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6 2019 =========================================================================
#346
“수고하셨습니다.”
단시일 내로 이렇게 수많은 이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던 적이 있을까.
2일 간의 팬 미팅, 마찬가지로 2일 간의 단독 콘서트 그리고 1일 간의 꿈 콘서트.
[꿈 콘서트! JS, DH, 포이보스가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꿈의 선물! 꿈 아레나 측 曰 “꿈 콘서트는 앞으로 매년 1차례 정례화 될 것이며, 저렴한 표 가격을 바탕으로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 ...... 한편 꿈 콘서트는 골든 디스크 시상식, HOT PLAY, METALIST 등의 내한 가수들의 공연으로 새해를 맞이할 예정이다.]
[2017년 상반기 제라가 군 입대를 하는 것으로 멤버 전원이 군 입대를 하게 된 DH의 빅 스타! 소속사 DH ENTERTAINMENT에 따르면 오는 2월 초 월드 투어 예정이며, 그 첫 시작은 한류월드 꿈 아레나에서 시작할 것......]
12월의 마지막 주는 그야말로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웬만한 가수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눈 코 뜰 새 없이 그 황홀했던 순간들이 지나가버렸고 어느새 2019년의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혁 씨.”
“아니에요. 여기까지 와주신 스태프 분들이 고생하셨죠.”
여느 공연을 끝마칠 때와 마찬가지로, 굉장한 무기력감에 휩싸여야 할 테지만 그럴 사이가 없었다.
“이제 바로 미국 가시는 건가요?”
“네. 꿈 콘서트도 끝났고 오늘 모자란 녀석들 촬영도 끝났으니까, 바로 가야될 것 같아요.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것도 있고 해서요.”
일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던 모자란 녀석들 연출진들과 함께 시상식 참가 때문에 참여하지 못할 첫 촬영을 대신할 별도 개인 촬영을 해야 했으며 이내 미국으로 출국해야만 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뭐... 상은 못 탈것 같아요. 아무래도요. 하하...”
뭐, 그렇다고 해서 마냥 촬영 때문에 긴장을 하거나 부담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별도 촬영이라는 게 생각 외로 무게감을 지닌 것이 아니었고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만에 모든 촬영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골든 글로브도 그렇고 아카데미도 그렇고 노미네이트 돼서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적인 자리인 만큼 굳이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워하는... 그런 자리니까요.”
“감사해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아닙니다. 그럼 갔다 오셔서 1월 말쯤에 스튜디오에서 뵙겠습니다. 자세한 촬영 일정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쯤에 나올 텐데... 괜찮으실까요?”
“골든 글로브 시상식 참가하고 아카데미까지 참가하고 나면 최소 상반기 때가지는 아무런 일정이 없어서요. 그때 알려주셔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일정 알려주시면 그때 맞춰서 제가 귀국하면 되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내게 시상식과 관련해 좋은 말을 해주는 김태훈 PD와 함께 앞으로의 촬영 일정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다른 스태프들이 어느새 관련 장비를 회수하고 나와 김태훈 PD만이 세트장 안에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아! 저 혹시 시간되시면,”
“네. 알겠습니다.”
“네?”
그래서 김태훈 PD와 밥이라도 한 끼 하려고 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나눠보고 싶었고 비행기 시간이야 따로 연락을 하면 조금 늦출 수 있었으니까.
“시간됩니다.”
“아.... 예... 하하... 출국하기 전에 간단히 밥이라도 먹으러 갈 건데 그럼 같이 가시죠.”
“네.”
그나저나 무슨 초능력자야? 질문을 듣지도 않고 알겠다고 하게? 나 원 참.
*
골든 글로브 시상식. Golden Globe Awards.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뮤지컬,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으로 나뉘어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을 시상한다. 할리우드 권력자들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개최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았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주요 시상부문의 수상자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아카데미 시상식의 프리뷰라고 여겨질 정도로 권위와 품위를 지니게 되었다.
*
[어서 오세요.]
