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6 2019 =========================================================================
#436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옆에서 안달난 놈처럼 보채는 성준 녀석을 보자니, 내가 저 녀석과 같은 나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똥마려운 개처럼 그러지 말고 수박이나 쳐 먹어. 인마.”
봄의 끝자락이긴 하지만, 날씨 자체가 워낙에 무더워 간단히 물놀이를 즐기기로 했다. 연예인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이곳에서만큼은 전혀 다른 얘기가 되었는지라 모두들 흔쾌히 찬성했었다. 뭐, 그래서 이렇게 수영복을 챙겨온 것이겠지만.
“야! 너네들은 기대도 안 되냐? 나 이번이 처음이란 말이야.”
“뭐가?”
녀석이 똥마려운 개처럼 안달 나있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비키니 입은 거!”
“비키니나 속옷이나 매 한가지인데, 뭘 처음이야? 설마 아직까지,”
“에헴. 이 녀석이 날 뭐로 보고?”
하긴, 섹시 스타로 유명한 서린 인만큼 비키니 입은 모습이 기대되는 건 당연할 테지. 하물며 그 서린이 여자친구일진데 오죽할까.
뭐, 그래도 녀석의 그런 안달 난 행동들은 다소 지나치다 봐도 무방했는지라 말없이 성준 녀석의 입에 수박 덩어리를 처박아버렸다. 입이라도 좀 조용히 시키게.
“욱욱...”
“속옷 입은 모습 봤으면 그게 그거야. 인마. 그러니까, 수박이나 처먹어.”
“욱! 야, 야! 너네들이랑 나랑 같냐?”
“뭐?”
그런데 녀석의 입에 처박은 수박이 아무래도 부족했나보다. 이런 개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너네는 할머니들이랑 사귀는 거고 나는 파릇파릇한 동생이랑 사귀는 거잖니? 피식.”
지금 우리랑 싸우자고 대놓고 선전포고를 하는 것일까. 아마 맞는 것 같다. 짐짓 승리자라는 듯 팔짱을 낀 채 오만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뭐라고 인마?”
때마침 여자들이 해변으로 오지 않았다면 일이 나도 단단히 났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유빈 녀석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성준 녀석을 바라보았으니까. 넌 여자들 때문에 산 줄 알아라. 뭐? 할머니? 이 자식이 그냥!
*
성준 녀석의 시비걸음에 발끈하는 것도 잠시, 이내 모습을 드러낸 여자들로 인해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
“왔어?”
“응.”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일까. 유지연의 얼굴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고 말 또한 단 답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내를 모르지 않았기에 웃으면서 그녀를 맞이했다. 뭐, 그녀가 입고 있는 게 내 마음에 쏙 들어서이기도 하고.
“전에 내가 선물해줬던 거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예전에 녀석에게 짓궂은 장난을 빌미로, 비키니를 선물해준 적이 있었다.
[짐승아. 전에 입힌 걸로는 부족하디? 제모까지 시킨 걸로 모자라서 이제는 비키, 하아...]
[그게 너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리고 이제 여름이고 그게 홀터넥인데 옆에 리본이랑 프릴이 있어서 볼륨감을 더,]
[아, 그래? 볼륨감 없어서 고생할 내 생각해서 이런 걸 사왔다는 거네? 가슴이 작은 나를 으드득... 위해서?]
그때는 굉장히 구박을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하지 못했건만, 이렇게 다시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마음에 들어?”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오는 유지연에게 밝은 미소로 답변해주었다. 이거, 이거 키스마크를 가슴과 은밀한 곳에만 남긴 게 천만다행으로 느껴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순간 조금 난처했을 테니까.
어쨌든 팔에서 느껴지는 뭉클한 감촉과 이내 눈에 들어온 훈훈한 광경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자리 잡았다.
몸매가 좋아서인지, 서린의 비키니는 노출이 가장 심했다. 가슴골뿐만 아니라, 가슴 자체가 거의 보일 정도였으니까.
“오빠... 마음에 들어요?”
“그럼. 서린이 너가 제일 예쁘다! 제일!”
그래서인지, 성준 녀석의 입은 더 이상 찢어질 수 없을 정도로 찢어져있었다. 얼씨구, 야 그러다가 너 입 꼬리 귀에까지 찢어지겠다. 인마.
“좋다. 이렇게 사람들 시선 상관없이 물놀이 하는 거 진짜 오랜만인데.”
“그래? 그럼 가끔 지혁이한테 말해서 여기 오자. 아니면 해외 해변이라도 가든가.”
의외인 것은 유빈의 연인인 신현지 또한 볼륨감이 장난 아니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서린 보다 더 커보였다. 유지연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흐음...”
그런데 그런 훈훈한 광경에 너무 신경을 쏟았나보다.
“왜? 다른 여자들 비키니가 더 마음에 드나봐? 아님...”
“어, 어?”
“난 가슴으로 못할 정도로 작아서 그런가?”
이내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하하... 무슨 소리야? 나한테는 너밖에 없지.”
“말은.”
일순간 차가움이 듬뿍 담긴 눈빛을 맛보았는지라,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유지연 너 생각보다 뒤끝 심하구나? 어제도 그렇고 지금도, 도대체 가슴 얘기는 언제까지 할 건데? 나 원 참.
“야! 물놀이 하자! 레츠 고!”
“꺄아악! 오, 오빠!”
때마침 성준 녀석이 서린을 안아들고 해변으로 돌진하지 않았다면 꽤나 곤란했을 것이다. 후우. 큰일 날 뻔 했네. 쩝.
*
정신없이 물놀이를 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는 나와 유지연 뿐이었다.
