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96화 (396/502)

00396  2019  =========================================================================

#396

국내 톱 3안에 드는 기획사 JS ENTERTAINMENT 출신으로서 걸 그룹의 화려한 삶을 꿈꿨지만 김주나 그녀는 그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꿈을 접어야만 했다.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더욱 열심히 춤과 노래에 매진하는 연습생들로 인해 자신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JS에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습생 한 거 맞지? 연습생 계약서 볼 수 있을까? 챙겨 왔지?”

“네, 챙겨왔어요.”

“확실해?”

“확실해요. 여기 그때 찍었던 사진들도 있고요 JS랑 맺었던 연습생 계약서 보시면 도장도 찍혀있어요.”

그래도 그녀는 다른 실패한 연습생들에 비해 훨씬 나은 편이었다. 비교적 일찍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덕에 늦게나마 수능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고 상위권 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권 내의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일지라도 현실이 마냥 따뜻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 현실이라는 것이 다른 실패한 연습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일 뿐, 그녀 또한 흔하디흔한 대학생으로서 등록금 대출과 취업준비라는 현실에 힘겨워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진짜... 얘기만 하면...”

“물론. 아! 정 의심스러우면 페이부터 줄까? 일단 이거 확인해봐.”

아마 그런 현실과 과거 때문에서였던 것 같다.

여느 날처럼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를 뒤지던 그녀의 눈이 JS ENTERTAINMENT 출신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고를 놓치지 않고 포착한 것은.

“흐읍... 이, 이렇게나 많이...”

물론 의심스럽긴 했다.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인데 5만원이나 되는 돈을 준다는 점에서 유사 성매매와 관련된 아르바이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은 꽤나 합리적인 수순이었으니까.

“일단 5만원이고 대답하는 거 봐서 마음에 들면 20만원까지 더 줄 수 있어.”

“저, 정말요?”

하지만 그런 의심 또한 이내 사내가 건넨 봉투로 인해 모두 날라 가버렸다. 그리고 얘기만 잘 하면 20만원까지 페이를 받을 수 있다는 사내의 말은 그런 그녀의 ‘이상한’ 아르바이트에 대한 의욕을 높였고 말이다.

“그때도 유명했어요. 실력은 출중했는데, 나이 때문에 계속 데뷔 팀에서 떨어졌거든요. 자체적으로 데뷔 뒤집어 진 것까지 합치면 10번? 아니 스무 번이라던가?”

“누구한테 들은 얘기야? 김주나 학생이 연습생일 때 있었던 일이 아니고?”

“아! 이건 제가 그때 연습생 생활 오래하던 언니들한테 들은 거고요. 4년 동안 직접 본 건 4번 정도였어요. 데뷔 팀에서 나이나 팀 콘셉트 때문에 떨어진 건 1번, 그리고 자체적으로 데뷔 엎어진 건 3번이요.”

물론 대화가 지속될수록 사내가 묻는 질문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도대체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20만원이나 되는 돈까지 받을 수 있는 건지와 관련된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걸로 자꾸 데뷔가 엎어지고 그러니까, 수업도 엄청 많이 들었던 걸로 기억해요. 보컬부터 작곡, 작사, 악기, 댄스, 랩, 연기... 당장 기억나는 건 뭐 이 정도? 아! 보컬이야 그때도 가수, 연습생 포함해서 톱이라고 소문났었고요.”

“그리고?”

“그... 그리고... 아! 박재성이 특히 엄하게 대해서, 칭찬 한 마디를 안 해주더라고요.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살짝 말해줬는데, 박재성이 트레이너들한테 너무 띄워주지 말라고 막 그랬다나 봐요. 그래서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어쩔 수 없이 더 엄하게 대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당장 등록금 대출과 생활비로 인해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그녀는 이내 생각들을 치워버리고 오로지 사내가 마음에 들 만한 정보를 말해주기위해 필사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게 전부야?”

