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34화 (434/502)

00434  2019  =========================================================================

#434

꽤나 혼을 내서인지, 좀처럼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 유지연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준 뒤 1층으로 내려왔다.

“야! 지금 난리 났던데?”

“어?”

“축하한다! 인마!”

“뭐?”

꽤나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성준 녀석이 나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뭔 소리야. 난리가 났다니.

보자마자 축하를 건네는 녀석의 말에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이내 녀석이 건넨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니 축하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선 결제 예약 주문량 538만 7800장으로 집계! 단 일주일만으로 2018년 한국 발매 음반 총 판매량을 넘어서다! 이번 앨범은...... 당초 혐한 시위로 인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 지역이 300만장이 넘는 폭발적인 판매량을......한국은 유일하게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편 강지혁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포이보스 뮤직 측에 따르면 강지혁은 이번 정규 5집 앨범의 별다른 부가 활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손등으로 두 눈을 비벼보았지만 스마트 폰 화면은 변함없는 내용만을 내게 보여줄 뿐이었다.

“역시 강지혁은 강지혁인가? 우리 이번에 혐한 시위 때문에 일본 활동 중단하고 귀국했는데, 너 이번 앨범 일본에서만 300만장 넘겼다더라. 그것도 일주일 만에.”

정말 상상을 못했었다.

준비 기간도 짧거니와 예약 주문 기간도 짧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4집 앨범 판매의 3분지 1을 차지하는 일본 지역에서는 연일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1주일동안 538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는 점, 그 중 300만장이 넘는 판매고가 일본 지역에서 기록되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판매고가 이전 대비 4배나 늘었다는 점 등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판매량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유일하게 하락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최고의 뉴스 보도로 발돋움한 KTBS 간판 보도 프로그램 손중근의 투데이 뉴스.

국정농단사태를 기점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얻어 쟁쟁한 지상파 뉴스들을 제치고 시청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신뢰하는 뉴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손중근의 투데이 뉴스는 오늘도 변함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사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우리 음반시장의 주 소비층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 소비층이요?”

“예, 그렇습니다.”

손중근의 투데이 뉴스가 대중들의 강한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말했던 국정농단사태의 단독보도에 있었다.

하지만 그 밖에도 손중근의 투데이 뉴스는 기존 뉴스의 정형화된 틀을 깬, 혁신적인 보도 형식으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바로 지금처럼.

“보시는 자료는 우리나라 음반시장의 주 소비층을 나타내는 도표인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음반시장의 주 소비층은 10대 청소년이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극심하게 편중되어있습니다.”

‘유명인사를 초청해 인터뷰 형식으로 뉴스를 진행한다던가.’, 아니면 ‘특정 사회 현상에 대한 심도 깊은 자료들을 수집, 정리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준다던가’와 같이 KTBS 뉴스는 대중들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뉴스 보도의 틀을 깨부수는 행보를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이는 타 방송사들의 보도 프로그램 대비 압도적인 시청률로 되돌아왔다.

“아무래도 10대 청소년들은 뮤지션 가수의 앨범보다는 아이 돌 가수의 앨범을, 그리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가수들보다는 세대가 비슷한 가수들의 앨범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10대 청소년들이 강지혁 씨가 아닌,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또래세대면서 아이 돌인 가수를 보다 선호하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오늘 손중근의 투데이 뉴스는 최근 한창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강지혁과 관련된 소식을 해당 특별 코너에서 다루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먼저 아셔야 될 것이... 사실 한국에서 예약 판매량만을 가지고 100만장을 돌파했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인지라, 결코 이 판매량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전 정규 4집 앨범에 비해서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이겠군요?”

“예, 맞습니다.”

각종 음원 사이트를 줄 세웠다는 점과 예약 판매 만으로 기존 한국 가수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성과를 거뒀다는 점, 혐한 시위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는 일본에서 엄청난 호응을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뉴스와 기타 매체들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는 국정농단사태를 처음 들춰냈던 장본인이 이런 현상의 주인공이라는 점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또다시 강지혁이라는 천재 가수에 대한 말들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따라서 기존 뉴스들과 달리 뉴스 속의 작은 코너를 통해 이 점을 보다 세밀하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분석하여 보도하는 손중근의 투데이 뉴스는 또다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순간 시청률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담당 PD의 얼굴이 너무나도 밝아져 있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번 강지혁 씨의 정규 5집 앨범이 화제가 된 게 예약 판매량 그리고 일본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예. 맞습니다.”

손중근 앵커의 질문 그리고 이에 답변하는 기자. 이러한 형식으로 진행된 ‘강지혁 신드롬’에 대한 보도는 그렇게 순조롭게 이어져갔다. 그리고 이는 이를 TV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무척이나 몰입력 있는 뉴스로 다가갔다.

“사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정규 5집 앨범은 한 달가량을 예약 판매 기간으로 두었던 이전 앨범들과는 달리, 단 일주일동안만을 예약 판매 기간으로 두었는데요. 이로 인해 이번 강지혁 씨의 정규 5집 앨범이 예전과 같은 엄청난 성과를 거두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전문가들과 대중들의 관측이 주를 이루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결과가 이렇게 되다보니, 대중들이 느끼는 놀람이 더욱 커졌겠군요?”

“예, 맞습니다. 지난 정규 4집 앨범은 한 달 동안의 예약 판매로 798만 4972장이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는데요. 이번 정규 5집 앨범은 단 일주 일만에 538만 7800장이라는 더욱 대단한 성과를 기록하였습니다.”

