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403화 (403/502)

00403  2019  =========================================================================

#403

“언니야? 언니!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어? 벌써 자정인데!”

2012년 11월말 데뷔.

그녀도 어느새 데뷔한 지 7년 가까이 된 베테랑 아이돌이 되었다. 따라서 그녀 또한 1년 전부터 연기자로서 변모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뮤지션 또는 연기자라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다른 멤버들 또한 열심히 각자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고 있음에 그녀 또한 데뷔를 앞둔 연습 생 마냥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 갔다 왔어?”

그런 그녀에게 언니가 그것도 연기자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언니가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행운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걸어갈 길을 먼저 가본 이의 조언과 격려는 연기자로서 새롭게 변모해야한다는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무대 끝나고 같이 밥 먹기로 해놓고 갑자기 취소해버리고...”

어쨌든 그녀는 그녀의 언니가 그 누구보다 고마웠고 또한 사랑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준 유지연을 단순히 언니로만 여기기엔 그녀가 언니로부터 받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재연아. 언니 조금 피곤한데, 내일 얘기하면 안 될까?”

“어, 어?”

그런데 그런 그녀의 언니가 오늘따라 조금 이상해보였다. 무척이나 무거워 보이는 발걸음 그리고 무엇보다 붉게 물들어있는 심지어 약간 부운 것도 같은 눈을 한 채 방으로 들어간 유지연의 모습은 그녀가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언니 혹시,”

“재연아 내일 얘기,”

“저번에 성빈이라는 사람한테 내 번호 알려줬어?”

하지만 그런 언니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꼭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었기에 유재연 또한 그녀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다.

“어? 하아... 언니가 미안해. 오해가 있었나보네. 난 당연히 너가 알려줘도 된다고 말한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너한테 한번 더 물어볼 걸 그랬네.”

“왜 알려줬어! 언니도 참... 나 번호 막 알려주는 거 싫어하잖아! 그때 언니가 갑자기 전화 바꿔줘서 당황했단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 그 후로 언니가 알려준 번호로 자꾸 전화한다구! 하루에 한번씩!”

평소 때라면 언니에게 조금 더 불만을 토해내거나 그러다가 언니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했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언니의 기분이 이다지도 무거운 것인지 모르고 있는 유재연 그녀였기에 이를 고려한 나머지 상황이 그쯤에서 일단락되고 말았던 것이다.

“성빈이가 너 완전 팬이라고 하던데... 재연아 언니가 미안해. 전적으로 이번 일은 언니 잘못이야.”

“치... 너무해 내 번호 알려주고 밥까지 비싼 걸로 얻어먹고! 나도 언니 번호 막 뿌려버린다? 치!”

그렇게 그녀는 나름의 불만을 토해낸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름 집고 넘어갈 것도 집고 넘어갔고 불만도 표출한 만큼 표출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언니를 놔주는 게 피곤해 보이는 그녀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임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

강지혁에게 관련된 보고서를 건넨 조영환 관리사가 최근 들어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꿈 기숙사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경세대학교 (해당과 전체 재학생 정원의 20% : 총 370명)

- 음악학과 170명

- 경영학과 200명

동학대학교 (해당과 전체 재학생 정원의 20% : 총 550명)

- 연극영화과 175명

- 영화영상과 175명

- 경영학과 200명

H.예술종합학교 (해당과 전체 재학생 정원의 20% : 총 240명)

- 음악원 80명

- 영상원 80명

- 연극원 80명

일개 기숙사를 세우는 데, 무려 3천억이나 되는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강지혁의 의사에 따라 그의 보고서는 무척이나 상세했고 또한 일목요연하게 관련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었지만, 그의 보조설명은 결코 간결하지 않았다.

“보시는 바와 같이 경세대학교 370명, 동학대학교 550명, H.예술종합학교 240명 등 총 1160명의 입소와 관련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대학들 대부분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음에도 이 경세대학교와 동학대학교는 먼저 저희 측에 제안을...... 차주훈 씨의 주선으로 H.예술종합학교와도 협약을 맺었으며......”

무려 3천명이나 되는 인원을 단일 건물 내에 수용하겠다는 계획은 단순한 기숙사 사업이라 보기에는 무척이나 애매했다.

총 5개의 라인을 보유한 평범한 계단식 20층 아파트 1동이 200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고 이는 1세대를 4인으로 기준 잡았을 때 무려 8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해당 아파트 1동에 살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따라서 꿈 기숙사는 이러한 아파트 3동보다 더한 사람들을 수용할 단일 건물이 될 것이기에 이는 기숙사라고 보기엔 무척이나 큰 규모의 공사임에 분명했다.

