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0 2019 =========================================================================
#360
[17년도 상반기에 미스터 지 로케 촬영 일정으로 프랑스에 갔었는데요. 파리 촬영 때, 스태프들이 유명한 마카롱 집이라고해서 들렀던 적이 있어요.]
[저는 솔직히 디저트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원래 마카롱이 어떤 맛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어서 그냥 맛이 있는지 없는지만... 일단 저는 삐XX 마카롱이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 갔던 곳 마카롱은 너무 달아서, 같이 갔던 사람들도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포이보스 식구들끼리 국밥 한 그릇 거하게 먹고 같이 디저트를 먹었거든요. 여자들은 너무 좋아하는데, 저나 승현이랑 크리스는 많이 못 먹겠더라고요. 솔직히...... 저를 포함한 남자들은 과일 셔벗을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연인 분들이 데이트 하실 때 오늘 소개해드린 곳들을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원체 분위기 자체가 자유롭기도 했고 MC들과 패널들 모두가 부담 갖지 말라는 듯 친절하게 대해줘서 촬영에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촬영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고 말이다.
“오늘 이렇게 음식평론회에 출연하게 돼서 좋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동석 삼촌도 오랜만에 봐서 좋았고요 패널 분들이랑 신연무 씨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편하게 녹화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대로 촬영이 순조롭게 예상대로 끝나는 것이 누군가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나보다.
“그럼 지혁씨?”
“네?”
그렇게 마무리 인사를 끝으로 녹화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나를 부르는 동석 삼촌으로 인해 촬영은 그 끝을 잠시 미뤄야만 했다.
동석 삼촌 뭐야, 갑자기. 대본에 보면 여기서 마무리 인사하고 바로 촬영이 종료되는 걸로 나오는데?
“그럼 그 말은 다음에도 출연해주신다는 거죠?”
어휴. 진짜.
장난 끼 가득한 얼굴로 내게 다음 출연 의사를 묻는 동석 삼촌을 보자마자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미룰 수는 없었다.
“지혁씨 다음에도 출연해주실 건가요?”
동석 삼촌의 의중을 알아채자마자 재빨리 지원 사격을 가하는 신연무 씨와 패널들 그리고 이를 응원하는 스태프들의 말없는 간절한 눈빛까지.
주변 이들의 행동들이 동석 삼촌의 질문을 대충 넘어갈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애당초 거절할 생각이 있었다는 건 아니지만.
“아, 네.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디저트가 아니라 맛있는 음식 편에 나와 여러 패널 분들과 얘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딱히 부담되는 콘텐츠도 아니었고 출연진들, 제작진들 모두가 나를 많이 배려해줬다는 점들을 촬영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기에 다음에도 출연할 의향은 충분했다. 오히려 내 출연료 때문에 제작진 측에서 꺼려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다들 들었지? 나만 들은 거 아니지? 얼른 아이템 선정하라고! 지혁이가 나온다잖아!”
그렇게 동석 삼촌의 말을 들은 스태프들의 눈빛 특히 PD님과 메인 작가님의 눈빛이 너무나도 초롱초롱해진 것을 기점으로 촬영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어쩌지? 삼촌이 바로 녹화가 있어서 힘들겠는데?”
“어쩔 수 없죠.”
“그럴 게 아니라 나랑 지경이랑 하는 프로인데, 한번 나올래?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나랑 지경이가 MC니까, 너도 부담 없을 테고.”
“생각은 해볼게요.”
“그래, 그래. 이제 곧 미국 간다며? 가기 전에 삼촌한테 연락해. 삼촌이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하지만 모든 촬영이 끝났음에도 한동안 촬영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패널 분들의 사인, 사진 요청을 들어주는 것을 본 스태프들이 하나, 둘 내 곁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성함이 최현희 맞으시죠?”
“네!”
“여기 있습니다.”
딱히 촬영 후에 별다른 방송 스케줄이 있는 게 아니었고 오늘 만큼은 가요제 작업을 할 마음이 없었기에 그런 스태프들의 눈빛을 외면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사진도 찍어드릴까요?”
“네? 저, 정말요?”
“그럼요. 뒤에 기다리시는 분들 많으니까, 얼른 오세요. 같이 찍어요.”
뭐, 스태프 숫자가 많아봐야 마흔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인지라 모두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찍어줘도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걸 알았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지혁씨? 여기 사인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런데 그런 스태프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을 모두 들어준 뒤 촬영장을 나서려는 내게, 신연무 씨가 다가와 방금 전 스태프들과 마찬가지의 요청을 하자 조금은 의아했다.
“사인이요?”
