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58화 (458/502)

00458  2019  =========================================================================

#458

“현재 전체적인 골조 공사는 마무리된 상태이며......... 예정대로 오는 9월 30일 완공될 예정입니다.”

아침 일찍 유지연을 데려다 준 뒤, 다시금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 자정을 넘기지 않은 상태에서 함께 잠들었는지라 다시 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재 삼촌이나 관리사님에게 말하지 않고 꿈 기숙사 공사장으로 이동했다.

“부족한 점은 없으시고요?”

“네? 아! 네! 부족한 점은 전혀 없습니다! 하하! 인부들 전부가 지혁씨가 좋은 일로 만들고 있는 건물인 거 알고 더욱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나름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요. 하하!”

지상 층만 하더라도 10개 층에 달해 골조가 완성된 꿈 기숙사의 외형은 벌써 대단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완공되었을 때의 모습이 절로 기대될 정도로.

“이거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네?”

내 돈 주고 공사하는 것인지라, 누가 봐도 갑은 나일 테지만, 건설 현장이라는 것이 막상 그렇게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인부 분들이랑 같이 해서 회식 한 번 하세요.”

“아니고 뭘 이런 걸다!”

일단 건물을 짓는 것은 저쪽이니만큼 비공식적인 성의 표현은 나름의 필수 요건이었다.

“넉넉하게 담아드렸는데, 회식하시는 데 혹시 부족할지도 모르겠네요. 부족하시면 여기 꿈 재단 측 대표해서 나와 계시는 분이 누구시죠?”

“조영환 이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네? 조 관리사님 아니 조 이사님이요?”

그런데 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꿈 재단 측 인사들을 통해 말하라고 하려 했는데, 뜻밖의 이름이 현장 소장의 입에서 흘러나와 적잖이 당황했다. 아니, 관리사님이?

“오래는 아니더라도 직원들 대동하고 매일, 매일 오셔서 확인하고 가십니다. 하하! 나이도 있으신 분이 공사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는 걸 보면... 아주 대단하십니다. 하하! 덕분에 우리 인부들은 아주 죽을 맛이지만요.”

“부족하시면 그 분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따로 조 이사님한테 말씀드릴게요.”

나이가 적지 않을 진데, 직접 그것도 매일 공사 현장을 누빈다는 말이 가볍지 않게 다가왔다.

“아이고 부족하다니요. 이 정도면 떡을, 아니 충분합니다. 껄껄!”

“그럼 다행이네요.”

“아! 그럼 조 이사님 오늘도 나오시겠네요?”

“예? 아! 맞습니다. 그게 지금 시간이... 아! 곧 오실 때 됐습니다. 그 양반, 아니 조 이사는 시간은 아주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이라서 금방 올 겁니다.”

잠깐 공사 현장에 들른다는 것이, 생각 외로 길어지겠지만 미련 없이 사무실 컨테이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밑에 직원도 많고 그런데, 직접 오실 필요까지 없을 텐데... 흐음.

*

“지혁씨 한국에 오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에 본 관리사님은 여전하지 못했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현장 소장님 말 들어보니까, 매일 나오신다고...”

“허허... 괜찮습니다. 이게 다 제가 할 일인데요? 허허.”

내 기억 속에서 관리사님이 검은 머리였던 적보다 흰머리였던 적이 많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얼추 떠올려 봐도, 군대 가기 직전일 때도 관리사님은 흰머리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고서라도 오랜만에 본 관리사님의 얼굴은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꿈 기숙사가 9월 중으로 완공될 예정이라는 건 들으셨습니까?”

“네? 아, 예. 아까 소장님한테 들었어요.”

“아주 대단한 일을 하신 겁니다.”

“뭘요.”

일만 벌여놓을 줄 알았지, 제대로 수습을 하는 건 배우지 못해 뒷감당 같은 건 고스란히 주변 사람들의 몫이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내게 내 주된 업에 신경 쓰라고들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게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꽤나 이기적인 행동이었을까 싶었다. 흐음. 오전이라서 감성이 너무 폭발해서 이런 걸까?

“관리사님 식사하셨어요?”

