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90화 (390/502)

00390  2019  =========================================================================

#390

작은 엄마가 해주신 저녁을 먹고 동생들과 놀아주다보니, 나누고 싶었던 얘기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나눌 수 있었다.

[...... 자세한 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쪽 사정도 복잡한가보더라. 사장이란 사람이 저번에 꿈 아레나 관련해서 공연 대관한 것 때문에 밉보인 모양이야. 그래서 쫓겨나다시피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생겼는데, 가기 전에 그냥 물러날 수는 없다 해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거지.]

프리티 스타 멤버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를 꿈 아레나에서 열게 해주고 싶어서 안석준 CP에게 제안 아닌 제안을 건넸었다.

그 제안은 본디 혜택이었다. 그녀들의 마지막이 오래도록 기억되게끔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 장소로서 꿈 아레나는 최상의 장소였으니까.

그런데 나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이 혜택이 마냥 혜택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이를 제안할 때 기대를 상당부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제 아무리 인기 프로그램의 CP일지라도 방송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안석준 CP는 나의 그런 예상을 뚫고 꿈 아레나에서의 공연을 프리티 스타 멤버들에게 선사했었다. 그래서 흡족한 마음과 함께 약간의 미안함 그리고 걱정도 되었었다. 일개 CP로 주변의 압박을 벗어난 선택을 했다는 것은 그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데도 강제로 끌어내리다시피......]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만이’ 그런 선택을 했었기 때문은 아닌 듯 했다.

[아무튼 미스터 지 상영은 이미 계약 완료 되었으니까....... 삼촌이 생각하기에 늦게 개봉하는 거긴 해도 무대 인사 한번 정도는 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찌되었던 간에 한국에서는 이제 개봉한 거니까.]

자신이 아닌, 자신보다 위에 있는 ‘누군가’의 지시라면 그 또한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 테니까.

뭐, 그것도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듯 했지만.

어쨌든 자초지종을 듣고 나니,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없었다. 뭐, 굳이 내가 무엇인가를 할 이유조차 없었고 말이다.

[이번에 독일 총리 온다는 것 때문에 애먼 데서 연락들이 꽤 오고 있어. 안 그래도 너 귀국하면 바로 말 해주려고 했다.]

하아. 꽤나 복잡해져버린 상황이 아쉬움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버렸다. 코룬 섬에 있었을 때는, 아니 적어도 미국이나 해외에 있었을 때는 일개 연예인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스레 날 압박해왔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곳이 마음에 들던, 안 들던 간에 이곳은 내가 태어난 곳이며 자라난 곳이었고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으니까.

뭐, 일 때문에 일 년에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보낼 때가 많은 나이지만.

*

[지혁 씨와 서린 씨의 열애설은 이번에 배우식당 촬영을 하게 되면서 생긴 오해일 뿐입니다. 해당 열애설은 며칠 뒤에 공개될 예고 영상이 배포된다면 여러분들도 저절로 오해임을 인정하시게 될 겁니다.]

화제를 불러 모았던 강지혁과 서린의 열애설이 새롭게 제작한 프로그램 때문에 생긴 오해라는 김형식 PD의 발언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배우식당이라고 칭해진 새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의 이 같은 발언 이전에, 강지혁 측과 서린 측 둘 다 이렇다한 관련 발표를 하지 않았기에 더욱.

[예고편이 배포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자세한 얘기를 해드릴 수는 없지만, 이는 100% 촬영 중에 발생한 해프닝인 만큼 더 이상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악의적인 댓글과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행위를 그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대중들은 이런 김형식 PD의 발언과 그날 제작발표회 때 있었던 출연자들의 발언을 마냥 믿지 않았다.

-대응을 이렇게 하는 거임? 월드 스타 클라스 지리네. 방송 하나 만들어서 알리바이 만들어 버리깅! PD 매수해서 부정해 버리깅!

-지금까지 이스패치가 열애설 관련해서 오보 보도한 적 있음? 당연히 변명이지ㅋㅋㅋㅋㅋ 며칠 뒤, 아니 당장 내일 아침에 이스패치에서 빼박 보도 올릴 듯 ㅋㅋㅋㅋㅋ 혹시 알아? 강지혁이랑 서린이랑 섹스 동영상 터질지? ㅋㅋㅋㅋㅋㅋ

-이스패치 명성은 인정하는데... 근데 이번엔 오해 맞는 것 같은데? 예고편 나오면 오해 풀리게 될 거라고 하는데 설마 얼마 뒤면 밝혀질 거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덮어두려 하겠음?

-일단 예고편 나올 때까지 두고 보면... 하아... 서린 맛있었겠지? 하아... 부럽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식당 제작발표회에서의 관련 발언들 모두가, 열애설이 촬영과 관련된 오해일 뿐이라는 내용만을 담고 있을 뿐, 그에 따른 증거들은 예고편을 방패삼아 구체적으로 털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온라인상의 반응들은 예고편이 배포된 며칠 뒤, 말끔하게 일관된 반응으로 바뀌고 말았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형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발 6시간에 통보했엌ㅋㅋ

-식당 열어 라고 말해놓고 6시간 전에 ㅋㅋㅋㅋㅋ 하아... 이거 꿀잼 예약이다...

