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2 2019 =========================================================================
#462
[12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 사회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켈 총리와 독일 국민들의 대다수는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하지만 난민 통합 및 사회적응, 의식주 지원 인프라 마련에 올해만도 140억 유로가 소모되었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한 180억 유로 상당의 재원이 소모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해, 유럽에서 터키와 함께 친 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의 앞날은 다소 어두울 전망이다.]
[운명의 전쟁 첫 번째 티저 공개! 인간족의 아리신과 마법사 가르드...... 아리신은 운명의 전쟁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기는 하나, 실질적으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법사 가르드는 극 중...... 운명의 전쟁 측은 개봉 전까지 티저 영상을 두 편 더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JS 새로운 걸 그룹 프리티 걸즈! 프리티 스타의 정통 후예가 다시금...... 이지영, 김새연, 주민지가 다시금 하나의 그룹으로...... 새로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멤버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극에 달한 가운데......]
각종 포털 사이트를 장악한 기사들의 면면을 확인한 그녀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의미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수많은 기사들이 산재한 포털 사이트에서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기사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기사 카테고리를 구분하지 않고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됐다. 그 정도로 그녀가 보고 있는 기사는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기사였다. 그것도 어제 저녁에 나온 따끈따끈한.
-이지영에 김새연 그리고 주민지까지. ㅎㄷㄷ 프리티 걸즈 쏴리 질럿!
-근데 정통 후예라고 하기는... 그 JS 대표 이사도 부정했지 않음?
-부정은 무슨. 고려를 안 한다고 했지 언제 부정했음? 하여튼 귀 먹은 새끼들이 많다니까 ㅋㅋㅋㅋ 그리고 굳이 말 안 해도 다 인정하니까, 그런 거지. 솔직히 정통 후예 아니면 WMC가 뭐하러 생방송까지 했겠음? 그리고 프리티 스타 명명 권도 JS에 팔았대자너.
특히 인터넷 연예 면을 휩쓸다시피 한 해당 기사이다보니, 댓글들도 무척이나 많았고 이는 안 그래도 심란했던 그녀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님들 지금 프리티 스타 공식 팬 카페 프리티 걸즈로 대문짝 바꿨음 ㅋㅋㅋㅋㅋㅋ팬덤이 인정했네 ㅋㅋㅋㅋㅋ프리티 스타 정통성 프리티 걸즈가 잇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인테일이랑 라즈베리, 사파이어, 프리티즈 불쌍하네 ㅋㅋㅋㅋㅋ 프리티 스타로 단물 쪽쪽 빨아먹어야 하는데, 프리티 걸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팬덤이 인정한 거면 게임 끝이지 ㅋㅋㅋㅋㅋ 글고 난 솔직히 나인테일이랑 라즈베리, 사파이어가 자꾸 프리티 스타 마케팅 하는 거 존나 꼴보고 싫음. 미친 지들 때문에 프리티 스타 활동 반 토막 됐는데, 이제 와서 프리티 스타로 단물 빠는 게 진짜 염치없음. 프리티즈처럼 아예 프리티 스타 활동 끝나고 데뷔하는 거면 응원해줄 순 있어도.
-와... 근데 대박이긴 대박이네. 혹시 이것도 강지혁이 만들어준 걸까? 솔까 이지영이랑 김새연은... 아이돌 데뷔하기 거의 불가능이었는데...
끝없는 연습생 생활. 그 결과 맛본 수차례의 좌절과 절망.
그런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과 기억들을, 사람들의 응원과 환호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의 문턱을 그녀는 끝내 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동안 그녀가 느꼈던 모든 감정들과 비견될 만한 좌절들로 돌아와 그녀를 다시금 괴롭혔다.
그래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노래와 춤을 펼치겠다는 꿈을 접었었다. 자신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지금껏 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잡을 수 없는 헛된 상상이 되어버린 꿈을 이제는 놓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결심을 다짐했던 그녀의 마음은 지금에 와서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JS ENTERTAINMENT에서 나왔습니다. 윤채연 양 맞으시죠?]
아이 돌이 되려는 이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만한 기획사 JS ENTERTAINMENT. 그곳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자신을 찾아왔다? 솔직히 처음에는 사기를 의심했었다. 그 정도로 그녀가 그때 맞이한 현실은 상식 밖의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카페에 그것도 세 번이나 찾아온 JS ENTERTAINMENT 사람으로 인해, 그리고 직접 전화를 걸어 찾아온 직원의 신상을 확인한 덕에 그녀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가 현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였다. 이미 흔들리고 있는 과거의 굳은 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ㅇㅈ WMC에서 프리티 걸즈가 프리티 스타 정통성 잇는 거라고 인정해 준거나 마찬가지임. 거기다 멤버들도 3명이나 있잖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새로 영입중이라는 멤버가 누구길래? 괜히 그 멤버 영입했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프리티 걸즈에 합류할 수도 있는 새로운 멤버에 관심을 쏟고 있는 와중에, 자신이 그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인지 부터가 문제였다.
