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9 2019 =========================================================================
#469
[...... 연기대상 영예의 대상은 유지연으로! 시청률 40%를 넘기며...... 남자 배우였던 홍성빈까지 최우수상을 받으며 이번 연기대상을 통틀어 7관왕을 달성한 드라마......]
[충격 강지혁을 2020년 도쿄 올림픽 홍보대사로? 강지혁이 일본 가수? 외국인 가수에게 자국 올림픽의 홍보대사를 시키는 일본의 의도에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한국 여자 배구팀.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을 위해 오늘 뉴질랜드로 출격! 대표님 주장이자, 세계최고의 배구선수 김유경과 더불어...... 여자 배구팀이 20년 가까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남자 배구팀을 대신해 도쿄 올림픽 본선에 나설 수 있을지에......]
“지혁아 도착했다.”
기사를 보고 있던 와중, 석현 형의 도착했다는 말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어버렸다.
“벌써?”
“벌써는. 무슨. 너 3시간 동안 기사만 보고 있었잖아.”
“아, 그래?”
이번 해외 일정에는 석현 형이 동행하기로 했다.
외국에서의 매니저는 정말로 형식적인 업무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적인, 사적인 업무 가리지 않고 배우가 최대한 편안하게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관리해주는 한국 매니저 문화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촬영을 위해 준비해야 될 것들 모두를 배우 스스로가 감당해야 된다는 점에서 조금 힘들긴 했다. 지금에 와서는 적응이 되었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니까.
어쨌든 해외 스케줄 모두를 전담하겠다는 석현 형의 엄청난 계획이 실제로 시행되어 나로서는 좋을 뿐이었다. 정서적으로나 그리고 일적으로나 석현 형은 내가 굉장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이제는 연기에만 오로지 전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근데 형. 뉴질랜드는 그렇다 쳐도 LA까지 가서 나 따라 다니는 거 괜찮아?”
“그게 왜?”
아니 이 사람이. 여자 친구도 있는 사람이?
“괜찮아. 여자 친구도 이해해주기로 했고. 이제 준비해야지.”
“응? 뭘?”
“결혼해야지.”
“에?”
그런데 석현 형이 이러는 이유가 단지 나를 관리해주기 위함 뿐만은 아닌 듯 했다.
“너 해외 일정까지 관리해주는 거 꽤나 페이가 좋더라고. 그리고 대표님 말 들어보니까, 이번 해부터 신입 뮤지션들 선발하니까, 매니저들도 몇 명 더 고용해야 하고 그럼 나보고 매니저들 관리하는 자리에...... 그래서 해외 경험도 쌓고 오라고 하셔서 그런 것도 있어. 너 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해외 진출할 때 그때는 내가 다른 매니저들한테 알려줘야 될 것들 그런 것도......”
결혼? 승진?
내가 지금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 거지?
“겨... 결혼을? 형이?”
“왜?”
“아니, 그게...”
“인마. 형도 이제 30 중반인데 결혼 해야지. 아버지가 얼마나 성화인데. 여자 친구도 알게 모르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고. 그래도 마냥 매니저 보다는 더 높은 직위에서 결혼해야 여자 친구 부모님도 인정해주실 것 같고 그리고 요즘 아파트 값이 얼마나......”
내 기억속의 형은 여전히 20대 중반의 청년일진데, 형이 벌써 30대 중반이 됐다는 점에서 놀랐다. 더불어 내 나이 또한 실감하게 됐고.
[아이고! 이게 누군가!]
때마침 낯익은 얼굴, 피터 제이크 감독이 나를 발견하고서 한달음에 다가오지 않았더라면 석현 형에게 꽤나 많은 것을 물어봤을 것이다. 아니, 안 본 사이에 이 형은 왜 이렇게 늙은 거야? 결혼? 승진? 쳇. 누구는 몇 개월 동안 옆구리 시리면서 일만 하고 있는데. 참 나.
*
[정말 오랜만이군. 허허. 음악은 정말 잘 듣고 있다네. CD에 사인까지 해서 보내줘서 정말 고맙네.]
