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0 2018 =========================================================================
#340
“동혁 형!”
“형!”
나의 결정에 동조하는 듯한 동혁 삼촌의 뜻밖의 말에 다른 삼촌들이 경악 섞인 눈초리로 동혁 삼촌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동혁 삼촌은 그런 삼촌들의 시선과 나의 의아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의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가만히 당하는 것보다, 한번쯤은 이러는 게 나아. 앞으로를 내다 봤을 때.”
그리고 그런 동혁 삼촌의 말은 포이보스 휴게실의 분위기를 장악해내는데 성공했다.
“이미 아레나 사업에서 그쪽 배제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거야. 안 그래?”
“그렇지만...”
이미 마냥 피해만 다닐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주지시킨 동혁 삼촌으로 인해 나머지 삼촌들 또한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다. 나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어떻게든 내가 전면으로 나서는 것을 막으려던 다른 삼촌들조차 동혁 삼촌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이어진 동혁 삼촌의 말은 그런 삼촌들의 입을 일순간 떨어지게 만들었다.
“우리 측도 합류하마.”
“형?”
내가 전면으로 나서는 것 때문에 답을 알고 있음에도 망설이고 있던 삼촌들에게 동혁 삼촌은 섣불리 건넬 수 없는 말을 꺼낸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가요대전은 빠질 수 없어. 그건 지혁이 너도 이해하지?”
“삼촌...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저 혼자로도 충분해요. 괜히 그렇게 하셨다가...”
나 자신이 피해를 입거나 공격을 당하는 것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이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은 내가 바라는 일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아니, 무조건 피해야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동혁 삼촌의 이어진 말로 인해 그 모든 걱정이 상당부분 완화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었다.
“꿈 콘서트 이번 해부터 하자.”
“네?”
“꿈 콘서트 앞으로 매년 정례화 시킬 거라면서. 이 정도며 명분도 되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잡음도 배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꿈 콘서트. 지금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혁 삼촌의 입을 통해서 꿈 콘서트라는 단어가 튀어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
가수로서의 활동이 뜸한 강지혁이지만 그녀의 할 일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진짜 이렇게 완벽해도 되는 거야? 노래도 잘 부르는데 연기도 잘해? 그것도 액션 연기를?”
가수로서의 재능도 가히 악마적인 재능이라 할 수 있건만, 그녀의 님은 이로도 모자라 배우로서의 재능 또한 대단한 듯 했으니 말이다.
“어머, 어머 이건 진짜 조각이잖아?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그렇게 그녀는 분주히 팬 카페에 게시할 사진들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지난 상반기, 강지혁이 갑작스럽게 음원을 발표했을 때 바짝 분주했던 후로 지금까지 그녀의 모든 관심은 강지혁의 배우로서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지라 꽤나 능숙하게 말이다.
“할리우드까지 정복했으니까, 이제는 어딜 정복하려나? 혹시... 나? 헤헤... 하아... 정신 차리자, 이나라. 에휴... 이놈의 현자타임은...”
한참동안 사진들을 분류하고 팬 카페에 있는, 등급별로 볼 수 있는 사진 게시판에 알맞게 이를 게시한 그녀의 얼굴엔 나름의 성취감과 뿌듯함이 가득했다. 물론 이내 덮치듯 다가온 현자타임에 씁쓸함을 감추진 못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행복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강지혁을 압박하고 있는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그리고 그 배후 때문에 그녀 자신이 얼마나 골머리를 썩고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그녀가 스스로 선별한 사진들을 다시금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때였다.
“어?”
눈에 낯익은 아이디가 보이는 순간 그녀의 두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이내 올려 진 게시 글에 그녀의 입은 감당할 수 없는 함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대에에에박!”
*
그동안 국내 팬들에게 실망을 느껴 한국 활동을 등외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강지혁의 공식 팬 카페인 THE ONLY ONE의 중론이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THE ONLY ONE 팬 카페에 올라온 공지 글은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모으게 되었다.
[OFFICIAL ; 강지혁 단독 콘서트&팬 미팅 EP 1. 배우? 가수? 난 둘 다!]
