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45화 (345/502)

00345  2018  =========================================================================

#345

“그래도 삼촌 오늘 엄청 열심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지혁이 너 알지? 삼촌이 사람들한테 어떻게 불리는 지?”

모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삼촌을 어떻게 부르는 지를. 그래서 더욱 놀랐다. 삼촌이 그런 칭호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일진데, 스케줄로 인해 자기 쉴 시간도 없는 사람일진데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이 말이다.

“민재 형이 아무래도 계속해서 MC 진행 맡고 그러는 게 체력적으로 조금 버거울 것 같아서. 삼촌이 도와주려고 먼저 전화했어. 싫은 건 아니지?”

“삼촌...”

“식순 보니까, 짧은 시간에 준비한 것 치고는 꽤 준비 많이 했던데? 리허설 빨리 해보자. 삼촌도 공연 순서 따라서 중간 토크 진행도 해보고 그래야 될 것 같으니까.”

국민 MC.

눈앞에 있는 석준 삼촌의 등장에, 석준이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은 모두 이렇게 바보 같은 것인지 잠시나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만큼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두 석준 삼촌의 행동은 바보답기 그지없었으니까.

*

[강지혁 단독 콘서트! 유석준, 유민재 진행에 아미가, TRENDY, 마이식스, 포이보스 오남매가 초대가수로 출격하여 성료! 다채로운 볼거리와 강지혁의 지난 앨범 수록 곡들 대부분을 만날 수 있었던...... 첫 단독 콘서트에서 아미가, TRENDY와 펼쳤던 합동 퍼포먼스를 다시금 볼 수 있게 되어 팬들은 기쁨의 함성을 내질...... 한편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아레나인 꿈 아레나는 강지혁 콘서트에 이어 프리티 스타 단독 콘서트, 꿈 콘서트 등으로 금년을 마무리하며 골든 디스크 시상식, HOT PLAY, METALIST와 같은 세계적인 가수들의 내한 공연으로 새해를 장식할 예정......]

2일에 걸쳐 진행된 콘서트를 끝마치고 꽤나 거나하게 뒤풀이 자리를 가졌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사안들을 모두 던져버린 채 말이다.

그래서 하마터면 다음날 점심 때 잡혀있던 선약에 늦을 뻔했는지라 아침부터 진땀 꽤나 빼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조금 늦었죠? 죄송해요. 어제 콘서트 뒤풀이를 조금 과하게 했더니...”

“아닙니다. 늦긴요. 저도 방금 왔는걸요. 오히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혁 씨.”

저번 미스터 지 LA 시사회 때 초대장을 보냈지만, 모자란 녀석들 편집 일정 때문에 참석을 하지 못했던 김태훈 PD의 얼굴은 여전했다. 단둘이 이렇게 만나는 것도 처음일뿐더러, 다른 사람과 함께 얼굴을 마주했던 적도 모자란 녀석들 웨딩 싱어즈 편에 참가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던 만큼 조금은 변했으리라 예상했는데 말이다.

“말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요...”

“아! 제가 원래 말을 잘 못 놓는 편이라... 혹시 불편하신가요?”

“네? 아니요. 저는 불편한 것 없는데....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 말을 편히 해달라고 분명히 말했었던 것 같은데, 타고난 성향이 그런 듯 여전히 말을 놓지 않는 김태훈 PD와 이렇게 자리를 따로 만든 것은 바로 모자란 녀석들의 출연과 관련해 사전 조율을 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선뜻 참가해주시겠다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작년 11월부터 모자란 녀석들 측에서 내게 섭외 요청을 넌지시 보내왔었다.

뭐, 그때 당시에 모자란 녀석들 측에게 즉답을 건네지는 않았었다. 아니, 못했었다. 아레나 일도 있었고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내 주변을 휘감아 돌았었는지라 다른 곳에 신경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일에 수익금이 쓰인다고 하니까, 참가 안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어느 정도 시간도 비고 모자란 녀석들이면 한국 사람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니까요.”

“공연 수익금만으로도 충분한데, 출연료까지 기부하시겠다고 해서... 저희가 너무 죄송해서 어쩌죠?”

“돈 때문에 프로그램을 한다, 안 한다 그런 적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그래서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죄송한 건 저죠. 빨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답변이 늦어서요. 괜히 저 때문에 해당 콘텐츠 촬영 일정까지 미루셨다던데...”