그도 그럴 것이 아이돌 체육 대회를 시작으로, 얼굴을 직접 마주하진 않았으나 그가 MC이자 출연자로 활약하고 있는 HOME ALONE 그리고 직접적으로 얼굴을 마주하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문화사절단과 즐거운 하루까지 꽤나 잦은 접촉이 있었던 만큼 신연무 씨에게 사인을 해줬던 과거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내 표정과 반문으로 나의 속내를 짐작해서일까. 이내 들려온 신연무 씨의 말은 그런 나의 의문을 단숨에 해소시켜주었다.
“이번에 지혁씨가 이번에 음식평론회 나온다는 소문 듣고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부탁 아닌 협박을 하더라고요. 꼭 사인을 받아오라고. 하하...”
“아하!”
내 자랑 같아서 조금 그렇지만 내가 워낙에 ‘월드스타’이다보니 연예인들을 볼 때면 서로 놀랄 때가 많았다.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아 가진 인기와 인지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맥을 지닌 게 나란 사람인지라, 연예인들을 볼 때면 진짜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나였고 상대방 또한 나를 보며 놀랄 때가 많았으니까.
뭐, 어쨌든 내가 방송 활동을 워낙에 안하고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조금은 튀는 그런 위치에 있다 보니, 신연무 씨와 같은 이유로 삼촌들이 내게 사인을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지금 상황이 어색하진 않았다.
“아까 보니까, 동석 형이랑 같이 식사하려다 무산되신 것 같은데, 어떻게... 같이 드실까요? 사인도 해주셨고 제가 이 근처에 맛있는 음식 집 꿰뚫고 있는데.”
“네? 아...”
갑작스럽게 식사제안을 건네는 신연무 씨의 이어진 말이 더 어색하게 다가왔을 정도로.
마침 동석 삼촌과의 저녁 식사가 무산되어 조금 아쉬웠던 찰나에, 신연무 씨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 저, 매니저 형한테 잠깐 말 좀 하고와도 될까요?”
뭐, 생각해보니 나와 직, 간접적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꽤나 자주 마주쳤었고 방송 상이나 방송 외적인 이미지도 딱히 꺼려지지 않아 결국 신연무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안면만 있는 상태에서 단둘이 저녁을 먹는 다는 게 꽤나 어색할 만도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
“5월이나 6월쯤에는 해외에 나가야겠네? 영화 촬영 있으니까?”
“네. 미스터 지 촬영도 있고 다른 작품 촬영도 있어서요.”
아나운서 출신 예능인이여서일까. 조금 걱정되었던 식사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화기애애했다. 아나운서답게 달변가인 듯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끔 절묘하게 이를 조절하는 능력도 능력이거니와, 나에 대해서 꽤나 자세히 꿰뚫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또한 편하게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동네 백수 형처럼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연무 형의 행동은 확실히 삼촌들 또는 또래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작품?”
“네. 미스터 지 말고 다른 작품에도 캐스팅 제안이 와서 그 작품도 참가하게 됐어요.”
“어? 이거 기사났던거야? 난 왜 처음 듣지?”
“기사는 아직 안 났어요. 저는 내년 상반기 때 첫 촬영이라 아직 정식 보도 안 됐거든요. 일부러 숨기는 것도 있고요.”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앞으로의 근황으로 화제의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나의 팬이라는 말이 단순 립 서비스는 아닌지 연무 형은 나에 대해서 꽤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미국으로 곧 떠난다는 사실도 얼핏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덕분에 내가 다른 영화에도 출연한다는 사실이 연무 형에게는 꽤나 큰 놀라움으로 다가간 듯 했지만.
“계속 영화촬영이 있어서 한국에는 가끔 한 번씩 들어올 예정이라, 국내 방송 활동을 하는 게 조금 힘들 것 같거든요.”
“아! 그래서?”
“네, 그래서 이번 상반기 때 방송 활동을 조금이라도 해서 팬들한테 인사드리려고요. 뭐, 그렇다고는 해도 영화 준비도 있고 그래서 비교적 부담 없는 예능 위주로 활동할 테지만요.”
어쨌든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예능에서 주로 활동하는 연무 형에게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이번에 KTBS에서 새롭게 론칭하는 프로그램도 꽤 괜찮을 것 같아. 부담도 없고
“혹시 거기에...”
“어, 어? 하하... 들켰네. 사실 그 프로그램에 나도 출연하거든.”
그 조언 속에 약간의 사심이 담겨있는 듯 해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지만.
“담당 PD말로는 이미 너한테도 제안 갔다던데? 아닌가?”
“혹시 명탐정 K... 그거 말씀하시는 거에요?”
“어, 그래 맞아. 알고 있는 거 보니까, 제안 갔나보네. 맞지?”
“네. 제안서들 사이에서 봤던 것 같아요.”
명탐정 K.
모르지 않았다. 어떤 예능에 출연해볼까 싶어 작업을 하는 도중 틈틈이 섭외 요청서들을 살펴보았었으니까.
