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81 2020 =========================================================================
#481
[제가 규정을 어긴 바는 없습니다. 모든 사안은 CCTV 그리고 블랙박스를 통해 증명되었으며 포르쉐 측에서 제공한 차량의 안정성 그리고 내구성 덕에 ‘약간의 충격’만을 받았을 뿐입니다. 이상입니다.]
몰려드는 기자들 가운데서 간단히 상황을 말해준 뒤, 서둘러 그 장소를 벗어나려 했다. 솔직히 그때 때마침 석현 형과 경호원 분들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붙잡혔을 것이다. 그 정도로 기자들의 눈빛은 먹이를 눈앞에 둔 승냥이의 것과 닮아있었으니까.
“네? 감사라뇨. 바로 사고가 나버려서. 네? 인터넷에서 화제가 엄청 됐다고요? 아... 사실인 걸요. 제공해주신 차량이 아니었으면 더 다쳤을 거에요. 네, 네. 아, 정말요? 다행이네요. 저는 상관없어요. 네, 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다행히 포르쉐 측과의 계약 관련된 일도 별다른 장애 없이 넘길 수 있게 됐다. 내가 조금이나마 협찬 사를 위해 립 서비스 형식으로 건넸던 부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기도 하거니와, 포르쉐 수리 또한 어느새 마무리가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뭐, 애당초 흠집 난 게 전부였던 만큼 오히려 수리가 오래 걸리는 게 이상했을 테지만.
어쨌든 딱히 사고만으로 그 차를 꺼려할 생각은 없었기에 계속해서 타기로 했다. 당초의 계약을 그대로 따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사고가 났다는 것만으로도 불운을 의심하여 계약을 취소할 수는 있었다. 더욱이 내가 부모님 모두를 교통사고로 잃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명분이 있는 이상, 계약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포르쉐 측에서 미스터 지 촬영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 내 생각의 추 한쪽 방향에 무게를 실었다.
후우.
고작해야 가벼운 흠집 난 게 전부인 교통사고라고 되뇄다. 오히려 포르쉐를 탔기에 더 다칠 수 있었음에도 다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 미친 포르쉐 2020 스파이더! 전 세계에 5대 밖에 없는 한정판을 들이받았어? 그것도 100%과실로? 미친 새끼 인생 종 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강지혁 클라스 ㅎㄷㄷ 하네 ㅋㅋㅋㅋㅋ 자차가 포르쉐 2020 스파이더 ㅋㅋㅋ역시 애호박 지렸다.
- 인생 쫑 나긴. 간지 돈 졸라 많은 거 모르냐? 껌 값이라고 낼 거다. 연봉도 세후 10억이라고 하던데, 그깟 컨버터블 아무리 포르쉐라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걸? 거기다 간지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라고. 너희들 같은 흙수저 따위가 아니라.
인터넷 기사들을 슬쩍 보니, 오늘 내게 교통사고 경험을 다시금 선사했던 이에 대한 신상이 의외로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아직 이렇다 할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을 텐데도 말이다.
- 어휴, 아무고토 모르는 급식 새끼들 등장했네. ㅉㅉ 이 급식아 저게 그냥 컨버터블이냐? 공식 판매가만 58억에 한정판 프리미엄으로 수십억 웃돈 얹어도 못 사는 게 저 차인데 ㅋㅋㅋㅋ뭐 연봉이 세후 10억? 지랄한다. 저 새끼 별 풍선 리액션하다가 사고 난 거라며? 미친 새끼. 운전 중에 씨발 핸드폰 채팅 보면서ㅋㅋㅋㅋ어휴, 인생 망해바라 씹 새끼야. 강남이어서 차라리 다행이지 다른 데서였으면 대형 사고였음. 레알.
- 모르면 좀 가만히 있어라 ㅋㅋㅋ 세후 연봉 10억 가지고 강지혁한테 비빌라고 하네 ㅋㅋㅋㅋ강지혁이 다쳐서 병원 갔다던데 ㅋㅋㅋㅋ 털끝만큼이라도 다치면 어떡할 건데? ㅋㅋㅋ 참고로 작년 강지혁 추정 매출액 8700억이다. 하루 매출만 따져도 최소 20억인데 연봉 10억 가지고 ㅋㅋㅋㅋ 거기다 강지혁 많이 다쳤으면 100만 일본 팬들한테 암살당한다 ㅋㅋㅋㅋ
- 님들 저거 강지혁이 산 것도 아님 ㅋㅋㅋㅋ 방금 포르쉐 코리아도 아니고 본사에서 직접 공식 성명 발표함. 저거 미스터 지 협찬하면서 계약 조건을 강지혁한테 프로모션 한 거라고 밝힘 ㅋㅋㅋㅋ미친 협찬 클라스가 다르네. 어쨌든 포르쉐 쪽에서 사고 책임자한테 프로모션 손실액이랑 포르쉐 수리비 그리고 강지혁 정신적, 육체적 피해 손해배상까지 청구한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허세 일베 새끼 인생 망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르쉐 측에서 공식 발표를 했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교통사고라는 찝찝하고 꺼릴 수밖에 없는, 깊게 박혀있는 아픔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 이의 행태가 중요했을 뿐.
