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87 2020 =========================================================================
#487
[강지혁의 건강 이상으로 주연인 강지혁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일본 프로모션! 계속해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지혁의 상태로 봐선 오늘 6월 8일부터 이틀 뒤인 10일까지 예정되어 있던 대만 프로모션 행사와 10일부터 12일까지 치러질 것으로 예정되어 있던 두바이 프로모션 또한 주연의 부재 속에서 치러질...... 한편 강지혁의 입국을 환영하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갖추고 있던 일본 같은 경우 이번 사태를 일으킨 해당 중국 기자에 대한...... 대만에서도......]
6월 10일. 벌써 9일 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지혁으로 인해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번 사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나 일본과 대만 같은 경우 대대적인 반중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사태의 파장이 커짐에 따라 한국 사람들은 다시금 강지혁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런 한국 사람들의 놀람과 경악을 더욱 부추긴 것은, 언론사들을 통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강지혁의 숨겨진 면들이었다.
[재정위기로 곤란을 겪고 있던 LA 도산 안창호 박물관과 대한인국민회의 총 회관이 지난 2015년부터 운영비의 대부분을(매년 10억 상당) 강지혁의 기부로부터 충당...... 도산 안창호 거리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10억 상당의 기부를 했다는 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정기 건강검진 비용을 강지혁이? 지난 2015년부터 강지혁이 살아계시는 위안부 할머니 67명(현재 27명)의 주기적인 건강검진 비용 및 치료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는 소식이 뒤늦게......]
[강지혁이 베트남 파병 당시, 한국군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지역에 대한 기부를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해온 것으로...... 학교 건립, 한국으로의 유학 기회, 정착촌 건립 지원 등...... 매년 10억 가까운 기부를......]
[임시정부 기념사업을 위해 강지혁이 현재까지 토지 매입을 위해 70억 가까운 돈을...... 중국 상해, 항주, 진강 등에 자리 잡았었던 임시정부 부지를 모두 매입하였으며(현재 공식적으로 해당 부지들 모두를 중국정부로부터 임대받은 이는 강지혁이다.) 안내 책자 및 현장 보존에 관련된 일체의 비용을(대략 3억)을 매년마다 계속해서......]
그동안과는 다르게 대응할만한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 때문인지 아니면 언론사들의 저력이 대단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강지혁의 숨겨진 면면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들 개별 기사 하나, 하나가 모두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헐... 나 상해에 있는 임시정부 가봤는데... 진짜 잘 돼있어서 나라에서 꼭 해야 할 일은 그래도 제대로 하긴 하는 구나 싶었는데... 강지혁이 전부?
-나도 한 달 전에 갔다 왔는데! 대박! 강지혁 관련된 게 하나도 없어서 상상도 못했음. 아니, 상식적으로 자기가 자기 돈 들여서 이런 일 했으면 적어도 자기 이름 정도는... 곳곳에 비석이나 뭐 그런 거 세워서 알릴 수 있지 않슴? 근데... 어떻게 사람이 이러지?
- LA에 안창호 박물관이랑 그런 거 엄청 잘 되어있어서 진짜 뿌듯했었는데... 그게 강지혁이 다? 난 정부에서나 아니면 미국 주정부 그것도 아니면 한인 커뮤니티에서 돈 모아서 관리하는 건 줄 알았는데...
- 위안부 할머니까지? 강지혁 몸이 무슨 12개임? 저걸 강지혁이 다 했다고?
-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진짜 좋은 씨는 다 따로 있는 건가? 가문 자체가 진짜... 와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 베트남 지역 관련된 것도 진짜 대박이다. 와... 강지혁 군대도 최전방 수색대 갔다 오지 않았음? 아닌가? 어쨌든 진짜... 이 정도며 무제한 까방권 줘야 하는 거 아니냐?
- 나는 한국에 이런 가문이 있다는 걸 몰랐음. 아니 솔직히 이런 가문이 많기는 하겠지. 근데 교과서에서도 안 가르쳐 주고 막 그런데... 진짜 이런 가문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됨?
도대체가 사람이 어쩜 이럴 수 있는지.
강지혁이 그동안 사회기부 사업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을 사람들은 모르지 않았다. 강지혁이 후원하고 있는 고아, 소년, 소녀가장들이 매년 최고의 대학들에 입학하고 있다는 점과 꿈 기숙사 건 등이 언론을 통해서 수차례 집중 보도 될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들 자신들은 고작해야 강지혁의 사회기부사업의 일부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베트남 전쟁 복구 사업, 위안부 할머니 지원 사업, LA 내 독립운동 관련 기념, 관리사업, 임시정부 기념사업 등을 비밀로 붙이기 위해 기부 사업에 대한 세제혜택도 받지 않았다? 끊이질 않는 강지혁의 미담! 세제혜택을 받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의 기부 사실을 숨기고 있던 강지혁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 강지혁한테 친일파니, 뭐니 했던 새끼들은 일단 알아서 할복해라. 씨발 니들이 사람이냐? 와... 인간 말종새끼들이네. 하여튼 개인이랑 국가랑 결부시키는 새끼들은... 정도가 있지. 맨날 중국 욕하면서 왜 자기 자신들이 하는 행동들은 못 보냐. 어휴.
