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42화 (442/502)

00442  2019  =========================================================================

#442

[칙쇼!]

나카무라 슌스케.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려오는 케이 팝에 한때나마 한류를 동경했던 사람이었다.

[위안부 문제로 억지를 부리고 있는 한국! 적극적인 반일 감정을 고조 시켜 국내 정치에......]

[이대로 다케시마를 빼앗기고 마는 것일까! 무기력한 일본 정부는......]

[학자금지원, 생활비지원, 세금우대해택 등. 끝도 없이 재일 한국인에게 쏟아지는 우대 혜택! 이것이 언제까지......]

[조선의 근대화에 이바지한 대일본제국!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반일교육을 강요하고 있는 한국......]

하지만 언론에서 연이어 보도하는 한국의 실태를 접하고 나서, 그는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꼈다. 자신이 좋아했던 한국이었기에 그 한국이 사실은 대일본제국을 자꾸만 적대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래서 그는 어느새 혐한 시위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일명 혐한론자가 되었다.

[건방진 조센징이!]

처음엔 순조롭게 이어져갔다. 그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전국적으로 백만 명에 달한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이 자신을 무척이나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 그를 고양시켰다. 자신이 무엇이라도 대단한 일을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그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대규모의 인원을 통솔하며 진두지휘하던 그의 당찬 발걸음이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일본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혐한 시위대는 물러가라!]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이다!]

[혐오 시위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어디에서 기어 나온 것인지, 처음엔 고작 수십, 수백 명 뿐이었다. 또한 자신들의 시위를 반대하던 같잖은 무리들이 종종 있었기에 익숙하지 않은 것 또한 아니었다.

[타, 타이죠우! 저 저놈들의 숫자가!]

그런데 점점 그 무리들이 무서운 기세로 숫자를 더해가더니, 어느새 자신들을 웃도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고야 말았다.

[강상의 일본 공연을 방해한 자는 사죄하라!]

[혐오 시위는 부끄러운 것!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열등감을 혐오로 풀지 마라!]

그들의 당찼던 거리행진은 그들의 존재로 인해 이뤄지지 못했다. 작게는 수천, 수백 명 크게는 십 수만 명의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음에도.

[저, 저것들이! 칙쇼! 매국 놈들이 어디 감히!]

이에 상응하는 시위대가 그들의 행동 하나, 하나를 제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한 시위대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 맞서 거리로 나온 이들의 대부분이 중, 고교 교복을 입고 나온 청소년 그리고 여성들이었으니까.

산업발전 시기. 노동 환경을 위한 데모를 할 때도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거리로, 그것도 일순간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혐한 시위대는 이런 상황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습니다. 겨, 경찰까지 현장에 나와서 거리 행진을 금지......]

[칙쇼!]

더욱이 자신들을 막아선 무리들로 인해, 그동안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던 경찰들마저 거리를 통제하기 시작했는지라 그의 얼굴은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붉어진 상태였다.

[타, 타이죠우! 갑자기 물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자신들을 막아서던 이들이 일제히 물러나기 시작한 것은.

[뭐, 뭣이?]

[어? 저, 저기?]

그리고 물러난 그들이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 어느 곳을 향해 시선을 한 데 모은 것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수 겸 배우 강지혁입니다.”

그들이 대치하고 있던 세이부 신주쿠 광장에는 세 개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로 그 대형 스크린에 나오기 시작한 인물의 모습에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수 겸 배우 강지혁입니다.”

오랜만에 수많은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긴장된다거나 몸이 떨리지는 않았다.

사태가 사태인 만큼, 기자들이 국적이 무척이나 다양했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 필리핀 등은 기본으로 깔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이국적인 얼굴을 한 특파원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

오늘 기자회견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형식이 아님을 미리 고지했음에도 이 정도였다. 그래서 다시금 이번 사태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수 겸 배우 강지혁입니다.]

[오오!]

한국어에 이어 일본어로도 인사를 건넸다. 이번 사태가 일본에서 벌어졌고 또한 이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 자체도 일본에 있는 팬들 때문이었는지라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저로 인해 일본 팬 분들께서 행동으로서 혐오 시위에 맞서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듣게 되었습니다. 그 시위에 맞서주신 분들의 대다수가 여성분들 그리고 청소년 학생들이라는 점을.]

기자회견 자체가 일본어로 진행되자 일본 측 언론으로 보이는 이들의 얼굴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졌다.

[제가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시위를 계속해 달라, 혐오 시위에 맞서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후안무치에 염치를 모르고, 거기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폭력적이고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 그러니 굳이 맞서지 마세요.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닌, 더러워서 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내 나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무척이나 강하고 또한 직접적인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었는지라, 일본 언론 측 인사들의 표정은 이내 이전의 밝음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상관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나를 위해 거리로 나선 팬들을 위해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한 만큼 내가 신경 써야 할 이들은 언론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이번 기자회견을 일본 방송사들 상당수가 생중계로 보도한다는 말을 들었는지라, 편집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마음을 더욱 푹 놓을 수 있었다.

[저는 여러분들이 다치고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혐오로 무장된 사람 백 명, 수천 명, 수만 명보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저에게는 더 소중합니다.]