예고 영상이라는 것이 본디 그다지 긴 영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고작해야 3분 남짓한 예고 영상에 무엇이 담기든 이미 열애설은 기정사실화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었다.

-이스패치 불패신화 여기서 막 내렸네ㅋㅋㅋㅋㅋ역시 사스가 월드스타 클라스ㅋㅋ

-이스패치 정정 보도 안하냐? 제대로 된 열애설도 사생활 침해다 뭐다 말 많은데, 방송 촬영하고 있는데 그거 가지고 열애설 보도? ㅋㅋㅋㅋㅋㅋ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강지혁이랑 서린이 고추장이랑 그런 거 장보는 데, 멍청한 이스패치는 그것도 모르고 특종이랍시고 다음날 바로 보도한 거임? ㅋㅋㅋㅋ어휴, 후지다. 진짜.

하지만 그 3분 남짓한 영상이 담고 있는 내용은 그런 그들의 호언장담을 무너뜨렸으며, 열애설 보도에 있어서만큼은 100%의 신뢰도를 가졌던 한 연애매체의 불패신화를 깨버리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너무나도 허무하게.

-강지혁이 서린 따먹었다느니, 서린은 연애용이지 결혼용은 아니라느니 했던 새끼들 양심 있으면 자살해라. 니들이 사람이냐?

-서린이 마음먹고 고소했으면 여럿 좆 됐을 듯.

따라서 그 후폭풍도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린 측이나 강지혁 측이나 그동안 근거 없는 기사와 보도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거나 또는 유언비어를 유포했던 이들에게 어떤 대응을 하겠다는 발표는 하지 않았다.

-님들 그... 악플 썼는데, 그거 고소당하기 전에 싹 지우면 처벌 안 받는 거죠? 그리고 그... 만약에 고소당하면 부모님한테 전화가나요?

-악플 다 지우면 됨. 근거 없으면 고소당해도 처벌 안 받음.

-병신이냐? 이미 고소를 했을 때 증거 확보하고 고소를 하지, 고소를 하고 증거를 모으겠냐? 하여튼 급식 새끼들... 이번에 좆 돼봐라.

다만 제 발 저린 도둑들이 그저 설레발을 친 것 일뿐.

어쨌든 그렇게 수많은 이슈들을 자아낸 강지혁과 서린의 열애설은 오해라는 결론을 가지고 허무하게 마무리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앞선 이슈와도 같은 파급력을 지닌 기사가 또다시 온, 오프라인 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임을.

*

“그래, 오해 다 풀렸으니까. 다행이네.”

제작발표회로 인해 모든 오해가 해소되어 온, 오프라인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확인한 뒤, 서린과 짧은 통화를 나누었다. 나야 이 열애설로 인해 그다지 잃은 것이 없었지만 서린은 악의적인 댓글들만 보더라도 상당히 상처를 입었을 터라, 나름의 위로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고하고. 나중에 촬영 할 때 보자. 그래, 들어가.”

어쨌든 배우식당의 마지막 에필로그 촬영을 위해 몇 주 뒤에 다시 만나야했고 얘기야 그때 다시 나누면 될 거라는 생각에 통화를 그리 오래 끌지 않았다. 뭐, 서린도 다른 스케줄 중이라 더 이상의 통화는 곤란한 듯 했고 말이다.

“지혁아!”

서린과의 통화를 마무리하고 나자 딱히 할 게 없었다. 며칠 뒤 명탐정 K 촬영이 있었고 곧이어 독일 총리를 맞이해야 했지만 그에 따른 준비는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그때 때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재성 삼촌으로 인해 할 일이 생겨버렸다. 아니, 할 일이라기보다 아차 싶은 일이 생겨버렸다.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인 ‘시크릿 심사위원’이 강지혁?]

[프리티 스타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시크릿 심사위원이 강지혁으로 밝혀져!]

삼촌이 들이민 핸드폰 액정을 보자마자 두 눈이 자연스레 휘둥그레져버렸다.

굳이 기사 내용들을 다 볼 필요가 없었다. 기사 제목에서 이미 넋이 나갔고 첨부된 사진들로 인해 그 내용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 너! 너 삼촌한테 말도 안 하고!”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어 번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내 방을 나섰다. 뒤에서 재성 삼촌이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 당장은 이 기사들의 출처와 근거가 궁금했기에 나의 발걸음은 컴퓨터가 있는 거실로 다급히 움직일 뿐이었다.

하아. 도대체 어떻게?

*

프리티 스타.

프로젝트 데뷔 시즌 2를 통해 선발되어 2017년 12월 20일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당초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시청률이 높았고 이에 따른 대중들의 관심이 높았던 만큼 모두들 프리티 스타의 앞길은 밝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상황은 마냥 그렇게 흐르지 만은 않았다.

