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6 2019 =========================================================================
#366
[주한 독일연방공화국 대사관 대사 롤프 마피엘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포이보스 뮤직에 낯선 외국인들이 방문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10명이나.
자신을 롤프 마피엘이라고 소개한 풍채 좋은 독일 남성, 주한 독일 대사관의 대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포이보스 뮤직을 찾아왔다는 점 그리고 그 방문의 목적이 나라는 점에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 예. 강지혁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삼촌한테 말 들어보니까, 일주일 전쯤에 미리 직접 전화를 주셨다고...]
[그것이... 마이켈 총리께서는 4월 초 일주일 동안 일본, 중국 공식일정을 가지실 예정이시며, 그 후 일주일동안은 부군이신 요하임 자후어 베르린 훔볼트대 교수와 함께 개인적인 휴가일정을 보내실 예정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일주일 전부터 포이보스 뮤직 측에 나와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부터 시작해서 그 목적을 얘기해달라는 나의 말에 롤프 마피엘이라는 사람의 답변은 답변으로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으니까.
[네? 그런데요...?]
뭘까.
질문에 맞지 않은 답변 그리고 묘하게 느껴지는 불안감의 정체는.
보통 이런 경우엔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대형 사고를 쳤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는지라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의 이런 예감은 누가 이를 의도한 것 마냥 정확히 들어맞고 말았다.
그것도 내가 예상한 것 그 이상의 대형 사고로.
[미스터 강께서 예전에 마이켈 총리께 직접 초대를 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마이켈 총리께서는 이번 개인 휴가일정을 한국에서 보내시기로 결정하셨고 따라서 저희 대사관 측에서는,]
[네, 네? 저, 저기요!]
이게 도대체 무슨 얼어 죽을 소리인지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이해되어서도 안 되는 대사의 말에 다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예?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제가... 마이켈 총리님을... 초대를요? 그것도 직접?]
[2016년 리우 올림픽 개막식 때, 미스터 강께서 직접 한국으로 초청을...]
[아...]
하지만 이내 떠오르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또렷한 기억들은 그런 내 행동을 아무런 의미가 없게끔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음에도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다음에 독일에 가게 된다면 꼭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올림픽 개막식, 총리님 덕분에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영광이었습니다.]
[한국에 가게 된다면 미스터 강께서 직접 안내해주시겠어요? 저 또한 미스터 강이 독일에 온다면 직접 안내해드리죠.]
[그래주신다면 정말, 정말 큰 영광일......]
몇 년 전, 리우에서 나눴던 대화를 굉장히 의례적인 립 서비스로 생각했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 철혈의 통치자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이런 빌어먹을 기억력이라니. 하아.
*
[...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별도의 경호 인력을 요구할 예정이며 이와는 별개로 저희 대사관 측 인력과 총리 직속 산하 경호팀이 총리님과 부군을 항시 경호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3년 전으로부터 날라 온 대형 사고에 허탈한 나머지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걸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민재 삼촌 또한 이와 마찬가지였고.
뭐, 그런 나와 삼촌과는 달리, 주한 독일 대사라는 사람의 요청말씀은 끊이질 않았지만.
[이번 일정은 개인 휴가 일정이기 때문에, 공적인 자리 일체를 원치 않으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말이죠. 따라서 언론과 한국 측 정재계 인사들과의 접촉은...... 총리께서 머무르실 공간에 대한 사전 답사가 요구되어지는 바, 혹시 관련 숙소와......]
차라리 내가 그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이라도 나지 않았다면 결과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대화를 아예 나누지 않았다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런데 너무나도 또렷하고 선명하게 그런 기억들이 떠올랐는지라, 거절도 못하고 롤프 마피엘 대사의 요청에 가능한 한 최대의 협조를 해주겠다고 말해버렸다.
“지혁아?”
이게 갑자기 무슨 날벼락인지.