-안녕하세요. 가수 겸 배우 강지혁입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공지 글로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그동안 저와 관련해서 국내에서 수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로 인해 팬 분들의 상심과 걱정이 컸을 지라 죄송한 점이 많습니다.
-20일, 22일에는 국내 분들에게는 많이 낯설 영화배우로서의 강지혁을 팬 미팅을 통해서 보실 수 있을 거고요. (Universe 제작사의 배려로 해당 팬 미팅 때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고 프로모션 행사 때 기자 분들을 대상으로 선보였던 20분가량의 풋티지 영상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24일, 25일에는 지난 16년 정규 4집 활동 후로 오랜만에 여러분에게 선보이게 될 가수로서의 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여러 사태들과 관련해 팬들이 상심하게 하여 미안하다는 글의 서두와 더불어, 해당 게시 글이 THE ONLY ONE 회원 가운데 유일하게 단 한명만이 글을 개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이 글의 진위 성을 단번에 증명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포이보스 홈페이지에도 공지사항 떴다!]
[대박! 단독 콘서트라니! 팬 미팅이라니!]
[헐, 풋티지 영상도 공개하는 거임? 대박!]
지난 2016년 짧았던 정규 4집 국내 활동 뒤로 이렇다 할 국내 활동을 선보이지 않았던 강지혁이었기에 해당 공지 글은 순식간에 온라인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출연진]
-강지혁(28)
[출입가능 인원 및 일시]
-10만 명/12월 20일(수)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10만 명/12월 22일(금)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10만 명/12월 24일(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10만 명/12월 25일(월)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참가방법]
- 사전예매(티켓 90%) : 12월 10일 오전 6시부터 아웃파크 티켓 사이트에서 1인당 최대 4매 구매 가능. (입장 시, 본인 확인을 위해 구입자 신분증 지참 필수!)
- 현장발매(티켓 10%) : 콘서트 당일 오후 2시부터 현장 선착순. (본인 신분증 소지 필수)
[티켓가격]
-S 5000석: 200,000/1장
-A 15000석: 100,000/1장
-B 30000석: 15,000/1장
-C 50000석: 10,000/1장
[콘서트 초대가수]
-미정
대략 2년 만의 단독 콘서트.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컸다. 더욱이 이번 해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톱 5안에 드는 흥행 성적을 거뒀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상영조차 되지 못한 미스터 지의 풋티지 영상이 팬 미팅 때 공개된 다는 점 그리고 영화배우로서의 강지혁을 만날 수 있다는 점까지 이에 더해졌으니 오죽할까.
[아레나 첫 공연은 역시 강지혁이 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세계 최대 규모 실내 아레나라니! 10만 명이나 들어간다니!]
[티켓 가격 저거 실화냐? 지리네. 지려.]
[와... 전체 좌석 절반 이상이 2만원도 안하네. 이거 실화?]
따라서 그의 팬이라면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사안들이 더해진 해당 공지 글의 파장은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까지 그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하지만 그런 팬들과 대중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OFFICIAL ; 꿈 콘서트 EP 1. 꿈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
그도 그럴 것이, 해당 공지 글이 게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올라온 게시 글이 그들을 연달아 놀래 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단독 콘서트 관련 공지에 연이어서 여러분에게 알려드릴 행사가 있습니다...... 포이보스 뮤직, JS ENTERTAINMENT, DH ENTERTAINMENT 소속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는 콘서트 인만큼 청소년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으며,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꿈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청소년 분들을 위한 콘서트인 만큼 성인 분들은 입장이 제한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해당 공지 글은 강지혁의 팬이라면, 특히 청소년 신분이라면 그 누구라도 반길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라 그 반응들이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었다.
[출연진]
-포이보스 뮤직 소속 오남매&유민재
-JS ENTERTAINMENT ARTISTS
-DH ENTERTAINMENT ARTISTS
일단 출연진 리스트 자체부터가 다른 콘서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쇄락한 명가 TS ENTERTAINMENT와 달리 여전히 성세를 누리고 있는 DH ENTERTAINMENT 그리고 TRENDY, 마이식스라는 튼실한 두 기둥을 바탕으로 제 2의 전성기를 구축하고 있는 JS ENTERTAINMENT 그리고 강지혁을 포함한 오남매가 속한 포이보스 뮤직까지.
