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80화 (480/502)

00480  2020  =========================================================================

#480

“아이고! 우리 또 모텔각님께서 별 풍선 3천개를! 감사합니다. 형님.”

분위기는 좋았다. 계속해서 그칠 줄 모르고 터지는 유료 후원과 더불어, 지금 상황이 어색한 듯 어쩔 줄 몰라 하는 보조석 미녀가 그의 텐션을 더욱 드높였다.

“에이. 형님들. 저 지금 채팅창 보고 있는 거 아닙니다? 그냥 감으로 아는 거에요. 그쳐? 인정? 어, 인정. 걱정하지 마십쇼. 형님들. 강남 대로변 아니,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눈 감고 운전해도 저 절대 사고 안납니다? 이유는 아시져? 형님들?”

저절로 그의 차를 피해가는 수많은 차들.

외제 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강남이라는 곳의 특색이지만, 2억을 호가하는 외제 차는 극히 드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행동은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였고 또한 시청자들의 열화와도 같은 반응을 불러 모았다.

“에이. 1억 미만 차들이 어디 외제 차입니까? 형님들? 그런 건 그냥 국산차나 다를 바 없죠. 인정?”

옆에 있던 이 또한 지금 상황을 마냥 꺼리지는 않아 보였다. 낯선 이의 차에 올라탔지만, 그 사람이 방송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그녀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해봐 기쁘다는 듯 종종 미소를 입가에 띠울 뿐이었다.

뭐, 지붕이 없는 차를 타서인지,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긴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고 말이다.

“어때? 시원하지 않아?”

“네? 네...”

“저기 오빠가 잘 아는 레스토랑 있어. 거기 가서 배 채우고 음... 밀키라고 알아?”

“밀키... 요?”

“거기 술집인데, 분위기 기가 막혀. 거기 가서 한 잔 하자. 오케이? 어? 에이, 형님들 작업 아닙니다. 형님들. 에이 형님들 재밌게 보시라고 콘텐츠 기획하고 있는 건데, 자꾸 이러시면 방종합니다?”

심심치 않게 일베 발언과 성희롱 발언 등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그는 도리어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형님들 자꾸 그러시면 저 그냥 여기 아무 홍어 집 가서 홍어 먹방 10분하고 방종합니다.”

물론 그가 최고의 BJ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인지도 상승이라는 호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 형님들 그냥 방종할까요? 홍어 지린내 맡기도 싫으니까, 이제 방종......”

그는 밀고 당기기를 할 줄 아는 이였다. 특히 유료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포착할 줄 알았고 이는 백발백중의 효과를 자랑했다. 지금처럼.

- 미친 벌써 별풍 9만개 땡겼네. 와... 지렸다. 지렸어.

- 오늘 방송 레전드 각 아니냐?

- 내 생각엔 간지 이 새끼 지금 방종 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 ㅇㅈ ㅆㅇㅈ... 저 새끼 보조석에 앉은 년한테 완전 꽂힌 것 같음. 오늘 모텔각?

- 닉네임 떡집님께서 별 풍선 3천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와... ㅅㅅ

- ㅅㅅ 지렸다.

“아이고 우리 떡집 형님께서 방종 실드 풍으로 아까 천개에 이어서 3천개를! 아이고 형님. 누가 방종한답니까? 네? 하하!”

별 풍선 10만개.

환전 수수료를 고려한다하더라도 800만원이나 되는 후원을 받았는지라, 간지의 얼굴은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다.

주변의 차들은 그를 의식해 무척이나 얌전하고 또한 정중히 운전을 하고 있었고 이는 그에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선사했다.

“아이고! 우리 모텔각 형님이 또 별 풍선 4천개를! 형님! 오늘 아주,”

그런데 그것이 그에게 또 다른 인생을 선사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꺄아악!”

“뭐, 뭐야?”

[쿵]

“크윽!”

리액션을 위해 두 손을 번쩍 든 그 순간 보조석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놀라는 것도 잠시, 그는 이내 온몸을 통해 느껴지는 둔탁한 충격음에 본능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사고?

이해가 가지 않은 상황에 머리가 하얗게 변한 것도 잠시, 그는 이내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어떤 새끼야!”

자신의 과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차 안에 설치된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었고 그는 프로 방송인으로서 이를 또 다른 콘텐츠로 이용하려 했다.

뭐, 겉으로 내보인 허세와는 달리 지금의 차에 무척이나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이런 그의 행동에 크게 한 몫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방금 전까지의 고함이 믿기 힘들 정도의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자신의 앞에서 그러니까, 자신에게 박힘을 당한 차는 그에게 무척이나 큰 무엇인가를 선사할 준비가 된 듯 했다.