같이 있던 다른 녀석들은 어디에 간 건지 모르겠다. 나 원 참.
“아까 너 잠수한다고 깊은 곳 갔을 때 다들 바깥을 나갔어.”
“아, 그래? 그럼 별장으로?”
“아니, 유빈씨는 아까 저쪽 바위 쪽으로 갔고 성준씨는 저기 숲 쪽으로 산책 간 것...”
“흐음... 이 자식들이.”
그래도 유지연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한 녀석들을 봐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걱정을 덜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응?”
“뭐 하러 갔을까?”
“뭐, 뭐?”
걱정이 가라앉자 유지연을 향한 장난 끼가 동했다. 이런 걸 보면 나란 사람은 확실히 변태인 듯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걸 가지고 장난을 칠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다 같이 놀다가 바위로 그리고 숲속으로 왜 갔는지, 뭐 하러 갔는지도 알려주시면 안 돼요? 누나?”
보나마나 뻔했다. 사귄지 몇 년이나 된 유빈 녀석까지 그럴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스치는 살결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녀석들의 가슴 속에 불을 지폈을 테니까. 아니, 가슴 속이 아니라 다른 곳에 불이 붙었나?
뭐, 어쨌든. 당황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는 유지연의 얼굴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다. 더불어,
“이제 영화도 찍어야 하고. 그런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뭐?”
“어제도 그렇고... 오늘 아침에도... 이러다가 몸 상하면 어떡해?”
나를 걱정해주는 듯 하면서도 묘한 색기가 느껴지는 유지연의 눈빛까지도 전부.
“지금 지연이가 오빠 걱정해주는 거?”
“오빠는 무슨. 오빠 타령 좀 그만해. 느끼하니까.”
“에?”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유지연은 지금 명백히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파도와 물결이라는 변명을 방패삼아 어느새 그녀의 엉덩이는 나의 하체 쪽에 밀착한 채 색다른 감촉을 선사하고 있었으니까.
하하. 여자 나이 30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여자가 섹스의 참 맛을 알게 된다는 나이가 바로 30세라는 문구를 인터넷에서 스쳐가듯 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실제로 마주하게 된 것만 같았다. 덕분에 묘한 감정과 또다시 스며들어오는 열기를 느껴야만 했고.
“나 유혹하는 거야? 지금?”
“뭐?”
더 이상 참지 않고 그 상태에서 그녀의 하의를 살짝 틀어버렸다.
“자, 잠깐만!”
당황한 듯 놀란 ‘척’하는 그녀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 설마하니, 유지연에게서 내숭을 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지라,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 흥분을 더 이상 주체할 수가 없었다.
“누, 누가 보면 어떡해?”
“보긴 누가 봐? 그리고...”
겉으로는 혹시 모를 주변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듯 행동했지만, 물속에서의 그녀는 더욱 대담하게 나를 유혹해왔다.
“윽! 후우... 그거 신경 쓰는 사람이 오늘 아침에 그렇게 대담했어?”
그녀의 손이 나의 무엇인가를 움켜지고 또 어루만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져만 갔다.
“걱정 마. 물놀이 할 때처럼 나한테 안겨있으면 되니까.”
이내 제주도 바다의 차가움은 전혀 장애가 되지 못했다. 나와 그녀의 몸은 이미 그러한 차가움에 상관하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니까.
*
[손중근의 투데이 뉴스! 또다시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며 대중들의 호평을 이끌어내! 뉴스 보도 프로그램이 10%의 시청률을 넘긴, 11.45%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이날 특집으로 준비됐던 강지혁 정규 5집 앨범에 대한 사안과 이에 대한 손중근의 앵커 브리핑은......]
- 권력의 정점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압박을 오롯이 견뎌내며 이에 대한 괴로움을 예술로 풀어낸 천재 예술가... 크으!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주쇼!
- 뭐? 권력으로부터 예술적 뭐? 강지혁이 무슨 윤동주임? 불편하네. 진짜. 일개 가수한테 무슨 천재 예술가야?
- 윗 놈 새끼는 진짜 어디 북한에서 왔냐? ㅉㅉ 인생이 불쌍하다. 불쌍해.
- 로우 캔디 진짜 대박이다. 대박! ㅋㅋㅋㅋㅋ한국 힙찔이들은 마약에 문신하면서 지 잘난 맛으로 랩 하지만, 갓지혁은 권력이랑 싸우면서 자기 음악 크으... 아, 못 참겠다. 싼다. 싼다! 하아...
- 로우 캔디랑 고양도 대박임. 중독성 개쩔. 고양! 고양! 근데 우리나라 위인들 중에서 강지혁처럼 유명한 사람이 또 있음? 뭐, 업적 그런 걸 떠나서 우리나라 역사 중에 세계적으로 제일 잘 알려진 사람이 강지혁일걸?
- 그 말이 딱 와 닿았음. 헬 조선에 살고 있지만 사실 후대 사람들은 우리를 행운아로 여길지도 모른다는 말.
- 클래식 음악 하는 사람들이 슈베르트나 바흐, 모자르트, 베토벤 그런 사람들이랑 동시대 살면서 그 사람들 음악 직접 듣는 거, 그거 부러워하는 거랑 마찬가지일 듯.
- 미친. 이제 하다못해 슈베르트? 바흐? 뭐? 모자르트, 베토벤? 진짜 적당히 해라. 와... 강지혁 빠돌이 새끼들 진짜 극혐이네...
- 너나 그만해 열폭관종새꺄 ㅋㅋㅋㅋㅋ지금 해외에서 얼마나 난린데, 저 지랄? 어휴, 불쌍하다. 불쌍해. 무료 급식소 가서 점심이나 쳐먹어 씹새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