저소득층 (학과 상관없이 기초생활수급자 50%, 차 상위 계층 50% : 총 480명)

-경세대학교 200명

-동학대학교 200명

-H.예술종합학교 80명

“...... 또한 학과 구분 없이 이 세 대학교에 저소득층 정원 480명을 추가로 배정했습니다. 따라서 꿈 기숙사 대학정원은 3개 대학 총 1640명... 지혁씨?”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음에도 강지혁의 주의는 조 관리사에게 있지 않은 듯 했다.

“지혁씨?”

“아, 아! 예? 무슨 일이시죠? 관리사님?”

조 관리사가 그런 강지혁의 상태를 알아채고서 두 번이나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제야 강지혁의 흐릿했던 눈동자가 다시금 초점을 맞춰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디 아프십니까? 아니면... 혹시 무슨 일이라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사업에 관해 관심이 깊어 천문학적인 돈을 그것도 순전히 자신의 사비로 마련하여 투자한 까닭에,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은 관련 내용을 전화로 보고 받던 강지혁이 요 며칠 사이 통 연락을 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아니에요. 그나저나, 그럼 정원은 꽉 찬 거네요. 3천명.”

“그렇습니다만...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안색도 그렇고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것,”

“아니에요. 날도 더워지고 그래서 잠깐 넋이 나갔나 봐요. 죄송해요.”

하지만 정작 그 본인은 자신의 상태를 부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조 관리사 또한 이내 걱정을 잠시 제쳐둔 채 다시금 자신의 할 일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언제 걱정을 끼쳤냐는 듯 제법 활기찬 목소리와 생생한 눈동자로 보고서를 살피는 강지혁의 행동이 더 이상 그에게 걱정만 하게끔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 공고에 지원한 건설사들의 기숙사 관련 예상 조감도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설계도면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선정된 직후 관련......”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그날의 만남이 끝날 때까지도 그는 그러한 걱정을 완전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틈틈이 사색에 빠지곤 하는 강지혁의 행동이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처럼 계속해서 이어졌으니까.

*

“강지혁!”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작업실 문 쪽을 바라보니, 삼촌이 얼굴을 붉히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언제 온 것인지. 올 거면 미리 전화라도 주던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면 나라도 깜짝 놀라지.

“어, 어? 어... 삼촌 왔어? 어? 삼촌이 여긴 웬일이야.”

“이게 진짜 눈동자도 흐릿흐릿하고 몇 번이나 부르는 데 듣지도 않고.”

“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삼촌의 얼굴이 붉어졌다는 것부터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삼촌의 이어진 말은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은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너, 삼촌이 전화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받지도 않고.”

“무슨 전화야. 전화 한 통도 안 왔거든? 그리고 부르긴 뭘 몇 번이나 불러? 부르자마자 바로 대답했구만.”

갑자기 등장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건네는 삼촌 때문에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이내 삼촌의 요구 아닌 요구로 들여다 본 핸드폰으로 인해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삼촌 부재중 전화 24통. 미확인 톡 134개.

두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내가 본 것이 좀처럼 인지되지 않은 채 사라져버려 상황 파악이 잘 안 되었으니까.

“그리고 이것들은 다 뭐야?”

“응? 뭐가?”

“자리에서 일어나봐.”

“갑자기 찾아와서 왜 그래?”

“얼른!”

도대체 갑자기 찾아와 내게 왜 이러는 것인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가운데 갑작스레 내게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라는 삼촌의 말에 자연스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주위 둘러봐. 지금 주위가 어떤 꼴인지.”

“응? 무슨 소리... 어?”

하지만 이내 삼촌이 손으로 가리키는 ‘내 주변’을 살펴본 순간, 짜증은 순식간에 존재를 감추고 다른 감정을 불러 모았다.

마음이 답답해 그저 작업실에 마련된 피아노 건반을 조금 두드리려했다. 그래서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광경이 믿기지가 않았다. 삼촌이 다가와 내게 주변을 가리켰을 때까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경악을 했고 말이다.

“뭔데?”

“뭐가?”

무음도 아니고 소음도 아닌, 벨소리로 되어 있는 핸드폰에 24통의 전화가 올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과 더불어 이는 간과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들었다.

“너 자꾸 삼촌 걱정 시킬래?”

머리를 구성한 나사 한 개가 빠진 듯한 내 상태가 비로소 자각되었음에,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살 정도로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깨달았음에 입술이 절로 깨물어졌다. 그것도 피가 날 정도로.