- 그딴 새끼들 전부보다 강지혁 한 명이 더 중요함. 니들이 그냥 제물이 되어서, 가서 신한테 빌어. 강지혁 깨어나게 해달라고
- 안 돼. 그러다가 신이 노함. 제물로 바쳐진 새끼들이 개 쓰레기들이라서. 병신새끼들. 일본 애니 보면서 침 질질 흘리고 있는 놈들이 꼭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한테 또 존나 엄격해요. 에라, 죄다 하수구에 머리 쳐 박고 뒤져라. 그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니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인터넷에 떠돌던 강지혁과 관련된 악담들, 친일 행위와 관련된 일부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기부행위는 홍보일 뿐이라는 사고방식이 꼬일 대로 꼬인 이들의 주장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눈이 사르르 녹듯이.
[중국에서조차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이...... 국치(國恥). 나라의 수치라며, 효를 중시하는 중국 문화에서 부모의 죽음을 가지고 경거망동했을 뿐만 아니라 괜스레 자승자박하여 국가의 이미지를 실추...... 하지만 대체적으로 중국 방문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질만한 수준임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반응이 많아 이번 사태는......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이 사태와 관련된 기사에 대한 자국민의 접근을 금지시켰으며 현재 중국내에서는 이 같은 기사를 접속할 수가 없게 조치되어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내에 퍼질 대로 퍼진 이번 사태와 관련된 소식들이......]
[할리우드 각계 스타들! 중국 기자의 무례한 행동에 저마다 분개! 강지혁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테일러 노우웰과 코난...... 친분이 없는 할리우드 스타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스타들이 일제히 중국 기자와 중국에 대한 분개 섞인......]
이번 사태는 일개 스타가 일으킨 것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큰 영향력을.
*
잠에서 깨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 때문에, 결국 눈을 떠야만 했다.
하지만 막상 눈을 떠보니, 잠을 자고 있던 나를 깨울 만큼의 빛을 찾아볼 수 없었는지라 적잖이 당황하게 되었다. 흐음. 뭐지? 이거?
어둡지는 않았다. 다만, 그저 구름 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이른 오전의 날씨가 날 맞이했을 뿐.
이거 뭔가 이상했다. 그리 밝지 않은 빛에 눈이 부셔 잠에 깬 것은 그렇다 쳐도, 주변을 슬쩍 쳐다보니 이곳은 누가 봐도,
“제주도?”
제주도에 있는 별장이었으니까.
게다가,
“응? 소리가?”
파도 소리도 그리고 새가 우는 소리, 벌레 소리 등 이렇다 할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라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내가 어째서 여기에? 그리고 소리는 왜?
하얗게 변한 머리를 애써 회전시켜,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려 했다.
“왕자평... 개새끼.”
그 결과 절로 욕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그것보다 더욱 심각한 현실이 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라, 개새끼를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왕자평이라는 기자로 인해 감정이 폭발하여 서둘러 대기실로 달려가다시피 이동했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제주도 별장에 와있다. 아니, 구체적으로 방금 전까지 제주도 별장의 앞에 마련된 선 베드에 누워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소리는 또 왜 안 들리고.
그런데 그때였다.
[툭툭]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소리와 느낌에 등 뒤를 자연스레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마주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그립지만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 했던 얼굴들을.
“아...빠? 엄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제는 내 스스로의 기억으로는 떠오르지 않아 그저 얼마 없는 사진들을 통해서나 얼굴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 아빠.
내 눈앞에 있는 엄마, 아빠는 내 지갑의 깊숙한 곳에 담겨 있는 사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엄마, 아빠가 내 눈 앞에 있다는 게. 엄마, 아빠는 분명...
“응? 뭐라고?”
의문이 끊이질 않았지만 엄마, 아빠가 내게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해 그 생각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우...리...아, 들. 아! 우리아들?”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단지 내 목소리만이 내가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였다. 다행인 것은 엄마, 아빠의 입 모양으로 부모님이 하는 말을 더듬더듬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많...이, 컸...네? 응. 엄마. 나 많이 컸지?”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현실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꿈.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리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생생해 현실로 오인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내가 보고, 듣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이거... 꿈이지? 그치? 아빠? 엄마?”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 아빠의 확인사살에 조금은 씁쓸한 미소가 절로 입가에 맺혔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나 진짜 엄마, 아빠 많이 기다렸는데...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는 한 번도 안 왔잖아. 치... 많이 바빴어? 아니면 천국이 그렇게 좋아? 너무해. 가끔씩이라도 나한테 와주지. 나 진짜 엄마, 아빠 보고 싶었는데...”