그래도 마냥 그 프로그램에 대해서 아예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내 스스로의 다짐 아닌 다짐에 모자란 녀석들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콘텐츠를 내게 제시했으니까.

“수익금이 전액 고아나 소년, 소녀가장들에게 기부된다는 사실도 그렇고 다른 삼촌들 얼굴도 보고 싶어서 출연하기로 결정한 만큼 너무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모자란 녀석들 출연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요.”

“그래도 저희 측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하다고 밖에는... 아카데미 시상식도 그렇고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도 참석하셔야 될 텐데 시간을 빼주신 건,”

“어차피 그것 때문에 첫 녹화 때는 참가도 못할 텐데요. 뭘. 그리고 삼촌들이랑 같이 방송하는 게 저번에 너무 재밌기도 했고 콘텐츠가 음악 관련된 가요제라서,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너무 하고 싶어서 그런 거에요.”

뭐, 비록 첫 녹화는 시상식 참가로 인해 미리 녹화 영상을 개인적으로 촬영하는 것에 그칠 테지만 말이다.

“연말 꿈 콘서트하고 나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랑 아카데미 시상식 참가 때문에 일주일 정도 후에 바로 출국해야 해서요. 개인 촬영은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계세요? 저는 그 사이 기간이면 언제든 상관없거든요.”

어쨌든 간만에 국내 방송으로 팬들에게 인사할 생각에 그리고 석준 삼촌과 다른 삼촌들을 만날 생각에 방송 촬영이 아직 먼 일임에도 들뜨게 됐다. 그것도 꽤나.

*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요? 음... 아마 이번 정규 1집 활동이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완전체로 처음 음악방송 1위 트로피를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숙소에서 가장 재밌었던 일이요? 음... 숙소가 너무 좋아서요. 같이 스파 풀에 몸 담그면서 한강 야경 보는 거? 그리고 그때 같이 멤버들이랑 수다 떨었던 거? 그때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아요.]

데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걸 그룹이 10만 명이나 되는 공연장의 관객석을 꽉 채울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길 사안을 프리티 스타는 해내고 말았다.

[프리티 스타 처음이자 마지막 단독 콘서트! 예매가 시작된 지 43분 만에 1, 2, 3일차 10만석 전석 매진!]

시한부 걸 그룹이라는 아쉬움과 자조 섞인 명칭으로 불려지던 프리티 스타가 정말로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소녀들에게 열광했던 수많은 팬들의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던 것이다.

“인천에서 온 김주혁님이 보내주신 질문인데요.”

그렇게 각종 연말 가요 축제 일정에도 불구하고 소녀들의 마지막 축제는 꽤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도대체 시크릿 심사위원은 누구인가요? 누나들은 누구인지 알고 있어요? 도대체 왜 안 알려주는 걸까요? 궁금해죽겠어요!”

비록 짧지만,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 미리 조사한 질문지들을 가지고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질문을 보내 준 김주혁 님처럼 다른 분들도 많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저희도 정말 몰라요. 시크릿 심사위원분이 누구인지요.”

“맞아요. 진짜 제작진 분들 아니, 안석준 CP님 너무 나빠요. 엄청 궁금하다가 알려달라고 계속 졸랐는데도 안 알려주시더라고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도 안석준 CP님이 너무 한 것 같죠?”

[너무 한 것 같아요!]

[진짜 궁금해죽겠어요!]

[알려주세요! 미치겠어요!]

방금 전 리더인 임수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질문이 가져온 관객들의 반응은 앞의 반응들을 압도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물론 이것이 앞선 질문의 화제성과 관객들의 반응이 별로였다는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정도로 방금 전 임수진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질문이 압도적인 화제성을 지녔을 뿐.

“진짜 처음에 끝까지 정체가 안 밝혀질 수도 있다고 하시길래, 설마 했거든요?”

“맞아요. 설마 안 알려주겠어? 하면서 방송 끝날 때쯤 되면 알려주겠지, 했는데 지금까지 안 알려주더라고요. 진짜 궁금해죽겠는데!”

시크릿 심사위원.