“네, 네? 아... 잠시 만요. 잠시면 돼요. 잠시...”

그러나 그녀의 그런 바람과 노력과는 달리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못한 듯 했다. 기억을 짜내고 짜내 나름 많은 것들을 털어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사내로부터 듣게 된 말은 ‘그게 전부야’라는 기대에 못 미친 말 뿐이었으니까.

“저, 저기...”

“응? 무슨 일이야? 학생?”

“아, 아니에요...”

여전히 사내의 주머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또 다른 봉투에 김주나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해라. 생각해.

계속해서 자기를 다그치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려했다. 30분 만에 20만원이나 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한 달 식비와 교통비를 벌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여기 커피랑 케이크 학생 주려고 산거니까. 들고 가서 먹어, 학생. 그리고 또 무슨 생각 떠오른 거 있으면 여기로 전화주고.”

“실세 심부름센터?”

“안 내리고 뭐해? 학생? 나 보기보다 꽤 바쁜 사람이야.”

그런데 그때였다. 절박한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떠올리려던 소녀의 입에서 감탄사 비슷한 무엇인가가 튀어나온 것은.

“아!”

“응?”

그녀의 간절함이 하늘을 감동시켜서일까. 김주나 그녀의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떠오르긴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사내 또한 차에서 내리라는 말을 뒤로한 채 다시금 그녀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한 개 더 생각난 게 있는데요... 별건 아닌데, 그냥 소문으로 들은 거에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아... 이런 건 안 되나요?”

그런데 이내 그녀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떠올린 짤막한 무엇인가가 사내가 원하는 답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라는 것은 항상 사람의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에도.

*

독일 총리 내외가 고국으로 돌아간 후, 안 그래도 큰 집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총리 내외와 총리 측에서 별도로 고용한 경호 인력들의 수가 꽤 되어서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외로워서일까. 두 번 다시 사랑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바빴는지라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게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따뜻한 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3년만이죠? 우리?”

나도 참.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 건지.

“예, 안녕하세요.”

독일 총리 내외가 고국으로 돌아간 뒤,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미스터 지 대본과 활쏘기 그리고 명탐정 K 롤 카드를 꽤나 열중했다. 그나마 무엇인가에 전념하다 보면 불연 듯 찾아오는 허전함과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쪽으로 앉으세요. 차 드실래요?”

“네? 아... 주시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곳 고양시청에 온 것은 단순히 내 직업과 관련된 일 때문이 아니었다.

“다름 아니라 이렇게 지혁씨와 자리를 마련한 것은, 지혁씨가 최근 추진하고 있다는 기숙사 관련해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서에요.”

“기숙사요?”

이해영 고양시장의 건넨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담는 순간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뜻밖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초 3년 만에 그녀를 마주하게 된 것은 그녀가 포이보스 뮤직 측을 통해 나와 만남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녀가 나를 만나고자 한 이유를 생각하게 됐다.

“뜻밖인가요? 저는 당연히 지혁씨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아... 그게 저는 3년 전에 저한테 부탁하셨던 도시 홍보 음악 때문에 그러신 줄 알았거든요.”

3년 전에 이해영 고양시장으로부터 ‘PLACE TO SAY GOOD BYE’와 같은,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홍보 노래의 작곡을 부탁받았었다.

“하하! 아직 기억하고 계셨군요? 저는 지혁씨가 잊어버리신 줄 알고 꽤나 낙심했답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사실 이번에 시장님께서 저희 소속사 측에 연락하시기 전까지 깜빡 잊고 있어서요...”

그 뒤로 워낙 국내외를 오가면서 활동을 많이 했었고 강제성이 있는 계약상 작곡 부탁이 아닌, 말 그대로 부탁이었기에 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며칠 전 고양시장이 만남을 원한다는 말을 민재 삼촌으로부터 듣기 전까지.

“해외에서 바쁘게 활동 중이셔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지금부터라도 시간 되실 때 작업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지만요. 하하하!”