운전을 하고 있는 데 핸드폰 채팅? 개인 방송? 뭐, 리액션? 이런 개새끼가.
조 관리사님과 포르쉐 측 변호사의 대응이 무척이나 단호해서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진데, 그런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런 새끼들은 오늘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사고를 칠 놈들이니까.
*
때마침 걸려온 전화가 어두웠던 내 마음과 얼굴을 모두 밝게 만들어줬다.
[넌 자꾸!]
물론 핸드폰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사근사근함과는 거리가 먼 목소리였다.
[집구석에 박혀 있을 것이지, 왜 나와서!]
뭔가 상당히 토속적인 단어를 선택한 유지연의 목소리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게 그녀의 화를 북돋았다.
[웃어? 웃음이 나와? 지금?]
아차 싶었다. 화와 높아진 언성으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본질은 걱정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진데, 그런 그녀에게 웃음을 건네 버렸으니까.
[왜... 왜 그러는 거야. 내가 옆에 없는데... 다치고... 난 심각한데...]
순간 목소리가 바뀌어버렸다. 굳이 보이지 않아도 물기가 어린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런.
“나 진짜 하나도 안 다쳤어. 진짜야.”
[흑흑흑]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방금 전 웃음을 건넸던 내가 아닌 다른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나 보다. 오늘 내게 교통사고를 경험하게 해준 그 자식에 대한 원망이 샘솟듯 솟구쳤다.
“나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뚝.”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상 통화로 전환하여, 나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었다.
나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자리에서 방방 뛰며 내가 지나치게 건강하다는 점을 보여주자,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 또한 어느새 잦아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주일 후면 다시 볼 수 있겠네? 그때까지 우리 울보 보고 싶어서 어떡하나?”
[누, 누가 울보야?]
“에? 나 안보고 싶어?”
[뭐, 뭐?]
고작 며칠 못 본 것뿐인데, 보고 싶었다. 한 번 유지연 맛을 알아버린 후로는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가 내게 뿜어낸 다채로운 매력에 헤어 나올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보고 싶어...]
부끄러운 듯 영상 통화를 끊어버리는 그녀의 행태에도 나의 미소는 지속되었다. 이내 등장한 불청객 때문에 사라지기 전까지.
“뭐야? 웬일?”
*
“뭔데?”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등장한 녀석의 행동은 정말 뜬금없었고 또한 예상 밖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양성준이라는 놈은 내가 죽을병에 걸렸을 때가 아니고서야 절대 병문안 따위는 오지 않을 놈이니까. 아, 병원이 아니라 내 집에 온 거니까, 애당초 병문안이 아닌 건가?
어쨌든 무척이나 능청스럽게 내게 다가온 녀석이 이내 꺼낸 본론으로 인해 절로 당황하고 말았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대작 ‘4차원의 세계’의 최주학! 미스터 지와의 승부에 자신감을 선보여! 미스터 지에 4일 앞서 개봉할 예정인 ‘4차원의 세계’는 세계 최고의 카지노와 호텔을 둘러싼......]
녀석이 보여준 기사는 나로서도 이전에 몇 번 헤드라인을 본 적 있던 기사였다. 당연했다. 미스터 지와 상영 일정이 무척이나 겹치는, 한국에서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으며 제작비가 한국 영화치고는 굉장히 많이 들어간 영화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우들 면면이 굉장히 화려하기까지 했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은 그 출연진들 가운데 무척이나 낯익은 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녀석이 나를 찾아온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고.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그룹 TWINKLE의 멤버인 박주현이 300억 원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대작 ‘4차원의 세계’에서 파격 노출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박주현은 상반신과 더불어 베드신을 촬영함에 있어 거리낌 없는 프로 의식을 보여주었으며...... 박주현은 170CM에 달하는 장신에, 볼륨감 있는 몸매로 데뷔 이래 수많은 팬들을......]