그런 내 표정에 엄마가 내 볼을 쓰다듬으며 슬픈 표정을 짓길래, 서둘러 화제를 돌려버렸다.
“이제 아빠보다 크지? 아! 나 삼촌보다도 커. 대박이지?”
그래도 입모양을 통해 계속해서 대화를 하다 보니, 대화가 한층 편해졌다. 나 혼자 말하고 나 혼자 말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삼촌 결혼했어. 엄마. 엄마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었지? 알고 있다고? 히히. 동생들도 6명이나 생겨서 집안이 엄청 떠들썩해. 걱정 마. 삼촌은 안 닮았으니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엄마, 아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거울이 없었으나, 나는 내 모습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긴, 꿈이니까.
“아빠, 엄마. 나 엄청 유명한 가수가 됐어. 배우도 됐고. 하늘에서는 내가 출연한 영화를 못 보려나...? 아! 엄마! 아빠! 내가 노래 불러줄까? 응? 나중에 불러달라고? 나중에 언제? 치... 꿈에도 자주 안 오면서...”
엄마, 아빠와 헤어지기 전의 나로 되돌아간 듯 했다. 작아진 내 몸, 어려진 얼굴과 마찬가지로 내 정신연령도 낮아진 듯 나는 무척이나 들떠있었다. 마치 부모님과 같이 놀이공원을 간 아이처럼.
“어? 생일 케이크? 우와! 나 처음이야. 엄마, 아빠랑 생일 케이크 같이... 어? 어렸을 때 해줬었다고? 치... 기억이 안 나는데 뭘... 삼촌이 안 챙겨줬냐고? 내가 어떻게... 생일을 좋아해. 엄마, 아빠... 기일인데 삼촌하... 됐어. 이 얘기는 하기 싫어. 아! 맛있겠다. 난 케이크 먹어야지!”
갑자기 생겨난 생일 케이크를 먹으며 한동안 계속해서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 아빠는 그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였지만 이는 지금 내 기분에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글쎄 삼촌이 막 자꾸 바보짓을, 어? 근데 저 흐물흐물한 것들은 뭐야?”
그렇게 화제가 삼촌에 대한 것으로 이동하려던 찰나였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쪽 구석에 몰려있는 흐릿한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상식적으로 갑작스럽게 어떤 물체가 시야에 들어온다면 이상함을 느낄 만도 하건만 어색함이 없었다. 원래부터 내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러고 보니 꿈이라서 그런지, 별장과 주변 해변을 제외하고는 어두운 회색 배경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흐릿한 형체들은 별장과 어두운 회색으로 칠해진 숲 쪽의 경계선에 몰려있었다.
의아했다. 이 공간에 왜 저 흐릿한 형체들이 몰려있는 지 그리고 그게 어째서 내 시야에 이렇게도 또렷이 들어오는 지가.
그런데 그때였다.
어두운 회색이 숲을 지나쳐 별장까지 침범한 것이, 그리고 흐릿한 형체 몇몇이 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
“어, 어?”
이 광경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자세히는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나 이제 꿈에서 깨야하는 거야?”
왠지 모르게 내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나의 존재가 방금 전 목격했던 것과 연관이 있는 듯 했다.
그냥 무시하고 엄마, 아빠에게 그동안 건네지 못했던 나에 대한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내 꿈이 분명할 진데,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 꿈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묘하게 다른 무엇인가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엄마... 아빠... 나 진짜 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 아빠 얘기 겉으로 꺼내면 삼촌이 슬퍼하니까... 삼촌도 엄마, 아빠 많이 그리워했으니까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 아빠. 나... 그리고 나... 오늘 사실 돈 때문에 엄마, 아빠랑 할아버지,”
그런데 이내 나의 고개를 자신 쪽으로 돌린 아빠의 말이 그 묘한 기분과 함께 이별을 예감한 나의 직감을 사라지게 만들어버렸다.
“기자회견 장에서 어? 응? 아...직... 가면 응, 응. 안... 돼... 어? 아직 가면 안 된다고?”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직 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아빠와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엄마의 이어진 행동에 나는 너무나도 쉽고 자연스럽게 복잡한 생각을 털어버렸다.
“나 그럼 더 있어도 되는 거지? 그런 거지?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하나, 둘 내 사라지는 흐릿한 형체들 그리고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별장이 두 눈에 들어왔으나 이를 고려하기엔, 엄마와 아빠의 품을 너무나도 그리워했기에 두 눈을 감아버렸다. 이내 내 몸을 거칠게 흔들어, 감았던 두 눈을 뜨게 만든 엄마, 아빠의 다급한 얼굴을 마주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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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곤스 1 장 201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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