그래도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내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는 이해영 시장 덕에 일말의 미안함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자리는 흥미진진함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고양시를 포함한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각 대학별 기숙사 입소에 불이익을 받고 있어요.”

“아...”

“그래서 우리 지역 대부분의 학생들은 2, 3시간 정도의 왕복시간을 감안하고 통학을 하던지, 아니면 값 비싼 월세를 부담하고 자취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죠.”

독일 총리를 시작으로 각국 대사관 측에 기숙사와 관련된 사업제안서를 보냈었다. 음악과 연기를 업으로 삼으면서 외국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메리트인지 모르지 않았고 내가 개인적으로 후원할 고아 학생들에게 타국의 언어로 생활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으니까.

어쨌든 그 결과 꽤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화가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제 관리사님을 통해 전달받았는지라 어제 오늘 기분이 매우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좋은 일은 몰려서 온다는 말처럼 바로 그 다음날 받게 된 뜻밖의 사업 참가 의사에 절로 얼굴이 밝게 됐고 말이다.

“사업에 참가하고 싶은 대학들과 지자체들이 꽤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직접 모시고 양해를 부탁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꽤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던 그때였다.

“지금까지 대학들과 지자체 측에서 저희 쪽에 연락을 취해온 적은 없었어요.”

“에? 뭐라고요?”

“이번에 이해영 시장님이 처음이세요. 지자체입장이든 대학입장이든 둘 모두를 통틀어서요.”

방금 전 내가 한 말이 꽤나 의외여서일까.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나를 쳐다보던 이해영 시장의 눈동자가 꽤나 커졌고 이는 그녀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었다.

“흠... 저희측이 처음이란 말씀 정말인가요?”

“네, 지자체뿐만 아니라 주변 대학들까지 포함해서 고양시가 처음이에요.”

“믿을 수가 없군요. 저희는 지금도 꽤나 늦었다 생각해서 지혁씨와 따로 자리를 만들어 부탁을 드리려 했던 건데 말이죠.”

“주변 대학들에게 먼저 사업제안서를 보냈는데, 반응이 미지근하더라고요. 물론 모든 대학들에게 보낸 것은 아니고 가장 가까운 고성대학교랑 외국어대학교 포함해서 서너 군 데에 보내긴 했지만요.”

믿을 수가 없는지, 다시금 내게 되묻는 그녀를 보니 나 또한 그 당시 느꼈던 속상함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는 듯 했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하아.

“후우... 이런 말 하긴 조금 그렇지만, 저희로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되네요.”

“하하... 그럼 오늘 이 자리를 만드신 이유가...”

“투자 금을 일정부분 분담해서 해당 지분만큼의 정원을 저희 측이 확보하고 싶어 이렇게 자리를 만든 거랍니다? 물론 저희가 후발주자라고 생각해서 정원을 많이는 확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요.”

처음으로 온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더불어 기숙사 사업 자체가 지닌 유, 무형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방금 전 떠올렸던 과거의 속상함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말이다.

“정원은 3천명에서 최대 4천명. 총 투자 금 3천억. 음... 정원이 다른 기숙사 건물 대비 2, 3배 많은 것도 있겠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투자 금이 굉장하군요. 부지 매입비를 고려하더라도 2천억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는데, 혹시 이 정도 투자 금을 생각한 다른 이유라도 있나요?”

“꿈 기숙사라는 이름처럼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끔 최고의 기숙사를 꿈꾸고 있어서요. 그리고 아직 건축사와 설계도면이 선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시설들을 추가적으로 갖출 계획인지라 투자 규모가 그렇게 된 것 같네요.”

“아하. 그렇군요. 흠... 이거 언론을 통해서 밝혀진 것보다 훨씬 대단하겠는데요?”

