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49화 (349/502)

00349  2019  =========================================================================

#349

[미스터 지 후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맞습니까?]

‘미스터 지’가 예상을 뛰어넘은 흥행 성적을 거둔 덕에 졸지에 두 작품의 촬영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번 해 초부터 크랭크 인 되어 내년 하반기쯤에 1부 촬영이 완료될 겁니다. 제작진들 일부가 개봉을 위해 편집을 하는 동안 배우들은 계속해서 2부 촬영에 돌입할 것이지......]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 내가 피터 제이크 감독의 작품에서 맡을 배역이 그다지 큰 분량을 잡아먹는 배역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1부에서의 지혁 씨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고 등장 부분이 중후반부인지라 내년 5월 초부터 6월 초중반까지로 일정이 잡혀있습니다만 이건 이번 해 말쯤이 되어봐야 확실해지겠군요. 아! 물론 지혁씨의 1부 분량 촬영은 한 달 선을 지킬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2부에서부터니까요.]

아직 정확히 확정된 것은 거의 없지만 1부 촬영에서 내 분량이 꽤나 적다는 점을 들 때 미스터 지와 피터 제이크 감독의 작품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연기실력만이 걸림돌이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미스터 지 후속편 촬영이 빠르면 이번해 6월 말, 늦으면 7월 중반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촬영 스케줄이 나오면 저희 측에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소식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나쁜 소식이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애착이 가고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기에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라, 촬영 스케줄 때문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안도할 만한 소식이었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내가 작품에 몰입하는 데 써야했던 노력과 시간의 두 배를 써야한다는 점에서 꽤나 큰 부담을 떠안아야만 했으니 말이다.

[이번 만남 후의 만남은 내년이 되겠군요. 그때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아! 그리고 이 활로 인해 대본상으로 수정이 약간이나마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미스터 강이 맡을 배역이 1부에서의 분량 자체가 거의 없는 배역인지라 큰 수정은 아닐 테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렇게 피터 제이크 감독과 꽤나 여러 가지의 얘기를 나누며 미국에서의 짧은 체류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이번 해 상반기는 다음 작품들을 준비해야 할 꽤나 소중한 시간들일 테지만, 일단은 조금 쉬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앞으로 다가올 일정들에 대비하고 싶었으니까.

*

“안녕하세요.”

“어? 지혁씨 일찍 오셨네요.”

한국에 돌아와 하루, 이틀 정도 쉬다가 모자란 녀석들 촬영을 위해 상암 동으로 출근도장을 찍게 되었다.

솔직히 방송 활동을 많이 해보지 않아 본의 아니게 길을 헤맬까봐, 서둘러 나온 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동안 해본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 대부분 방송사 내부 스튜디오가 아닌 외부 장소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스튜디오에 도착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빨리 도착한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일찍 안 오셔도 되는데요.”

“아니에요. 저..,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빈손으로 오긴 그래서... 큰 건 아니고요. 음료수에요. 비타민 음료수.”

“아니! 뭘 이런 걸 다!”

아직 스튜디오 세팅이 다 완료되지 않은 듯 분주히 움직이는 스태프들과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가요제 참가가수들 그리고 모자란 녀석들 멤버들까지.

내가 등장함과 동시에 할 일을 멈추고 나와 김태훈 PD 주위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주변 사람들을 보자니, 괜히 이런 내 행동이 실례가 된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지철아! 여기 지혁 씨 대기실 안내해드려!”

뭐,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꽤나 따가웠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시차 때문에 피곤하기도 해서 서둘러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이 출연자 대기실입니다. 녹화가 시작될 때면 저희 스태프 측에서 직접 알려드릴테니, 그때까지 쉬고 계시면 됩니다.”

나이스.

모자란 녀석들 출연진 대기실이라 명명된 된 곳의 문을 열고 보니,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구비되어있었다. 푹신해 보이는 소파며 간단한 다과까지 준비되어 있는 이곳은 자칫 잘못하면 꽤나 의미 없게 보낼 뻔했던 대기시간을 그나마 뜻 깊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으니까.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그런데 나를 이곳까지 안내해줬던 스태프가 내가 대기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음에도 자리를 뜨지 않아 의아했다.

“아, 아닙니다. 저... 죄송한데 사인 한 장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내 과도하고 내게 사과를 건네는 스태프의 행동에 더 의아하게 됐고 말이다.

