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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382화 (382/502)

00382  2019  =========================================================================

#382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손님들로 인해 공연을 잠시 중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가 계속해서 내림에 따라 방문자들의 발길이 4개의 실내 테이블을 가득 채운 것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고기 버거 3개, 해물파전 1개, 김치전 2개, 맥주 3병, 레모네이드 3잔 맞으시죠?]

[아! 여기 생수도 1병 더 가져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만요.]

그렇게 창고 구석에 방치되다시피 했던 테이블 2개와 의자 8개를 추가로 설치했지만, 이내 이 또한 손님들로 가득 차게 되면서 배우식당은 근방의 그 어느 곳보다 붐비게 되었다. 뭐, 애당초 근방의 그 어느 곳도 붐비지 않았다는 게 함정이긴 했지만.

“지혁아 양파 좀 빨리 썰어줘야겠는데? 거의 다 떨어졌다.”

“네, 삼촌. 잠시 만요. 금방 가져다 드릴 게요.”

“아! 그리고 간장도 더 가져다 줘야겠다. 소스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

어쨌든 정신이 없었다. 나 또한 부엌으로 들어가 지금 가장 바쁠 주훈 삼촌을 도와야했고 성준은 과일 주스 제조와 계산을, 서린은 서빙을 도맡아야만 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정신없이 재료를 준비하고 있던 내게 꽤나 익숙한 이가 찾아왔다. 바쁜 와중에 들렸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반갑게 느껴지는 목소리와 함께 말이다.

“뭐라고요? 김, 형, 식 PD님?”

갑작스런 비에 곤란에 처한 것은 관광객들뿐만이 아니었다. 고정 카메라들에게 촬영을 맡긴 뒤, 근처 해변에서 관광객마냥 휴식을 취하고 있던 스태프들 또한 하나, 둘 식당 안으로 모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손님.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에는 자리가 남아있지 않은데요? 푸훗!”

물론 갑작스러운 비에 이미 홀딱 젖은 채, 숙소에 가지도, 그렇다고 마냥 빗속에 우두커니 서있을 수도 없게 된 스태프들의 모습을 가만히 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저희가 재료가 다 떨어져서요. 죄송한데, 추가 손님은...”

“지혁아?”

이미 서린과 성준에게 몰래 눈짓을 줘 스태프들을 부엌 안쪽 뒤뜰에 보낸 뒤였지만 짐짓 모른 척 하며 형식 삼촌에게 계속해서 모르겠다는 듯한 뉘앙스를 내보였다. 그동안 형식 삼촌의 얄미운 행동에 약이 오른 게 얼만데 쉽게, 쉽게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뭐... 김형식 PD님이 ‘사비로’ 계산하신다면 없는 재료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뭐? 사비?”

“네. 싫으세요? 김형식 PD님? 지금 밖에 비 엄청 내리고 숙소까지 가려면 10분 동안 걸어가야 할 텐데... 뭐, 비 오는 날은 마차도 여기까진 안온다고 아까, 어떤 손님들이 말하는 걸 제가 들었거든요. 후훗.”

애당초 결과가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다. 소나기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빗줄기에 스태프들이 향할 수 있는 곳은 이곳 식당뿐이었고 이를 형식 삼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그래... 후우...”

“다들 들으셨죠? 오늘은 PD님이 쏘신답니다! 재료도 충분하니까, 원하는 음식 실컷 주문하세요!”

“와와아아!”

“대박!”

“뭐, 뭐야? 너희들 언제?”

그렇게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뒤에서 등장한 스태프들을 보는 형식 삼촌의 당황한 모습에 신기하게도 피로감이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PD님께서 오늘 사비로 스태프 분들을 위해 음식을 사주신다고 하실 동안 스태프 분들은 부엌 안쪽 뜰에서 옷을 갈아 입으셨죠. 젖은 옷으로 계속 있으면 찝찝하잖아요?”

“하아...”

“김형식 PD님도 얼른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음식 주문은 ‘스태프 분들에게’ 맡기시고요.”

“뭐?”

“설마, 오늘 한 턱 쏘시는데 김형식 PD님이 ‘너희들 먹고 싶은 것 시켜. 나는 자장면!’처럼 나쁜 상사님은 아니시겠죠?”

“물론이죠! 하하!”

“야호!”

힘없이 안쪽 뜰로 혼자 걸어가는 형식 삼촌의 모습에서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동안 당한 게 워낙 커 애써 그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의자는 충분한데, 자리가 카운터 앞 바 좌석 밖에 없어서요. 자리가 조금 협소할 텐데 괜찮으시죠? 아니면 카메라 감독님은 저기 따로,”

“아니에요. 지혁 씨.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애들아 오늘 김 PD가 쏜다니까, 마음껏 시켜라!”