그때 음식평론회 만큼이나 명탐정 K는 꽤나 흥미롭게 내게 다가왔었다. 이내 떠오른 문제 때문에 그 흥미가 덧없게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근데 제가 추리에는 전혀 재능이 없어서요. 재밌어 보이긴 한데...”
“내 생각에 그 프로그램은 시청자들도 재밌겠지만, 출연자들이 더 재밌을 것 같은 프로그램이야. 진심.”
“그래요?”
그런데 연무 형의 말을 듣다보니, 다시금 그 흥미가 되살아나는 듯 했다.
“아직 자세히 제안서 안 읽어봐서 그러겠지만, 한번 잘 살펴봐. 탐정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역할이 있어서 때로는 범인이 될 수도 있고 탐정이 될 수도 있어서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야.”
“그래도 제가 추리를 잘 할 수 있을지...”
“추리야 나도 전문적으로 해본 적 없는 걸, 뭐.”
물론 어느 정도 사심이 들어가 있는 말들이겠지만 나 또한 기존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프로그램이고 하다 보니, 혹한 감이 없지 않았다.
뭐, 다른 캐스팅 제안들의 단발성 출연이 아닌 시즌 1의 출연자로서 한 달 보름 정도 매주 하루 동안 촬영을 해야 한다는 점이 추가적으로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콘텐츠 자체는 확실히 재미있어보였으니까.
“부담되는 것보다 네 스스로 재밌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며.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제격이지. 암. 그렇고말고”
“이 프로그램 출연자라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며칠 전에 석준 삼촌 만나서 얘기 들어보니까, 저 이번에 음식평론회 나온 거 시청률 오르겠다고 엄청 좋아했다던데...”
“뭐, 뭐? 아니야. 크흠... 솔직히 그런 것도 없진 않은데, 아까 했던 말은 다 진심이야. 진짜 대박 느낌이 솔솔 풍긴다니까?”
그나저나 이 사람 영업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나 참. 이 정도면 일개 출연자가 아니라 투자자 쯤 되는 줄 알겠네.
*
“어쨌든 지혁이 네 덕에 어깨에 힘 좀 들어가겠다. 안 그래도 옛 아나운서 동료들이랑 같이 프로그램 출연하고 있는 애들 전부 부러워했거든.”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잘 먹었어요. 저도 덕분에 저녁 맛있게 먹었네요.”
풍성하게 담겨져 있던 그릇들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허기져있던 배가 불룩 튀어나와있었다. 그 정도로 음식들이 맛있었고 또 이 자리가 유쾌했었다.
“혹시 지금 만나는 사람 없으면 소개팅 해볼 생각 음... 이건 아니지. 하하. 내가 너무 들떴나보다. 처음 이렇게 단둘이 밥 먹는 자리에서 소개팅 얘기 꺼낸 걸 보니까 말이야. 하하!”
“괜찮아요. 요즘 주위에서 자주 그러거든요. 소개팅 해준다고.”
그런데 요즘 주위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클라우드 형도 그렇고 연무 형까지. 소개팅을 해볼 생각 없냐는 말을 내게 건넸으니 말이다.
아니, 내가 그렇게 외로워 보이는 건가? 나 원 참.
“아나운서들 중에 눈에 들어온 사람 있어? 있으면 나한테 말만해. 바로 소개팅 연결해줄 테니까.”
아나운서라.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아나운서를 소개해주겠다는 연무 형의 말은 꽤나 신뢰할 만 했다. 꽤나 오랫동안 아나운서로서 활동한 만큼, 프리랜서로 전직한 지금까지도 그 인맥이 사라지진 않았을 테니까.
“필요하면 연락드릴게요.”
지성과 미모 그리고 그에 어울리게 코가 높다는 아나운서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에 남자로서 본능적으로 약간 끌리긴 했지만, 딱히 급할 필요 없다는 생각에 즉답을 회피했다.
뭐, 연무 형도 그런 내 모습에서 딱히 즉답을 기대하진 않았는지 더 이상 제안을 하지 않았고.
“SNS에 찍어서 자랑해야겠다. 너랑 따로 밥도 먹었다고.”
“같이 사진 찍어요. 그럼.”
“어? 진짜?”
“글만 쓰면 안 믿을 거 아니에요. 사진까지 같이 올려야 믿지.”
어쨌든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분주히 휴대폰 버튼을 누르는 연무 형을 보며 그날의 식사자리는 마무리 되었다.
“내 이미지가 아무리 그래도 안 믿지는... 아무튼! 나 그럼 사진 찍은 거 SNS에 올린다?”
“그러세요.”
그나저나 SNS에 몇 장을 올리려고 저렇게 버튼을 누르는 거야?
[찰칵 찰칵]
100장은 찍은 것 같은데, 아직도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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