일까. 애들을 데리고 병문안을 왔던 작은 엄마가 사촌 동생들을 내게서 떨어뜨려놓으려 하자 서둘러 만류했다.

하지만 이내 병실로 들어온 재성 삼촌의 눈짓에 작은 엄마가 애들을 데리고 나간 것으로 내 뜻은 이뤄지지 못했다.

“언제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건데?”

“어?”

올게 오고 말았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난감해졌다. 의식을 되찾은 후로, 이렇다 할 말이 없길래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사귄 거 아닌, 크흠...”

오리발로 얼굴에 철면피를 깔아보려 했지만 삼촌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듯 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아니,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여자 친구를 사귄다고 하면 굉장히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그 여자 친구가 유지연이라면 더더욱.

“에?”

드라마 천손을 찍은 뒤, 삼촌이 종종 내게 건넸던 말 중 하나가 유지연과의 관계를 떠보는 것이었기에 당연히 삼촌은 그녀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 듯 했다.

“뭔데?”

“너랑 유재연.”

아무 상관을 하지 않은 줄 알았다. 유재연과 나의 관계를.

그런데 비로소 듣게 된 삼촌의 진심이 내 반발심을 이끌어냈다.

“10년 된 얘기야. 겨우 그런 것 때문에 그래?”

“지혁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좋은 여자다. 내가 힘들었을 때나 기뻤을 때 항상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삼촌의 반대를 수반한다 할지라도.

*

[베를린 폭탄테러 사건에 벌써 사망자가 451명으로...... 역대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베를린 폭탄 테러 사건에...... 난민들에 대한 보복 범죄가 일어남에 따라 난민 포용 정책을 펼치던 독일의 깨어있는 지성이 존재가치의 기로에......]

[유럽 17개국이 참여해 발행하는 연합 복권 유로잭팟이 10개월이 넘는(50주) 기간 동안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기존 1위였던 미국 파워 볼 누적 당첨금 1조 9800억을 넘어선 2조 7천억의 어마어마한...... 2조 7천억이라는 역사상 유례없는 당첨금......]

[팬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강지혁의 말이 전해진 후, 베이징과 상해, 도쿄, 타이페이에서 벌어졌던 총 규모 500만 명에 달하는 시위가 차츰...... 아직 기력을 회복하지 않았음에도 자신들의 안전부터 생각해준 강지혁의 모습에 다시금 반했다는 시위대 참가인들의 말이......]

일주일 쯤 병원에서 지내다가 퇴원을 하는 날.

그때쯤 되다보니, 폭탄테러를 제외한 나로 비롯된 상황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듯 했다.

후우.

그래서 더욱 베를린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삼촌들의 특히 재성 삼촌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폭탄 테러가 있었다는 포츠담 광장의 소니 센터. 원래부터 번화가인 곳이 미스터 지 프로모션 행사로 인해 더욱 더 많은 인파로 뒤덮인 까닭에 피해가 더 컸다는, 그런 보도들을 마주한 이상 주연 배우로서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내 개인적인 인식으로도 허용될 수 없는 행위임이 분명했다.

“네. 네. 내일 오전에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 주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내일 출국하기 전까지 삼촌의 화를 풀어줘야 할 텐데 마땅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너! 그 몸을 해가지고 지금 베를린에 가겠다는 거야? 또 폭탄 테러가 일어날 지도 모르는 곳에? 너 진짜 삼촌 생각은 요만큼도 안하는......]

[오빠... 마냥 애가 아니잖아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에요. 오빠는 너무 애로 보는 경향이...... 그리고 지금은 안전하다고 했어요. 군인들이 치안 유지에......]

솔직히 방금 전 삼촌과의 언쟁에서 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옆에 있던 작은 엄마가 나의 편을 들어줘서이지 결코 삼촌 스스로가 수긍해서가 아니었으니까.

후우. 한숨을 내뱉으며 복잡한 생각을 잠시나마 떨쳐내 보려했다.

그나저나, 여기 아파트라고 들었는데, 가만 있어보자 몇 호라고 했지?

*

새롭게 출연하기로 한 드라마가 사극이기에, 그래서 한동안 지방에 머물러야 한다던 동생이 집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유지연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거 뭔데.”

[강지혁이 입원한 병원에 톱스타 유지연이? 유지연으로 보이는...... 화장을 하지 않고 있는, 무척이나 수수한 옷차림에 일부 팬들은 유지연이 강지혁의 병문안을 온 것이며 이는 두 사람간의......]

[천손으로부터 이어진 인연이 현실로? 과거 강지혁이 유지연의 드라마 촬영장에 초호화 밥차들을...... 과연 이번 열애설이 사실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열애설 전문집단 이스패치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동생이 던지다시피 건넨 연예 신문은 유지연 그녀를 하얗게 질리게 만들어버렸다.

“한국에 온지도 몰랐는데, 뭐야. 이건.”

덤덤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평소 동생을 생각해보자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유재연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담겨 있는 의미와 감정들까지 메말라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니가... 언니가 그랬잖아.”

동생인 유재연의 목소리에서 어떤 사실에 대한 확신과 자신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음을 유지연 그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좀처럼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내 들려오는 유재연의 목소리가 과거의 기억들을 더욱 깊게 파고들기 전까진.

“꿈 이루려면... 두 사람 다 헤어지는 게,”

“재연아!”

“언니 뭔데! 뭔데 그런 소릴 했던 거야! 이렇게 하려고 그랬어? 어?”

동생을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사실이 유지연 그녀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던가.

“헤어지는 게 더 사랑하는 거라며! 사랑하면 놓아줘야 한다며! 근데! 근데!”

그와의 관계를 이어가길 결심함에 따라 이는 그녀를 항상 괴롭혔다. 그 자신이 그의 곁에 있을 수 있을까라는 자격 문제서부터 동생 유재연이 받아야 하는 고통 문제까지 전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애들이 그랬어, 언니가 대표님 실 갔었다고.”

“재연아...”

“나 다 알아. 대표님이 언니한테 말했던 거잖아. 그런 거잖아. 그래서 대표님한테 나 불려갔던 날...”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토록 애를 써왔던 그녀였기에 더더욱 동생 유재연의 말이 비수처럼 느껴졌다.

“대표님한테 그런 말 듣고 나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가 얼마나! 언니가 그런 나한테 다가와서 헤어지는 게 사랑하는 거라고 그랬잖아! 근데 그게 다 이러려고 그런 거였어? 그런 거야? 어떻게 그래! 어떻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비수를 껴안았다.

“이거 놔! 언니 진짜! 진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동생의 눈동자에서, 그녀 또한 자신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다가오는 비수를 피하려하지 않았다.

“언니 진짜 미워. 언니 진짜!”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동생 유재연은 이내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버렸다. 그리고 이내 현관문 쪽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려했다.

“재연아...”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런 그녀의 두 눈에, 아니 그녀와 동생 유재연의 두 눈에 한 사람의 모습이 담긴 그 순간, 그녀는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덜컥]

열린 문.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한 남자.

동생에 대한 미안함 보다는, 그로부터 비롯된 불안함과 두려움이 그녀의 모든 것을 지배해버렸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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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p99 3 장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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