뭐, PD면 돈도 많이 번다는 데 이 정도도 못 쏘겠어? 음식 가격도 한국에 비하면 훨씬 싸고 스태프들이라고 해봤자 스무 명 남짓인데?

*

“애써 괜찮은 척 표정관리를 해보아도 두 눈의 촉촉함을 숨기질 못해. 내 가슴에 숨겨진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어서. 어떤 위로를 해야 될까.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비가 가져온 분위기야 말로 진정한 Cheat key였다. 그 어떤 노래를 부르더라도 주변을 장악할 수 있게끔, 빗방울은 공연하는 내내 쏟아져 내렸고 거짓말처럼 공연이 끝나자마자 그치기 시작했다.

“그댄 아침 해처럼 내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어떻게 나 아주 오랫동안 그댈 기다려 온 것만 같아. 애써 무심한 척 해보지만 피하려 할수록 난 그대가 예뻐 보여. 이제는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 그댄 아침 해처럼 내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어떻게 나 아주 오랫동안 그댈 기다려 온 것만 같아.”

당초 오늘은 나뿐만아니라 성준 녀석까지 포함한 듀엣 공연을 하려고 했었다. 마이크는 정오 타임 때만 사용하고 그 후 타임 때 같이 마이크 없이 듀엣을 하면 ‘마이크 대여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도 있고 보다 풍성한 공연을 펼칠 수도 있겠다 싶었으니까.

“그대는 별빛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처럼 짙은 어둠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을 비춰줘, 그대를 만나기 전 견뎠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인해 보답 받는 것 같아. 행복이 다가온 것만 같아.”

결과적으로는 비와 함께 밀려들어온 손님들 덕에 식당을 운영하기에는 나 하나 본래 역할에서 빠져나오기도 벅찼는지라 솔로 공연을 소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 또한 어제처럼 두 타임에 걸쳐서 빌려야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안 좋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10일 정도만 여기서 식당을 열 것이고요. 오늘이 이곳에 온지 4일 그리고 식당을 연지 3일차......]

[내일도 똑같은 시간대에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많이 찾아주시길 부탁드리면서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희 식당이 한국 음식점인 만큼 한국 노래로 공연의 콘텐츠를 잡고......]

[프로그램 내용은 그냥 한국의 연예인들이 외국에서 한식당을 여는 건데요. 이건 저희들에게 꽤나 큰 도전이죠. 네, 저는 한국에서 개그맨이고요. 저기 서빙하는......]

한국에서 방영될 프로그램 촬영이라는 점을 알게 된 손님들의 질문세례들 때문에 공연이 끝난 뒤로도 한동안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둘째 치고서라도,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PD님이 강지혁의 열혈 팬이라서요. 그리고 관광객들이 대부분 알고 있을 한국 노래가 강지혁의 노래이기 때문에......]

[...... 감사합니다. 내일 또 오신다면 그땐 그 노래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얼굴 기억할 테니까, 꼭 오세요.]

비 오는 날의 감성에 어울리는 노래들로 공연을 펼친 덕인지 손님들이 저마다 감탄에 마지않은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의 매상은 말 그대로 대박인 듯 했으니까.

“야, 장난 아닌데?”

“불고기 버거 42개, 김치전 22개, 해물파전 33개, 과일주스 38개, 맥주 23병, 생수 10병......”

엄청나게 두껍게 쌓여있는 영수증을 보고 있자니 절로 뿌듯해졌다. 그리고 이내 드러난,

“매출은 584만 루피아에다가 너 공연할 때 사람들이 준 팁이랑 서빙 팁까지 합치면...”

“드러나면?”

“595만 루피아!”

총 매출액을 확인한 순간 뛸 듯이 기뻐했고 말이다.

595만 루피아.

어제 우리가 벌었던 255만 루피아의 2배가 넘는 매출액에 모두 기쁨을 얼굴에서 감추질 못했다.

“삼촌 수고하셨어요. 혼자...”

“맞아요.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특히 주훈 삼촌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다. 오늘 하루를 불태웠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주문을 홀로 감내해야했는지라 부엌의 열기, 습도와 정면에서 싸워야했던, 그래서 벌겋게 익어버린 얼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오늘 서린이랑 성준이 그리고 지혁이까지 전부 다 수고했다. 모두들 각자 역할을 정말 열심히 해준 덕이지 나 혼자서 잘했다고 이런 매상이 나오진 않지. 자! 오늘은 진짜, 진짜 맛있는 걸로 먹자.”

