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48화 (348/502)

00348  2019  =========================================================================

#348

“안녕하세요. 이번 2019년 모자란 녀석들 가요제에 참가하게 된 가수 강지혁입니다. 이렇게 화면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스크린에 등장한 이의 얼굴에 모자란 녀석들 멤버들과 가요제 참가 가수들 그리고 심지어 스태프들까지 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지혁이 이번 가요제에 섭외됐다는 것은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김태훈 PD를 포함한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이는 김태훈 PD를 포함한 극히 일부의 제작진들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민재 너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내가 김태훈 PD한테 캐스팅 제안 받아서 지혁이한테 전해줬는데.”

“야! 삼촌인 나도 모르는데!”

“아...”

강지혁의 소속된 곳으로서 국내 활동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포이보스 뮤직의 대표인 유민재가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대박! 강지혁 나와?”

“헐, 근데... 그럼 수형 형 막 건방지다고 한 거 강지혁한테 한 말이네?”

“뭐, 뭐?”

“수형 형! 우리 지혁이한테 건방지다고 한 거야? 우리 지혁이가 얼마나 착하고......”

“아, 그, 그게 아니라... 그거 아니라니까! 야! 김태훈! 너 일부러 그랬지! 이거 편집이다! 편집! 알겠지?”

그렇게 강지혁에게 본의 아니게 건방진 녀석이니, 잘난 척을 한다와 같은 말을 내뱉게 된 박수형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편집을 요청한 장면과 이를 보며 발끈한 박재성으로 인해 녹화의 재미는 벌써부터 살을 붙여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모자란 녀석들에서 고아 아이들과 소년, 소녀 가장들을 위한 가요제를 연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와 상관없이 스크린 속 강지혁은 계속해서 자신의 분량을 채워가고 있었다.

“가수 선배님들 그리고 동료 가수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모자란 녀석들 삼촌들과도 직접 만나고 싶었지만 죄송하게도 제가 이번에 미국 일정이 갑작스럽게 생겨버려서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쨌든 앞선 참가 가수 라인업도 결코 무시 못 할 수준일진데 빌보드 차트와 UK 차트, 오리콘 차트와 같은 세계 3대 차트의 최고 자리에 올라봤던 가수 강지혁이 이에 무게감을 더하자, 모자란 녀석들 멤버들과 제작진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부담감과 더불어 이에 상응하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사실 김태훈 PD님이 저 말고 다른 참가가수 분들을 알려주지 않으셔서요. 그래도 살짝 듣기로는 제가 이번 가요제의 막내, 아! 막내는 아니고 막내 급이라고요? 아! 그렇군요. 네, 앞에 계신 김태훈 PD님이 제가 막내 급이라고 하시는데요, 앞으로 모자란 녀석들 촬영에는 막내답게 빠릿빠릿하게, 빠짐없이 촬영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 속에서 몇몇 이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었지만 말이다.

“방금 보셨다시피, 마지막 참가가수 분께서 현재 미국 일정으로,”

“뭐야! 이제 와서!”

“그거 모르는 사람 있냐! 사람을 아주 못된 사람으로 만들고 있어!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 강지혁이랑 팀 할래! 사과해야지!”

“와! 이형! 또 한몫 크게 잡아 땡기려고! 와... 이럴 때는 진짜 머리 쓰는 게... 어휴...”

그렇게 한동안 박수형의 본의 아닌 말실수로 충분히 분량을 뽑았다싶었는지, 이내 모자란 녀석들의 멤버들이 박재성, 유민재를 제외한 이들과의 사전 눈 맞춤을 무기삼아 본격적으로 행동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그럼 전화 통화되나?”

“어?”

그러자, 순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주변의 눈빛에 박재성과 유민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도드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주변의 눈빛들에는 마치 사전에 미리 짠 것과 같은 일사불란의 기운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삼촌도 있고 소속사 대표도 있는데, 즉석 통화 아니 즉석 영상통화 정도는 가능한 거 아냐? 안 그래?”

“오오!”

그렇게 때마침 유민재보다 더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박재성의 조카바보 약점을 비집고 드는 정순한과,

“대박! 지혁이 삼촌! 전화 걸어줘요!”

“야! 저게 아까부터 자꾸!”

“에이. 가수 말고 지혁이 삼촌으로 불리는 거 좋다면서요!”

“나쁘지 않다고 했지! 누가 좋다고, 어휴...”

“와! 멋있다! 강지혁 삼촌이다!”