촬영 중간에 잠깐 동안 가지는 휴식시간인 듯 스태프들은 분주히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배우들은 저마다의 트레일러에 들어가 다음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고.
[지의 촬영은 내일부터라네. 오늘은,]
[지켜볼게요. 촬영장 분위기도 그렇고 저도 적응해야죠. 빨리.]
[하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게. 아! 내가 지의 트레일러까지 직접 안내해주겠네. 하하.]
1편의 중후반? 후반? 그때부터 등장하는 배역이기에 상대적으로 극에 합류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춘 상태에다가, 촬영장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는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나는 이제 막 합류하게 된, 거기다 다른 작품에 몰입해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하루 먼저 이곳에 온 이유도 있었다. 촬영이 없지만, 하루라도 먼저 적응을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다.
[트레일러가 굉장히 넓...네요.]
[하하. 이미 계약서에 써져 있지 않았나. 최고로 준비해주겠다고. 면적이랑......]
그래요. 면적이랑 시설이나 그런 게 써져있긴 했죠. 온통 복잡한 말들만 써져있어서 트레일러쯤은 대충 넘긴 내 탓이죠. 암 그렇고말고.
“지혁아. 해... 외 촬영장은 대기실 대신 트레일러 쓴다더니, 다들 이런 트레일러 쓰는 건 아니지?”
“뭐, 아마도?”
트레일러 치고는 굉장히 넓었다. 솔직히 미스터 지 트레일러도 적은 편이 아니었는데, 그 트레일러는 우습게 보일 정도였다. 아니, 숙소 따로 안 잡아줘도 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트레일러는 말 그대로 한국에서의 대기실 역할인 만큼 제작진 측이 배우들을 위해 따로 숙소를 마련해줬다고는 들었다. 그런데 이 정도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듯 했다. 조금의 시간이 아까운 내게 이런 좋은 트레일러는 굳이 숙소까지 갈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도 있는데, 이런 트레일러는 조금...]
[하하. 지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알고 있네. 걱정 말게. 다른 주연들도 이거와 비슷한 트레일러에서 지내고 있으니.]
제작비가 빵빵하다더니, 한 손가락을 넘기는 주연 배우들에게 모두 이와 같은 트레일러를 마련해줬다니 할 말이 없었다. 그저 괜한 걱정을 털어버리고 내 앞에 당면한 문제들에 집중할 뿐.
[그럼 촬영장 둘러보면서 분위기나 익히게. 나는 촬영 시작이 얼마나 안 남아서.]
그렇게 내게 촬영과 관련된 대략적인 일정을 알려준 뒤, 피터 제이크 감독은 트레일러를 떠났다. 그리고 트레일러에는 나와 석현 형만이 남겨졌다.
“지혁아. 일단 그럼... 물건들부터 꺼내놓을까? 아까 보니까. 의상 보관이랑 관리하는 팀이 있다던데. 맞지?”
할 일이 많았다. 내 스스로 의상 소품을 준비하겠다고 해서 더더욱.
가져온 여러 물품들을 정리해, 의상 팀에게 넘겨줘야 했다. 그 일을 할 사람은 지금에 와서는 나와 형뿐이었고 말이다.
“형이 찾아가서 전달해줄 테니까. 너는 촬영장 분위기도 좀 익히고 다른 배우들이랑 안면도 쌓고 그래.”
“어? 이걸 다 형이 하게? 그리고 여기,”
“형이 다 알아서 한다니까? 그리고 형도 영어 배웠다. 엄청 열심히.”
“어? 그러고 보니까.”
승진이니, 결혼이니 와 같은 말을 할 때부터 느꼈지만, 형도 나름대로 자신의 발전을 위해 힘써온 듯 했다. 영어라고는 알파벳만 겨우 알던 사람이, 피터 제이크 감독과 나의 대화를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들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거, 사람이 너무 갑자기 바뀌면 죽는 다던데. 크흠...
*
이번 영화는 판타지 영화이다. 인간, 드워프, 엘프가 힘을 모아 암흑의 신에 대적한다는 스토리를 지닌.
