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73화 (373/502)

00373  2019  =========================================================================

#373

[이스패치 OFFICIAL. 월드스타의 연애란? 마치 신혼부부를 연상케 하는 잠실 타워 쇼핑몰에서의 데이트 그리고 잠실 타워 펜트 하우스에 위치한 본인의 집에서 이루어진 둘만의 시간? 월드스타의 마음을 뺐어간......]

연예 정보지들 가운데 특히 열애와 같은 특종을 자주 터트리는 이스패치의 갑작스런 보도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 보도가 담고 있는 열애설과 그 주인공들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 또한 당연했고 말이다.

물론 그 기사의 당사자인 강지혁이 그동안 열애설 한번 없었던 연예인은 아니었다.

[월드스타 커플의 탄생? 테일러 노우웰과의......]

지금은 그의 절친한 친구라 알려진 테일러 노우웰과의 열애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심심하면 터졌던, 심지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터지는 열애설의 단골 주제였으며,

[후계자들 상대역 박세희와의 심상치 않은 기류 발견! 후계자들 현장 스태프의 말에 따르면 스타 커플의......

[드라마에서 연인으로? 유지연과......]

마찬가지로 그와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세희, 유지연과의 열애설 또한 심심치 않게 기사 면을 차지했으니 말이다.

[외국 유명 여배우와 월드스타 강지혁이 호텔방에서 나오는 것이 발견? 관련......]

[유명 모델과의 달콤한 하룻밤? 애호박의 진수를 보여준 강지혁의 절륜한......]

[강지혁과 같이 보낸 하룻밤이 그동안의 잠자리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좋았다? 해외......]

더욱이 생전 마주치지도 않은 이와의 열애설까지 꾸준히 나왔으니 오죽할까.

따라서 팬들을 포함한 대중들은 그의 열애설 기자에 관심을 가질지언정 전적으로 믿질 않았다. 아시아 현지에서는 어떤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압도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강지혁이기도 하거니와, 북미, 남미, 유럽에서조차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들을 사뿐히 쪄먹을 수 있는 이가 강지혁 이었기에 이정도의 가십성 기사는 어느새 길가다 발에 차일정도로 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이스패치의 특종보도는 지금까지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우선 이스패치라는 매체 자체가 열애설 특종보도에 있어 특출한 능력과 행보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열애설에 관해서는 가장 정통한 소식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대중들은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열애설 보도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고 이를 부정하려던 해당 열애설 주인공들의 반박을 무참히 사그라들게 할 정도로 철두철미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대중들이 이번 이스패치의 열애설 보도를 믿을 수밖에 없게끔 한 것은 그 정통한 소식지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타 매체들에서는 갖추는 데 실패한 열애설의 구체성이었다.

누가 봐도 열애설이 사실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사진이 선명했고 구체적이었다. 더불어 정황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강지혁의 집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잠실 타워 주차장에서 같이 이동하는 강지혁과 서린.

그리고 1시간 쯤 뒤, 다시금 주차장에 등장한 옷을 갈아입지 않은 서린과 샤워를 한 듯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채 다시금 주차장에 등장한 강지혁.

그리고 그 상태로 쇼핑몰에 같이 들어서는 강지혁과 서린.

화장 끼가 별로 없는 수수한 얼굴을 한 채, 강지혁의 옆에 꼭 달라붙어 장을 보는 서린.

그리고 무엇보다 그 쇼핑몰이 강지혁의 집이 있는 잠실 타워 쇼핑몰이라는 점.

그렇게 이스패치 특유의 철두철미함을 드러내듯, 각 사진마다 첨부되어 있는 시간에 대중들 또한 의심의 눈초리를 접어둔 채, ‘가히 이스패치!’, ‘역시 이스패치!’와 같은 찬사와 감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내 그 열애설의 주인공들 면면에 놀람과 경악을 하면서 말이다.

[와 진짜 개 부럽다. 서린을 따먹네. 와... 단백질 소모하고 단백질 보충하러 쇼핑해버리기!]

[드디어 꼬리가 잡혔네! 와... 서린이 땡 잡았네. 하긴 그 몸에 얼굴이면 제 아무리 강지혁이라도......]

[서린 불여우 같은 게... 진짜 남자만 몇 번 갈아치우는 거임?]