내 무대가 뭐라고 백만에 가까운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여 혐한 시위대와 맞서게 했는지. 내가 이 기자회견을 한 이유 자체가 그런 팬들을 말리기 위함이었다. 그런 행위를 부추기고자 하는 마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느새 일본 측 기자들의 얼굴이 오묘해져있었다.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들 또한 혐한 시위대와 마찬가지의 입장에서, 이런 사태를 일으킨 나란 존재를 껄끄럽게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의 입장에서 나를 대단하게 그러면서 놀라면서 바라보고 있을까.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국가적인 입장이 아닌, 내 개인의 입장에서, 내 팬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 저의 정규 5집 앨범 CHAOS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내 차마 떨어지지 않은 입을 열어야 했을 때만큼은 절로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죄송합니다. 일본 팬 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약속드렸던 생방송 무대 공연을 취소하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 하나만의 문제였다면 상관없겠지만, 저의 가족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만류를 막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팬들이 거리로 나올 정도로 나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다치지 않게끔 시위의 해산을 촉구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생각을 팬들이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팬들보다 더욱 소중한 가족들이 있었으니까.

그런 나의 발언이 결정적이어서인지 일본 측 기자들의 움직임이 사뭇 부산해졌다. 그리고 이는 다른 외신들과 우리나라 언론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기자회견을 마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가 이미 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기자들 또한 눈치를 보며 카메라 보단, 실시간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데 중점을 두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행동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았다.

[당초 일본 하세이 TV 뮤직 스테이지 무대를 한류월드 꿈 아레나에서의 무대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나의 말이 이어지자, 기자들의 행동이 일순간 올 스톱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이어진 나의 말에 그들은 누구하나 예외랄 것도 없이 저마다 내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대략 9600명의 THE ONLY ONE 팬 카페 일본 회원 분들에 한해, 일본, 한국 구간을 무료로 왕복하실 수 있게 조치해두었습니다. 또한 일본 팬 분들을,]

“지, 지혁씨! 그 말씀은... 비행기를... 그러니까 자비로 렌트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오늘 기자회견은 질문은 받지... 후우...”

질문을 받지 않고 내 얘기만 하는 기자회견이라 당부했었는지라, 갑작스럽게 질문을 해대는 기자들의 행태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행태를 마음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밝힐 거 무슨 상관이겠는가.

[토요일 오전 8시, 11시, 오후 1시, 4시 등 총 4타임을 선택해 한국으로 오실 수 있으며 일요일 오후 6시, 6시 반, 7시, 7시 반 등 총 4타임을 선택해 일본으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8대의 비행기를 렌트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은 제가 일체 부담합니다.]

[이럴 수가!]

“9600명 규모면... 8대니까... 비행기 하나당 300명! 대형 비행기다!”

“대형 비행기 시간당 렌트 비가 얼마였지?”

“시, 시간당 2천만 원 정도랍니다!”

“그, 그럼 한 대당 하루 총 9시간 정도. 8대니까... 14억 4천... 거기에 이틀이니까 28억 8천?”

“Oh, My gosh... Unbelievable!”

오전에 백만 명에 달하는 팬클럽 회원들이 혐한 시위대와 맞서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일본으로 가 팬들을 말리고 또한 일본 생방송 무대를 취소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발표하려고 했었다.

일본에 가면 죽어버리겠다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삼촌의 말과 깊은 눈빛을 보는 순간 모두 무산이 되고 말았지만.

[공항에 도착하시면 전세 버스가 준비되어 있어 책임자의 인도 하에 여러분들을 한류월드 내 백제 호텔 및 백제 한옥 게스트 하우스 또는 서울 지역 백제 호텔 및 코리안 호텔, 스타덤 호텔, 카얏트 호텔 등으로 이동시켜드릴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숙소를 마련하느라, 방은 2인 룸, 4인 룸 등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런! 그럼 숙박비도 강지혁씨가 사비로 부담하신 다는 말씀이십니까?”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합니다.]

그래서 그 절충안으로 나온 게, 아니 삼촌의 결사반대를 피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였다.

수십억의 돈을 들여 일본 팬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것 그리고 시위를 해산 시키는 것.

[백만 명이 넘는 팬 분들이 거리로 나와 저를 지켜주셨습니다. 그에 비해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비록 일본에서 무대를 서지 못하게 되었으나, 여러분들이 저를 위해주시는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상입니다.]

언론에서 얼마나 또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지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왔지만, 후회는 안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민재 삼촌이 머리를 싸매들고 드러누웠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비행기 값 28억 8천만 원, 숙박비 32억 8천만 원. 자신들을 위해 혐한 시위대에 맞선 팬들을 위한 강지혁의 역대급 역 조공! 현재 관계자에 따르면 강지혁은 60억이 넘는 모든 금액을 순수 자비로 부담하여 이를 광고 등으로 비용을 대체하려고 했던 관련 업체들이 당황했을 정도라며...... 1곡만을 무대에서 부르기로 했던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강지혁은 음원 발표전 가졌던 청음회 때처럼 일본 팬들 9600명을 포함한 10만 명의 팬들을 대상으로 이번 앨범 전곡을 꿈 아레나 무대에서 선보일......]

[일본 전국적으로 백만 명이 넘게 모였던 THE ONLY ONE 일본지부 회원들이 강지혁의 생방송 기자회견을 본 즉시, 해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해산하고 있는 한 회원의 말에 따르면, “우리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준 강상에게 너무나도 감동했고 또 고맙다. 우리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줄 줄은 꿈에 몰랐다. 그의 팬이 된 게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강상을 비롯한 한류 팬으로서......” ....... 한편 일본 현지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외 팬들 또한 강지혁의 이 같은 대처를 놓고 뜨거운 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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