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52화 (452/502)

00452  2019  =========================================================================

#452

[4200만장의 사나이! 무려 4254만 3921장이라는, 지금껏 발매된 앨범 가운데, 한 해 동안 최고로 많이 팔린 앨범에 등극한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 CHAOS! 세계 각종 음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 단 석 달 만에 4200만장을 판매고를 올려, 8500억에 달하는 추정 판매 매출액 달성한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 CHAOS! 타이틀 곡 싱글 판매고까지 합치면 1조에 달하는 매출액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대중들의 관심과 놀람이...... 한편 강지혁은 현재 미스터 지 후속 작 촬영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제 24대 대통령이자,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인 이해영 대통령이, 일부 몰지각한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일침을 놓아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해영 대통령은 모교인 A 여대 특별 강연에서 “유리천장이 깨지면, 유리바닥도 깨지는 것이 당연.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닌, 의무 또한 책임을 져야 진정한 양성평등의 길이 열릴 것.”과 같은 발언을 통해......]

[강지혁은 연말 가요대전에 불참! 강지혁의 연말 가요대전 참석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던 방송 3사가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져! 포이보스 뮤직 측의 발표에 따르면, 앞선 KMA, WMCA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현재 강지혁은 미스터 지 촬영에 전념하고 있어 연말 가요 대전에도 마찬가지로 참가하지는...... 하지만 내년 초에 예정된 HCA와 골든 디스크 시상식, 4200만장의 판매고 가운데 1700만장의 판매고를 달성한 지역인 일본의 권위 있는 시상식 일본 골든 디스크 시상식에 그리고 빌보드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에는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 섞인 발언이......]

[13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지원자가 몰려, 화제를 불러 모았던 포이보스 뮤직 신입 뮤지션 선발의 최종 선발자로 올해 20살 동갑내기 소녀들로 이루어진 그룹 러브홀릭이 뽑혔다. 이들은 과거 별자리 라이브 카페에서 사춘기 소녀들로 활약한 바가 있어..... 판매량 세계 기록을 세운 강지혁의 정규 5집에 이어, 권수아 78만 3942장, 이수아 69만 3940장, 정승현 98만 9403장, 크리스 김 70만 4950장 등, 소속 가수들이 비 아이 돌임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앨범 판매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가요계 뮤지션들의 독보적인 아이콘이라고 할 수......]

[화제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운명의 전쟁! 드디어 개봉 초읽기에 들어가다! 올 2월 1일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첫 번째 티저 영상은 1월 중순 쯤 발표될 것으로...... 운명의 전쟁은 3부작 판타지 블록버스터로서, 수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티저 영상은 총 3편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이는 시기를 조절해 차례차례 발표될 것이라는......]

*

[지! 오늘 왜 이렇게 얼굴이 밝나? 무슨 기분 좋은 일 있나? 하하!]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대략 보름 동안의 휴가를 맞이해, 촬영 세트장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촬영 스태프들이 꽤나 많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 말이다. 역시 휴가는 나라를 막론하고 대단한 힘을 발휘하나보다.

어쨌든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나를 불러 세운 다이그 리넨만 감독에게 의아함을 한껏 드러낸 것이고.

[하하. 너무 그렇게 보지는 말게. 오래 붙잡아둘 생각은 없으니 말이네.]

[그렇다면 다행이죠.]

[허허. 운명의 전쟁 촬영 때문에 크리스마스 뒤쪽 1주일 휴가는 영락없이 일로 채워야 되겠구만.]

이번 휴가는 중요했다. 매주 하루, 이틀 정도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말이 휴식이지 절대 휴식이 될 수 없었다. 대본 암기부터 액션연기의 합을 맞추는 일 그리고 몸 관리까지. 어느 것 하나 휴식을 여유롭게 즐기게끔 해주질 않았으니까.

물론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이번 연말 휴가가 앞선 휴가들과 다르다는 말은 아니었다.

[지의 촬영은 1월 초로 잡혀있으니, 2주 정도 운명의 전쟁 촬영에 돌입하는 것인가?]

[뭐, 그렇게 되겠네요.]

[그렇군. 그럼 지와 다시 보는 건 3주? 4주? 그쯤 뒤겠군.]

이번 보름 동안의 휴가에서도 나는 마냥 쉴 수 없었다. 보름 가운데 일주일가량을 운명의 전쟁 촬영에 쏟아 부어야 했기에, 당연하게도 그 앞선 일주일도 촬영 준비에 힘써야만 했다. 사실 휴가가 휴가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며칠 가량은 마음 편히 쉴 생각이었고 또 무엇보다 일주일동안은 옆자리의 허전함을 느끼지 않아도 됐기에, 그저 좋았다.