“네!”

“나이스! 오늘은 로브스터 배터지게 먹는다!”

어쨌든 모두의 고생이 그에 어울리는 매상으로 보답되었다는 점에서 피로감이 씻은 듯이 날라 가버렸다. 그런 마음과는 달리 몸은 축 늘어져,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지만.

*

[삼촌이 오늘 우리 가게의 주인공이네요. 전체 매출에 3분지 1이 삼촌한테서......]

불고기 20개 김치전 10개 해물파전 10개 과일주스 15개 맥주 10개.

200만 루피아가 넘는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한 사람이 삼촌이라는 점에서 내 자신이 스태프들을 조금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물론 스태프들 숫자가 20명임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많은 음식과 음료의 주문량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디오, 카메라, 조명 등 각 분야의 감독님들을 제외하면 그래도 형식 삼촌이 꽤나 연장자일 텐데 200만 루피아가 넘는 금액이 식대로 나왔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아...”

특히 내 눈앞에서 허탈한 표정을 지갑을 바라보는 형식 삼촌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여기 오늘 마이크 대여비용 200만 루피아요. 오늘 삼촌이 한턱 쏜 값보단 적지만 그래도 피 같은,”

“이럴 땐 또 삼촌? 꼬박꼬박 김형식 PD님이라고 하더니, 이제와 다시 삼촌? 삼촌?”

“에이,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거죠. 맞죠? 주훈 삼촌?”

뭐, 그래서인지 형식 삼촌의 얼굴에는 약간의 원망 또한 담겨져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난 마이크 돈 받고 빌려 주길래, 당연히 그런 줄 알았지.”

“김 PD! 오늘 잘 먹었어! 그리고 주훈 씨 음식 정말 맛있었습니다. 덕분에 오늘 간만에 포식했네요.”

“하하! 그럼 다행입니다. 그럴 게 아니라 내일도 김 PD가,”

“형!”

안타깝게도 이미 형식 삼촌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나를 포함한 출연진들의 편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자! 오늘은 로브스터니 왕새우니, 먹고 싶은 거 전부 시켜라! 고생 많았으니까, 원기보충 확실히 해야지!”

“야호! 나이스!”

“정말요? 우와!”

그렇게 마이크 대여비용을 제외한, 거의 400만 루피아에 육박한 돈을 가지고 번화가로 향하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산뜻했고 가벼웠다. 반면 우리들을 뒤따르는 형식 삼촌의 발  걸음은 무척이나 무거워보였고 힘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

[이번 49회 유럽연합 정례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비판 거세!]

-유럽의회 측은 “한국의 노동권 침해 여전...... 한-EU FTA에 규정된 노동 관련 국제협약 아직도 비준 안 해. 이런 사안들에 진전이 없을 경우 필요하다면 모든 법적 수단들을 검토할 것임을 한국 측에 전했다.”와 같은 보다 강경한 발언을 통해...... 국내 언론들의 무관심과는 달리 상황이 보다 무게감 있게......

-유럽의회의 미에스트 집행위원은 “무역 관련 기술적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협정문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한다.” 와 같은 발언을 통해 직접 운송, 수리제품 및 인증, 지적재산권 분야 조항들에서 한국 측의 축산물 위생 조치들이 유럽산 육류 수출의 장애......

[독일 마이켈 총리 내외의 이번 해 첫 개인 휴가 일정이 한국에서? 독일 중국, 일본에서의 공식일정을 마친 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한 독일 유학생들과의 오찬 그리고 주한 독일 대사관 직원들과 대사와의 만남 등을 제외하면 모두 개인일정으로...... 현재 FTA와 관련해 유럽 연합 측과 갈등을 빚고 있기에 이 같은 독일 마이켈 총리의 방문이 박아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예측이 주를 이룬 가운데......]

[강지혁이 출연한 미스터 지! 드디어 한국에서도 개봉하다! 전 세계적으로 4억 3천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미스터 지의 한국 배급 라이선스를 JJ E&M이 단독 계약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오는 5월 1일 극장에서 한국 관객들을......]

[국내 유명 스타의 도 넘는 땅 투기에 서민들은 피눈물을? 월드스타로 유명한 K 모군이 2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집을 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또다시 대지면적 21,060㎡, 6370평에 달하는 부지를 매입할 것으로 알려져!]

============================ 작품 후기 ============================

예약 아이템 연재분입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셔서 감사합니다.

zzunizoa님 감사합니다.

PS. 네이버 동시연재를 괜히 했나 싶네요. 평가가 너무 안좋아서. 완결까지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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