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19화 (419/502)

00419  2019  =========================================================================

#419

“말씀하신대로 조치했습니다.”

“후우...”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가서인지 사내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제 아무리 간이며 쓸개며 몽땅 내어줄 호구일지라도, 그 호구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성을 잃고 쏟아내는 호구의 분노를 감당하기란 참으로 곤란하고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프리패스는?”

“어제 그 일 이후 하루 종일,”

“어제 말고. 오늘.”

“아, 죄, 죄송합니다. 그것이 비서실장 말로는 관련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과 저희 측에서 준비해왔던 사안에 대해서 전해들은 프리패스...가 분노를 가라앉혔다고 합니다.”

어쨌든 너무나도 끓어올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폭발했던 프리패스의 분노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는 점에서 젊은 사내 또한 마찬가지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그의 할 일이 다 끝났다는 점을 의미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김일중이 있지?”

“국...토부 장관 말씀하시는 겁니까?”

“갔다 와. 집은 어딘지 알고 있지?”

“예? 예, 예!”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렸다. 하지만 그저 영화나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는 너무나도 서슴없이 지시받고 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내는 좀처럼 의연해질 수 없었다.

“동생이 오늘 생일이라고 했던가?”

“예?”

“오늘은 그것만 하고 퇴근해. 이거 가지고 가서 동생 옷 한 벌이랑 맛있는 거 사주고.”

그러나 사내는 오늘도 주인이 건네는 당근에 그저 묵묵히 이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렇게 어제부터 이어졌던, 나름의 비상사태는 쉽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하지만 중년인은 알지 못했다. 지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그와 좀 전에 방을 나선 사내가 미처 체크하지 못한 기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후후... 그래, 그쪽은 날씨 괜찮지? 어? 여기? 여기는 뭐 벌써부터 덥지. 그래, 그래.”

그리고 불행히도 그 기사를 자신보다 먼저 누군가가 봐버렸다는 것을.

“마누라는 미국 친정에 가있지. 그래, 그래. 곧 갈 테니까, 걱정 말고. 뭐? 비치에 있는 별장? 그게 얼만데? 어? 120만? 뭐, 별로 안 하네. 알았으니까, 사 둬. 이번 여름휴가 땐 거기서 지내면 되겠네. 마누라? 마누라는 미국 친정에 있다니까? 그래, 그래. 하하.”

그런 줄도 모르고 누군가와 통화를 나누는 중년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만 가득했다. 중년인을 가까이서 보필하고 있는 사내가 보았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로,

“돼지새끼들은 먹을 것 배불리 주고 따뜻한 데서 재워주니 주인을 하늘이라 여길 테지. 그 주인이 제 놈을 잡아먹을 줄 모르면서 말이야. 어쨌든 강지혁 그 새끼 인지도랑 인맥이 생각보다 커. 그러니까,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그래, 뒤집어씌울 돼지새끼 한 마리 키우고 있는 중이니까 걱정은 말고. 아! 돼지새끼? 크크. 돼지새끼 지금 김일중이한테......”

그런 그의 얼굴을 보건대, 예기치 못한 어제 사건으로 인해 당초 오늘 보고 받기로 했던 사안은 이미 중년인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하하하! 그래,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것 실컷 하고. 그래, 그래. 더 필요한 것 있으면 다 말하고! 알겠지? 하하하하!”

어쨌든 중년인의 기분 좋음은 건물의 한 층을 거의 통째로 쓰고 있는 그의 집무실을 잔뜩 휘감아 돌았다. 그의 집무실로 향하는 복도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

[아, 예...]

꿈 기숙사 계획을 준비하면서 각국 대사관의 대사들을 꽤나 많이 만나보았다. 당연히 번호도 주고받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주한 미국 대사관 대사의 목소리는 그런 익숙함도 무시할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통령께서 삼일 가량의 개인 휴가일정을 한국에서 보내시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그리고 그 내용의 초반부 자체가 굉장히 뜬금없어, 만약 친한 사람의 전화였다면 ‘어쩌라고’를 내뱉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대화 자체가 본론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 미스터 강의 5집 앨범 발매 기념 청음회가 이틀 후에 열릴 예정이라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네? 아, 네. 그런데 그게 왜...?]

[대통령의 따님께서 미스터 강의 청음회에 참석하시게 되었습니다.]

“네? 아, 아니. Pardon?”

순간 자연스럽게 한국말이 튀어나와버렸다. 그 정도로 예상 밖이었다. 청음회가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 없을지가 문제인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었으니까.

[당초 하와이에서 남은 휴가일정을 보내실 예정이었지만 따님께서 미스터 강의 청음회 예매에 성공하여... 대통령께서 따님의 부탁을 들어주신 듯 합니다.]