“전화 통화 가능한 거야? 강지혁인데?”

아까부터 얄밉게 박재성을 도발하던 이강현의 지원 그리고 다른 이들의 열화와도 같은 호응에 박재성의 손은 결국 자신의 핸드폰을 맡고 있던 매니저를 향해 흔들리고 말았다.

*

“어? 삼촌?”

협찬 받은 정장과 의상소품들을 갖춰 입은 채 차안에서 대기 중이던 그때 삼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혁아! 귀 떼!”

“뭐?”

이곳 시각 오후 6시, 한국 시각 오전 8시에 해당하는 시간이었기에 아마 내 걱정에 전화를 했나 싶었다. 아무래도 미국 내에서 주류 배우들과 이렇다 할 친분이 없는 나이기에 삼촌으로서는 내가 홀로 시상식에 참가하는 줄 알고 있을 테니까.

“귀 떼라고! 영상통화!”

“아! 영상통화? 무슨 영상통화야? 뜬금없이?”

그런데 막상 전화를 받아보니, 삼촌의 전화는 삼촌의 전화가 아니었다. 삼촌의 목소리를 채 듣기도 전에 들려오는 여러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와 영상통화라는 말에 잠시나마 수화기를 귀로부터 떨어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뭐야, 무슨 영상통화야? 새삼스럽게.

“아! 저희 삼촌도 나간다고요? 안 되는데...”

“네?”

“집에서 애 봐야 되거든요. 작은 엄마 혼자서는 너무 힘들어하세요.”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모자란 녀석들 가요제 관련 첫 방송 촬영이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날이 오늘인줄은 몰랐다. 그리고 재성 삼촌이 가요제에 참가가수로 섭외되었다는 점과 이를 발판 삼아 내게 전화를 걸어올 줄은 더더욱 몰랐고 말이다.

“여기 지혁씨와 같이 이번 가요제에 참가하게 된 가수 분들이 계시거든요? 혹시 여기에 평소 친분 있는 가수 분이 계신가요?”

“클라우드 형이랑은 전에 곡 작업으로 인연을 맺었고요. 그때 제라 선배님과도 인사를 몇 번 나눴었어요. 클라우드 형은 작년에 하반기 때 전역했다는 소식 듣긴 들어서 언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약속을 못 잡았네요. 뭐, 그래서 더 이번 가요제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혁아! 귀국하면 한번 보자!”

“어! 형. 한국가자마자 연락할게. 아! 형이랑 어울리는 곡 그때 만들어놓은 게 있는데... 아니다. 일단 한국 가서 봐 형!”

“그래, 밥이랑 술 한 잔하자. 형이 맛있는 거 사줄게!”

그래도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휴대폰 액정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클라우드 형 같은 경우 제법 친해질 찰나에, 형의 군 입대 문제로 한동안 연락이 끊겼었기에 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아! 뭐야! 여기서 서로 작업하는 거야? 우리 들러리 세워놓고?”

“뭐야, 뭐야!”

어쨌든 영상통화를 통해서 이번 가요제의 라인업이 대단하다 못해 엄청나다는 것을 전해 듣게 되어 레드카펫 입장을 앞두고 조금은 긴장하고 있었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아인유 선배님이랑은 아직... 별다른 인연은 없는 것 같아요. 시상식 때 한두 번 마주친 거 제외하고는요. 그래도 평소 뮤지션으로서 활발히 활동하셔서 그런지 음악은 제때, 제때 챙겨듣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다음 촬영 때 인사드리겠습니다.”

“뭐야, 뭐야 이 분위기? 너무 풋풋해? 설레?”

“우리 유 얼굴 빨개졌어?”

다만, 그 라인업 가운데 나를 다소 껄끄러워 할 이가 있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SAY 선배님은... 예전 김해연 선배님과 곡 작업을 할 때 인사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오! 그래도 다들 친분이 있네.”

“역시 끼리끼리 논다니까? 잘된 애들은 잘된 애들끼리...”

“형! 또 분량 채우려고 그러지? 형 근데 그렇게 안해도 돼. 아까 지혁이한테 건방진 놈이라고,”

“야! 그거 편집시켰는데 또 말하면 어떡해!”

“Mr. Kang! It's your turn!”

“Okay! 아, 제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입장을 앞두고 있어서요. 아무래도 지금 바로 이동해야 될 것 같아서요. 죄송한데 이만 전화를...”