“아니에요. 사인 해드릴게요. 사진도 같이 찍어드릴까요?”

“사...진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과 더불어 여자 친구도 나의 열렬한 팬이라며 메고 있던 가방에서 새하얀 종이와 유성매직을 건네는 스태프에게 사인을 해주다보니, 어째서 이 스태프가 내게 그런 행동들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쉬고 싶으실 텐데 다짜고짜 사인 요청하는 거 싫어하실 것 같아서 조금 망설였는데... 감사합니다! 여자 친구가 정말 좋아할 겁니다. 아! 물론 저도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사인도 해주시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셔서요. 그럼 편히 쉬세요!”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 내에서 나의 이미지가 어떤지를 그 짧은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사인을 해달라는 팬에게 호통을 치며 욕설을 내뱉었고 윽박을 지르기까지 했다는 내용을 주로 한 논란이 한 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었다. 그로 인해 나는 한국에서의 활동을 중단한 채 영화 촬영에만 전념했고 말이다.

물론 이 논란은 후에 모두 사실이 아님을, 사인 요청과 사진 요청을 거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윽박을 지르거나 욕설을 내뱉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대적으로 온라인상에 공개됨에 따라 자연스레 해소되었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왜곡된 이미지가 대중들의 인식 속에 남아있나 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평범한 일상을,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고 미리 사진을 찍은 뒤 선심 쓰듯 허락을 구하는 그런 팬 아닌 팬이 없었으면 한다는 정도였는데 말이다.

사진 한 장과 자신과 여자 친구 몫의 사인에 정말 기뻐하던 방금 전 스태프의 모습에서 조금은 속내가 복잡해졌다.

마치 양날의 칼과도 같이 때로는 내게 기쁨을, 때로는 영영 일상의 평범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주는 팬들의 관심과 사랑 사이에서 갈피를 잡는 게 무척이나 어려운 일임을 다시금 새삼 깨닫게 되었으니까.

*

[탁!]

순간 들려온 둔탁한 소리에 자연스레 두 눈이 떠졌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는 이를.

“죄, 죄송해요.”

아마도 커피 잔을 들다보니,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책자를 실수로 떨어뜨린 듯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자 뮤지션 아인유 양이 말이다.

“아! 아닙니다. 선배님. 제가 아직 시차적응이 잘 안 돼서 깜빡 졸았네요. 인사드리겠습니다.”

“네, 네?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가수 강지혁입니다.”

내게 손사래를 치는 이가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놓지 않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아, 아! 안녕하세요. 아인유에요.”

나 또한 이제는 신인 급에서 완전히 벗어난 가수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나보다 훨씬 전에, 훨씬 어렸을 때부터 가수로서 활동한 선배가수였고 지금 이 자리는 그녀와 단둘이 마주하는 첫 자리였기 때문이다.

“제가 나이가 더 어린데... 그냥 편하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번에 뵐 때부터는 편하게 대하겠습니다.”

뭐, 그래도 아인유 양이 바로 자신을 편하게 대해달라고 해서 다음부터는 이런 격식 있는 태도로 그녀를 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을 하는 게, 군대를 다녀온 내게는 그다지 낯선 모습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교류하고 싶은 이와 보다 친밀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말부터 놓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일 테니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랑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하고 귀국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어요.”

“네. 귀국한 지 이틀 조금 못 됐습니다.”

“많이 피곤하시겠어요. 시차 적응 안 됐으면...”

“그래도 잠이 부족한 건 아니라 서요. 잠은 방금 전도 그렇고 충분히 자서 녹화 때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아, 네...”

그래도 숨 막힐 정도의 어색함으로 가득 찰 줄 알았던 대기실 안 분위기가 나름 훈훈하게 흘러갔는지라 다시금 졸려온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아직 서로 어색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수라는 공통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색함을 깰 만한 대화거리가 부족할 일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음악 잘 듣고 있습니다. 촬영 때문에 많이 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촬영 중간, 중간마다 휴식 시간 때면, 트레일러에서 보통 한국 음악을 틀어놓거든요. 그때 아인유 선배님 노래가 차트 상위권에 있어서 그나마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내가 촬영 세트장에 빨리 와도 너무 빨리 온 듯 했다.

대기실에서 한숨 자기도 했거니와, 아인유 양과 꽤나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됐음에도 대기실 안은 여전히 그녀와 나 둘만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으니까.