모자란 녀석들 가요제가 끝나고 기분 좋은 나른함과 허탈함에 당분간 하루, 하루 예전처럼 포이보스 소파에 드러누워 있으려 했던 게 한 시간 전쯤이거늘, 그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소박한 소망이 꿈인 것인지, 아니면 핵폭탄 한 개를 투하한 채 사라져 버린 주한 독일 대사와의 만남이 꿈인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지혁아 진짜 네가 초대했어? 그... 독일 총리를? 그 사람 맞지? 철혈의... 마이켈 총리?”
옆에 있는 민재 삼촌 또한 나와 다르지 않은 듯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내게 닦달 아닌 닦달을 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다시금 깨달았다.
“아니, 한 나라 총리가 일개 개인이 초대한다고 오겠냐고. 이건 함정이야! 함정!”
“그러니까, 초대를 했다고? 네가?”
“아니, 초대가 아니라, 아니... 한국 오면 안내해주겠다고... 아니, 그게 그러니까, 아 몰라!”
“허허... 두바이 왕자도 모자라서 이제는... 허허...”
꿈이어야만 하는 순간들이 명백한 현실이라는 것을, 독일 총리가 개인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온다는 어마어마한 소식이 현실이라는 것을.
*
“본채 내부 인테리어 최대한 서둘러 주실 수 없을까요? 예, 예. 급하게 사정이 생겨서요. 완성도나 그런 면에 부족한 점이 생긴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런 현실에 넋이 나가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일이 벌어진 상태라는 점이 그런 생각과 행동에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거니와, 생각해보니 몇 년 전 리우에서 봤던 독일 총리가 꽤나 유쾌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머릿속에 스물 스물 떠올랐기 때문이다.
뭐, 그 사람이 지닌 직위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여전히 무거웠지만, 공적인 자리가 아닌 만큼 딱히 상관은 없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미국 대통령도 보고 두바이 왕자도 봤는데, 독일 총리라고 별 거 있겠는가. 제길.
“기한이요? 음... 늦어도 4월 첫째 주 안까지는 내부 인테리어 작업이 끝났으면 좋겠는데, 무리일까요?”
[아닙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갑자기 그런 요청을 하시는 연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한국에 오면 내가 직접 안내해주겠다는 립 서비스가 독일 총리에게는 초청으로 들렸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실 타워 집이 있긴 했지만 그곳보다는 어차피 이사하기로 했던 한남동 저택 쪽이 독일 총리에게도 그리고 내게도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았는지라 서둘러 공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아, 그게... 중요한 손님이 외국에서 오실 것 같아서요. 크흠... 아무튼 된다고 하시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그렇군요. 그럼 그 시일에 맞춰서 완벽하게 준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4월 둘째 주에는 잠시 저택 공사를 중단시켰으면 좋겠어요. 네, 네. 본채에 지내는 게 무리가 없다 할지라도 조금... 예, 예. 그분이 꽤 중요한 손님이셔서요. 예, 그렇게 조치해주세요. 수고 많으신데, 번거롭게 해드렸네요. 네, 수고하세요.”
다행히 본채 내부 인테리어가 한 달 정도 앞당겨진 시기임에도 작업이 완료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기에 마음을 푹 놓을 수 있었다. 적어도 초대 아닌 초대를 해놓고, 침대도 없는 집에 손님을 두지는 않아도 될 테니까.
뭐 그 손님이 보통 손님도 아니고 독일 총리 부부인데 오죽할까. 쩝.
그나저나, 안내를 해준다고 했었는데, 진짜로 직접 가이드를 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설마?
*
“지혁씨 감사해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주한 독일 대사가 던져놓은 핵폭탄을 겨우, 겨우 수습한 뒤인지라 상대적으로 속내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스케줄을 취소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는지라 서둘러 강남의 한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에요. 정말 재밌어 보여서 제가 참가하기로 한 걸요. 이렇게 섭외 요청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탐정 K.