[서린이 딱 봐도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음? 잘할 것 같고 맛있을 것 같은. 남자들이 쉽게 지나치기 힘들지.]

하지만 그렇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당사자들은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앞으로의 나날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것도 낯선 이국땅에서.

*

“여기서 다시 현지 항공으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면 이번 촬영의 목적지 코룬 섬에 도착할 거래요. 삼촌.”

“그래? 생각보다 멀진 않네. 그래, 몇 시 배인데?”

“배가 4시간 주기로 있는데, 방금 전에 배가 떠났다 네요. 간발 차인 것 같아요. 제작진들도 원래 그 배를 계획에 두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인도네시아 발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일정을 걱정해야했다. 그래서 비행기 내에서 잠을 잔 것이 꽤나 탁월한 선택이 되었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형식아 그럼 오늘은 어떻게 해? 섬에 도착하면 정오 넘길 때인데, 오늘부터 장사하려면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

“오늘은 섬에 도착해서 장사할 가게 한번 둘러보시고 근처에 재료 뭐 있는지, 확인하는 걸로 대체할게요.

배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려 했던 식당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하루의 시간을 벌게 되었지만, 그렇다할지라도 본래의 수면 사이클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냐, 없냐는 하루 생활의 활력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요소일 테니 말이다.

“서, 선배님!”

그런데 식당 메뉴에 대한 계획과 각자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나누려던 찰나에 갑작스럽게 우리들 사이로 한 젊은 스태프가 달려왔다. 그것도 꽤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왜? 무슨 일 생겼어?”

우리들에게 오늘 일정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한 뒤 제작진들 사이로 물러나려던 형식 삼촌 또한 그런 스태프의 행동에 의아한 듯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앞선 젊은 스태프와 마찬가지의 행동을 우리들에게 내보였다.

“지, 지혁아. 서린 씨?”

*

간발의 차이로 배를 놓치는 바람에 4시간 동안 확보할 수 있었던 잉여 시간동안 나와 서린은 일행과 떨어져 급하게 따로 마련된 장소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지금 지혁이 너랑 서린 씨 스캔들이... 아무래도 지혁이 네 집에서 촬영할 때 기자가 있었나보다. 한국에서 지금 난리 났다고...]

타국에 도착하자마자 보게 된 핸드폰 액정에는 나와 서린이 나란히 찍힌 사진들이 가득했고 그에 비례해 서린의 얼굴은 어두워져 갔다.

“지금 서린씨 소속사랑 포이보스 측에서 따로 접촉해 있는 상태고요. 서울에 있는 저희 제작진이 두 회사에 관련 사실을 전달했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두 회사도 이미 어제 저녁에 서린 씨랑 지혁이 촬영 중인 거 알고 있었고 상세 내역까지 알게 되었을 테니까요.”

나는 스캔들 기사 자체가 딱히 상관없었다. 어차피 스캔들 기사야 심심하면 가십성 루머에 얽혀 보도되는 것이 나란 사람의 현실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아이돌이 아닌 이상, 남녀 스캔들 같은 경우 남자 배우에게는 일종의 능력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반대로 여자 배우 같은 경우 대중들의 반응이 결코 호락하락 않을 것이기에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여자 배우인데다가 그 근본이 걸 그룹인 만큼 이번 스캔들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눈에 훤했고 마주하게 된 실제 결과 자체가 그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듯 했으니까.

[서린 얼굴이 남자들이 꼬일 수밖에 없는 상임. 하아... 부럽다. 허리 놀림 장난 아니던데...]

[강지혁 한국에서 몸보신 제대로 하고 가네. 쩝...]

[그래도 서린 상대로 강지혁이면 과분한 거 아님?]

[당연한 거 아님? 강지혁이잖아. 강지혁. 이번에 서린 강지혁 연인으로 국내외에서 인지도 장난 아니게 상승할 듯. 역시 얼굴 값하네. 서린. 기회가 왔을 때 꽉 붙잡고 안 놓네. 뭐, 애호박 물고 빠느라 처음부터 그런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호박에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들지. 쩝... 난 강지혁이랑 서린이랑 헤어지고 나서 그 뒤에 서린이 누구랑 사귈지가 궁금해짐.]

[크크. 서린은 일단 끝까지 갈 대상은 아니지. 그냥 가지고 놀 정도 깜냥임. 실컷 가지고 놀다 단물 빠지면 결혼은 다른 여자랑 하는? 강지혁도 남잔데 그 정돈 알고 있을 걸? 서린 과거에......]