*

[예능계의 치트키 강지혁! 또다시 일내다! 배우식당이 최고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흥행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강지혁의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명탐정 K의 첫 시청률이 10%를 넘어서며...... 배우식당은 일본, 대만과 필리핀 등에서도 동시 송출되고 있으며 대만의 한 방송사는 배우식당의 판권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월드스타의 위용이란 바로 이런 것! 강지혁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잠실 타워 펜트 하우스 1채, 고층지역 1채 그리고 한남동 대저택 주변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헌데 그 부근을 모두 싹쓸이 한 게 중동과 일본, 중국, 대만 지역의 열혈 팬들? 5천억에 가까운 돈이 잠실 타워 내에 자리 잡은 강지혁 집들과 동일한 층 그리고 한남동 대저택 주변 부지에 투자 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이거 어제 9시 뉴스에 나온 사진 자료 봤음? 강지혁 한남동 집 주변 부지 외국인들이 싹쓸이 했던데? ㅋㅋㅋㅋㅋ레알 클라스 쩔었음.

-인정. 씹인정임. 와... 강지혁 집 완전 뺑 둘러서 강지혁 집에 어울리는 건물지어준다고 하던데... 역시 가수 만큼이나 팬들 클라스 후덜덜하네.

-외국에서는 꽤 흔함. 좋아하는 스타 집 주변 부지 돈 많은 열혈 팬들이 사는 거. 근데 그 스타 집에 어울리게 건물 지어준다는 건 솔직히 드문 일임. 아무래도 강지혁이 아시아 극성팬들이 워낙 많으니까... 돈 지랄 하면 아시아지 ㅋㅋㅋㅋㅋㅋ

-완전 부촌 되겠네. 강지혁 한남동 집 담장 둘러 쌓인 거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근데 데이트하기에는 딱 좋았음. 담장도 예쁘고 가로등이랑 가로수도 예뻐서 여자 친구가 엄청 좋아하더라. 뭐, 나도 그런 길은 처음 걸어봐서 좋았고.

-직접 가봤음? 대박. 난 독일 마이켈 총리가 휴가 일정 같은 거 개인 SNS에 올린 걸로 강지혁 한남동 집 봤는데, 대박임. 석조전이랑 경회루 그대로 옮겨 놨던데?ㅋㅋㅋㅋ 경회루 누각에 올라서 보면 한강이랑 다 보인다고 함.

-ㅋㅋㅋ나 독일에서 유학중인데, 여기서도 꽤 유명함. 강지혁이 안 그래도 독일 사람들한테 인기 많은 데 이번에 마이켈 총리 한국을 초대한 거 가지고 엄청 이슈 됐었음. 마이켈 총리 SNS에 사진 올린 것도 막 강지혁은 한국 궁궐에서 사는 거냐고 그러고 ㅋㅋㅋㅋㅋ

-강지혁 잠실 타워 집 그것도 대박이다. 한 채에 100억 넘는 집인데, 그걸 팬이 다 사네. ㅎㄷㄷ

[무엇이 문제인가! 유럽, 북미 음악 시장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K POP! 래퍼, 아이 돌 문화로는 정녕 세계 1위 음반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야심차게 북미 진출을 선언했던 국내 유수 스타들의 연이은 실패로...... 현지 음악 평론가들 曰 “남자답지 않은 외모와 행동, 여성스러움을 내세운 한국 K POP 보이 그룹들에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해...... 문신만 하면 래퍼가 되고 래핑을 빠르게 하면 래퍼가 되는 또한 영어를 중간, 중간 끼워 넣는 한국 래퍼들의 어설픈 흑인 따라잡기는 우습기 그지없는 행태일 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성준, 서린의 열애설 사실로 드러나! 양측의 공식발표로 공개열애 커플 탄생! 성준 측 소속사 발표에 따르면, 두 사람은 최근 모 프로그램 촬영을 통해 서로 호감을 가졌으며 성준이 남자답게 먼저 고백하면서 정식으로 교제......]

-와... 배우식당에서 그럼...

-강지혁 진짜 민망했겠네 ㅋㅋㅋㅋㅋ양성준이랑 서린이랑 사귀는 데 자기랑 서린이랑 열애설 나서...ㅋㅋㅋ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더 큼 ㅋㅋㅋㅋ뭐 어차피 양성준도 서린이랑 강지혁이랑 열애설 난 거 촬영 때문인 거 알고 있었으니까 별 상관없었을 듯.

-와... 양성준 개 부럽다. 하아... 서린 개 맛있... 진짜 하루에 12번 한다. 아니 24번 한다. 나 같았으면

-어쩐지 양성준 요즘에 근황 보면 엄청 말랐던데... 반면에 서린 피부는 완전 뽀송뽀송하고...나 같았으면

-단백질 마사지가 그래서 무서운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