음식평론회 촬영 후 신연무 씨와 같이 식사자리를 가졌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통해 명탐정 K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출연해볼까?’ 싶었던 프로그램 목록이었지만 조금은 망설이고 주저했었는데 그런 면들이 상대적으로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신연무 선배님이 추천을 해주셔서요. 제가 추리를 해본적도 없고 자신 없었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그, 그런! 연무씨가 그런 공로를! 이거 출연료를...”
“네?”
“아, 아닙니다. 자! 일단 뭐라도 마시면서 얘기 나누실까요?”
이미 관련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상태고 이번 만남은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 및 1화 촬영에 대한 일정 공지가 목적이었기에 담당 PD님 과의 자리는 꽤나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뭐, 굳이 이 자리에 작가들도 대동해야됐었나 싶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담당 PD님이 여자라서 그런지, 대여섯 명 되어 보이는 작가들도 전부 여자라서 조금 의아하긴 했다.
방송 판에는 여자들이 대세인건가?
“총 10부작으로 예정되어 있고 매주 1부작씩 촬영이...... 하루 촬영은 보통 4시간에서 8시간 정도 소요될...... 1화 상금은 1백만 원, 최종 우승 상금은 그동안의 누적 상금 플러스 3천만 원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생각보다 이 프로그램의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섭외 요청서에 나와 있던 총 제작비 자체가 일개 예능 프로 한 개를 찍기에는 과하다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단했던지라, 익히 예상했었는데도 말이다.
“6명의 출연진들은 촬영 내내 별개의 공간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추리를 완성시켜 나갈 것이고요. 중간쯤에 한번, 마지막 범인 지목 때 한번, 총 2번만 마주칠 수 있을 거에요.”
더욱이 관련 장소들마다 별도의 세트장을 꾸렸고 출연진들이 그 세트장을 하나, 하나 엇갈리지 않게 돌아다니며 순환 식으로 추리를 한다는 점은 일견 전문성까지 물씬 느껴졌으니 오죽할까.
“하나의 장소 세트에는 20분씩 머무르게 될 것이고요. 총 2회 순환으로 1회 순환을 한 뒤, 앞서 말했던 중간 타임을 30분 동안 가질 것이고 그때 모든 출연진들이 모여 각자의 증거들을 서로 교환한 뒤 1회 순환을 다시 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될 거에요. 아! 그리고 각 장소 세트에서 20분을 머무른 뒤에는 5분간 추리 정리 시간을 별도로 드리고요.”
“심리전도 있겠네요. 어쨌든 개인전이니까, 증거 교환할 때요...”
“그렇죠. 역시! 프로그램의 중요 포인트를 벌써부터 파악하셨네요! 맞아요! 범인을 제외하고는 거짓말을 절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증거를 곧이곧대로 말해줄 의무는 없으니까요!”
이거 진짜 내가 나가도 되는 프로그램인지 모르겠다. 담당 PD님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가 돋긴 했지만, 그에 비례해 내 자신의 추리능력에 대한 불안함 또한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이, 씨.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이러다 개망신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아.
*
[음식평론회 강지혁 편 드디어 방영! 그동안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음식평론회 강지혁 편이 어제 저녁...... 음식평론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754%를 기록하며 기존 최고 시청률인 1.342%를 크게 웃도는...... 강지혁의 효과가......]
[음식평론회 디저트 편에 언급되었던 가게들! 벌써부터 방송을 보고 온 손님들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러? 하지만 방송이 되기도 전에 이미 명성이 혁혁한 디저트 가게들인 만큼 실제 매출 증대는 미미할 것으로...... 신동석과 강지혁이 극찬한 삐XX 마카롱의 맛은? 프랑스에서 미스터 지 로케 촬영 당시 삐XX 마카롱을 먹어봤다는 강지혁의 말에 벌써부터 네티즌들의 관심이......]
“아주 좋겠다?”
“왜 그러는 데 삼촌?”
아니 이 양반은 갑자기 등장해서 왜 인사를 하기도 전에 삐져있는 건데?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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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rjsdud1114님 후원쿠폰 10 장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 하아... 쓰다가 날라가버려서 멘붕이네요. 허허...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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