[휴가 절반이 촬영으로 바뀐 사람치고는 얼굴이 꽤나 밝아서 물어본 거네. 아무튼 몸조심하고 1월 초에 보지! 명심하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몸조심하고! 다쳐서 오면 안 되네! 운명의 전쟁도 좋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지가 우리 영화를 좀 더 비중 있게 생각해줬으면 좋겠거든. 하하!]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우려 섞인 작별인사를 뒤로 한 채, 집으로 향하는 자동차 액셀을 강하게 밝았다. 그런다고 해서 공항으로 향할 헬기 시간이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

[와아아아아]

게이트를 나서자마자 들려오는 엄청난 함성소리에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강지혁씨 이번 정규 5집 앨범이 4254만 3921장이라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꼽힐 정도로......]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강지혁씨에게 연일 러브콜을......]

[미스터 지 후속작이 내년 개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흥행에 또다시 성공하실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먹이를 발견한 승냥이들처럼 달려드는 기자들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경호원들이 만들어놓은 방벽을 뚫기 전에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와아아아아]

[갓지혁! 갓지혁!]

[오빠!]

애당초 이럴 줄 모르지 않았다. 몰려들 기자들과 팬들로 인해 발생될 여러 문제들을 예견한 공항 측에서 사전에 내게 인천공항이 아닌 성남공항을 권유했었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번 정규 5집을 통해 강지혁씨의 재산이 1조를 넘었을 것이라는......]

[이번 정규 5집 앨범을 통해 강지혁씨가 벌어들인 순수익이 5천억을 넘어섰다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가......]

물론 기자들 때문은 아니었다.

[오빠!]

[갓지혁!]

국적을 가릴 것 없이 나를 맞이하러 나온 팬들. 오로지 그 팬들을 위해 다소 불편함을 감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걸으면서도 마중 나와 준 팬들을 향해 나름의 성의를 담아 인사를 건넸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내 앞에는 익숙한 차가 서있었다.

“고생했다. 사람들 많았지? 어휴...”

“오랜만이네. 살 좀 쪘네? 볼 살 두둑해진 거 보면?”

“뭐? 흐음... 하긴, 요새 들어서 뱃살도 좀 나오고. 뭐, 어쨌든 본가로 갈 거지?”

“아니, 일단 회사로 가줘. 삼촌이랑 할 얘기도 있고 아직 날도 밝은데 뭘. 삼촌 회사에 있지?”

아직 점심때인지라, 본가로 바로 갈 생각은 없었다. 약간 피곤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직 해가 쨍쨍했으니까.

“어? 뭐하러. 너 피곤할 텐데 본가로 바로가지?”

“됐어. 어차피 저녁 같이 먹을 거고 대낮인데 뭘. 그나저나 밥 먹었어, 형?”

“어?”

“밥 먹었냐고.”

“밥 먹었지. 너 데리러 오기 전에. 왜? 안 먹었어?”

그나저나, 형이랑 같이 먹으려고 일부러 기내식도 안 먹었는데 나 참.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한두 번 마중 나온 것도 아니면서 어쩜 이래?

“간단히 먹었으니까, 같이 어디라도 가서,”

“됐네요. 됐으니까, 운전이나 하셔요. 아저씨.”

흐음. 민재 삼촌은 밥 안 먹었겠지?

*

곧 있으면 회사로 도착한다는 삼촌의 말에 나 또한 익숙한 발걸음으로 회사 휴게실 문을 열었다. 날도 춥고 이런 날에는 회사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워 따뜻한 히터바람을 맞는 게 최고였으니까.

그런데 전혀 낯선 이들이 내 자리를 선점하고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당황한 것 둘째치고서라도.

“아, 안녕하세요...”

“안녕... 하세요.”

누굴까.

처음 보는 얼굴에 말문이 턱하니 막혀버렸다.

이제 갓 스무 살은 되었을까. 아니,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건대, 고등학생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로 보나, 지금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는 사람인 것이다.

분명히 나는 내가 아는 곳을 들어왔다. 다시금 돌아보니, 이곳은 포이보스 휴게실이 맞았다. 그래서 망부석처럼 굳어버렸다. 그리고 이는 맞은편에 있는 두 명의 소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혁아 피곤할 텐데 집에 안가고... 에? 너네들 여기서 뭐하냐?”

때마침 민재 삼촌이 등장했더라면 그 자리를 뜬 것은 나였을 것이다.