성희롱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저속한 인신공격에 혀를 내두르게 됐다. 그래서 나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서린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만히 두고 보기엔 나란 사람이 그다지 무디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 모든 사태가 왠지 모르게 나 때문에 더욱 격화된 듯 해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어?”

“이건 잠시 압수. 오케이?”

“그게...”

시무룩해있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졌는지라, 조금은 과격하다할 수 있는,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사이에 할 행동이라고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게 행동해버렸다. 서린의 핸드폰을 뺐다시피 가져와버린 것이다.

“프로그램 보안이고 뭐고 열애 기사까지 났는데, 바로 대응할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앞으로 이 세계에서 계속 밥 벌어먹고 살 거 아니면. 뭐... 이런 열애설 쯤이야 익숙하잖아. 아니야?”

“네? 네...”

“그러니까, 이 휴대폰은 잠시 나한테 맡겨놔.”

“그렇지만...”

“이런 거 신경 쓰고 싶으면 꼼짝달싹 못하게 강경 대응할 수 있게 확 뜨던가.”

그런 내 행동에 깜짝 놀란 듯 나를 바라보던 서린이 이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오히려 꽤나 슬퍼 보이기도 했고 나란 사람이랑 얽히는 바람에 그럼 감정을 느끼게 했다는 점 때문에 무척이나 미안했다. 괜찮다면서 내게 뺐긴 핸드폰을 되찾아가지 않는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그런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됐고 말이다.

그런데 서린이 그렇게 일행들 사이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들려온 형식 삼촌의 목소리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 가득 찼던 미안함이란 존재를 순식간에 먹어치워 버린 의아함과 짜증으로 인해서.

“반박 기사 안 내보내기로 했단다.”

“어? 무슨 소리야, 그게?”

“우리 측이 어제 찍은 영상들 편집해서 반박 자료로 쓰라고 포이보스 쪽이랑 ANC에 보냈는데...”

“보냈는데?”

“ANC 쪽에서 괜찮다고 했나봐.”

“뭐? 그게 말이 돼?”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솔직히 이게 말이 안 됐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전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쪽은 내 쪽이 아니라 ANC 쪽 그러니까, 서린 쪽 일진데 정작 반박대응을 거부한 이들이 그쪽이라는 점은 일견 들어봤을 때 전혀 이해되지 않을 판단이었으니까.

“어차피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하고 실제 방송되면 자연스레 풀릴 오해라 굳이 자기들 쪽 입장 생각해서 본래 계획 바꿀 필요 없다 이거야.”

ANC ENTERTAINMENT.

낯선 이름은 아니었다. SD와 관련된 일을 해결하고 방치하다시피 묵혀놓은 여러 엔터 주식들 가운데, ANC라는 이름을 가진 주식 또한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회사에 소속된 이들 가운데 나와 악연이 있는, 이종연이라는 이가 있었으니까.

“인지도지. 실제 사귀는 것도 아니고 방송 촬영 중에 찍힌 건데, 당분간 우리 쪽 원래 계획대로 밀고 가면 양 쪽 기획사도 공식대응을 안할 거고 대중들은,”

“사귀는 걸로 알고 있겠네...”

“그렇지. 그리고 서린이는 네 덕에 해외 인지도를...”

“하아...”

나라는 존재 때문에 일이 갑절이상이 되어 크게 번졌고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대단한 뉴스가 됐다는 점을 모르지 않았기에 서둘러 반박대응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정작 이를 나보다 더, 아니 최소한 나처럼 간절히 원해야할 회사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런 상대 회사 측의 반응이 이해되는 내 자신이었다.

“어떻게 봐도 안 밝히는 게 남는 장사라 이거야. 원래 계획대로 밀고 가는 게. 어차피 열애설이야 방송되자마자 무조건 해프닝으로 그칠 거고...”

“그래서 삼촌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뭐, 우리 쪽이야... 원래 계획대로 밀고 가는 게 좋긴 한데...”

단기적으로 생각해봤을 땐, 내 생각처럼 바로 반박대응을 하는 게 옳겠으나 그 이후를 생각해보자면 지금 ANC 측이 취하는 태도가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했고 형식 삼촌 또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내 모습에 곤란해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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