내가 처음 미국진출을 했을 당시, 미국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전야제 행사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미국 대통령이 날 초대한 주된 이유가 그의 딸이 나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물론 그 후로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자리인데다가 나 또한 나름 바쁘게 생활해왔으니까.

[그래서 미스터 강에게 경호와 관련되어 협조 말씀을 부탁드리려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쨌든 나의 열혈 팬인 미국 대통령 딸이, 그것도 지금처럼 애매한 순간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뭔가 상황자체가 더욱 복잡해짐을 느꼈다. 그때 그 꼬맹이가 미국도 아니고 한국에서 열리는 청음회에 참석하기 위해, 개시된 지 고작 1분도 안 되어서 매진된 청음회의 예매를 성공했다는 점에서 예전 기억도 났고 말이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음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실 겁니다. 미스터 강.]

통화는 오래가지 않아 끊겼다. 내일 중으로 직접 만나 협조 사항을 조율하자는 대사의 말도 말이거니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인가 얘기를 더 나누기엔 내가 너무 혼란스러웠으니까.

“잠깐만. 삼촌 잠깐만.”

이내 민재 삼촌이 내게 다가왔지만 조금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삼촌에게 연신 잠깐만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민재 삼촌은 방금 전 통화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내 옆자리로 온 게 아닌 듯 했다.

“잠깐 생각 좀 하고 말해줄게... 응?”

[꿈 아레나! 시설물안전관리법에 의해 국토부 장관의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미흡한 점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을 시, 벌금 및 영업정지에...... 3일 뒤로 예정되어 있는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 음원 발표 일에 맞춰 이틀 뒤 개최될 예정이었던 강지혁 측은 곤혹스러운 입장...... 한편 강지혁 측이 어제 꿈 기숙사 착공식에서 했던 발언이 지금 상황을 초래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삼촌은 다짜고짜 내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 핸드폰이 보여주는 것은 방금 전 삼촌이 관리사님과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던, 예의 그것을 담고 있었다.

어제 나의 발언이 보통 발언이 아니었기에 벌써부터 이와 관련된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산재해있었고 댓글 수도 만 단위가 넘어가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 또한 장난이 아닌 듯 했다.

하지만 삼촌이 내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삼촌 잠깐만. 이건 아까 대충 짐작했어. 나 청음회 얘기 나오고 시상식 얘기 통화 중에 하는 거 들었... 뭐야? 이건?”

[평소 강지혁의 열혈 팬으로 알려진 미 대통령 가드너 오바마의 딸 스텔라 오바마가 이번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 발매 기념 청음회 예매에 성공함으로써...... 방금 전 이뤄졌던 백악관 대변인 측의 발표에 따르면 당초 예정대로 가드너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개인 휴가일정을 통해 일본, 중국을 방문하였고 남은 휴가일정을 하와이에서 보낼 예정이었으나, 딸인 스텔라 오바마의 갑작스런 행동에...... 평소 딸 바보로 잘 알려진 가드너 오바마 미 대통령이 결국 딸 스텔라 오바마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한일관계의 극심한 경색, 중국의 무역 제재로 인해 역대 최고로 악화된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 경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공연 주최 측에 별도로 경호와 관련된 협조를 요청 중에 있으며 주한 미군은 이에 더해 각별한......]

삼촌이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방금 전 내가 주한 미국 대사관 대사와의 통화에서 나눴던 내용 그 자체였다.

“이거 관련해서 지금 전화한 거지? 백악관 대변인이 이번 미국 대통령 개인 휴가 일정 관련해서 발표를 했어. 주한 미군 사령관도 방금 별개로 발표했고.”

대통령이란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행동력이 뛰어난 것일까. 참 여러모로 놀랐다. 물론 이것들은 전혀 상반된 의미로 그리고 영향력과 효과로 내게 다가올 것일 테지만.

*

- 강지혁 인맥 지렸다. 와...

- ㅋㅋㅋㅋㅋㅋ 근데 개 웃기지 않음? 시정명령 내리고 한 달도 안 돼서 영업정지 처분 내릴 땐 언제고 미국 대통령 딸 온다고 하니까, 바로 철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이 맛에 헬조선에서 삽니다. 하하... 어휴... 진짜.

- 강지혁이 해외 활동만 계속 한 이유가 있었구나. 와... 그것도 모르고... 그나저나 인맥 진짜 장난 아니다. 이번에 언론에서 미국 대통령이 개인 휴가 써가면서까지 중국이랑 일본은 가는 데, 한국은 와 달라고 사정해도 안 온다고, 외교 무대에서 외톨이 된다고 막 뭐라 하던데. 결국 오긴 오네. 그것도 강지혁 청음회 때문에.