“하하! 그래, 지혁이 너는 처음보지? 이번에 우리 회사에 새로 들어온 애들이야. 러브홀릭이라고 2인조 그룹인 거지. 애들아 너희도 지혁이 처음... 아니, 그러니까, 회사에서는 처음보지? 인사해. 너희 선배 지혁이. 이름이랑 얼굴은 설마 모르지는 않을 테지?”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번에 포이보스 오디션에 합격한 러브홀릭 강지영입니다! 메인보컬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러브홀릭에서 서브보컬, 랩, 기타, 베이스, 작사, 작곡...... 주선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뭔가 먼저 소개한 이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역할을 맡고 있는 듯한 소녀의 소개까지 듣자, 얼핏 떠올랐다. 이번해 하반기에 포이보스에서 신입 뮤지션을 뽑겠다는 계획이.

솔직히 촬영이다 뭐다 해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나마 있는 여력도 운명의 전쟁 촬영 준비와 유지연에게로 모두 쏟아 부어야 했으니까.

“반가워요. 우리 식구 됐는데,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사람들한테 많은 걸 느끼게 하는, 그런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어요.”

나 스스로도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회사로 들어온 다른 네 명도 그렇고 저랬던 시절이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를 논외로 치더라도 이제는 다들 앨범하나씩 발매할 때마다, 아이 돌도 아니면서 수십만 장의 판매고는 우습게 달성하는 그런 뮤지션이 되었지만,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조금 낯선 시절이 되었지만 분명 저 소녀들과 같은 시기가 있었다. 우리 오남매 모두에게는.

그래서인지 눈앞에서 눈도 못 마주치고 있는 소녀들을 보자니, 감회가 남달랐다. 뭔가 아련하기도 하고 또 그립기도 한 그런 느낌이 내 가슴을 간질였다.

“애들아 밥 먹었니?”

“네? 아... 아직 안 먹었어요.”

“저도요...”

“그럼 나랑 지혁이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네? 저희가요?”

“저... 저희가 같이 가도...”

삼촌의 예전 말마따나, 앞으로 몇 년간은 꾸준히 뮤지션들을 선발해, 우리 오남매와 같은 세대를 만들어줄 거라는 얘기를 들었는지라 세월의 흐름이 참으로 무상했다. 뭐, 그걸 떠나서 지금은 나를 보며 왠지 모르게 잔뜩 주눅들어있는, 회사 후배들에게 답을 줘야겠지만.

“가자. 오늘은 회사 새로 들어왔으니까, 선배로서 맛있는 거 사줄게. 나도 본가 가기 전에 밥도 먹고 삼촌이랑 할 얘기도 있어서 잠깐 들른 거니까.”

“네? 아! 네!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어디를 가야지,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려나?

*

근처 고기 집에서 한우를 먹었다. 하지만 나를 배부르게 만든 것은 한우가 아니었다.

[저... 예전에 강지혁 선배님이 별자리 카페 만들어주신 거... 거기서 공연했었어요. 선영이랑 같이... 그때는 사춘기 소녀들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했었는데 정말 그때 그 경험들이 저희들을 가수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때 이후로 가수가 되겠다고 확실히 마음먹었어요. 감사합니다.]

단순히 뿌듯함으로만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것보다는 고차원적인, 보다 복잡한 감정들이 나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별자리 라이브 카페.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본 과거 내 행동의 결과체가 부메랑이 되어 내게 다시금 인연을 만들어줬다는 점이 꽤나 크게 다가왔다. 색다르기도 했고.

“아직도 논란이 거세긴 한데, 뭐 어쩌겠냐. 자기들 행동이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그러는 건데. 어쨌든 공사장 가보니까, 아주 멋들어지게 지어지고 있더라. 예정대로 겨울쯤 되면 완공될 거야. 그리고 네 한남동 집도 조 관리사님 말 들어보니까 다 완공됐다더라. 한 달쯤 전에 내부 인테리어 작업하고 있다했으니까,”

“삼촌.”

“근데 그 주변이 완전 부촌처럼 되어가지고 장난 아니야. 지금. 그리고 네 집 담벼락 빙 둘러서 길거리 공연하는 뮤지션들이 있던데 그게 조금 민감한 부분이라 너한테... 응? 왜? 지혁아?”

1년도 채 운용하지 못했다. 막 날개를 펴고 비상하려고 할 때, 사람의 이중성과 이기적인 행동에 염증을 느껴, 모든 날개를 꺾어버렸으니까.

흐음. 세월이 지나서 사람이 변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럼 그때 느꼈던 구역질나던 사람들의 행태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때의 기억이 무뎌진 것일까.

흐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다시... 할까?”

“응? 뭐, 뭘?”

즉흥적인 내 자신의 행동 특성? 맞다. 맞는 것 같다. 그것 말고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너, 너! 지혁이 너! 또 무슨 사고 친거야? 아니면 또, 뭐 일 벌이려고? 아서라! 지혁아! 삼촌이 너......”

하지만 그 특성은 아까 내게 감사하다며 수줍어하는 두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발휘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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