소속된 일개 뮤지션 또는 하나의 아이돌 그룹만으로도 능히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저력을 지닌 세 개의 소속사가 하나의 콘서트를 매개로 뭉쳤다는 사실은 모든 이들을 한동안 멍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충격파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출입가능 인원 및 일시]
-10만 명(청소년)/12월 31일(월) 오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티켓가격]
-S 5000석: 200,000/1장
-A 15000석: 20,000/1장
-B 30000석: 10,000/1장
-C 50000석: 5,000/1장
더욱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한, 너무 저렴해서 파격적이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의 티켓 가격까지 이 충격파에 몸을 실었으니 오죽할까.
그렇게 연말 분위기를 물씬 뿜어내던 온라인, 오프라인 상의 대한민국은 갑작스럽게 던져진 뜨거운 감자로 인해 들끓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엄청난 온도로.
*
“이렇게 얼굴 마주보고 얘기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요.”
일을 벌여놓고 나니 준비해야 될 게 생각 이상으로 많았는지라,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했다. 물론 민재 삼촌과 회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도왔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살펴봐야 할 일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시간을 내 이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오랜만입니다. 영화가 정말 잘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안석준 CP와는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그것도 내가 먼저 요청해서.
사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얼굴을 마주볼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괜히 만났다가 내 정체가 들킬 여지를 주게 될까봐 걱정도 됐고 기존에 우리 둘이 나눴던 프리티 스타 관련 얘기는 전화나 인터넷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12월 말이던가요?”
“예? 아! 그렇습니다. 프리티 스타 계약기간은 그때까집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 현실과 이와 관련된 대처로 인해 안석준 CP를 직접 만나야만 했다.
“CP님도 JJ E&M쪽에 속해있으시고 어느 정도 높은 자리에 있으신 만큼 제 사정이 어떤지는 아실 거라고 믿어요. 맞죠?”
꽤나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조금은 어둡고 무거운 얘기를 초장부터 꺼내어서일까. 테이블 위에 올려 진 음식들을 막 한입 집어먹으려던 안석준 CP가 굳은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P님에게 제안을 할 게 있어서 이렇게 따로 자리를 잡아서 연락을 드린 거에요. 사실 이번 일이 아니어도 프리티 스타 멤버들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요. 마지막을 최대한 팬들과 본인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게요.”
그런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안석준 CP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내버렸다. 어차피 초장부터 무거운 얘기를 꺼낸 만큼 우회적으로 돌려말 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할 뿐이었으니까.
“아레나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주려고 했어요.”
곧이어 나온 내 본론에 안석준 CP의 얼굴이 더욱 굳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순서였다.
JJ E&M 또한 미스터 지와 관련해서 누군가로부터 압력을 받았고 끝내 굴복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곳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안석준 CP라면 지금 내 말이 담고 있는 복잡한 사정쯤은 비교적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잠시 당겼던 고삐를 한 없이 풀어버렸다.
“본의 아니게 선물이 아니라, 계륵이 되어버린 아니 어쩌면 부담만 될 선물이겠지만 일단 말씀은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런 내 제안이 전화나 온라인상으로 그에게 전달될시, 나의 순수한 뜻이 왜곡되거나 오해를 살수도 있다는 점을 염려해서인 만큼 그에게 어떤 선택을 종용하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CP님의 선택을 존중할게요.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제 뜻이 왜곡되어질 것 같아서 조금 그렇지만요.”
물론 그런 내 뜻과는 달리 안석준 CP의 얼굴은 굳어져있는 상태에서 변하지 않았지만, 내 말이 그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 자명했지만 그래도 내 속내를 그에게 털어놓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가 할 것이지만, 나는 프리티 스타 멤버들에게 훌륭한 마지막을 선물해주고 싶었을 뿐이었고 이것이 애매한 선물이 되게 만든 것은 내 책임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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