‘그녀’와 같은 그룹에 속한 이가 나의 한국 내 경쟁 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파격적인 베드신을 펼칠 예정이라는 사실은 오늘 성준 녀석이 들고 온 문제가 아니더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남자라면.
“얘가 대놓고 나한테까지 시사회 티켓을 보냈다니까?”
“에?”
“연예가 소식에 나와서 나랑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리포터가 물어봤는데,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고 하면서 시사회 티켓도 보냈다고... 하아...”
여러모로 대단했다.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차였으면서도 자신의 첫 영화 시사회 티켓을 보냈다는 사실이. 그것도 방송 상에서 대놓고.
흐음. 뭔가 노리는 게 있는 건가?
‘뭔가 의도한 게 따로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은 당연했다. 이 의문이 이내 현실이 될 정도로 이는 현실감 있는 추측이었다.
“그러니까, 찍었다고? 그, 그걸?”
이런 미친 새끼. 부, 부럽 아, 아니 이게 아니지.
“그냥 가르칠 때 심심하니까, 찍었지. 나중에 그거 보면서 하기도 하고.”
“그, 그런데?”
“서린이가...”
“서린?”
하느님 맙소사.
“설마...”
“우리끼리 찍은 거 저장하다가 예전 여자 친구들이랑 찍은 것들을... 거기서 알았나봐. 나랑 박주현이랑 사귀었던 거.”
“이런 미친 새끼.”
서린까지? 이런 부러운, 아니 미친 새끼.
성준 녀석이 처한 상황이 내게 일어난 상황이라고 잠시, 아주 잠시 상상했을 뿐인데 순간 등에서 땀이 흘러버렸다.
“아씨. 거기 시사회 참석하면 알아서 하라는 데, 이거 참석하지 말라는 소리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미친 새끼.
“나도 알아 인마! 근데... 근데 박주현 걔가 방송에서 나한테 시사회 티켓도 보냈다고 하고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다고 해서 미치겠다. 하아...”
“그러게 그런 걸 왜!”
“뭐?”
“뭐?”
“에?”
이 놈이 지금 나랑 말장난을 하자는 건가? 그러게 그런 영상을 왜 찍어서 너만 보냔, 아니 이게 아니고 애당초 그런 걸 왜 찍느냔 말이다. 내 말은. 크흠.
“넌 한 번도 안 찍었냐?”
“뭐?”
“의외네.”
이런 걸 찍는 게 정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저 놈이 정상은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우쭐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녀석으로 인해 괜스레 패배감이 들었다.
“그런 거 안 찍어도 정복감을 느낄 만한 수단은 많단다. 패배자야.”
“뭐, 뭐?”
나의 대응은 간단했다. 녀석의 아랫도리를 흘깃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녀석은 흥분한 듯 발광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전세는 곧바로 역전되고 말았다.
“야, 근데 그 영상에 네 얼굴도 나오냐?”
“어? 뭐, 나오는 것도 있고 안 나오는 것도 있고.”
“그래서 서린이 알았나 보네.”
“아니, 걔가 본 영상에는 나 안 나와 있을 거야. 목소리라면 몰라도.”
“어?”
“사실 박주현 크흠... 거기 부근에 내 이름으로 타투...”
[탁]
이런 쓰레기 새끼.
모솔인 애를 가지고 도대체 뭘 한 거야? 그래 놓고 차? 이 새끼 헤어질 때 나한테 했던 말이 진짜였네. 진짜였어.
“자꾸 집착하니까,”
[탁]
“야!”
나 때문 아니라고 그냥 자기가 싫어져서 그런 거라고. 나와 관련된 일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그냥 자기감정이 식어서 그런 거라고.
나를 위로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녀석에게 더욱 미안했었다. 그래서 녀석의 뒤통수를 갈기는 손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뭐, 동영상에 타, 타투? 이런 씨. 이거 완전 쓰레기 새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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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따스하게님 2 장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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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의사 인턴과정은 의사면허를 딴 졸업예정 혹은 졸업자가 수련병원과 계약을 하고 들어가는 계약직이라고보시면 됩니다...학생신분이 아니고 정식의사인데 수련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요 (2017.08.29 04:41)삭제
인턴들 월급 받아요... 몇백씩나와요... (2017.08.29 04:38)삭제
-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주인공 시점에서는 건준이를 아직까지 학생으로 보고 있다는 점, 학생 때와 그다지 다를 바 없이 병원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그렇게 서술했을 뿐입니다. 의대가 6년인지, 그 후로는 뭐가 어떻게 되는 지 주인공은 바삭하게 알고 있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