“이번에 누구 생각해온 분 계세요?”

“예?”

물론 대화가 끊긴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만, 여기에서 너무 말을 많이 하면 막상 촬영에 임하기도 전에 진이 빠져버릴까, 걱정되었을 뿐.

“가요제에서 같이 파트너 할 멤버분이요.”

“아! 그게... 저는 아직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요. 혹시 선배님은...?”

“저는 생각해온 사람이 있는데요.”

“혹시 누군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게 저는,”

그래도 때마침 등장한 구원 투수에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어? 뭐야? 내가 제일 먼저 온 거야? 아니네? 아인유 와있었구나. 어, 어? 지혁이? 지, 지혁이도 와 있었구나! 하하... 하하!”

물론 그녀가 파트너를 하고 싶다던 모자란 녀석들 멤버가 궁금하긴 했지만 말이다.

“안녕하세요. 삼촌.”

“어? 삼촌? 어, 그래 맞다. 내가 삼촌이지. 하하! 그래, 지혁아 오, 오랜만이다.”

“오빠 안녕하세요.”

“그래 유야, 오랜만이다. 저번에 예능에서 본 게 두 달 전이던가?”

그나저나, 순한 삼촌은 오랜만에 나와 직접 마주봐서일까. 내가 꽤나 어색한가보다. 누가 봐도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닌듯한 삼촌의 모습은 예전에 봤을 때도 익히 경험해봤던 모습들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저 삼촌은 숫기가 없는 거야, 낯을 심하게 가리는 거야, 뭐야. 볼 때마다 저러네.

*

확실히 순한 삼촌이 대기실에 들어오자, 분위기 자체가 한층 밝아졌다. 물론 순한 삼촌이 들어오기 전에도 끊임없이 대화 소리가 울려 퍼지던 대기실이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과 세 사람이 뿜어내는 밝음의 차이는 꽤나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빠 오늘 복장이...?”

“어? 아... 오빠 복장이 오늘 좀 그렇지?”

그나저나 오늘 순한 삼촌의 복장이 꽤나 특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인유 양도 나와 마찬가지였나 보다.

“가요제 때마다 발라드만 한 것 같아서. 1회 가요제 때 댄스곡을 하긴 했는데... 그건 이미 오래전이니까. 이번에는 댄스 쪽이나 힙합이 괜찮을 것 같아서 이렇게 입어봤어.”

그 정도로 순한 삼촌의 복장은 누가 봐도 힙합 뮤지션이었으니까.

“그럼 제라 선배님이랑 클라우드 형 팀 노리고 계신 거에요?”

“응? 뭐, 그 둘도 상관없고 SAY나 재성이도 상관없지.”

“에이... 그럼 뭐에요. 저는 애당초 목표에서 빼신 거네요?”

그런데 그런 순한 삼촌의 말을 듣다보니, 조금은 섭섭해졌다. 나도 나름 댄스곡을 작사, 작곡하여 활동했었고 랩 노래 또한 직접 부르지는 않았지만 제법 많은 곡들을 만들어 앨범에 실었었고 또한 다른 가수에게 건넸었던 가수였기 때문이다.

“어, 어? 지혁아 그런 게 아니라... 크흠...”

“저도 댄스 한다면 하는 사람인데, 너무 하시네요...”

그래서 아까부터 나를 대함에 조금 어색한 감을 내보이는 순한 삼촌에 대한 섭섭함이 폭발하여 짐짓 실망한 듯 순한 삼촌을 바라보았다.

“아니, 지혁아 그게 아니라...”

“오빠 저도 그럼 배제인 거에요?”

“어? 음... 유 너는... 그래 그럼 유 너한테 물어보자. 유 너는 오빠랑 하고 싶어?”

“네? 뭐... 오빠가 댄스랑 힙합 욕심만 버리면?”

“참 나...”

“삼촌 너무 하시네요. 진짜.”

“지혁아 그게 아니라... 흠...”

뭐, 다분히 장난 끼가 섞인 행동과 눈빛이었는지라 순한 삼촌의 이런 행동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수로서의 내가 비교적 장르에 구분 받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들은 나를 볼 때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으니까.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말일 뿐이고 내가 댄스곡에도 나름의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워낙에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가 강했을 뿐.

뭐, 나 말고도 이번 참가가수들 가운데 댄스와 힙합으로 유명한 이들이 많다는 점도 한 몫 하긴 했겠지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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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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