“이, 이게...”

그는 말문이 막혀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을 느꼈다.

방금 전 그가 내질렀던 고함에 주변 강남대로를 걷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근처에 있던 교통경찰이 사고 현장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

“형. 다시 보자는 게 이런 뜻은 아니었는데요.”

“하하...”

“교통사고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검사를 해서 멀쩡하다고 나와도, 몇 달 후, 1년 후, 심지어 10년 후에 갑자기 후유증이 발생하는 게 교통사고 후유증이라고요. 후우. 몸 조심하셔야죠.”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금 마주하게 된 건준이를 보자니, 굉장히 뿌듯해졌다. 나 진짜 정상 맞아? 네가 지금 뿌듯해 할 때냐?

“진짜 살짝 부딪쳤어. 진짜. 그리고 차가 좋아서 그런지 별로,”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곧장 병원으로 오세요. 아셨죠?”

“어, 어? 어, 그래. 고맙다.”

굉장히 굳은 표정으로 내게 주의사항을 한 번도 아니고 서너 번씩이나 반복해서 알려주고 나서야 건준이는 병실을 나섰다. 어휴, 교통사고가 무서운 게 아니라 네가 무섭다. 네가.

그래도 나를 걱정해서 그러한 것임을 모르지 않아, 다시금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경찰서에 진술하러 가야하는 데, 조금 쉬다 가볼까?

뿌듯하긴 했으나, 건준이가 건넨 정신적 피로함이 적지 않아 잠깐 침대에 누워 쉬려고 했다. 아니, 이럴 게 아니라 건준이가 가고 싶다는 외과 레지던트 선생님들 아니, 그... 그래! 교수님들한테 인사도 하고 그럴까나? 크흠.

왠지 모르게 부정청탁 느낌이 물씬 풍겨 나와 이내 마음을 접고 그냥 침대에 누워있다 가려고 했다.

이내 느껴지는 불안함 마음이 현실이 되어 다가와 그리하진 못했지만.

“지혁아!”

복도를 뛰어오는 발걸음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

한숨부터 나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어떤 놈이!”

30분쯤 전에 일어난 가벼운 교통사고가 지금의 날 시험에 들게 만든 이유 그 자체였다.

[쿵]

한강을 따라가다, 인천대교 쪽으로 빠져 뻥 뚫린 바다를 구경한 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빙 돌아 한남동 저택으로 돌아가려했다. 솔직히 사고가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규정 속도를 지키다 못해 거북이걸음으로 밖에 갈 수 없는 강남거리에서 그것도 벌건 대낮에 사고가 날리는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빨간불에 맞춰 굉장히 부드럽게 규정 선에 맞춰 멈춰 섰을 뿐, 그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사고가 나고 말았다. 내 뒤에 있던 차가 내 차를 박아버린 것이다.

다행인 것은 강남거리여서인지, 나를 박은 차가 굉장히 서행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 덕에 눈에 보이는 부상은 없었다. 다만, 혹시 있을지 모를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 그리고 내게로 몰린 시선 때문에 병원으로 곧장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다친 데는 없어. 그냥 사람들이 너무,”

“어, 어디. 팔은, 다리는.”

이미 내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내 팔이며 다리 그리고 아니, 거기는 왜!

“아, 됐어. 어딜 들춰!”

“이게! 남자가 가장 중요한 게 어? 거기 다쳤으면!”

“됐어. 다친 데 하나도 없어.”

“허, 허리는?”

“아, 뭐래. 멀쩡하다니까.”

괜히 이곳에 더 있다가는 재성 삼촌의 과한 걱정에 시달릴 것 같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이잉]

아까부터 쉴 새 없이 걸려온 전화들도 그런 내 행동을 부추겼다.

[네, 네. 다친 건 아니고요. 그나저나 어떡하죠? 계약 내일부터인데, 벌써 차가 망가져서. 네, 네. 포르쉐 쪽에서 알아서 할 거라고요? 네, 네. 일단 좀 있다 저녁에 봐요. 아! 뭐, 다쳐서 그런 건 아니고 잠깐 경찰서에 가야 돼서요. 네, 그럼 그때 봐요.]

그나저나 큰 일 난 것 같다. 포르쉐 쪽과의 계약을 이행에 큰 차질을 빚게 생겼으니 말이다. 뭐, 워낙 경미하게 부딪친 거라 차가 흠집 조금 난 것 빼고는 멀쩡한 것 같던데, 흐음.