“예? 아. 아침은 먹고 왔습니다.”

지금 시각은 10시 50분. 관리사님과 대화를 나누다, 같이 식사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꿈 재단 사무실에서 얘기 좀 하다가 같이 밥 먹어요. 관리사님.”

“예, 알겠습니다.”

흐음. 관리사님이 온천을 좋아하신다고 했으니까. 그때 갔던 스위스 온천이 엄청 좋다고 하셨는데, 거기를? 아니면 다른 좋은 데가...?

*

“민재씨한테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한류월드 측과 가계약 상태입니다. 해당 사안으로 빠르면 다음 주 중으로 계약이 성사될 예정입니다.”

복날도 아닌데, 삼계탕은 뭔가 어울리지 않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관리사님이 삼계탕을 먹고 싶다고 해서 근처에 있는 삼계탕 집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예, 듣긴 들었어요. 관리사님이 수고가 많으시네요. 하하...”

“당연히 제가 해야 될 사안입니다. 그리고 새로 매입하라고 하셨던 부지와 관련된 사안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꿈 시네마 하우스 사업과 병행해서 향후 공동 발표할 예정입니다. 다만, 부지 매입 건 같은 경우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언론 측에서 미리 추측성 보도를 낼 수도 있다는 점 유념해주시길 바랍니다.”

벌어놓은 일들이 많음에도 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관리사님과 같이 분이 내 곁에 있어주셨기 때문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이 더욱 샘솟았다.

“어차피 시일 차이는 거의 없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다음 달 말쯤을 기점으로 꿈 재단을 통해 공식발표를 할 예정인 만큼, 추측성 기사가 나오더라도 길어야 보름 차이일 겁니다.”

“그럼 그렇게 신경 쓰지 마세요.”

“예? 아,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꿈 예술학교 그리고 꿈 시네마 하우스.

“그리고 어제 민재씨한테 전해 듣기론 라이브 카페 건을 다시금,”

아! 그리고 라이브 카페 건까지.

“죄송해요. 제가 너무 일을...”

“그런 생각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될 일이고 이런 일 하라고 꿈 재단 이사 시켜주신 것 아닙니까? 하하.”

일을 벌여도 너무 벌였다.

“학교 때문에 엄청 고생하셨다고 들었어요.”

“다소 까다롭기는 했지만 고양시와 한류월드 측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셔서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극장, 중소규모 극장들의 집합건물인 꿈 시네마 하우스와 예술관련 학생들의 중고교 전문학교인 꿈 예술학교는 그저 나의 단순한 즉흥성 발언으로 시작된 사업이었다. 하지만 말이 시네마 하우스고 학교지,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설계안 모집 공고를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꿈 시네마 하우스는 3천석 규모의 대규모 극장 1개와 1천석 규모의 중규모 극장 3곳, 200석 규모의 소극장 5곳으로 규정될 예정이며 앞선 이유로 향후 변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꿈 시네마 하우스 같은 경우, 고양시와 한류월드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진행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꿈 예술 학교였다.

“기숙사 시설과 중, 고교 시설 및 교육 시설 등을 고려하여 10만평의 대지를 확보하였으며, 교육부 인가가...... 현재 단일 면적으로는 전국에서 2번째에 달하는 대규모 면적인데다가, 꿈 예술학교가 지니고 있는 비전과 탄탄한 재정이 밑받침되고 있기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태어나서 학교 짓는 게 그렇게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하는 것 인줄 처음 알았다. 덕분에 관리사님과 꿈 재단 측에서 엄청 고생했다고 들었다. 우리 측에게 호의적인 의사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던 고양시와 한류월드 측도 진땀 꽤나 뺀 건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어제 민재씨한테 전해 듣고 나서 라이브 카페에 관련해서 알아본 결과, 기존 임차 계약으로 인해 빨라도 이번 해 말이 되어야 정상적으로 꿈 재단 측에서 라이브 카페를 직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설렁설렁하셔도 돼요.”

“예?”

“몸도 좀 챙기시고요.”

내가 죽일 놈이지.

*

“예?”