첫 방송 때, 보컬 심사위원으로서 깜짝 등장하여 소녀들에게 노래까지 여러 곡 선물한, 선물한 노래마다 음원 차트 1위, 음악생방송 차트 1위에 등극 시키며 대중들의 관심과 궁금증을 한껏 가져갔던 이의 정체는 방금 전 소녀들의 투정과 불만 그리고 관객들의 적극적인 호응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비밀 사항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꿈 아레나는 이에 대한 얘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객들과 프리티 스타 멤버들의 토크쇼가 왁자지껄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단지 시크릿 심사위원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에 참가해서 프리티 스타가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프리티 스타로 활동하게 돼서 정말 모든 순간들이 좋았고 기뻤어요. 감사... 합니다.”

어느덧 콘서트의 마지막을 알려야하는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 그 사실을 애써 지워보려는 소녀들과 팬들의 안 보이는 노력이 아레나 홀의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 또 다른 이유였기 때문이다.

“편의점 알바 하다가 집에 들어가면 한숨만 쉬던 저였는데...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무대에도 서보고 마냥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꿈을 이루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울지 마! 새연아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수진아!]

[여정아 울지 마!]

그렇게 멤버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명, 한명씩 팬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털어놓기 시작하자 장내는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앞으로 저흰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흑흑... 잊혀질 테지만...”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저는 꼭 잊지 않을 거에요. 흑흑... 감...사합니다. 행복했어요. 여러분들이 주신 사랑 꼭... 잊지 않을게요.”

[울지 마!]

[우리도 기억할거야! 울지 마!]

아직 두 번의 단독 콘서트가 남아있었지만, 오늘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팬들과 함께할, 프리티 스타 멤버로서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여러분들을 위해 저희 프리티 스타가 마지막으로 불러드릴 곡은...”

“이번 정규 1집 앨범의 수록 곡 여우비입니다.”

이내 팬들 또한 프리티 스타 멤버들의 눈물에 덩달아 눈물을 글썽이는 것으로 소녀들의 마지막 인사말은 끝을 맺었다.

하지만 그런 소녀들과 팬들의 눈물은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봄비를 맞으며 내 마음도 복잡해져요. 계속 내려줘요. 이 비가 여우비일까, 두려... 흑흑...”

[울지 마!]

[울지 마 지영아!]

“...아직 부족해요. 금방 그칠 여우비란 걸 알, 흑흑... 그래도 계속 내리길 바라요.”

[울지마!]

한 번도 무대에서 실제로 펼쳐진 적 없는 정규 1집 수록 곡 여우비의 멜로디가 아레나 홀을 가득 채우고 소녀들이 울먹이며 흘려보내는 가사 말이 이에 곁들여지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져만 갔다.

“그치면 안 돼요. 내 눈가에 흐르는 빗... 무를 들키... 흑흑... 않아요.”

노래 가사를 채 내뱉지 못하며 이제는 주저앉아 흐느끼는 멤버들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이에 동조하는 팬들의 수가 점점 불어만 나갔다.

“빗... 흑흑... 몸이 젖어 추... 워지겠지만, 흑흑... 떨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내리길 바라요. 흑흑... 너무 걱정 말아요. 금방 그칠 여우비... 니까.

[울지 마 여정아!]

[잊지 않을게! 걱정 마!]

[잊지 않아! 영원히 기억할게!]

“하아... 흐읍... 그저 금방 그칠 여우비니... 흑흑... 날 향... 마음도 이럴까요. 흑흑... 그대가 내 곁에 다가왔을 때부터 수많은... 기억들을 흑흑... 함께했어요. 그 순간들을 붙잡고 있을게요. 흑흑...”

[기다릴게! 잊지 않아!]

[잊지 않을게!]

“... 흑흑... 이 빗물에 씻... 내려가지 않도록.”

이 노래가 지닌 진면목을 몰랐던 관중석의 팬들조차 가사 말에 담긴 소녀들의 진심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을 정도니, 이 노래가 담고 있는 감성을 익히 알고 있었던 소녀들은 오죽할까.

“이 비가 그칠 때, 하아... 내 눈가에 빗물이 흐르지 않을... 흑흑...”

[울지 마!]

[괜찮아!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때,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날 수 있어!]

[기억할거야!]

[기다릴게!]

“수많은 기억들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을까요.”

“안녕...”

“고마워요... 함께해줘서. 무대에 설 수 있게... 항상 응원해주셔서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어두워지는 조명 속으로 소녀들 각자의 울먹임 가득한 목소리를 끝으로 프리티 스타의 단독 콘서트 첫 번째 날이 마무리되었다. 모두의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기억들과 안타까움 안긴 채.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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