-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셈. 별 같잖지 않은 외화들 극장에서 상영 개 많이 해주는 데. 미스터 지는 솔직히 너무 이상하지 않음? 박스 오피스 1위 영화인데, 그것도 한국 사람이 주연인데 한국에서는 상영 안 한 거 보면 어휴... 영화 병신이라서 한국 사람들 정서에 안 맞다 이 지랄하는 사람들 지금 극장 한 번 가보셈. 한국 액션 영화랑 뭐가 다른 지. 왜 미스터 지가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음.

뜻밖이었으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상대방 측 입장에서는 그저 단순히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겠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만 보더라도 이는 절대 단순한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당초 20일로 예정되어있던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 발매 기념 청음회가 국토부의 제재로 무산되는 듯 했으나, 갑작스런 국토부 측의 입장 변화로...... 20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로 예정된 이번 청음회는 21일 날 공개 예정인 강지혁 정규 5집 음원 발표에 앞서 이뤄진 것으로...... 한편 이번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은 6월 1일을 기점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발매될 예정이며 미국 대통령의 딸이 직접 청음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큰 이슈를 자아냈다.]

[24일 개최 예정이었나, 갑작스러운 국토부의 제재로 미래가 불확실하던 HMA(한류월드 뮤직 어워드)가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는......]

고작 10분.

그 10분 사이에 꿈 아레나에 제재를 가하던 국토부가 전산시스템 오류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입장을 바꿨다는 점과 이게 나라인 건가 싶기도 해서 허탈했다.

그래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내 드라마 마지막 촬영을 방금 끝마쳤다는 유지연의 문자를 받고선, 그로 인한 기쁨까지 더해 한동안 계속해서.

*

[강지혁 정규 5집 또다시 대박! 가히 하늘이 두려워 할 강지혁의 음악적 재능! 모두의 뜨거운 환호아래 청음회 성료!]

- 강지혁의 청음회가 1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팬들을 앞두고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강지혁의 이번 정규 5집 음원은 어제 청음회로부터 3시간 뒤인 자정에 발표되었으며, 발표된 직후 국내외 음원차트를 줄 세우며 역시 강지혁이라는 찬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 강지혁의 이번 앨범은 혼돈이라는 앨범 제목답게 장르와 노래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척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1, 2, 3번 수록 곡은 전형적인 발라드 장르이지만, 4, 5번 수록 곡은 재즈 풍 Standard 팝 장르, 6, 7번 수록 곡은 R&B Soul장르, 9번 수록 곡은 왈츠 풍 뉴 에이지 클래식 장르 그리고 마지막으로 힙합, 랩 장르 8, 10번 수록 곡까지. 이번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은 그의 음악적인 천재성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특히 랩 장르 8번 트랙 Goyang of Dream(Feat. Taylor Nowel) 10번 트랙 Rough Candy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화제를 불러 모았던 ‘압박 세력’을 의식한 듯한 가사, 거기에 현 젊은 세대들의 사회적 박탈감, 분노들에 대한 가사까지 더해져, 과거 랩이 흑인들의 인종차별, 사회적 박탈감을 담아냈던 것과 유사한...... 며칠 전 공개열애를 선언한 테일러 노우웰이 강지혁의 8번 트랙 피쳐링을 맡기 위해 직접 한국어 가사를 소화해냈으며 이 노래가 최근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겪고 있는 이해영 고양 시장의 요청에 의한 고양시 한류 월드 홍보 노래라는 소식이 추가로 알려져 젊은 세대들의 호응이 점점 더 커져......

-강지혁의 이번 정규 5집 앨범 수록 곡들의 라이브 공연을 접한 청음회 관객들의 뜨거운 후기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한중,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경색된 가운데 강지혁의 이번 앨범이 기존 최다 음반 판매량(일본), 음원 스트리밍 최다(중국)의 지위를 유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연일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한국 가수들에 대한 공개적인 음반 불매 현상이 이뤄지고 있......

-다음은 이번 강지혁의 정규 5집 앨범 수록 곡 리스트와 장르이다.

[정규 5집 : 혼돈 - Chaos]

1. 다시 쓰는 이 소설의 엔딩 / 발라드

2. 중얼중얼 / 발라드

3. 안녕 내 사랑아/ 발라드

4. Fly to the moon / 재즈 풍 Standard 팝 장르

5. Han River, Moon River / 재즈 풍 Standard 팝 장르

6. Please Don't Go / R&B Soul장르

7. 장맛비 / R&B Soul장르

8. Goyang of Dream(Feat. Taylor Nowel) / 힙합, 랩 장르

9. 인생의 회전바퀴 / 왈츠 풍 뉴 에이지 클래식 장르

10. Rough Candy / 힙합, 랩 장르

[매일매일 연애. 김조식 기자. 오류 수정 및 문의 : [email protect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