“에에?”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이를 자신의 두 귀로, 직접 듣게 되자, 그 놀람은 배가 되었다. 예상도 못한 주민지, 그녀 같은 경우는 김새연 보다 당연히 더했고.

“새연씨는 우리 회사 아이 돌 그룹으로 활동할 생각이 있으세요?”

계약서와 함께 건네받은 제안은 그 정도로 대단했다.

“대표님. 그럼 저랑 같이...”

“맞습니다. 민지 양. 민지 양이랑 같은 그룹으로 활동하는 것을 말하는 것에요.”

“헐... 대박.”

주민지의 입에서 경악 섞인 외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김태현 대표의 입에서 흘러나온 제안은 엄청난 것이었다. 어떤 매체에서 개제해도 단숨에 톱뉴스에 랭크될 정도로, 특종 중의 특종이라 할 수 있는 사안이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꿈 기획사 대표님과 나름 협의를 거쳐서...... 이번 해 상반기에 데뷔할 계획을 잡고 있어서, 민지도 그렇고 새연 씨도 단발성 프로그램만 나갔던 겁니다. 본격적으로 데뷔 준비를 해야 하는데, 고정 프로그램이나, 솔로 활동을 하게 되면 이미지 측면이나 시간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게 되니까요.”

“그럼...?”

“예. 꿈 기획사 대표님과는 이미 작년 상반기쯤에 미리 합의를 한 상태이고요. 꿈 기획사에 지급해야할 계약금 관련된 사안도 이미 합의가 된 상태입니다.”

“대박. 대표님 짱!”

“아! 물론 새연씨가 저희 측과 계약을 하셔야지, 이 모든 합의가 이행될 것이겠지만요.”

지금까지 자신들이 데뷔 무대가 아닌, 라디오나 예능 프로그램의 단발성 게스트로만 나섰던 이유가 따로 있었음을 깨닫자, 그녀들의 얼굴은 말 그대로 어벙벙해져 있었다.

모든 게 이미 짜여져있는 촘촘한 그물과도 같았음을 깨달은 지금, 그녀들은 그녀들 자신을 알게 모르게 아프게 했던 사안이 사르르 녹아버리고 있다는 것 또한 이내 알게 되었다.

“새연씨가 저희 측과 계약을 하게 되면 상반기 내로 3인조 걸 그룹으로서 데뷔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3인조요?”

“아! 깜빡하게 말씀을 안 드렸군요.”

“설마...”

“민지는 이미 눈치를 챘나보군요.”

더욱이 기쁘고 또한 놀랄만한 소식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터라, 그녀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상기된 상태였다.

“나머지 한 멤버는 어제 계약을 완료했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데뷔 준비에 돌입할 겁니다. 물론 회사 측에서는 이 사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할 거고요.”

꿈 기획에는 이렇다 할 인지도 있는 아티스트가 없다는 사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떠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에 대한 고민이 새연에게 남아있음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새연 또한 다시금 찾아온,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에 마음이 설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더욱이 한명도 아니고 두 명의 프리티 스타 멤버들과 다시금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고 하니 오죽할까.

“나머지 한 멤버가 굳이 누군지는 말 안 해줘도 알 테고. 저희 측으로서는 새연 양에게 생각할 시간을 조금 드리고 싶긴 하지만,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나머지 한 멤버가...”

“그럼... 부모님이랑 상의를 좀하고 다음 주 중으로...”

“언니! 대박!”

꽤나 큰 액수라 할 수 있는 계약금까지 꿈 기획에 지불할 것이라는 김태현 대표의 말과 더불어, 다른 멤버의 부족한 춤, 노래 실력까지 떠오르자 김새연의 망설임은 오래가질 못했다.

“JS ENTERTAINMENT의 아티스트가 된 것을 환영합니다. 새연 양. 뭐, 너무 섣부르다고 생각지는 않아도 되겠죠?”

그렇게 그녀는 또 다른 꿈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여전히 깜깜해 보이는 길이었지만, 함께 다른 길을 걸어본 이들이 함께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가득차기 시작했다. 앞길을 비춰줄 환한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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