솔직히 나는 이제 저쪽에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그저 데면데면한 가요계 선배로 그녀를 대할 자신이 있었지만, 정작 SAY 그녀는 아직까지 나를 조금 껄끄러워하는 것만 같았는지라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럼 ‘지’의 첫 골든 글로브 데뷔에 같이 동참해 볼까나?]

[가죠!]

[지! 그럼 문 열겠네.]

그렇게 이내 차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함성 그리고 박수소리에 SAY 그녀와 관련된 생각은 나의 뇌리 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한국인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강지혁! 아쉽게도 무관에 그쳐...... 강지혁이 단독 주연으로 열연했던 ‘미스터 지’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수상하는 등 후속편이 나와야할 이유를 제시......]

[특보! 2019 모자란 녀석들 가요제 꿈 아레나에서 개최 확정! 관련 첫 녹화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져! 예전 가요제와 마찬가지로 수익의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5천원 이하의 입장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져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한편 관련 라인업 방송은 다음 주에 방영될 것으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을 참석하고 나서 상을 수상하게 된 미스터 지 제작진들과 함께 꽤나 거나한 파티를 했다. 비록 나는 무관에 그쳤지만, 함께 고생했던 미스터 지가 4개의 상을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함께 기뻐할 이유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후속편 때도 지의 그 열정적인 모습! 볼 수 있길 기대하지! 한국에서도 몸 건강하게!]

그렇게 귀국을 앞두고 제작진들과 다음 후속편 촬영 때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래서 제법 떠들썩했던 집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져버렸다.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지만 그런 고요함은 이내 새롭게 방문한 손님으로 인해 다소 완화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는 군요.]

피터 제이크 감독의 제안을 수락하고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두세 달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한 것은 꽤나 오래전의 일이었는지라, 반가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제 제안을 승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때 제안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샘플용 대본을 보니까, 얼마나 좋은 작품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아마 이런 감정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닌 듯 했다.

샘플용 대본이 아닌, 1부의 정식 대본을 직접 건네주기 위해 왔다는 피터 제이크 감독의 얼굴에도 나와 마찬가지의 미소와 환함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미스터 강에게 직접 대본을 건네줄 수 있어 참 좋군요. 제가 구상한 그대로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빈말이라도 나를 캐스팅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는 말을 듣게 되자 안 그래도 좋았던 기분이 더 좋아졌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작품 자체가 지닌 매력도 매력이거니와 감독의 말을 통해 내가 정말 이 작품에 필요로 하는 배우구나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이거... 제가 그때 말씀드렸던 활인데요. 한국 전통 활인데...]

[활 말입니까? 그런데... 이건 활이라고 보기엔...?]

[아! 이건 지금 활시위를 걸기 전 모습이에요. 한국말로는 부린활이라고 하는데... 잠시 만요?]

그렇게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작품에 관련된 얘기를 나누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촬영과 관련된 얘기부터 방금 전 내가 꺼낸 활 얘기까지 말이다.

[오호! 역 방향으로 휘는 것이었군요. 이렇게까지 구부려지다니! 그런데... 길이가 굉장히 짧군요. 아동용인가요?]

[네? 하하!]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연습하고 있는 각궁을 보여주자, 역시나 피터 제이크 감독은 꽤나 의아한 듯 이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시위를 건 활의 길이가 1 미터 남짓밖에 되지 않아 그의 기준으로는 꽤나 장난감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테니까.

[직접 화살이 과녁에 박히는 걸 보시면 그 생각 수정하셔야 될 거에요.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200 미터 넘게 날라 가는 활을 쏘아 날릴 수 있으니까요. 뭐, 애기 살로 날리면 최대 500 미터까지 날라 간다는데, 아직 애기 살 날리는 건 제 실력으로는 힘들어서요.]

[호오! 신기하군요. 이 조그마한 훌라후프가 그런 위력을 지니다니. 흠... 그 애기 살이라는 거에 대해서 자세히 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스터 강이 활을 스스로 구해보겠다는 말을 듣고 그리하라는 말을 건네긴 했지만, 이런 활을 구해올 줄은 몰라서 말이죠. 이거 지의 캐릭터가 더욱 선명해지겠군요. 2부작, 3부작에서의 활약도 꽤나 기대......]

하지만 이내 시위를 건 활의 모습과 더불어 나의 구체적인 설명을 듣게 된 피터 제이크 감독의 얼굴이 점점 놀랍다는 듯한 기색을 내보이자 절로 뿌듯해졌다. 지금 당장 정원에서 활을 쏘아날리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큰 힘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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