협찬 사들이 이번 시상식을 위해 보내온 의상들과 관련 소품들을 코디네이터들과 맞춰보던 중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하게 됐다.
[꽤 오랜만에 보는 걸? 지?]
[한국에 갔다던데, 하는 일이 잘 풀렸나보군. 얼굴이 꽤 밝은 걸 보면 말이야? 하하!]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나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을 제작들 일부가 바로 그 손님들의 정체였다.
아쉽게도 나를 제외한 배우들 중에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받거나 노미네이트 된 이들이 없어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이렇다 할 파트너도 없고 아는 배우들도 없는 곳을 나 홀로 가야된다는 사실이 눈앞을 막막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다이그 리넨만 감독과 스티븐 무술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 일부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에 제작관련 부문에 초청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크게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우리 집에 초대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개최될 두 시상식에 함께할 이들이기도 하거니와, 제작진들 대부분이 LA가 아닌 뉴욕을 포함한 동부에 집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배려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존. 여기 손님들한테 방 안내 좀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여기 존 따라서 가시면 돼요.]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존에게 제작진들이 대략 10일 동안 머무를 곳의 안내를 부탁했다. 일단 캐리어와 묵직한 짐들을 대동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들에게 무게감을 덜어주고 싶었고 담소야 곧 있을 저녁 식사 때 실컷 나누면 될 테니까.
[지의 집은 언제 봐도 완벽해. 집안 어디서든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타모니카 해변 전경도 그렇고 이렇게 멋진 본채에 아름다운 정원이라니!]
[활동을 이곳에서 하면서 꽤나 오래 머물긴 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저한테 타향이니까요. 그래서 집에서 만큼은 편히 쉬고 싶은 마음에 무리를 조금 했어요. 덕분에 혼자 살기엔 엄청 과분한 집이 되고 말았지만요.]
1시간 쯤 뒤에 제작진들 일행 모두가 짐을 풀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되자, 본격적인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영화가 잘되어서일까. 제작진들 모두의 얼굴이 꽤나 밝았고 때마침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한 빗물이 가져다 준 감성이 이를 부채질하였다.
[저녁 메뉴도 정말 좋군. 난 특히 이 팬케이크가 정말 마음에 들어. 여기 바삭한 테두리는 특히 더 일품이고.
[김치전이라는 건데, 전이라는 음식의 일종이에요. 여기 해물파전이랑 굴전도 먹어보세요. 막걸리도 같이요.]
클라라에게 오늘은 전을 먹고 싶다고 말을 했었는데, 타이밍 한 번 죽이는 것 같다. 비 오는 날에는 원래 각종 전에 막걸리나 동동주를 마시는 게 정석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란 사람이었으니까.
[지의 집에 오면 집 자체가 가져다주는 자유로움도 자유로움이지만, 이 술들도 정말 기가 막히다니까? 저기 저... 항아리? 항아리들 가득 맛있는 술들이 담겨 있으니 나 같은 술꾼들에게는 이곳이 천국이랄까? 하하!]
[그래도 오늘은 막걸리를 먹어요. 스티븐. 한국 사람들은 비 오는 날에 이렇게 전에 막걸리를 자주 먹거든요. 친구들, 가족, 연인 가리지 않고요.]
[오호!]
[조금 있다가 메인 음식들 나오면 저기 술들 중에 어울리는 술로 대접할게요. 한국음식들은 대게 궁합이 맞는 술들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번에 한번 먹었던 삼겹살에는 소주가 제격이었던 것처럼요.]
지난 1년 넘는 기간 동안 배우, 제작진 가리지 않고 촬영에 전념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기분이 좋았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과 더불어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는, 영화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꿈의 자리라 여겨지는 곳에 초청을 받았다는 점을 안주삼는 것도 모자라 떨어지는 빗방울을 배경음으로 삼기까지 하다 보니, 술이 술술 목구멍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스티븐 아주 신이 났군. 신이 났어.]
[뭐했길래, 이제야 내려옵니까?]