서로 분열되어 있는 선 진영의 종족들이 서로의 대표를 파견해 대표단을 결성하고 암흑의 신에 함께 대적할 다른 종족들을 설득해 나가는 여정 그리고 모두가 힘을 모아 암흑의 신에 대적하는 것들을 그리는 것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이니 만큼 세트장의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걸어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그나마 1편 같은 경우, 세 종족의 대표단이 결성되기까지를 다루고 있기에 영화상으로 나오는 종족들이나 인원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도 이 정도라니 절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슬쩍 본 2편 대본은 1편의 스케일을 뛰어넘다 못해 흘러넘칠 정도로 대규모였으니 오죽할까.
어쨌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스태프들 사이를 지나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되었다.
[와우! 미스터 강!]
[휘이이익!]
두 손 한 가득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었고 또한 자신들의 일이 있기에, 직접적으로 다가와 인사를 하는 이들은 적었어도 내게 반가움을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더욱 동기부여가 됐다. 이 촬영장에 최대한 빨리 녹아들어,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럼 마음이 샘솟듯이 가슴을 적셨던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지금이 한창 촬영 중이라 같이 호흡을 맞출 배우들의 트레일러가 텅텅 비었다는 점이었다.
[아! 지금 촬영 중이라, 세트장에 가시면 볼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하하! 미스터 강! 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들을 대신한 매니저들이 내게 배우들의 위치를 알려주어서 더 이상 트레일러 지역에서는 볼일이 없었다.
그런데 세트장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트레일러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내게 가져다주었다.
“Come in!”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익숙했다. 처음 듣는 것치고는 트레일러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
[반가워요. 우리 구면이죠?]
[비... 키니? 아니 코룬 섬?]
[하하. 비키니? 그때 입었던 비키니가 취향이었나 봐요? 이런, 그런데 왜 전화를 한 번도 안하셨을까?]
[하하... 그게...]
너무나도 놀랐다.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이야.
[코룬 섬으로 가는 건가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우리 같이 놀래요? 나랑 내 친구도 코룬 섬으로 가거든요. 다음 배로.]
[아쉽지만, 그게 좀 힘들겠는데요?]
[아시안 남자들은 아시안 여자만 좋아한다는, 뭐 그런 건가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우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촬영차 코룬 섬으로 떠났을 때. 그때 내게 접근했던 여자들 가운데, 유난히도 적극적이었던 여자를 이곳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오늘이 코룬 섬 마지막 날이라는 게 조금 아쉽네요. 후훗. 뉴욕에 올 일 있을 때 그 전화번호로 연락해요. 당신 전화는 언제든 환영이니까? 아! 그리고 내 이름은 스테파니에요. 다음에 만날 땐 스테파니로 불러줘요.]
“스테파니...?”
[기억은 하고 있네요? 이름까지 까먹었으면 엄청 자존심 상했을 텐데. 뭐, 아니면 이름을 비키니로 바꿨다던가?]
여기는 분명히 나와 같이 호흡을 맞출 배우들의 트레일러 구역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녀가,
[다시 인사할게요. 스테파니 팔빈이에요. 이번에 운명의 전쟁에서 엘라인 역을 맡았죠.]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꽤나 친해져야 할 것 같은데요? 2부 대본 봤죠? 후후...]
2부 대본에 나와 있는, 영화 상영이 아닌, DVD 제작용으로 예정되어 있는 베드신은 무척이나 노골적인 장면들이 가득했다. 이러다 실제로 일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식의 걱정이 될 정도로.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코룬 섬에서의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겼던 인연이, 졸지에 베드신을 찍어야할 상대 배우로서의 인연이 되어버린 것이.
[많이 기대하고 있을 게요? 나... 기대해도 되죠?]
뭔가 심상치 않은 포스를 뿜어내는 그녀로 인해 이번 영화 촬영이 굉장히, 굉장히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유지연 미안. 하아.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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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티인형 - 확인해보고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완결 에피소드 작업 중이라 답변이 빠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완결 후, 이북 출간 교정 작업에서 답변을 드릴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