투데이 뉴스의 화면은 각종 수치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일견 바라보기에도 무척이나 보기 편했다. 그리고 화면과 관련된 내용들 가운데 중요한 점들을 정확히 집어서 설명해주는 팽석진 기자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이는 시청자들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절대적인 수치는 줄어들었지만, 예약 판매기간이 거의 4분지 1가량으로 준 것에 비하면 마냥 줄었다고 보기에는 애매하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일례로 강지혁씨의 이번 정규 5집 앨범은 이번 단 일주일간의 선 결제 예약 주문량만으로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발매된 음반의 총 판매량인 531만 4823장을 넘어섰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그러니까, 팽석진 기자의 말은 강지혁 씨의 이번 정규 5집 앨범이 단 일주일 만에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발매된 음반들의 총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말이겠네요.”

“그렇습니다. 이것만 봐도 강지혁 씨가 가수로서 지닌 역량 그리고 인지도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수치는 한국을 제외한,”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겠군요.”

“예, 그러한 이유들로 인해 한국의 판매량만 감소되었을 뿐 다른 지역들은 모두 큰 폭으로 예약 주문량이 늘었고 이를 선도한 것이 바로 일본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현재 일본 내에서도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이 이 같은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일본 지역이었다.

“사실 일본 지역은 강지혁 씨의 전체 앨범 판매량 가운데 실질적으로 30%가량을 차지하는 지역입니다.”

“그만큼 원래 강지혁 씨의 팬들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겠네요?”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규 5집 예약 판매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무척이나 극대화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여기 준비된 자료를 보시죠.”

어느새 사람들은 자신이 마치 강지혁이 된 듯, 마치 이러한 신드롬이 자신의 일인마냥 기뻐하고 좋아했다.

“한 달 동안 진행되었던 정규 4집 앨범의 예약 판매기간 중 일본 지역 첫 주 판매량은 65만 장에 불과했습니다.”

“65만장이 굉장히 작은 숫자로 보이는 군요? 허허...”

“헌데 이번 정규 5집 앨범은 예약 기간도 짧은 데 무려 3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앞선 수치에 비교해서 5배에 조금 못 미치는, 그리고 일본 지역 정규 4집 앨범 전체 예약 판매량 322만 5891장에도 조금 못 미치는 엄청난 판매고입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허허.”

“사실 현재 일본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혐한 시위가, 한류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 방송사의 PD 그리고 코리안 타운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살해 협박 등으로 번져 감에 따라 이를 통해 한일관계가 굉장히 경색되어 있음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강지혁씨의 정규 5집 앨범이 엄청난 성과를 거둔 터라, 일본 국민들의 놀람도 사뭇 크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여기 제가 준비한 일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관련 기사들의 댓글 내용들을 보시죠.”

그동안 언론에서는 일본의 혐한 시위와 최고조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집중조명 했었다.

그래서 일본의 적반하장 태도를 무너뜨린 강지혁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혐한 시위를 방치하다 갑작스러운 강지혁 신드롬에 일격을 맞은 일본 정치인들과 시위를 주도한 우익집단들의 당혹스러운 모습들이 한국 사람들의 가슴에 참을 수 없는 통쾌함을 안겨다 준 것이다.

“그런데, 팽석진 기자가 준비한 자료에 모자이크 처리가 자주 보이는 군요?”

“이게 사실 뉴스 보도에는 어울리지 않은 단어들이 무척이나 많아, 저희 측에서 해당 단어들을 조금은 순화시켜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점 송구의 말씀을 드립니다.”

‘넷 우익 몰락.’, ‘재일 놈들이 산 게 분명하다. 모두 추방시켜라!’, ‘재일 놈들만 듣는 K 팝 따위.’, ‘날조와 조작에 능숙한 조선 놈들이 또 조작했을 것이다.’, ‘조선 정부 차원에서 앨범을 매입했을 것.’ 등과 같은 말들이 적힌 관련 자료가 화면에 자리 잡았고 이와 관련된 사안을 손중근 아나운서와 해당 기자는 심도 깊게 집어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팽석진 기자.”

그렇게 그날의 뉴스는 실시간 시청률을 바라보고 있던 담당 PD의 더 이상 밝아질 수 없을 정도로 밝아진 얼굴과 함께 마무리되어갔다.

그리고 화면에는 이내 오롯이 홀로 서 있는 손중근 아나운서와 BGM으로 흘러나오는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 수록 곡 Rough Candy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너희들이 같잖은 돈 자랑에 정신 팔려있을 때, 난 내 음악을 위해 맞서 싸웠지. 그게 푸른 지붕에 살고 있는 이라도, 봉황을 타고 다니는 이여도.]

지난 몇 주간 각종 매체들을 통해 수없이 보도되었던, 심지어 투데이 뉴스에서도 언급됐었던 푸른 지붕과 봉황의 의미.

투데이 뉴스의 백미인 앵커 브리핑. 그 앵커 브리핑의 BGM으로 강지혁의 Rough Candy를 선곡한 것은 제작진의 신의 한 수임이 틀림없었다.

“권력의 정점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압박을 오롯이 견뎌내며, 이에 대한 괴로움을 예술로 풀어낸 천재 예술가.”

손중근의 앵커 브리핑은 그의 진중한 목소리와 배경음의 든든한 지원 덕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시대를 헬 조선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자조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은... 어쩌면 한민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행운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 오늘의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방송을 본 수많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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