벌써 2년 가까이 춤과 노래를 하지 않았다. 프리티 스타로서의 데뷔 코앞에서 좌절하고 만 그 후로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그녀 자신이 꿔왔던 꿈을 멀리하려 했기 때문이다.
-영입중이라는 멤버 김지현아니면 최수정 아님?
-프리티 스타 정통성 유지하려면 김지현, 최수정이 최선이긴 하지.
또한 인터넷 기사 제목과 댓글들에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정통성이라는 단어가 그녀를 망설이게 하였다.
-근데 김지현은 아닌 듯, 판타스틱에서 새로운 걸그룹 론칭한다고 했었음. 그리고 김새연을 메인 댄서로 하고 새로 영입할 멤버를 메인 보컬로 하려는 것 같은데, 솔까 김지현은... 메인보컬 감은 아니지 않음? 키랑 비주얼로 조금 뜬 거지. 보컬이랑 댄스는 고만고만. 최수정이면... 음... 최수정을 메인 댄서로 하고 김새연을 메인 보컬로 하겠다는 건데, 최수정이 김지현 두고 JS로 가겠음? 최수정이랑 김지현이랑 절친이라고 그렇게 홍보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써부터 프리티 걸즈를 프리티 스타의 정통 후예라고 여기는 듯 했다. 그런데 그 프리티 걸즈에 자신이 포함된다? 이는 그녀 자신에게도 그리고 프리티 걸즈에게도 결코 좋지 못할 상황을 안겨다줄 것이, 그녀가 보기엔 너무나도 자명했다.
“후우...”
어찌됐건 그녀 자신은 프리티 스타 멤버가 되질 못했다. 그리고 최후의 문턱을 넘지 못한 대가는, 또다시 찾아올 거라 생각지 못했던 기회 앞에서 그녀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나를 잊었더라도 거리를 걷다보면 생각나겠죠. 카페에서 문득 생각나겠죠. 내 노래가 들릴 때면. 나를 잊었더라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아도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도 생각날 거 에요. 내 노래가 들릴 때면.”
때마침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TV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더욱더 흔들어놓았다. 그녀가 콘셉트 평가에서 기적의 1등을 거머쥔, 프리티 스타가 되지 못했기에 상대적으로 빛바랠 수밖에 없었던 노래가 그때의 기억을 불러 모아 그녀의 머리를 마구, 마구 헤집었다.
내 자리가 아니야. 저긴 내가 서있을 만한 곳이 아니야.
현실을 직시한 머리는 계속해서 지금 상황에서 최선이라 할 만한 선택을 알려줬다. 하지만 가슴이, 지금 들려오는 노래 가사에 떨려오는 몸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켜만 갔다.
다 잊었다고. 이제는 새로운 길을, 10년 가까이 꿈꿨던 그 길이 아닌 낯선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체념하는 데만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이 이다지도 많았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지만 그녀는 이를 애써 억누를 뿐이었다.
이내 걸려온 낯익은 그러나 낯선 진동음에 상념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계속.
*
“뭐?”
의아함을 가득 드러낸 매니저의 눈빛은 당연했다. 그런 매니저의 눈빛을 만들어낸 당사자인 유지연 그녀 또한 자신이 매니저였다면 똑같은 눈빛을 내보였을 정도로.
“뭐가?”
그녀 자신이 차가운 이미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지금 그녀에게 굉장한 안도감을 안겨다주고 있음을 매니저는 알고 있을까.
어쨌든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는 거?’라는 식의, 너무나도 태연한 유지연의 행동에 상황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여전히 매니저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요리 학원이라는 게... 그... 요리를 배운다는 거지? 요리?”
뭐가 의아하고 놀란 일이라는 건지. 그 답을 알고 있음에도 매니저의 반응이 과한 것 같아 유지연의 인상이 더욱 차가워졌다.
이에 새롭게 유지연을 맡은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은 매니저의 몸이 흠칫한 것은 무척이나 당연했다.
“이번 촬영 끝나고 다닐 건데. 왜. 문제 있어?”
“아니, 그건 아닌데... 흐음...”
날이 서 있는 유지연의 말에 매니저는 그저 손사래를 칠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왜? 나랑 안 어울려?”
“어? 아니, 그건,”
“그냥 취미 삼아서 몇 개 배워보려고 하는데, 일단 요리부터.”
“몇 개? 일단 요리부터?”
매니저가 배우의, 그것도 대한민국 톱클래스 배우의 취미 생활을 간섭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연예인의 불편사항을 미리 체크하여 관리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들 가운데 하나인 만큼 그는 왠지 모르게 일을 크게 벌이는 듯한 유지연의 행보가 약간은 두려워졌다.