따라서 이해영 고양시장의 질문에 저절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상세히,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려 했다. 내 주변 지인들을 제외한 사람들 가운데, 내가 기획한 것의 가치를 알아준 첫 번째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정말 좋네요. 지혁씨가 이런 계획을 세운 마음부터 실제 계획까지 전부.”

“감사합니다.”

“그럼 경기도와 저희 고양시가 각각 150억 정도를 공동출자해서 지혁씨의 사업에 동참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최대 정원이 4천명으로 되어있는 만큼 최소 4백 명 정도의 정원은 저희 측에서 확보해야 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참가 방향에서의 의견차이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흠...”

이해영 고양 시장과 경기도 측은 기숙사의 지분을 획득해 자신들이 직접 해당 정원의 선발을 담당하려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이 선발한 학생들은 기숙사 비를 내지 않아 추가적인 비용 없이 주거를 해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나는 처음 다른 대학들에게 기숙사 관련 제안을 건넸을 때부터 이런 식의 투자를 받지 않으려 했다.

“공동 출자를 하지 않으셔도 각각 200명의 정원을 경기도와 고양시에 배분 할게요. 단, 매해 최소 10억 정도를 저희 기숙사에서 운용할 장학기금에 납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애당초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대출은커녕 순수 내 자비로 이 사업을 기획, 실행할 생각이었기에 추가적인 자금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업이 예술, 고아, 소년, 소녀가장들을 위해 수립한 계획이고 또한 그들이 꿈을 이루는 데 큰 발판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실천한 계획인 만큼 일체의 부정과 나태함을 미리 예방하고 싶었기에 이해영 고양시장이 제안한 방법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장학금은 기숙사를 운용하는 데 사용되지 않고 전액 기숙사생들에게 지급될 예정인 만큼 혹시 모를 불상사는 없을 겁니다. 또한 장학기금의 용처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상세히 공시될 것이고요.”

“그 용처라는 게 고양시와 경기도로부터 선발된 학생들에게만 쓰이는 건 아니겠죠?”

“네, 장학기금은 그런 구분 없이 모든 기숙사생들을 대상으로 할 겁니다.”

지금껏 좋았던 대화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아버릴 정도로 나의 태도가 꽤나 강경해서일까. 이해영 고양시장의 집무실은 내가 이곳에 온 후 느낄 수 없었던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생활비를 버느라 학교 성적이 안 나온다. 이런 말은 듣기 싫어서요.”

“아...”

“기숙사비도 저렴하게 책정될 예정 인만큼 나태한 학생들은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한 거라 여기고 퇴소조치 될 겁니다. 물론 그 주기를 1년으로 잡을 거라, 나태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즐기고 할 거 하고 하면서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기회를 주고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줄 테니, 노력해라 이거군요.”

“네. 그래서 시장님의 제안은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조금... 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400명의 정원을 고양시와 경기도 학생들로부터 선발하고 이 인원들 가운데 퇴소할 학생이 생기면 그 빈 정원을 다시금 고양시와 경기도 학생들로 채우겠다는...... 저는 입소와 퇴소 관련된 권한은 무조건 꿈 기숙사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입소할 때는 성적보다는 가정형편에 기준을, 하지만 1년 그 이상을 기숙사에서 생활하려면 성적을 기준으로... 그런 방향이군요? 꿈 아레나의 앞길은?”

“네.”

결과적으로 대화는 다시금 이어졌지만, 금방이라도 계약을 체결하자고 할 것 같았던 이해영 시장의 입은 그날 만남이 끝날 때까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이 당초 생각했던 투자안과 나의 생각이 꽤나 달랐기 때문에 그녀 혼자서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가 없는 듯 했다.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도록 할게요. 오늘 초청에 응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네.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럼요. 물론이죠.”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니었기에 물러서지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 꽤나 많은 돈을 벌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벌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돈이 허투루 쓰이는 꼴은 절대 용납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내놓은 답변 또한 저들에게는 딱히 나쁠 게 없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는 점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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