*

어째서 삼촌이 그렇게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강지혁이 교통사고를? 오늘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인터넷 방송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A모씨가 신호를 무시하고 강지혁의 차를 들이받아 생긴...... 한편 A모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 관련 발언과 성희롱 관련 발언으로 대중들의 비난을 받았던...... 강지혁은 곧장 인근 병원으로 실려 갔으며......]

기사들만 보자면 내가 무슨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에 실려 간 것처럼 묘사되어 있었는지라, 덕분에 전화를 꽤나 많이 받게 되었다.

[코난 나 쌩쌩하다고요? 에이, 코난보다 오래 살면 오래 살았지, 먼저 하늘로 가진 않을 거니까... 크크... 그래요. 미국 갔을 때 봐요. 맛있는 술 들고 갈게요. 네, 네.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네, 네. 괜찮아요. 감독님. 진짜 하나도 안 다쳤어요. 언론에서 과장해서 내보낸 거에요. 네, 네.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지 마. 테일러. 어, 어. 미국에 갔을 때 봐. 그래. 요즘 앨범 준비한다며? 그때 가서 같이 들어보자. 그래, 남자친구도 같이 해서 저녁도 먹고. 응, 그래. 전화해줘서 고마워.]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만 나와는 달리, 나와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두 사람은 무척이나 핼쑥한 표정이 되어 형사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와 접하고 있는 것이다.

“19살인데 학교는 안 가고,”

“네, 네? 형사님 지금 얘가 19살이라고요?”

“저, 저는 그냥 옆에 탄 것뿐이에요.”

“뭐, 뭐?”

“막 운전 중인데, 핸드폰보고 앞도 제대로 안 보고. 엄청 무서웠어요.”

“너!”

“조용히 안합니까? 뭘 잘했다고 그럽니까!”

뭔가 저절로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아, 네. 그럼 저는 이만 가도 되는 거죠?”

잘못한 것은 없지만 이곳에 있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아, 내가 해야 될 일이 마무리되어 가는 듯한 분위기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네. 그... 진술도 해주셨고 또 강지혁 씨 대리해서 법적처리 하실 분이 이미 도착하셔서 이만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나저나 관리사님이 벌써 오셨었나?

“그... 포르쉐 코리아 법무 팀에서 변호사가 이미 저쪽 끝 방에서 아까부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만, 혹시 연락을 못 받으신 겁니까? 강지혁 씨의 전담 변호사라고 하신 분이, 포르쉐 측에서 나온 법무 팀 변호사와 일단 대화를 나눠도,”

“아! 아니에요. 그럼 수고하세요.”

내가 이동할 때마다 전용기를 통해 포르쉐를 옮겨주겠다는 포르쉐 측의 굉장한 배려에는, 각종 물품들과 정비기술자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 배려에는 포르쉐 측의 법무 팀 변호사까지 포함되어 있나 보다. 어? 아니, 포르쉐 코리아면 이건 그냥 한국 지사에서 보내준 건가?

흠, 어쨌든 내가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경찰서를 떠나려했다. 이내 뭔가 망설이고 있는 듯한, 내게는 엄청나게 익숙한 모습을 한 채 나를 바라보는 담당 형사님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 교통사고로 경황이 없으실 텐데... 죄송하지만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딸이랑 마누라가 지혁 씨 엄청 팬이라서...”

아무래도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한테 사인을 요청하는 게 무척이나 미안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형사님은 제 팬 아니세요?”

딸과 부인이 나의 팬이라서 실례를 무릅쓰고 사인을 요청하는 형사님을 보며, 이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네, 네? 아, 아닙니다. 저도 지혁씨 팬입니다.”

“여기 형사님 따님이랑 부인 분 사인이고요. 형사님은 같이 사진 찍으실래요?”

“아, 아! 감사합니다. 지혁씨.”

다만, 다른 형사님들의 표정이 굉장히 뜨겁게 느껴져 서둘러 경찰서를 빠져나와야만 했다. 거기서 더 붙잡혔다가는 오늘 내로는 경찰서를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아! 그나저나 그런데 나 뭐 타고 가지? 차는 포르쉐 측이 붙여준 정비기술자가 살펴본다고 전용기가 있는 쪽으로 가져갔다고 들었는데 말이지. 흐음.

“어? 저기 강지혁이다!”

[두두두두두]

“강지혁씨!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강지혁씨......”

“인터넷 방송 BJ의 의도적인 충돌이라는......”

결국 나는 경찰서를 빠져나오자마자 다시금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크흠.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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