이내 상대적으로 뒤늦게 등장한 다이그 리넨만 감독이 옆자리에 앉기 시작하면서 왁자지껄했던 저녁식사는 한동안 계속해서 이어졌다. 오고가는 술잔과 맛있는 음식들이 우리들을 계속해서 붙잡아뒀고 우리들도 그 붙잡힘을 뿌리치지 않았으니까.
[피터 제이크 감독 작품을 하기로 했다지?]
그렇게 얼마나 마셨을까.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스태프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배정받은 방으로 올라갔을 때였다.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입에서 지금과는 다른 종류의 얘기가 흘러나온 것은.
[결정 잘했어. 정말.]
피터 제이크 감독의 이번 영화를 준비함에 있어 다이그 리넨만 감독을 비롯해 여러 친분 있는 감독들의 도움을 꽤 받았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이그 리넨만 감독에게 피터 제이크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 어떤 내부 정보들을 들었던 기억은 없었기에 확실히 뜻밖이었다.
[대단한 영화가 될 거야. 피터 제이크 감독 연출력도 연출력이지만, 투자 금액도 장난이 아니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할리우드 바닥에 돌고 있어. 판타지 영화 장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장르 통틀어서 봐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대형 영화가 탄생한다고......]
[아...]
[흠... 내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긴 그렇지만... 그 역할 다른 사람에게 절대 뺏기지 말게. 이미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마크 데이비드 경우처럼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네?]
물론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보들이라는 건 알만 한 사람들은 모두 알 만한 정보들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피터 제이크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 내부관계자에 해당하는 그의 입을 통해 이를 듣게 되니 소문이 사실이 되었는지라 나름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약간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았다.
그만큼 이내 흘러나온 다이그 리넨만 감독은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었으나, 지금까지 나온 그 어느 정보보다 값진 정보를 담고 있었으니까.
[총 3부작으로 제작될 영화인데, 1부작에서 분량이 적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란 법 있는 가? 크흠...]
[아!]
[이 음식 맛이 좋군. 잡채라고 했던가? 나는 이 음식이 한국 음식들 가운데 가장 입맛에 맛는 것 같네. 뭐, 저번에 먹었던 삼겹살도 맛있었지만 말이야.]
그렇게 서둘러 말을 돌리는 다이그 리넨만 감독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다른 이의 작품과 관련된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감독으로서 꺼려질만한 일일 텐데도 나를 위해 이를 감수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내가 짐작하고 있던 것들에 확신을 안겨다 줬다는 점에서.
*
“드디어 가요제 시즌인가?”
유석준, 정순한, 박수형, 하지운, 이강현으로 구성된 모자란 녀석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벌써 10년 넘게 토요일 밤 예능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만큼 모자란 녀석들은 수많은 콘텐츠와 프로젝트들로 시청자들의 열화와도 같은 성원을 받았었는데, 그 중 가요제는 대중들의 관심에서 꽤나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번에는 겨울에 하네? 아니네. 지금 준비하면 봄 때쯤 할 테니까, 봄이네? 이번에는?”
“그러게? 보통 여름이나 가을에 하지 않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얼굴엔 의아함이 가득했다.
작가들로부터 미리 오늘 녹화가 가요제에 관련된 것임을 전해 들었기도 하고 본인들 자체가 지금껏 수많은 가요제를 경험했을 테지만 말이다.
“봄이어도 3월초쯤은 엄청 추울 텐데 가능하나? 어? 혹시?”
“이번에 실내 공연장에서 하는 거야? 야외무대가 아니라?”
“자! 그럼 본격적으로 녹화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3! 2! 1! 큐!”
그렇게 갖가지 의혹들과 더불어 꽤나 신빙성 있는 추측이 터져 나오기 시작할 때쯤 들려오는 스태프들의 촬영 시작 소식에 멤버들 또한 이내 관련된 생각들을 잠시 미뤄둔 채, 오프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 진짜! 수형 형 방귀 꼈어! 아 진짜!”
“아... 환기 좀! 아 진짜 미치겠네!”
여느 때처럼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하고 지금껏 도맡아왔던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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