[프리티 스타 멤버로 뽑힌 정지연과 김여정, 선우희, 유지나가 개별 활동을? 정지연은 그룹 사파이어에 김여정, 선우희는 신생 그룹 나인테일에 그리고 유지나는 라즈베리에......]

당연히 1년 동안 활발하게 단체 활동을 할 거라 생각했던 모두의 예상이, 일부 멤버들의 개별 활동으로 인해 어긋나고야 만 것이다.

그러자 대중들은 자신들이 뽑아준 소녀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배반한 채 개별 활동에 치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데뷔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고 실력도 괜찮아 뽑아줬던 소녀들이 프로젝트 그룹의 최종 멤버에 뽑히자마자 엇나가기 시작했으니까.

물론 해당 소녀들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음을, 모든 선택과 현실은 소녀들의 뒤에 자리 잡은 각 소속사들의 몫이라는 것을 대중들은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가슴이 느끼는 것은 항상 같을 수가 없는 법이었다.

[프리티 스타의 앞길을 막을 수가 없다! Bad Man, 자꾸만 자꾸만에 이어 여우비까지 음원 차트 1위 등극! 이렇게 된 이상 프리티 스타의 해체가 너무나도 아쉬워져!]

[김여정, 선우희가 멤버로 있는 나인테일! 히든카드를 투입했음에도 음원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정지연의 사파이어, 유지나의 라즈베리 모두 프리티 스타의 돌풍 앞에 무릎을 꿇어......]

그런 대중들의 인식은 개별 활동을 하게 된 소녀들의 그룹 그리고 프리티 스타의 음원 성적 각각에 노골적으로 반영되었다. 그리고 이는 전혀 상반된 결과를 각각의 그룹에게 가져다주었다.

[Bad Man 뮤직 비디오 동영상 조회 수 8천만 뷰 돌파! 엄청난 해외 인지도 상승으로 이번 달 말에 파리에서 있을 K-FESTIVAL IN PARIS에 정식 초청돼!]

[내는 앨범마다 족족 1위! 프리티 스타! 정녕 이대로 해체되어야 하나! 신인 걸그룹으로서 전무후무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리티 스타 유닛 활동에 대중들의 아쉬움은 더해져가......]

4명의 멤버들을 졸지에 개별 활동으로 빼앗겨 버린 프리티 스타 멤버들의 활동은 철저히 꽃길이었다. 걸 그룹 레전드로 꼽히는 여성시대도, 그 후로 최정상 걸 그룹의 계보를 이었던 아미가와 TRENDY조차도 이렇게나 단시간에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들과는 달리 나머지 개별 활동 멤버 그룹들의 앞길은 김빠진 콜라와도 같았다.

[유지나가 중도 합류한 라즈베리의 이번 활동이 방송 4사 10위권의 성적을 거둠에 따라, 대중들에게 나름의 인지도와......]

그나마 다른 세 명의 개별 활동 멤버들로 인해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해짐이 확실해지자, 그 후에서야 개별 활동으로 빠진 유지나의 라즈베리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탈퇴하면서까지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정지연 같은 경우는, 최종멤버에 선택되자마자 다시금 복귀해 대중들의 가장 큰 발발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 그룹 사파이어는 내는 앨범들마다 초라한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김여정, 선우희가 몸담게 된 신생 걸 그룹 나인테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대중들은 자신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믿음을 배반한 개별 활동 멤버들에게 나름의 벌을 내렸다. 그래서 대중들은 마지막 콘서트 때, 프리티 스타 멤버들도 아직까지 모른다는 시크릿 심사위원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가 없었다.

[‘나를 잊었더라도, 내 노래가 들릴 때면’, ‘봄비가 내릴 때면’, ‘Bad Man’, ‘자꾸만 자꾸만’, ‘여우비’ 등 작곡, 작사한 곡마다 방송 4사 음원 차트 1위를 달성케 한 시크릿 심사위원은 도대체 누구?]

[...... ‘Bad Man’, ‘자꾸만 자꾸만’, ‘여우비’ 등의 곡들 무대에서 개별 활동 멤버들이 같이 하지 못한 이유가 뒤늦게 드러나! 프로젝트 데뷔 측 曰 “시크릿 심사위원의 계약 조건에 따라, 여우비를 제외한 시크릿 심사위원이 프리티 스타 멤버들에게 선물한 곡들은 개별 활동을 하는 멤버들이 무대에서 같이 부를 수 없게......”]

시크릿 심사위원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정말로 원했던 활동을 했던 프리티 스타 유닛 멤버들이 마냥 빛을 보지 못했을 거라는, 일종의 확신 섞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린과 강지혁의 열애설이 방송 촬영으로부터 비롯된 오해라는 기사가 다시금 온라인을 뒤덮고 있을 지금 이 맘 때, 갑작스럽게 떠오른 시크릿 심사위원의 정체와 관련된 기사는 또다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니, 이는 더욱더 큰 대중들의 반응을 불러 모았다.

정작 또다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당사자는 아무런 입장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었지만.

============================ 작품 후기 ============================

예약 아이템 연재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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