“뭐? 자격증까지?”
“자격증 따는 거 안 어렵다던데. 왜? 한식이랑 양식, 중식 다 배울 거야.”
“에에? 갑자기? 뜬금없이? 자격증을? 그것도 세, 세 개나? 그... 왜?”
“뭐가.”
“아니, 네, 네가 못 딴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고. 크흠... 그럼 내년 상반기에 너 촬영 끝날 때로 맞춰서 알아볼게.”
자격증까지 따겠다는 선언이, 취미 삼아 요리를 배우겠다는 그녀의 말과는 상당히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는 그저 이를 핸드폰으로 기록해둘 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한바탕 진땀을 뺀 뒤에도 자신의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이번에 너 대상에 노미네이트 된 거 알고 있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시상식에서 대상이 유력시되는 배우가 바로 그가 맡고 있는 유지연이라는 점에서 그는 알게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그녀를 맡은 지 반년도 되지 않았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연예인의 위상이 매니저의 힘이자 지위인 것이 이 바닥 생리인 만큼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감정일 뿐이었다.
“귀걸이부터 목걸이, 구두, 드레스까지 전부 협찬 들어와 있으니까, 시간 내서 확인해봐야 돼. 오빠가 감독님한테는 사정 말 할 테니까, 시상식 전날이랑 당일은,”
“그럼 내일이랑 크리스마스는?”
“어?”
“그날 촬영 못하면 메워야 하잖아.”
그런데 뜻밖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글쎄...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이브랑 크리스마스에 채워야하지 않을까?”
“다른 스태프들은?”
“뭐, 어쩔 수 없지. 주연 배우가 시상식 참가한다는데. 그리고 그런 건 당연한 거지. 영화 촬영할 때, 주연 배우 스케줄부터 먼저 고려하는 거.”
평소 유지연은 자신의 가진 지위를 되도록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반열에 오른 여배우이지만, 의외로 영화나, 드라마 판에서 흔하디흔한 일명 ‘갑질’은 그녀에게는 해당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녀가 촬영 팀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고 그것이 돌이켜보면 그녀 자신의 평판을 더욱더 탄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당일만 준비하는 걸로 해.”
“에? 무슨 소리야? 지연아. 아까 요리 얘기부터 자꾸,”
“뭐?”
“아, 아니. 그게 아니고.”
하지만 이를 고려한다 치더라도 이어진 그녀의 말은 얼핏 듣기에도 그리고 자세히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시상식 당일만 촬영 일정 조율하는 데 양해 부탁드리고 되도록 크리스마스이브랑 크리스마스 당일 날에는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줘.”
“어? 지연아, 오빠가 잘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 데, 스태프들은 당연히 네 일정에 맞춰서,”
“그렇게 전해줘. 오빠.”
“아, 알겠어. 일단 그... 기획실장님한테 물어볼게.”
자신이 무슨 힘이 있을까. 유지연의 의지가 생각보다 강력해, 그는 한발 물러나는 것을 선택했다. 자신 대신 유지연을 설득할 만한 방패 또한 마련하려 했고 말이다.
“그게 지연아... 너도 알다시피 이번 영화 촬영이 일정부터가 엄청 빡세잖아.”
상황은 역시나 그가 예상한대로 흘러갔다.
“그래서 아무래도 네가 말한 대로는 힘들 것 같은데? 그게... 감독님도 너가 시상식 준비해야하니까, 당연히 그거 고려하고 스태프들한테 전부 크리스마스이브랑 크리스마스 때 촬영해야 되니까, 소집시킨 모양이야. 그래서 장비 대여랑 장소 섭외 조정하기가... 그리고...”
그녀가 톱 여배우이기에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감독을 비롯한 촬영 팀은 이미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촬영을 기정사실화 한 듯 했다. 시상식에 참가하게 된 여 주인공을 위해 모두가 불편을 감수하기로, 이런 선택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배려를 거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더욱이
“너 협찬 사에서 받아본 물품들 그래도 몇 번씩은 입어보고 그래야 선택 못 받은 협찬 사들이 수긍할 수 있다고...”
최고 여배우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그녀의 시상식을 위해 갖가지 물품들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라, 상황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했다.
“전달 사항은... 이게 끝이지?”
“어? 뭐, 그렇지.”
“나 대본 읽을 거니까, 라디오 좀 꺼줘. 그럼.”
한층 가라앉은 유지연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그리고 침묵 속에서 차를 운전하게 된 지금까지도 그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여배우로서 당연한 권리를, 그것도 상대방이 알아서 맞춰주겠다는 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유지연의 모습이.
어쨌든 그는 대본을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내 시선을 전방 도로로 옮겼다. 대본을 읽는 다는 유지연을 위해 그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은, 그저 안전하게 그리고 안락하게 운전을 하는 것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